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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깜짝 퀴즈] 문학평론가 신형철

- 인문, 깜짝퀴즈 -

신형철

2023-01-05

인문, 깜짝 퀴즈 문학, 철학, 역사학 등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국내 인문학 전문가들이 일반 시민, 독자들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인문 도서 내용을 토대로 출제합니다. 퀴즈는  객관식 1문항, 주관식 1문항으로 이루어집니다. ‘깜짝’ 퀴즈답게 수능이나 공무원 시험 등 각종 고시에 출제될 법한 정형화된 문제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퀴즈를 선보입니다. 특히 객관식 퀴즈는 질문과 보기, 결정적 힌트만 찬찬히 읽어보면 미처 책을 읽지 못한 사람도 답이 훤히 보여 누구나 쉽고 흥미롭게 풀 수 있도록 설계된 ‘응답자 맞춤형’ 인문 퀴즈입니다. 매회 출제마다 출제자가 직접 응답자 세 명을 선정, 소개된 책과 소정의 사례품을 선물로 보내드립니다.


사랑합니다. 당신이 존재하기를 원합니다.

- 신형철 시화 『인생의 역사』 중에서 -



ㅇ 출 제 자 : 문학평론가 신형철

ㅇ 응모기간 : 2023년 1월 5일(목)~2023년 1월 19일(목)

ㅇ 응모방법 : 본문 댓글 및 인문360 SNS 댓글 참여

ㅇ 당첨자 선물:  신형철 시화 『인생의 역사』 및 소정의 사례품

ㅇ 당첨자 발표 : 2023년 1월 25일(수) 예정



[인문, 깜짝 퀴즈] 문학평론가 신형철

신형철 시화 『인생의 역사』 책 표지 (이미지 출처: 알라딘)



책에는 대체로 ‘자기소개’ 코너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책머리에’, ‘펴내며’, ‘저자 서문’ 등으로 부릅니다. 그 지면을 거추장스러워하는 분도 있습니다만 저는 그것을 소중히 여기며 공들여 쓰는 타입입니다. 그래서 가급적 열심히 써 왔고, 이번 책 <인생의 역사>(난다, 2022)에도 틀림없이 써두었습니다. 자기소개는 짧지도 길지도 않아야 하죠. 너무 짧으면 생각이 없어 보이고 너무 길면 눈치가 없어 보입니다. 눈치 없어 보이는 게 더 싫어서 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2016년 한 해 동안 일간지에 연재한 글이 주재료였지만, 거기에 5년 동안 조금씩 살이 붙어 이 책의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이영광 시인의 시 「사랑의 발명」에 대한 글(‘무정한 신과 사랑의 발명’)이 이 책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랑은, 한 사람을 계속 살아가게 만들기 위해 그의 곁을 지키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발명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곁에서 뭘 해야 할까요. 그 답은 저 글을 쓰고도 몇 년 후에 차례로 알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을 돌봐야 하고(내가 사랑하는 그가 살아 있을 수 있도록), 무엇에든 조심해야 한다는 것(그를 돌보는 내가 살아 있을 수 있도록). 당연한 답입니다. 그러나 책을 읽어 머리로 아는 것과 삶에서 겪어 몸으로 아는 것은 달랐습니다. 몸으로 알고 나서야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돌봄’과 ‘조심’에 대한 글이 이후에 쓰여져 책의 처음과 끝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사랑의 발명은 곁의 발명이고, 곁을 지킨다는 것은 돌봄과 조심의 주체가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까지 이르고 보니, 이영광 시인에 대한 글도 조금 고치고 싶어졌습니다. 이 모든 내용을 아우르는 적당한 문장을 그사이 찾아두었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절실히 필요한 문장이 있는데 그게 무엇인지는 모른다. 어느 날 어떤 문장을 읽고 내가 기다려온 문장이 바로 이것임을 깨닫는다.” 이번 책 어딘가에 이렇게 적기도 했는데, 저에게 바로 이런 체험을 하게 한 문장입니다. 그 문장을 꼭 인용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연재 당시와는 다른 버전의 글이 책에 실리게 되었지요. 그 문장을 사용하기 위해 새로 써넣은 부분이 아래 대목입니다.



“두 사람[쇼펜하우어와 막스 셸러: 인용자 주]의 말은 모두 진실이다. 그러나 나의 진실은 아니다. (중략) 나의 진실은 다음 문장에 있다. ‘Amo: volo ut sis.’ 하이데거가 아렌트에게 보낸 사랑의 편지에 적힌 아우구스티누스의 말, 훗날 아렌트가 『전체주의의 기원』(9장 2절)에서 다시 적은 그 말. ‘사랑합니다. 당신이 존재하기를 원합니다.’ 사랑은 당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기를 원하는 단순하고 명확한 갈망이다. ‘너는 이 세상에 있어야 한다.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아모 볼로 우트 시스. 세상이 고통이어도 함께 살아내자고, 서로를 살게 하는 것이 사랑이 아는 유일한 가치라고 말하는 네 개의 단어.”


 - 「무정한 신과 사랑의 발명」 중에서 -



사랑의 발명을 위해 필요한 주문(呪文)이라는 게 있다면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고치고, 책을 찍었습니다. 원점으로 돌아와, 책의 심장인 글을 한 번 더 손질함으로써, 책이 완성된 것이었죠. 결국 이번 책의 핵심도 ‘사랑’이었습니다. 사랑 타령만 하는 가수는 보기 싫습니다. 답답하고 한심하다는 생각조차 듭니다. 그것은 성장하지 않는 정신을 지켜보는 짜증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가수가 아니고 제 글도 타령이 아니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계속 사랑에 대해 말할 것 같습니다. 다만 그것이 저의 생애주기에 맞게 점점 깊어지는, 그래서 성장하는 정신의 증거가 되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1. 객관식 퀴즈


<인생의 역사>에서 제가 ‘사랑의 발명’을 위해 필요한 주문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① 아모 볼로 우트 시스

② 윙가디움 레비오사

③ 익스펙토 패트로늄

④ 오블리비아테

⑤ 아바다 케다브라

 

* 결정적 힌트 : 답을 제외한 나머지 네 개는 모두 『해리포터』에 나오는 주문입니다. 

 

2. 주관식 퀴즈


위의 객관식 문제의 답을 한국어로 옮기면 “사랑합니다. 당신이 존재하기를 원합니다.”가 됩니다. 저는 여러분의 주문이, 그러니까 여러분의 사랑이 궁금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사랑합니다. 당신이……” 이후에 어떤 문장을 적어 넣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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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깜짝 퀴즈] 평론가 신형철 ㉗

- 지난 글: [인문, 깜짝 퀴즈] 소설가 전성태 ㉖


 

 

 

 

 

 



정답 및 해설

 





1. 객관식퀴즈

정답:  ① 아모 볼로 우트 시스

여러분이 보내주신 답이 가급적이면 제가 인용한 원래 문장의 길이와 비슷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길게 쓰면 쓸수록 더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겠지만, 짧은 문장 안에 깊은 내용을 담는 게 더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리고 제가 인용한 문장에서 화자는 당신에게 원한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것이 지금의 당신과는 다른, 더 나은 존재가 되어 달라는 강압적인 요구가 아니라는 게 핵심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간절한 원함이라고 할까요.

이 두 가지 요건을 생각하면서 세 분의 답을 골랐습니다.

 

 
 

2. 주관식퀴즈

◆ 당첨인: Jeongseon Sarah Han, 김영미, angrychoimoyang

 
,


Jeongseon Sarah Han 님 : 사랑합니다. 당신이 아름다워서 저도 아름답습니다.

물론 외모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겠고, 당신이 아름다운 사람이어서, 나 역시 그런 당신에게 어울리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이겠지요. 제가 책에서 인용한, 사랑은 대상을 통해 자기를 더 사랑하게 되는 일이라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말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김영미 님 : 사랑합니다. 당신이 돌아오기를 원합니다.

남편을 암으로 떠나보내셨다는 사연 때문에 제 마음이 움직인 것은 아닙니다. 늘 듣고 살았던 갔다 올게라는 말이 그렇게 그립다고 쓰신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덕분에 답에 적어주신 돌아온다는 표현에서 어느 평범한 귀가의 장면을 떠올렸고, 그게 더 아팠습니다.

 

 

angrychoimoyang 님 : 사랑합니다. 당신이 스스로를 사랑하기를 원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일이 고통이 되는 때는 그가 자신을 돌보지 않는 모습을 보는 때이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의 존재가 나를 살게 하는데, 당신이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면 그건 나에 대한 위협이 되기도 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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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 문학평론가 사진
신형철

문학평론가
문학평론가. 2005년 계간 『문학동네』에 글을 발표하면서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몰락의 에티카』 『느낌의 공동체』 『정확한 사랑의 실험』 『인생의 역사』를 출간했다. 2014년 봄부터 2022년 여름까지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재직했고, 2022년 가을부터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비교문학 협동과정)에 재직 중이다. 관심사는 예술의 윤리적 역량, 윤리의 비평적 역량, 비평의 예술적 역량이다.

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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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진 이미지

김**

2023-01-19

정답 1번 아모 볼로 우트 시스/ 사랑합니다. 당신이 돌아오기를 원합니다. "갔다올게" 이 다정한 한 마디,
이제는 결코 들을 수 없는 말이기에 이루지 못할 주문을 읊조려봅니다. 사랑의 발명에 대한 글이
무척 아프고 슬프게 와닿네요. 내가 사랑하는 그를 살아 있을 수 있도록 돌보지 못해 절실하게 사랑했음에도
남편을 암이라는 병에서 살려내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그가 남겨놓은 따뜻한 사랑이
저를 여전히 살아내게 합니다. 고맙고 그립고 여전히 사랑합니다.(77)

이** 사진 이미지

이**

2023-01-05

정답 : ① 아모 볼로 우트 시스 (35)

문** 사진 이미지

문**

2023-01-13

1번 아모 볼로 우트 시스
2번 사랑합니다. 당신이 오래도록 건강 하기를 원합니다.
2021년 암진단을 받고 아파보니 비로소 두발짚고 땅에서 걸어 다닌것이 가장 큰 행복임을 알게 되었지요. 사랑하는 이들이 곁에서 나를 일으켜 세워주고 함께 걸어 주는 일이 얼마나 큰 사랑인지도요. 건강하다면 못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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