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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혔던 공간에서 떠오르는 공간으로

마포 문화비축기지

인문쟁이 이소은

2017-11-27

 

 

문화비축기지 입구

 ▲  문화비축기지 입구

 

1급 보안시설에서 시민들의 공간으로

 

석유비축기지는 1973년 1차 석유파동 이후 비상시 원활한 석유 공급을 위해 서울시에서 건설한 유류 저장시설로 시민들의 접근과 이용이 철저히 제한된 1급 보안시설이었다. 서울시민이 한 달 정도 소비할 수 있는 6,907만 리터의 석유가 보관되어 있었으나,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안정상의 이유로 폐쇄된 후 방치되어 있었다. 이후 2013년 시민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친환경 복합문화공간인 ‘문화비축기지’로 탈바꿈되어 2017년 가을, 여가생활문화공간으로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 현재 문화비축기지의 기존 5개 탱크 중 4개는 시민을 위한 공연장과 강의실, 석유비축기지에서 문화비축기지로 탈바꿈한 역사를 기록하는 이야기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설 전반적으로 공간 쓰임새를 한정 짓지 않고 다양한 용도로 활용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탱크별 세부 정보

 

2. 문화비축기지 공간 안내도

3. T0 문화마당 / 4. T2 야외무대 / 5. T3 탱크원형6. T4 복합문화공간

7-1. T5 이야기관7-2. T5 이야기관

8. T6 커뮤니티센터

 ▲ 2. 문화비축기지 공간 안내도 Ⓒ서울시 / 3.T0 문화마당 / 4.T2 야외무대 / 5.T3 탱크원형 / 6.T4 복합문화공간 / 7-1,2.T5 이야기관 / 8.T6 커뮤니티센터


서로 다른 의미를 담고 있는 공간

 

문화비축기지를 처음 방문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공간 하나 하나에 부여되어 있는 의미망이었다. 40여 년 간 산업기지로써 철저하게 가로막혀 있던 공간, 10여 년 간 활용방안을 찾지 못해 방치되어 있던 공간, 그렇게 오랜 기간 멈춰버린 공간을 움직이게 하기 위한 세밀한 계획들과 고민들이 공간 하나하나에 스며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문화비축기지는 공연과 전시를 위한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자연 경관과 탱크가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다. 특별히 공연 관람에 대한 계획이 없더라도 산책하기에 좋은 이 공간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색적인 ‘탱크’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무엇보다 ‘석유’비축기지가 ‘문화’비축기지로 탈바꿈되면서 자연스럽게 문화공간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새롭게 조성된 1개의 탱크는 물론 기존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한 5개의 탱크도 공연과 전시 공간으로 구성됐다.


각 공간들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총 6개의 공간을 만나볼 수 있다. 우선 문화비축기지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문화마당’이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대규모 행사가 가능한 대형 광장으로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가능하게끔 꾸며졌다.

‘파빌리온’은 탱크를 해체 한 후 남은 콘크리트 옹벽 안에 유리로 벽체와 지붕을 새로 만들어 과거의 옹벽과 현재의 건축물 그리고 매봉산의 암반지형이 조화롭게 펼쳐지는 모습을 감상 할 수 있는 다목적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조성됐다. 입구부터 시작되는 경사로를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탱크의 상부는 야외무대로, 하부는 공연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공연장’은 일정하지 않은 의자들이 특색이 있는 공간이다. 특히 공연이 없는 날엔 야외무대가 휴게쉼터로 개방되어 누구나 이용 할 수 있다.

이밖에도 석유비축기지를 조성한 당시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유류 저장탱크 본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탱크원형’, 기존 탱크 내부의 독특한 형태를 그대로 살린 공간으로 환경, 문화, 예술 등 다양한 주제의 기획전시 등을 운영하는 공간인 ‘복합문화공간’을 비롯해, 석유비축기지가 문화비축기지로 전환된 과정과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기록한 ‘이야기관’, 강의실, 회의실, 카페테리아 등으로 구성된 ‘커뮤니티공간’ 등이 주요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T6 문화비축기지 탐험단 회의록1 T6 문화비축기지 탐험단 회의록2

 T6 문화비축기지 탐험단 회의록3 T6 문화비축기지 탐험단 회의록4

 ▲  T6 문화비축기지 탐험단 회의록

 

필자가 방문한 날에는 “석유비축기지 시절 옛 근로자와 함께하는 문화비축기지 투어”가 진행되고 있었다. 석유비축기지가 일반시민에게는 통제되었던 공간이었지만, 그 곳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들에게는 일상의 공간이었을 터, 그곳에서 생활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문화비축기지 투어는 조금은 이색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70년대 초반 산업화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석유비축기지가 ‘문화’시설로서 변모한 것은 2017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떻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고 있을까. ‘이야기관’에 기록되어 있는 역사와 그 흐름을 먼저 들여다보면, 문화비축기지에 대한 이해와 공간에 대한 감각, 공간에 대한 활용과 관심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활용성을 높일 수 있는 공간

 

새로운 공간이 조성되었을 때, 흔히 ‘성공적’이라고 이야기하는 근거는 이용률이다. 공간이 생긴 목적에 맞게 많은 사람들에게 활용된다면, 즉 공간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곳은 이전과는 다른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려 어떤 곳에 의자를 놓으면, 그 의자가 결국 벤치가 되고, 사람들이 더 모여서 결국에 정자가 되는 것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화장실이나 경사로 등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장애인들이 조금 더 편하게 찾는 곳이 되는 변화들, 그것이 바로 시민들 스스로가 만들어간 변화다. 문화비축기지의 대부분이 공간 쓰임새를 한정 짓지 않고 만들어진 이유도 이와 같지 않을까. 공간의 의미와 쓰임을 누군가에게 특정하지 않지 않고, 그곳을 사용할 시민들에게 맡긴 듯, 문화비축기지는 그곳을 활용하는 시민들에 의해 새로운 공간으로 항해를 할 준비를 시작한 듯하다.

새롭게 태어난 지 한 달 남짓, 문화비축기지가 꾸준히 시민들의 발길을 머물게 하고,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앞으로도 더욱 더 궁금하게 만드는 문화 탱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사진= 이소은, 서울시

 

장소 정보

  •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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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은
인문쟁이 이소은

2018 [인문쟁이 3기]


이소은은 경기도 군포시에서 살고있다. 대학 4학년에 재학중이다. 새로운 것들을 보고 듣고 찾는 것을 좋아한다. 그 어떤 곳에서도 배우려고 하는 마음가짐으로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인생이란 인문 그 자체라고 생각해서 지원하게 되었으며 인문쟁이를 통해 많은 재미있는 것들을 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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