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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아날로그 매체, 바이닐(LP)을 만나다

지금 가장 ‘힙’하게 음악을 즐기는 방법

인문쟁이 전용언

2019-12-24

문화역서울284 외관  / 문구: 문화역서울284 서울레코드페어

▲ 서울레코드페어가 열린 '문화역 서울 284' ⓒ전용언


스마트폰으로 거의 모든 것이 가능해진 시대에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손가락을 몇 번만 움직여도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음에도 구태여 바이닐(vinyl, LP)을 찾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LP를 재생하기 위해서는 턴테이블과 카트리지, 스피커와 앰프까지 갖추어야 하지만, 이러한 수고스러움이 도리어 LP의 매력으로 작용한다. 1990년대에 전성기를 구가하던 LP가 20여 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힙’한 음악 매체가 되어가고 있다. 


서울레코드페어 현장 내부

 

서울레코드페어 현장 내부 / 문구: 유럽 최고 화가들의 'COVER ART'

▲ LP를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던 서울레코드페어 현장 ⓒ전용언


한국의 LP 시장이 다시금 확장된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서울레코드페어’를 빼놓을 수 없다. 2011년 처음 개최된 서울레코드페어는 홍대 기반의 음악 레이블과 아티스트, 레코드사가 뭉쳐 기획한 한국 최초의 레코드페어다. 서울레코드페어는 매해 그 규모를 키워가며 LP 시장이 재도약 하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 올해로 벌써 9년째 이어진 서울레코드페어에는 국내외 80여 개의 업체가 참여해 수만 개의 음반과 음향기기, MD(mini-disk) 등을 공개했다.


다채로운 앨범 커버들 / 문구: 유럽 최고 화가들의 'COVER ART' 1+1 EVENT 1LP 구매시 1CD 무료 증정

▲ 각양각색의 앨범 커버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용언


특히나 서울레코드페어에서만 판매하는 한정반 LP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컸다. 행사장인 '문화역 서울 284'는 한정반 LP를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긴 줄이 이른 아침부터 이어져 있었다. 올해 한정반으로 판매한 LP는 5종으로 빛과 소금, 어어부 프로젝트 밴드, 마로니에와 같은 LP 세대에 활동했던 아티스트뿐 아니라 황소윤, 노리플라이까지 현재 활동 중인 인디 아티스트의 LP도 있었다. 이외에도 이소라, 장필순, 이문세, 백현진 등 약 40여 종의 LP가 이번 서울레코드페어에서 최초로 선을 보였다.


음반 쇼핑에 열중한 사람들

▲ LP가 담긴 박스 앞에 쪼그려 앉아 ‘디깅’을 하는 사람들 ⓒ전용언


한정반과 최초 공개반 LP가 아니더라도 볼거리와 즐길거리는 무궁무진했다. 음악애호가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던 LP를 진열해 둔 각양각색의 앨범 커버 사진들이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사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쪼그려 앉아 박스 안에 쌓인 LP를 뒤적이는, ‘디깅(Digging)’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른바 디깅은 LP세대 디제이들 사이에서 은어로 쓰인 용어로, 무수히 쌓인 LP 음반들 사이에서 소위 ‘대박 앨범’을 직접 찾으려는 음악애호가들의 행위가 땅을 파는(Dig) 행위와 닮았기에 생긴 말이다. 더욱 놀라웠던 건 디깅하는 대부분이 LP에 익숙한 세대가 아니라 20~30대라는 점이었다. 


다양한 중고 LP

 

다양한 중고 LP / 앨범 문구: DICKPUNK BICYCLEMAN EMON

▲ 한정반 및 최초 공개반 외에도 다양한 중고 LP를 판매했다 ⓒ전용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줄로만 알았던 LP가 젊은 세대의 비상한 관심과 구매력을 기반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 바닥에서 먼지 쌓인 LP를 뒤적거리던 한 대학생에게 LP를 구매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신기해서’라는 단순한 답을 내놓았다. ‘레트로’가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관통하는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옛것’인 LP가 마치 신문물처럼 여겨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고 보면 최근 유행하는 오버핏(자신에게 딱 맞는 사이즈보다 한 치수 이상 크게 입는 옷)의 스트릿 패션도 90년대를 풍미했던 듀스, 서태지와 아이들의 패션과 꼭 닮아 있었다.


턴테이블

 

카세트 테이프와 플레이어

 

음악 관련 여러 굿즈

▲ 턴테이블과 액자, 카세트테이프 등 음악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제품도 만날 수 있었다 ⓒ전용언


레트로 트렌드에서 특히나 주목을 받고 있는 음악 장르도 있다. 1970년대부터 80년대 사이, 경제 성장기에 일본에서 유행했던 음악 장르를 일컫는 시티팝이 바로 그것. 한국 대중음악계에서는 80년대 말부터 90년대에 주로 활동했던 빛과 소금, 김현철 등의 가수들이 시티팝을 선보여 왔는데, 당시에는 그저 ‘좋은 음악’으로 대중에게 수용되던 이들의 노래가 20년의 세월을 건너 ‘힙’한 음악으로 젊은 세대에게 사랑받고 있다. 

 

음악 콘텐츠사인 스페이스 오디티는 시티팝의 수요가 커지는 흐름을 파악해 ‘디깅클럽서울’이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등 레트로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스페이스 오디티 컨퍼런스는 하루를 통째로 할애해 레트로 열풍을 다루었다. 이날 ‘뉴트로 열풍의 아이콘, 시티팝’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패널 토크에는 ‘한국 시티팝의 대부’로 불리는 김현철과 기타리스트 겸 DJ로 활동하는 하세가와 요헤이, 싱어송라이터 전용형이 참여해 시티팝에 대해 이야기했다.


패널 토크 현장 / 문구: [패널 토크] 뉴트로 열풍의 아이콘, 시티팝 김현철 뮤지션 하세가와 요헤이 양평이형 DJ, 뮤지션 전용현 DJ, 뮤지션, 차우진 스페이스오디티

▲ 시티팝에 대해 이야기하는 패널들 ⓒ전용언


디지털 음원이 주류가 된 음악 시장에서 CD가 아닌 LP 발매에 중점을 두었다고 밝힌 김현철은 LP가 가진 매력에 대해 소개했다.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음악을 접할 수 있는 디지털 음원과 달리 LP는 음악이 고플 때도 당장 들을 수 없다는 점이 도리어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한 장의 앨범을 듣기 위해서는 집에 도착해 LP를 꺼내고, 트랙에 맞춰 바늘을 정확히 올려야 한다는 것. 그렇게 많은 과정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 LP로 앨범을 듣는다면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음악을 사랑하는 방식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그 시대의 감성과 음악의 귀함이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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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인문쟁이 5기]


멋대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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