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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는 도심 속 철공소가 있다

임다은

2022-08-08

어딘가에는 도심 속 철공소가 있다

임다은 지음/이유출판/2022년/13,800원


 

대전 원도심의 철공소 거리 탐방기 


어딘가에는 @ 있다 시리즈. 『어딘가에는 도심 속 철공소가 있다』. 대전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로컬숍을 운영하는 임다은 작가가 로컬에 대한 애정으로 도심 탐방기를 냈다. 대전의 미니 공단으로 불리며 쉬지 않고 기계가 돌아가던 대전역 인근 철공소 거리를 탐구하여 기록했다. 사통팔달의 입지 덕에 활발하게 물류가 오가며 북적였던 곳이 이제는 화려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세월의 무게를 감내하고 있다. 70여 년의 시간을 간직한 원동의 철공소 거리에서 금속 제품을 만드는 일에 청춘을 바친 장인들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 이곳에서 세 명의 장인을 만났다. 


요즘의 레트로 열풍은 과거로 향한 이 시대의 욕망을 보여준다. 70~80년대의 고성장 시대. 활기차게 돌아가는 기계들로 상징되는 그 시절의 흔적은 21세기가 되어 자취를 감춘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도심 곳곳에 여전히 존재한다. 이 책은 과학과 교통 도시로 알려진 대전을 다른 시각에서 살피며 원동 철공소 거리가 IMF 이전까지 우리나라 금속 제조업의 메카로 명성을 떨친 곳임을 기억하게 해준다. 화려했던 시기를 보내고 이젠 텅 빈 듯 한적해진 거리 풍경은 우리를 향수에 젖게 만든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현대사의 질곡처럼, 호황기를 누리던 원동 철공소 거리엔 기계에 손이 잘리거나 갈비뼈가 부러지고, 학교 가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일터로 향하고 망치로 얻어맞으며 일을 배워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언젠가부터 시대의 뒤안길이 된 그곳에서 장인들은 여전히 용광로의 뜨거운 쇳물처럼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삶 또한 우리가 기억해야 할 대전의 모습이다.

 

 

 『어딘가에는 도심 속 철공소가 있다』 책소개/출처: 교보문고


 

 “우리 집이 산내였는데, 그때는 아주 시골이었어. 내가 중학교 3학년을 댕기다 학교를 중퇴했어. 돈이 없어서. 그때만 해도 철공소 하면 돈을 엄청 많이 번다고 했거든. 그래서 아버지 지인이 추천해줘서 여기 남선기공이라고 있었는데, 거기 주물부로 취직을 했어. 그때가 열일곱 살 때였지.” 


 1950년 원동에 설립된 대전 최초 공업사 남선기공에서 한평생 주물 일을 해온 송기룡 장인의 회고다. 윤창호 장인은 홀어머니 고생 덜어드리고자 14살 때부터 철공 일을 시작했다. 퇴근 후 동료들과 막걸리 마시며 회포 풀던 과거를 그리워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도전한다. 80년대 후반 철공 일을 시작해 한 공장에 10명씩 기계 돌리던 대전 미니 공단 호황기를 기억하는 홍경석 장인은 오늘도 자리를 지킨다. 1970~80년대 고도성장 시대를 거치며 IMF 전까지 우리나라 금속 제조업 메카 가운데 한 곳으로 이름 높던 대전 원동 철공소 거리의 역사는 대전의 역사, 대한민국 역사의 축도(縮圖)이거니와 그 지역에서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삶의 역사다. ‘미니 공단’으로 불리던 그곳에는 작업하다가 기계에 손 잘리거나 뼈가 부러지고, 학교 가는 친구들 부럽게 바라보며 일터로 향해 얻어 맞아가며 일 배워야 했던 사람들의 삶이 있다.


 ‘미니 공단’으로 불리며 88올림픽 전후로 최고 호황을 누리다가 쇠락한 철공소 거리는 물론이거니와, 사통팔달 입지 덕에 북적이던 대전역 근처 원도심 혹은 구도심은 이제 한적하기만 하다. 6.25전쟁 때부터 조성된 역전시장은 좋은 농산물이 많아 한때 호황을 누렸지만 지금은 그 시절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고 골목으로 들어갈수록 점포도 줄어들고 왕래하는 사람도 적다. 어느 도시에서든 원도심, 구도심은 쇠락의 다른 말이다.


 과거와 오늘을 기록하여 보존하고 기억한다는 것.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책은 드물게 인간적이다. 주제는 대전의 특정 지역과 분야, 관련 인물들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 한 지역 한 지역, 한 분야 한 분야의 이야기가 쌓이고 얽혀 이루어진 것이 우리 모두의 역사다. 강원 고성 온다프레스, 충북 옥천 포도밭출판사, 대전 이유출판, 전남 순천 열매하나, 경남 통영 남해의봄날 등 다섯 출판사들이 공동 기획으로 펴낸 <어딘가에는 @ 있다>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이다.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권한다.



 

▶ 추천사: 표정훈, 평론가




■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책나눔위원회 2022 <8월의 추천도서>

■  URL  https://www.readin.or.kr/home/bbs/20049/bbsPostList.do#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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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다은

인문/교육작가
대전에서 오롯이 학창 시절을 보냈다. 대학을 마치고 문화 기획과 예술 교육의 현장에서 일했다. 문화예술 단체와 공기업에서 근무했고 대학원에서 문화예술경영을 공부했다. 이후 보다 안정적인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동네 근처에서 창업했다. 2019년 ‘다니그라피’라는 이름으로 1인 출판사를 열고,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은 로컬숍 ‘머물다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쓰고 찍고 만들고 싸돌아다니는 일을 좋아한다. 대전의 여러 동네를 기웃거리며 마을 중심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사람들을 만나 기록하는 아카이빙 작업을 하고 있다. 먼 훗날의 유물을 지금 만들어가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한다.

공공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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