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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비빔밥, 한 그릇

다시, 마을이다

2020-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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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골목콘서트 네 번째 이야기, 터줏대감이 알려주는 우리동네. <비빔밥, 한 그릇> 대구 달성토성마을 다락방 10.29(화)15:00


일상의 기적이 만든 달성토성마을


달성토성마을다락방 외부 전경


대구 서구에 위치한 비산 2, 3동은 별 모양의 달성공원(토성)을 품고 있어 달성토성마을로 불리는 곳이다. 1980년대 섬유산업 쇠퇴로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이래로 이 곳은 골목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노인들이 대부분인 조용한 마을이었다. 일상의 소소한 변화가 마을에 ‘기적’을 불러온 것은 2015년부터였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집안에 있던 화분을 내놓기 시작하고, 함께 골목길을 가꾼 결과로 만들어진 '골목정원'이 조명을 받으며 전국 각지에 화제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조용한 주택가였던 마을은 현재 골목정원 투어와 매년 열리는 골목축제로 해마다 5,000명 이상이 방문하는 도시재생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지난 10월 29일(화) 오후, 주민들이 모여 다양한 교육과 회의를 할 수 있는 마을공동공간 ‘달성토성다락방’에서 마을공동체를 주제로 골목콘서트<비빔밥, 한그릇>이 열렸다.


골목콘서트가 열리는 달성토성다락방 2층


이번 골목콘서트는 달성토성마을에 모여 교육잡지를 읽는 엄마들의 모임인 ‘민들레’에서 마을 공동체와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해보자는 제안이 열매를 맺은 것이었다.

모임 구성원의 대다수는 인근 마을 주민이 아니라 차로 한 시간이나 떨어진 곳에서 찾아온 대구의 엄마들이었다. 이들이 달성토성마을에 모이게 된 이유는 뭘까. 이번 골목콘서트의 양현정 기획자 님의 말에 따르면 달성토성마을이 주는 특유의 ‘끌림’이 컸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문화를 만들어가는 달성토성마을의 공유부엌과 다락방, 골목정원의 매력,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정감 넘치는 골목길이 편안함과 영감을 준다는 것.


다시, 마을이다

이윽고 시작한 골목콘서트에서는 달성토성마을이 자랑하는 골목해설사 할머니들의 하모니카 축하공연과 그림책<우리동네 한바퀴>를 영상과 함께 낭독하는 시간이 마련되어 눈길을 끌었다.


달성토성마을 골목해설사 할머니들의 하모니카 공연


그리고 골목콘서트의 본격적인 프로그램으로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이자 국내 대표적인 문화인류학자인 조한혜정 교수의 초청 특강이 이어졌다. 조한혜정 교수는 근대의 시작이자 인문의 출발점이 되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역사적인 큰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가 어디에서부터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며 현재를 진단할 수 있게 해주는 시간을 선물했다.


문화인류학자 조한헤정 교수 특강 모습1 


조한혜정 교수에 따르면 한국은 고도의 압축성장을 거치며 다양한 세대의 가치관과 이념이 다이나믹하게 충돌하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가령 영화 <국제시장>에 나타난 산업화 세대, 영화 <변호인>으로 상징하는 민주화 세대, 1990년대 자율성과 개성이 강조되던 이른바 서태지 세대를 지나 현재는 무한경쟁으로 공동체는 상실되고 내 가족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각자도생의 시대이자 사회구성원들 대부분이 극단적으로 위험을 회피하고자 하는 사회,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피로사회, 불임사회로 변모하는 과정을 겪었다는 설명이었다.


대구 달성토성마을 골목콘서트 풍경


 한편, 오늘날은 탈근대, 탈진보의 시대로 인간을 새롭게 봐야 하는 탈바꿈의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지식보다는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생각이 중요시되는 창의성의 시대로, 목적지향적이고 도구적인 합리성보다 조화로운 관계 속에서 소통과 공감능력을 중요시하는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조한혜정 교수는 “여태까지는 노동자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아왔다. 이제는 복잡한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함께 살아갈 삶에 대해 토론하고 관심을 가지는 노력이 더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인류세’(최근 짧은 기간 동안 인간이 만들어 내는 각종 활동에 의해 큰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에 이 시기를 따로 분리하자고 제안된 기간)라 불릴 정도로 기후위기 등 전지구적으로 극심한 변화를 초래했던 인류의 지난 과오를 성찰하며. 자신을 상호의존적이고 사회적인 존재로 바라보는 소통과 공감능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한헤정 교수님의 강연 모습2


조한혜정 교수는 이를 위해서 “우리는 자발적으로 내가 좋은 사람이며, 사회적인 존재임을 느끼게 해주는 안전하고 편안한 제 3의 공간을 필요로 한다. 이처럼 개인이 자발적이고 안전하게 머무르며, 자율과 공생, 돌봄, 소통 등 느슨하면서도 지속적인 관계가 이뤄지는 사회적인 공간으로서 새로운 마을공동체가 필요할 것이다.” 라는 생각을 들려줬다.



공유부엌, 비빔밥 한 그릇

골목콘서트를 마무리하는 말미에 양현정 기획자는 영화<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을 소개하며, 조한혜정 교수의 칼럼을 인용하기도 했다.


‘가족 3부작을 만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서는 생계를 책임지지 못하는 부모 아래서도 스스로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 준다. 그리고 그들을 키우는 것은 마을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든 아이들을 자기 손주처럼 애틋하게 대하는 마을, 농사를 짓고 음식점을 하면서 일상이 제대로 굴러가는 마을이 아이들을 키운다.’  


- 민들레103호, 조한혜정 <시민적 공공성을 위한 교육의 전환> 中 -


마을 공유부엌 함성의 외부


비빔밥 재료들로 가득한 공유부엌의 내부 모습


활짝 웃으며 비빔밥을 먹고 있는 아이들



마을, 지속적인 돌봄과 연대의 공간

이번 골목콘서트에서는 일상의 문제들을 이웃들과 함께 고민하고 스스로 해결하고자 애쓰는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양현정 기획자님이 얘기한것처럼 인문이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비밀번호의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다. 그들의 환한 웃음을 보며 여기 달성토성마을처럼 우리에게도 지속적인 돌봄과 연대의 공간으로서 ‘마을’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에게 인문이란 사람에게 가닿을 수 있는 비밀번호

 

 

○ 리뷰 및 인터뷰 정리 - 임귀연

○ 영상 촬영/편집 - 김상혁

○ 사진 촬영 - 박주영

○ 도움 주신 곳 - 달성토성마을 다락방, 달성토성마을 공유부엌 함성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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