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인문360인문360

인문360

인문360˚

학교에서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한방의 세계

서울한방진흥센터 & 서울 약령시 한의약박물관

인문쟁이 김세희

2018-02-06

“작두콩이 비염에 좋다더구나.” 친정아버지는 사위가 비염이 있다는 걸 알고 약초 이야기들을 들려주셨다. 가족을 위해 부지런한 주부가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은 오늘도 작두콩차를 만들었다. 몸과 마음이 아프지 않도록 미리 힘을 쓰고 다스리기 위한 한약재는 그런 나의 작은 바람이자 옛 의원들의 정성이었다.

서울 약령시장 입구 및 서울한방진흥센터 모습

 ▲ 서울 약령시장 입구 및 서울한방진흥센터 모습


어릴 적 살던 동네에는 한약방이 심심찮게 있었다. 한약냄새를 좋아했던 나는 코를 벌렁거렸고, 곁에 있던 친구는 연신 찡그렸던 시절.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맡기 어렵던 추억의 향기가 서울 약령시 곳곳에 배어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국내 최대의 한약재 유통시장인 그곳. 조선시대 여행자의 무료숙박은 물론, 의지할 곳 없는 아프고 가난한 사람들을 구휼해주던 보제원 옛 터의 위민정신이 깃든 자리이기도 하다. 최근 이곳에 한방산업 랜드마크가 탄생했다. 한옥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은 자태로.


의관과 의녀로 변신한 아이들을 만나다

 

조선시대 의료인의 의복체험 중 갖게 된 전시 해설시간1조선시대 의료인의 의복체험 중 갖게 된 전시 해설시간2

 ▲  조선시대 의료인의 의복체험 중 갖게 된 전시 해설시간


10년도 더 된 드라마이지만 <대장금>은 한류를 이끈 주역이다. 배우 이영애 씨가 보여준 의녀 생활은 한국 전통 의학의 신비함을 가득 담았다. 그때로 돌아간 듯 서울한방진흥센터 안에 재개관(2006년 이후)한 서울 약령시 한의약박물관에서는 아이들이 의복체험(1층)을 하고 있었다.

나지막이 속삭이는 해설사의 목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모습은 한의약박물관의 교육적 의미였다. 중국 상하이 중의약대에 <동의보감>의 허준 선생을 기리는 동상이 있을 정도로 진보한 우리 동방의학.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한국 한의학의 세계가 어린 새싹들에게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한 미소가 절로 머금어졌다.


저기, 혹시 박물관 관계자이신가요?

 

서울약령시한의약박물관 특별 유물전 <침통, 소망을 담다> / 조남숙 서울한방진흥센터장 및 서울 약령시 한의약박물관장

 ▲  서울약령시한의약박물관 특별 유물전 <침통, 소망을 담다> / 조남숙 서울한방진흥센터장 및 서울 약령시 한의약박물관장 

 

독특한 전시 앞에서 머리를 맞대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나누는 분들이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서울한방진흥센터는 공간 자체가 복합적이어서 그동안 기고했던 인터뷰 형식보다는 탐방기 콘셉트로 방문한 것인데, 박물관 관계자인 것 같은 분들을 우연히 만나게 되니 그냥 갈 수가 없었다. 운명처럼 만난 조남숙 서울한방진흥센터장과 윤성준 학예연구사 두 분은 흔쾌히 몇 가지 호기심을 반갑게 풀어주었다.

 

<침통, 소망을 담다>의 작품1<침통, 소망을 담다>의 작품2

 ▲  <침통, 소망을 담다>의 작품들 중 ⓒ 민화작가 송창수

 


 

[미니 인터뷰]  

 

Q. 관람객에게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박물관을 위해 의견을 교환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A. 작년 가을에 센터가 개관하고 한의약박물관도 재단장을 하면서 관람객에게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디테일을 고민하고 있었어요.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은 <침통, 소망을 담다> 특별전입니다. 저희가 소장하고 있는 유물에 ‘침통’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 문양에는 건강과 장수, 행복을 염원하는 옛 의원들의 바람이 있죠. 환자를 진료하던 침을 보관하는 침통에는 의원의 애틋한 정성과 사랑이 새겨져 있어요. 침을 놓을 때처럼 말이죠. 그 작은 통이 갖고 있던 화려하고도 정교한 문양을 평면으로 펴내 한방의 정신문화를 전하고자 민화계의 원로 송규태 화백의 자제이신 송창수 민화작가의 손길을 불어 넣었습니다. 민화 속 십장생의 정신은 생명의 소중함을 추구하는 한의학과 일맥상통하죠. 그 접점이 감상 포인트입니다. 


옛 의원의 모습(2층)보제원을 재현한 전시물(1층)

 ▲  옛 의원의 모습(2층) / 보제원을 재현한 전시물(1층)


Q. 한약재 종류에 압도될 뻔했어요. 한방진흥센터와 한의약박물관을 이용하는 팁을 부탁드리고 싶어요.

A. 한국인들이 한약은 몸에 좋다고 여기는 만큼 한의학에 대한 앎을 돕고자 만들어진 곳이에요. 인간을 하나의 작은 우주로 여기는 한방은 자연과 건강을 연결하죠. 로비 천장에 움직이는 한지공예 작품이 그 마음을 담고 있어요. 2층으로 올라오면 서울 약령시의 발전과정과 한의약의 현대적인 가치를 향유하게 됩니다. 의서와 다양한 식물, 동물, 광물성 약재들이 펼쳐질 거예요. 실제 한약재를 보고 탐구할 수 있으니 아이에서 어른까지 중요한 거점이 되겠지요. 인터렉티브 영상으로 약초 재배부터 채취문화, 운동법도 체득할 수 있어요. 한방관련 교육뿐만 아니라 족욕체험(3월 오픈), 온열찜질(3층) 등도 즐길 수 있으니 흥미롭죠.

문화가 있는 날에는 조금 더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려고 노력합니다. 홈페이지에 아트제품 제작, 작은 음악회(전통악기 연주) 등 각종 행사 계획과 사진들이 있으니 참고하시면 됩니다. 약선 음식체험관(3층)에서는 체질에 맞는 음식궁합을 소개하고 쿠킹클래스도 열고 있으니 미리 일정을 살펴보시는 걸 추천해요.  


로비에 설치된 한지공예 작품 및 <동의보감> 등의 의서들(2층)

 ▲ 로비에 설치된 한지공예 작품 및 <동의보감> 등의 의서들(2층) 


Q. 의학은 이학인 것 같지만 이곳의 철학적인 비전은 참 매력적이네요. 아마도 한의학이기 때문이겠지요? 센터장님이 생각하는 인문이란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A. 한방은 몸과 마음을 따로 보지 않았죠.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우울과 공황들은 어쩌면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지 않아서 만들어진 안타까움일 거예요. 이곳에서 몸도 쉬어가지만 마음도 쉴 수 있도록 건강한 지혜를 얻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한방진흥센터는 서울 약령시가 품고 있어요. 시장 안에 살아있는 박물관인 거죠. 바로 상인들이 곁에 있어요. 역동적인 부분이죠. 역사로부터 이어진 공간 속에서 상인들도 원하는 교육을 얻고, 일반인들의 관심에도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소통’에 초점을 두려 합니다. 가령 주부들도 효소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은 것처럼, 이곳이 여러 니즈를 충족할 수 있길 바라고 있어요. 사람이 아프지 않도록 근본부터 다스리고 치유하는 한의학의 조화로움이라면 가능하겠지요?      


각종 한약재들이 구비된 전시실(2층)대만방송국과 함께한 오미 쿠킹클래스가 열린 약선음체험관(3층)

 ▲  각종 한양재들이 구비된 전시실(2층)/대만 방송국과 함께한 오미 쿠킹클래스가 열린 약선음식체험관(3층)

 


 

K-Medi Wellness

 

요즘 외국인들이 한국을 체험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들은 한국다운 것들에 눈과 귀가 황홀해진 반응으로 우리들의 사랑을 받는다. 한방 중에서도 한국적인 스타일이 가진 우수하고도 안전한 원리는 이미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인 만큼 서울한방진흥센터와 한의약박물관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해설사들의 이야기를 직접 경청하고 끊임없이 전시 아이템을 연구하던 센터 관계자들의 모습을 보며 종종 방문하고 싶은 설렘이 피어났다. 한파 속에도 뜨끈한 한의학의 열정이 숨 쉬는 곳. 고풍스럽고 고즈넉한 한방카페(1층)에서 나의 작은 몸을 잠시 기대며 새살이 다시 돋길 바라는 마음으로 밖을 나섰다.




사진= 김세희, 민화작가 송창수, 서울한방진흥센터 & 한의약박물관

----------------------------

* 관련링크

서울한방진흥센터 & 한의약박물관: http://kmedi.ddm.go.kr/ 

장소 정보

  • 서울
  • 한약
  • 한방
  • 의학
  • 전시
  • 한의학
  • 의서
  • 서울한방진흥센터
  • 한의약박물관
김세희
인문쟁이 김세희

2019 [인문쟁이 3기, 4기, 5기]


김세희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둥지를 틀고 있으며, 여행 콘텐츠 에디터로서 때로는 느슨하게, 때로는 발빠르게 노마드의 삶을 걷고 있다. 낯선 이가 우리의 인문 기억에 놀러오는 일은 생각만 해도 설레고 두근거린다. 더 많은 것을 꿈꾸고 소망하고 함께 응원하는 온기를 뼈 마디마디에 불어넣고 싶다. 어떤 바람도 어떤 파도도 잔잔해질 수 있도록.

댓글(0)

0 / 500 Byte

공공누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학교에서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한방의 세계'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관련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