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인문360인문360

인문360

인문360˚

가족을 구성할 권리

김순남

2022-12-05

가족을 구성할 권리

김순남 지음/오월의봄/2022년/13,800원


 

가족은 어떻게 저항의 언어가 될 수 있을까? 

혈연과 결혼뿐인 사회에서 새로운 유대를 상상하는 법 


급격한 가족변동의 시대다. 매년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아이들은 점점 더 적게 태어난다. 많은 사람이 더 이상 결혼을 필수로 여기지 않고, 기존의 가족규범을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는 것 또한 놀라운 이야기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성 부부와 두 자녀로 구성된 4인 가족의 신화는 과거로 저문 지 오래, 1970년 5.2명이던 평균 가구원수는 매년 꾸준히 감소하며 2021년 2.3명이 되었고(통계청, 〈인구총조사〉, 2021), 취업-연애-결혼-출산으로 이어지는 생애주기의 ‘정상성’이 허구라는 걸 알아챈 사람들은 더 이상 ‘그 가족’을 중심으로 생애경로를 계획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의 사회제도는 거의 대부분 ‘그 가족’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한국사회가 상정하는 ‘시민’이란 이성애규범적인 가족중심 시민모델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사회의 기본단위가 개인이 아닌 가족으로 상상되고, 그 가족에게 사회적ㆍ경제적 생존이 떠맡겨지는 사회에서 제도는 철저하게 ‘정상가족’만을 보호하고 ‘권장’한다. 이런 사회에서 시민들은 ‘정상가족’을 매개로만 생애안정성을 상상하도록 강요받는다. 당신은 가족을 구성할 수 없다고, 그런 관계는 가족이 아니라고 말하는 기준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이 책의 저자이자 가족구성권연구소 대표인 김순남은 바로 그 지점에서 가족을 저항의 언어로 사유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족을 구성할 권리』 책소개/출처: 교보문고



인문학을 날카로운 비판과 면밀한 해석을 통해 인간됨의 의미를 묻는 것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면, 김순남 선생의 이 책은 가족에 관한 좋은 인문학적 성찰을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오늘날 가족이 위기를 겪고 있다거나 가족 제도 내지 가족 구조의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선생은 이 책에서 이러한 위기 내지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따져 묻고 있다. 선생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가족 구조의 변화를 단순히 가족의 위기라고 부르는 것은 부적절할뿐더러 위험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 이유는 가족의 위기라는 표현은 이미 어떤 정상적인 가족의 모델을 전제하는데, 그것은 이성애에 기반을 둔 가부장제 모델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현재 가족의 변화는 일시적인 것이며, 언젠가는 다시 정상적인 가족의 모델로 되돌려야 할 비정상적인 변화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 대신 선생은 오히려 현재의 가족의 변화를 통해 가족구성권의 문제를 더 진지하고 깊이 있게 사고하고 실천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가족구성권 개념은 다양한 가족의 차별 해소와 모든 사람이 원하는 가족, 공동체를 구성하고, 차별 없는 지위를 보장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선생은 이 개념에 기반을 두고 가족을 둘러싼 여러 갈래의 복합적인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그것은 퀴어, 장애인, 비혼 여성, 싱글맘, 빈민 등과 같이 기존의 정상적인 가족 구조에서 배제되거나 그 속에서 차별받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가족의 문제를 다시 사고하려는 기획이다. 가족 제도는 인류사에서 가장 오래된 제도 중 하나인데, 이 책은 그 제도에 관한 근본적인 성찰을 촉구하고 있는 셈이다. 간명하고 정제된 글쓰기가 이 어렵고 복잡한 문제에 대한 더 많은 독자들의 접근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가족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다.

 

 

 

▶ 추천사: 진태원, 성공회대 연구교수




■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책나눔위원회 2022 <12월의 추천도서>

■  URL  https://www.readin.or.kr/home/bbs/20049/bbsPostList.do#none


 

 

  • 가족을구성할권리
  • 김순남
  • 가족
  • 사회
  • 가족변동
  • 사회제도
  • 인구
  • 책나눔위원회
  • 추천도서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 인문360
  • 이주의책
공백 이미지
김순남

사회학자
가족상황 차별을 해소하고 시민적 유대가 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가족구성권연구소 대표. 여성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성공회대학교에서 강의하며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 한국여성학회 이사, 한국가족학회 연구위원으로도 일한다. 오류동퀴어세미나를 통해 함께 배우고 성장하며 섞이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이성애결혼/가족규범을 해체/(재)구성하는 동성애 친밀성〉(2013), 〈이성애 비혼여성으로 살아가기〉(2016), 〈세계 만들기로서의 퀴어정치학〉(2018) 등이 있고, 공저로 《무지개는 더 많은 빛깔을 원한다》(창비, 2019), 《시설사회》(와온, 2020), 《다시 쓰는 여성학》(한국문화사, 2021) 등이 있다.

댓글(0)

0 / 500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