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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진공관 앰프로 듣는 세운 클래식 음악회

진공관 앰프와 클래식 연주의 따뜻한 컬래버레이션

202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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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골목콘서트 다섯 번째 이야기, 우리동네 척척박사님. <진공관 앰프로 듣는 세운 클래식 음악회> 서울 세운상가 콜론비 아츠 갤러리 12.7(토) 16:00


여러분은 어떻게 음악을 듣나요?


시대에 따라 음악을 듣는 방법도 변하기 마련이다. 턴테이블에 LP판을 올려 음악을 듣던 시대를 지나 손바닥만한 CD플레이어와 지우개 크기의 MP3 플레이어에 음악파일을 담아 듣는 것이 유행이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불과 몇 년 후 휴대폰에서 버튼 몇 개만 누르면 음악이 재생되는 디지털 시대가 찾아왔다. 우리는 점점 더 쉽고 간편하게 일상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반대로 좀 더 수고로운 과정을 거쳐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고품질의 음악을 즐기고픈 리스너들, 레트로 혹은 뉴트로 열풍과 함께 턴테이블과 LP판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늘어났다. 힙(Hip)함을 추구하는 유명아이돌은 한정판 LP를 제작했고, 사라졌던 LP제작소들이 다시 성황을 이루며 빠름과 느림,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공존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12월 7일 토요일 오후 4시, 서울 종로 세운상가에서 열린 골목콘서트 <진공관 앰프로 듣는 세운 클래식 음악회>에서는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세운상가 내 풍경



이 생뚱맞은 곳에서 음악회를 한다고?

종로3가역에서 내려 10분쯤 걷다 보면 복잡하고 거대한 세운상가가 나타난다.

토요일 오후, 문을 닫은 세운상가의 풍경은 물류창고를 방불케 했다. 길목에는 전선들이 차곡차곡 쌓여있고 오밀조밀 붙어있는 불 꺼진 상가는 부품 박스로 가득하다. 다433 XX전자, 라432 XX실업을 지나 나,다434호 콜론비아츠 갤러리라고 적힌 간판 앞에 도착했다.

상가와 빌딩, 관광객으로 붐비는 종로 한복판, 구불구불 복잡한 건물에 이런 갤러리가 있다니! 그것도 부품상가 사이에 말이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한 재미있는 공간에 웃음이 배시시 새어 나온다.


골목콘서트 열리기 전 풍경


이날은 송준영 작가와 일본작가 타케다 카즈키 등 한국과 일본작가들이 참여한 전시회 의 개막날이기도 했다. 개성있는 그림과 조각, 사진이 하얀 전시벽에 설치되어 있었고, 골목콘서트 관객을 위한 정갈한 케이터링도 눈이 띄었다.


골목콘서트에서 전시를 관람하고 있는 행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희망을 전하는 첼리스트의 음악회

갤러리를 돌아보는 사이 자연스럽게 골목콘서트가 시작되었다. 불 꺼진 전자상가, 3평 남짓한 생뚱맞은 공간에서 펼쳐진 골목콘서트는 세운상가의 장인들과 클래식 연주자와의 컬래버레이션 음악회로 진행되었다.

기획자인 콜론비아츠 안선영 대표는 세운상가에 둥지를 튼 지 3년이 되었다. 상가 회의에 참여했다가 장인들에게 진공관 앰프 콘서트를 해보자는 제안을 드렸는데, 매우 흔쾌하게 응해 주셨다고 한다. 장인정신이 깃든 예술콘텐츠와 누구도 하지않았던 시도와 실험성, 공감과 재미를 추구한다는 콜론비아츠의 정신과도 딱 맞는 음악회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기획자 안선영 대표의 진행

 

박수소리와 함께 강렬한 붉은색 드레스를 입은 첼리스트 성지송씨가 등장했다.

연말에 어울리는 캐롤 ‘I’m dreaming of white Christmas’를 시작으로 연주회가 시작되었다. 이날 10곡의 연주곡을 들려준 성지송 첼리스트는 10살에 첼로를 시작하여 대학까지 진학했지만, 불의의 사고로 오른팔을 다쳐 10년이나 첼로를 쉬어야 했다. 그러나 상심하지 않고 꾸준한 재활과 긍정적인 마음으로 이를 극복하고 다시 위로와 희망을 주는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제는 연주를 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첼로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들려준 곡들은 모두 다정하고 따뜻했다.


2019년을 마무리하며 서로를 토닥여주는 ‘걱정말아요 그대’, 아버지의 비보를 듣고 만든 곡으로 슬픔이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피아졸라의 ‘안녕 아버지 (Adios Nonino)’, ‘You Raise me up’ 의 연주가 이어졌다.

첼리스트 성지송의 연주 장면


그녀는 연주 내내 관객과 눈을 맞추었다. 첼로 연주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듣는 것도 흔치 않은데, 연주자와 눈을 맞춰가며 그 표정의 변화를 생생하게 보는 것은 아주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를테면 피아졸라의 ‘안녕 아버지’를 연주할 때, 언뜻 보기엔 연주자가 웃고 있는 것 같지만, 눈에는 슬픔이 배어 있어 아버지를 잃은 아픔을 더 애절하게 느낄 수 있었다.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는 의미를 담아 만든 자작곡 ‘Try’, 낮고 차분하지만 그래서 진한 감동을 주었던 ‘내 영혼 바람 되어’, 퀸의 ‘We are the Champion’까지 힘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공연이 계속 되었다. 


첼리스트 성지송의 공연 장면들


따뜻하고 편안한 소리를 전하는 진공관 앰프

이번 골목콘서트에서는 50년 동안 세운상가에서 진공관 앰프를 수리해 오셨고, 현재는 수리수리협동조합에 계신 이승근 이사장님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요즘 사람들이 듣는 디지털 방식은 선명하고 깔끔한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차갑고 냉정한 소리라 오랫동안 듣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에 비해 아날로그 방식의 진공관 앰프는 푸근하고 따뜻한 소리를 내기 때문에 오랫동안 들어도 질리지 않는 편안함을 준다고. 빛으로 비유하자면 백열등과 형광등과 같은 차이라고 말씀하시는 모습에서 진공관 앰프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수리수리협동조합 이승근 이사장님


앰프는 소리를 증폭시키고, 음량과 음색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 앰프는 아날로그 방식의 진공관과 디지털 방식의 트랜지스터로 나뉘는데 직접 본 ‘진공관 앰프’는 생각보다 화려하지도, 크기가 크지도 않았다. 너비 40cm정도의 판넬 위에 원통형의 유리관이 고정되어 있고, 전원을 켜면 오렌지색 불빛이 흘러나왔다. 이 진공관 앰프는 공연 내내 신비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주며 첼로의 소리를 깊이 있고 풍성하게 표현해 주었다.


진공관 앰프의 모습



추억을 고쳐드립니다

공연 후 세운상가 2, 3층에 있는 ‘수리수리협동조합’과 ‘수리수리청음실’에서도 이승근 이사장님의이야기가 이어졌다. ‘추억을 고쳐드립니다’라고 적힌 수리수리협동조합은 음향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성지 같은 곳이었다. 세월이 지난 지금도 생각 외로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어쩌면 이곳은 단순히 제품을 수리하는 곳을 넘어, 잊었던 옛 추억을 되찾는 마법을 기대하는 이들이 찾는 곳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리수리협동조합의 외부 모습


건물 바깥에서 계단을 타고 한 층 올라가면 ‘추억을 들려드립니다’라고 적힌 ‘수리수리청음실’을 발견할 수 있다. 패티김과 비틀즈, 다양한 뮤지션들의 LP판을 만날 수 있는 이 곳은 수백 장의 LP를 자유롭게 들을 수 있고, 본인이 직접 음반을 가지고 와서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소장하고 있는 LP가 있다면 추억을 나누고픈 이들과 함께 이곳 세운상가에서 낭만을 만끽해 보기를 추천한다.


세운상가 내 수리수리청음실의 풍경



음악을 대하는 태도

안선영 대표는 LP를 케이스에서 꺼내고, 핀을 놓는 행위 자체가 음악을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라고 말했다. 그런 엄숙한 과정을 거쳐 음악을 더 깊고 풍부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음악을 ‘듣는다’기 보다 생활패턴에 맞추어 가볍게 ‘소비했던’ 우리들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골목콘서트에 참여하고 나니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콜론비아츠의 로고( : b arts)였다. 접속사를 대신하여 두 문장을 한 문장으로 연결해주는 콜론(:), 그리고 가벼운 웃음을 의미하는 이모티콘에서 예술과 사람을 진지하게 연결해주고자 하는 진심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기획자는 인문을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이라고 했다. 주역에 ‘묵묵히 이루어가면 말하지 아니하여도 믿는다’는 문구가 있다고 한다. 오늘 골목콘서트에서 만난 세운상가의 장인, 시련을 이겨낸 첼리스트처럼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을 보며, 인문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살아가는 것이라고 가슴에 되뇌어본다.


나에게 인문이란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이다



○ 리뷰 및 인터뷰 정리 - 김미영

○ 영상 촬영/편집 - 이용호

○ 사진 촬영 - 박주영

○ 도움 주신 곳 - 콜론비 아츠 갤러리, 수리수리협동조합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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