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인문포럼 <제4회 인간과 문화>

AI 시대에 창의적으로 살 필요가 있는 것인가?
202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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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순 : 안녕하세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인문360 인문포럼 파트2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오늘 사회를 맡은 덕성여대의 장태순입니다. 인문360 인문포럼은 사회, 문화, 기술, 과학 등 여러 분야의 변화에 대한 인문적 가치와 해법을 모색하고 사회적 담론을 확산하기 위해서 매년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인간과 문화, 인간과 기술과학 분야로 나눠서 총 8번 진행되고 있습니다. 올해 포럼의 대주제는 ‘5년 후,  우리의 삶’입니다. 그동안 국제 정세 기술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큰 변화가 있었고요. 특히 코로나 이후에 우리 삶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런 변화의 시대에 삶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를 느끼게 됐습니다. 그래서 올해 인문360 인문포럼에서는 5년이라는 적당히 가까운 미래를 설정하고 5년 후에 우리의 삶을 그려보면서 지금을 살피고 다가올 미래를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올해 인문360 인문포럼은 전부 두 파트로 진행되고 있고요. 8번의 강연이 파트 1과 파트 2 이렇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중에서 파트 1은 9월 21일에 첫 번째가 시작됐고, 10월 19일에 네 번째로 마무리가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파트1의 네 번 모두 사회자로 참석했었는데요. 굉장히 훌륭한 강연자 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굉장히 기뻤고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파트 2는 11월 14일부터 시작했고요. 오늘이 파트 2의 두 번째 시간입니다. 앞으로 오늘을 포함해서 세 번 더 파트 2가 진행되는데요. 파트 2에서는 한 분의 강연자가 아니라 세 분의 강연자를 모시고 진행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오늘도 제가 파트 2에 원래는 예정에 없었는데 원래 사회자이신 김재인 교수님께서 갑자기 사정이 생기셔서 잠시 참여하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 같이 하게 될 강연자 분들 잠시 뒤에 소개해 드리겠지만 굉장히 일단 재미있는 분들이시고요. 그리고 굉장히 우리한테 뜻깊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실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오늘의 순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오늘 주제는 여러분들 다 보셨다시피 ‘AI 시대에 창의적으로 살 필요가 있는가?’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주제입니다. 먼저 세 분 강연자께서 짧은 강연, 저희가 미니 강연이라고 불렀습니다만 짧은 강연을 진행해 주시고요. 한 분당 한 10분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이 강연이 끝난 다음에 세 분과 함께 좀 자유로운 대담. 일종의 프리토킹같은 대담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그러고 나서 여러분들께서 해주시는 질문. 그리고 온라인으로 해주시는 질문에 대해서 답을 드리는 시간을 가지고요. 질의응답이 끝나고 나면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 참석하신 분들께서 강연자분들께 사인을 받으실 수 있는 기회, 일대일로 만나실 수 있는 기회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이런 식으로 진행될 텐데요. 말씀드린 대로 일단 오늘 참여하신 세 분의 강연자 혹은 대담자분들께 먼저 짧은 일종의 기조 발제라고 할 수 있죠? 미니 강연을 부탁드리게 됐습니다. 맨 먼저 강연해 주실 분은 한혜원 교수님이십니다. 사실 오늘 주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AI 시대에 창의적으로 살 필요가 있는 것인가?’ 굉장히 도발적인 주제고, 창의성이라는 자유를 필요로 하는 주제이기 때문에 제가 강연자분들 소개를 평소와는 약간 다르게, 그동안 제가 네 번 했던 거와는 약간 다르게, 좀 도발적이고 발칙하게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강연하시는 분들께 각각 제가 제멋대로 별명을 붙였는데요. 오늘 행사 시작하기 전에 먼저 뵙고 말씀을 드리긴 했지만 어떤 분들은 좀 못마땅해  하시고, 어떤 분들은 좋아하시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하지만 제가 지금 무대에서 얘기하는 거기 때문에 싫어하셔도 할 수 없는데, 일단 한혜원 교수님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긴 합니다만 한혜원 교수님은 제가 보기에 국문학계의 원조 아이돌이십니다. 원조 아이돌이라는 말씀을 드린 이유는 이제는 아이돌 하시기에는 좀 나이가 드셔서 아이돌은 은퇴하신 것 같고, 하지만 역시 학자로 계속 활동하시고 계시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돌이라는 말씀을 드린 이유는 처음 등장하셨을 때, 학계에 등장하셨을 때, 굉장히 큰 충격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보아라고도 말할 수 있고, 어쩌면 서태지라고 말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소개를 드리는 이유는요. 한혜원 교수님께서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셨는데요. 그때 박사학위를 받으실 때 논문 제목이 ‘디지털 게임의 다변수적 서사 연구’라는 거였습니다. 당시에 국문학과에서 게임을 가지고 박사 학위를 받는다는 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듣기로는 교수님의 지도 교수님께서 논문 심사장에서까지도 “혜원아, 이 논문 제목에서 게임만 좀 빼면 안 될까?”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그 이후에 시대가 완전히 바뀌어서 이제는 게임에 대해서 연구하는 게 오히려 학계에서 주류가 되어버렸죠. 그런 식으로 시대를 앞서가신 분이십니다.
        지금 현재는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시고요. 많은 저서와 특히 굉장히 많은 산업계와의 연구를 통해서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을 어떤 의미에서 끌고 가시는 그런 중요한 역할을 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면 한혜원 교수님을 모시고 강연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박수로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혜원 :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방금 소개하신 게 너무 과찬이라 제가 말고 다른 분이 올라와야 될 것 같은, 저도 아미이기는 한데요. 아이돌 얘기 이렇게 그건 사실이긴 합니다. 이 번호는 나중에 증거로. 일단 오늘 이렇게 좋은 자리에 불러주셔서 정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저는 아까 소개받은 것처럼요. 이화여자대학교 안에, 신산업융합대학 안에, 이제 융합콘텐츠학과라고 해서요. 그 안에 사실 이제 공학이나 디자인, 음악, 공학, 다양한 기술 경영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신데, 그중에 이제 저는 콘텐츠 기획 및 스토리텔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실 오늘 아마 이거 끝나시고 바로 신속히 댁에들 가실 거죠? 10시에 이제 우리나라의 첫 경기가 있긴 합니다. 그래서 저는 사실 많이들 안 오시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와주신 것에 대해서 정말 더더욱 감사드리고 리스펙트를 드리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제 혹시 축구 보셨나요? 사우디의 역전 드라마. 정말 스토리를 AI가 생성해도 그렇게 생성할 수 없는 3위를 50위가 꺾어버리는 한판을 보셨겠고, 또 어제 혹시 일본의 극적인 드라마는 약간 저는 심기 불편하게,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데, 우리의 드라마가 더 극적이라면서 아마 보셨을 것입니다. 보시다 보면요. 이 월드컵 이제 주관 기관인 피파가 이제 중간 중간에 이제 광고할 때 이렇게 뜹니다. 피파라고요. 근데 그 옆에 잘 보시면 피파온라인이 같이 뜹니다. 그래서 이제 어떤 분들은 ‘이게 무슨 온라인 사이트가 있나? 피파에?’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겠고, 너무 잘 아시는 분들은 그래 피파는 온라인 피파온라인 게임을 실시간 온라인 게임을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이제 흥미로운 게 뭐냐 하면 이 피파 온라인 게임은 굉장히 좀 오래된 게임인데요. 그러니까 일종의 스포츠를 소재로 한 게임이죠. 근데 이제 피파 게임이 굉장히 대중적으로 인기를 제일 많이 얻는 시기들이 몇 시기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이 월드컵 시즌이라고 합니다. 뭐냐면 그렇게들 많이 보시지 않을까요? 오늘도 그렇고 우리가 보다 보면 ‘아니 왜 저기서 왜 똥볼을?’ 이라던가 ‘아니 감독은 왜 A군은 안 넣는 거야?’ 라던가 저희가 아마 오늘 10시 이후에 외칠 ‘나라면 저렇게, 내가 감독이라면, 내가 선수라면’ 하는 사실 매직의 이프(IF) 들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피파 온라인이라는 게임이 왜 이 피파가 실제로 벌어지는 월드컵 기간 중에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을까 생각해 보면 바로 그런 매직의 이프. ‘나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것을 단순히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것을 구체적으로 가상 세계에서 대안적으로, 내가 대한민국이 월드컵 우승할 수도 있는 그 꿈을 실제로 한번 해보는 어떤 그런 경험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사실 이제 가상 세계라고 했을 때 아마 많이 들어보신 마치 신조어처럼 한 3년 전부터 굉장히 유행하고 있는 기술이 유행어라고 저는 생각을 하는 것이 이 메타버스, 인공지능 혹은 이제 실감형 콘텐츠 작년에는 이제 XR이라고 해서 익스탠디드 리얼리티 확장 현실. 매해 사실은 이 네이밍이 바뀔 정도로 굉장히 급변하는 사회를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기술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신기술인 게 맞겠습니다만, 저처럼 이렇게 스토리텔링을 연구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사실은 그것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새로운 낯선 이물질 같은 신기술이 아니라, 사실은 인간이 원래 생각했었고 상상했었던 것만큼 만들어낸 원래 있었던 인간의 욕망의 어떤 결과물로서의 가상 세계와 가상 캐릭터가 아닐까라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실 이제 가상세계란 해 가지고, 이렇게 약간 그래도 뭔가 이렇게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임팩트 있게 정보를 들려다 보니까 약간 줄구를 많이 넣긴 했습니다만, 사실 이제 가상 세계를 일반적으로 개념할 때는 통칭, 저런 식으로든 많이 표현을 합니다. 그래서 일단은 사용자들. 즉, 인간이죠. 인간인 사용자가 아바타를 만들어서 다시 얘기하면 사실 이제 아바타라는 것이 어떤 분들은 현실에 나와 굉장히 비슷하게 만드시는 분도 계시고요. 한번 각자의 아바타를 떠올려보시면 되게 좋을 것 같아요. 또 어떤 분들은 현실과 완전히 반현실, 비현실, 초현실의 아바타를 만드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령 저는 굉장히 뭐라고 그럴까요. 평상시에 폭력적인 사람은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만, 유독 게임을 할 때는 주로 워리어캐릭터, 전사 캐릭터 소위 몸빵이라고 하는 최전선 앞에 쓰는 캐릭터들을 저도 모르게 중요한 건 저도 모르게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상하게 여성 캐릭터를 제가 선택을 잘 안 하고 남성 캐릭터를 선택을 하고요. 이게 이제 나중에 하고 보니까 나온 결론이기는 합니다만 무기의 경우도, 저는 활 이런 거 멀리 원거리 공격 정말 안 좋아합니다. 무조건 해머. 칼도 싫어하고요. 이게 뭐냐면 저도 모르게 제가 그러고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뭔가 현실에서 제가 여성으로서 뭔가 역할을 하는 데 있어서 ‘내가 만약에 지금의 조건이 아니라면 지금의 사회적 환경이 아니라면 이런 매직의 이프를 던진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담이긴 합니다만, 저희 집에 제가 이제 중2 남아를 키우고 있습니다만, 어느 날 가상 세계에서 보니 저의 최측근인 중2 남아와 아버지는 여성 캐릭터를 이렇게 플레이를 하는 걸 보면서 ‘이것은 무엇인가?’ 분명히 이게 가상 세계가 뭔가 재미있는, 뭔가 우리를, 그러나 중요한 건 그것도 저라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그것은 내가 아니야.’라고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캐릭터를 선택해서 아바타를 만들고 실행하는 것마저도 사실은 그것도 어떻게 보면 내가 모르고 있던 또 다른 내가 아닐까라고 생각이 듭니다. 바로 이러한 어떤 개인을 표현하고 재구성하는 것이 사실은 창의성과 아주 긴밀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실 오늘 되게 큰 아젠다를 퀘스천으로 주셨는데 저는 먼저 답을 드리자면, ‘가상 세계와 가상 캐릭터만큼 인간이 자신의 창의적인 것을 발현하기에 좋은 것도 없다.’라는 굉장히 긍정적인 답변을, 미리, 시간이 나중에 늦춰지면 또 답을 못 내잖아요? 답안지 먼저 내고 편안한 마음으로 뒤에 이야기들을 전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사실 저는 아까 앞서 설명해 주신 것처럼 국어국문학을 학사, 석사, 박사까지 공부를 했습니다. 참, 혼종적 주체죠? 제가 저도 ‘내가 여기서 나는 지금 어디 있지? 내가 누구?’ 뭐 이런 얘기를 가끔 하게 됩니다. 프로젝트를 하다가도 그렇고, 항상 왜냐하면 거의 99%의 공학자에 제가 한 명이 껴있기 경우가 많고요. 아무래도 99%의 공학의 분야에는 남성분들이 더 많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한 명이라는 생각보다는 ‘인문학 N 분의 1이다.’ 이런 생각으로 전투적으로 임하게 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사실 기술의 용어들의 앞에서 움츠러들거나 소위 말해 포비아를 느끼는 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래도 이전에 없던 얘기들, 특히 작년에 XR은 ‘XR이 머지? 이게 뭐지?’ 또 막 찾아보니 ‘익스텐디드 리얼리티의 줄임말이다. 특히 미국이 선도적으로 지금 확장된 현실로서 계속 개발하는 중이다.’ 이런 굉장히 막 보고서들을 보다 보면은 움츠러들게 됩니다. ‘이게 내 현실을 좀먹거나 혹은 나를 이렇게 가리는 거 아닐까? 인간이 기술에게 압도당하면 어떡하지?’ 이런 고민을 하게 되는데요. 다시 근원적인 생각을 해보면 인문학을 하는 입장이어서 그런지 이게 다 있더라는 거죠. 뭐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가령 저는 이제 엘리스 캐릭터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상한 나라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어느 날 보다 보면 저런 문구들이 나오게 됩니다. 지금 보시고 계시는 위에 것은 코로나시기에 VNA 뮤지엄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비대면 형식에서 증강 현실을 활용해서, VR을 활용해서 했었던 전시고요. 그 밑에는 이제 실제적으로 1871년에 로이스 캐롤의 “거울 나라의 엘리스”에 있는 아마 거의 첫 장 두 번째 장에 나왔던 장면입니다. 근데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이게 지금 우리가 논하고 있는 XR, 증강 현실, 거울 현실, 미러 월드하고 전혀 다르지 않다는 거죠. 다시 얘기하면 이 상상력의 근원은 워낙에 인간에게 있었다. 기술이 늘 기술하시는 분들이 ‘기술을 알아? 기술이 있어야 돼.’ 항상 있다, 없다로 얘기를 하시지만 저의 주장은 항상 ‘기술이 있고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인간이 상상한 만큼 만들어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상상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라는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실제로 어떤 뉴미디어 콘텐츠들이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은 사실상 기술의 문제로 버그가 발생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 거의 없습니다. 그거는 이제 계속 업그레이드를 하면 되니까요. 문제는 뭐냐면 굉장히 체계적이고 수학적으로 만들어진 뉴미디어 콘텐츠가 굉장히 우발적인 인간을 만났을 때입니다. 그러니까 다양한 인공지능 처음 출연했던 캐릭터들이 문제가 됐던 것은 사실은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고 걔가 발화의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고 인간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에서 일어나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인간은 참 우발적이고, 그렇지 않습니까? 저희는 체계적이지 않습니다. 저희가 어쩌다 이 월드컵이 있는 날 여기에 앉아서 저희가 이렇게 만나게 되었을까요? 이것을 ‘굉장히 필연적이다.’ 이렇게 얘기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제가 늘 저희 중2 아이에게 ‘수능 빼고는 다 우연이야.’ 이렇게 억압을 하기도 하거든요? 사실 우리가 가진 다양한 것들은 우발적인 서사가 많고요. 그에 비해서 사실은 뉴미디어 콘텐츠들은 굉장히 체계적이고 필연적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 둘의 충돌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인간 중심으로 해결해야 된다.’ 라고 이해가 돼야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실 우리가 어떻게 본다면 ‘이 가상 세계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고 했을 때, 요게, 제가, 뭔가, 뒷장 넘겨주시겠어요? 제가 지금 넘어갔습니다. 요 전장 보여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래서 이 가상 세계를 어떻게 우리가 인지하고 대비할 것인가에 대한 건 사실은 현실의 인식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현실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 현실을 일탈적으로 꿈꾸게 되는 욕망에 대해서는 반현실, 비현실, 초현실 즉 허구적 상상력이 극대화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서 가상 세계가 나타나게 됩니다. 그에 반해서 현실에 대한 인식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하거나 혹은 현실의 어떠한 기능들을 연장하거나 하는 형식으로 해서 가상 세계를 일상의 연장으로 만들고자 하는 경우는 보시는 것처럼 사회적 가상 세계, 즉 정보나 지식 전달을 중심으로 하는 실효성 중심의 가상 세계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현재 이 가상 세계들이 굉장히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중이라는 겁니다. 사실은 답을 내리기 굉장히 어려운 것은 지금 다양한 유형과 형태의 가상 세계와 가상 캐릭터들이 막 팝업하듯 나타나고 있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 그중에 굉장히 흥미로운 건, 사실 효능이나 가치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굉장히 흥미로운 시도들도 많이 하거든요? 가령 가장 빨라야 되고 이겨야 되는 게임들에서 오히려 디지털 산책 혹은 느린 게임 혹은 게으른 게임을 만들어내는 등 굉장히 다양한 시도들이 나오고 있어서요. 반드시 ‘인간을 압도하는 것만이 있다.’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 보고 계신 마지막 화면은 저희 학생들이 제 생일에 ‘제페토’라고 하는 가상 세계에서 파티를 해준 경우입니다. 사실 이제 저는 그런 날도 너무 오그라들고 힘들어서 아예 학교 안 오거나요. 아무것도, 저희 랩에서는 일절 하나도 못 들고 들어오게, 뭐 하기는 이렇게 좀 그렇더라고요. 부끄럽고 오그라들고 그래서 그런 걸 못하게 하는데, 가상 세계에서는 사실 굉장히 다양하게 할 수 있었고, 사실 저 가운데가 저고 주변이 저희 학생들인데, 수업 때는 저한테 저런 웃음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제 가상 세계에서는 굉장히 즐거운 어떤 저랑 놀이들을 많이 했거든요? 바로 이것이 어떻게 보면 가상 세계가 나를 표현하고, 그리고 타자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상호작용할 수 있는 그런 어떤 이야기의 잠재적인 가능성을 가진 공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여기서 잠깐 마무리를 하고요, 그러면 뒤에 발표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장태순 : 한혜원 교수님 감사합니다. 제가 말씀드린 대로 아이돌이시죠? 진짜로. 굉장히 스테이지 매너도 뛰어나시고요. 정말 5분만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냥 홀려버립니다. 학계에 이런 분들이 많지 않은 게 불행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저런 분이 한 분이라도 계시는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한혜원 교수님께서는 ‘가상 세계와 창의성’이라는 주제로 말씀을 해 주셨는데요. 가상 세계가 있는 시대에, AI시대에 창의성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무슨 소리냐 가상 세계야말로 가장 인간의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곳이다. 왜냐하면 가상 세계는 인간이 상상한 만큼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요지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우리한테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는 이야기인 것 같고요. 잠시 후에 아마 같이 이야기하면서 이런 얘기를 많이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두 번째 강연자분을 모시겠습니다. 두 번째 강연자분은 굉장히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계신 분인데요. 저한테 주최 측에서 주신 큐시트에 의하면 이분의 소개가 이렇게 돼 있습니다. 재밌어서 제가 그대로 읽어드릴게요. 이분은 작가입니다. 동화 작가입니다. 번역도 하십니다. 그리고 편집자이시기도 하시고요. 그리고 대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님이시기도 하십니다. 이 정도면 누군지 좀 궁금해 하실 수도 있으실 텐데요. 저는 이분을 소개할 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별명을 붙일 때, 이분께서 스스로 붙이신 별명이 마음에 들어서 그걸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그 별명은 아동문학계의 한류 스타인데요. 왜냐하면 진짜 한류 스타이십니다. 이분은 어떤 동화 시리즈를 내셨어요. 여러분들도 아마 들어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북극곰 코다” 시리즈라는 겁니다. 이 시리즈가 세 권의 동화책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이 동화책이 11개국에 번역이 되어, 수출이 되고 있습니다. 정말 한류 스타 맞으시죠? 그리고 사실 동화라는 영역은 우리가 AI에게 맡기기 가장 어려운 영역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 영역이기도 한데, 그 영역에서 지금 굉장히 활발하게 활동을 하시는, 조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대학교에서 세종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는 교수님이시기도 하시고요. 그리고 지금 말씀드린 것처럼 편집장이시기도 하시고요. 여기 나와 있는 출판사 북극곰의 편집장이시고, 그리고 이루리북스라는 서점의 대표이시기도 하시고, 그리고 무엇보다 동화 작가이신 이루리 교수님을 모셔서 그럼 두 번째 이야기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을 박수로 환영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루리 : 여러분 안녕하세요? 네. 반갑습니다. 혹시 저 만나러 오신 분도 계시나요?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 강연을 시작하기 전에요. 저는 그림책이라는 영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림책에 관한 얘기를 조금 하고 강연을 시작할게요. 왜냐하면 제 강연은 진짜 미니 강연이거든요. 이틀 전에 한국 그림책 협회라는 사단법인이 창립 총회를 가졌습니다. 그림책 작가, 출판사, 독자, 도서관 등 그림책을 사랑하시는 많은 분들이 회원으로 가입해서 ‘한국 그림책 협회’라는 걸 만들었는데요. 그 이유가 있습니다. 뭐냐 하면 그림책은 모두들 어린이 책이라고 알고 있지만, 어린이 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림책은 영화나 연극처럼 독립된 예술 장르입니다. 그래서 그림책 안에도 19금 그림책도 있고요. 청소년 그림책, 어린이 그림책이 있죠. 영화가 연소자 관람가 영화가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보는 예술인 것처럼, 그림책에 연소자 관람가 그림책은 어린이와 함께 보는 그림책이고요. 동화 말씀하셨지만, 동화 역시 어린이 청소년과 아동 청소년과 함께 보는 예술이지, 아동 청소년만 보라고 교육용으로 만든 장르가 아니거든요. 근데 그 사실이 왜곡돼있는 현실에서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에, 그림책의 가치, 그림책의 예술성을 더 폭넓게 많은 분들한테 알리고자 그런 단체가 만들어졌고요. 그리고 제가 세종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교수를 초빙해 주셨을 때 너무 기뻤거든요. 왜냐하면 흔히 문예창작학과에서 시를 쓰거나, 소설을 쓰거나, 희곡을 쓰는데, 그림책을 알려달라고 초대해 주셔서 너무 기뻤거든요. 그래서 그림책이 이제 다른 예술 장르와 대등하게 독립된 예술로 존중받는 시대에 살고 있구나. 대중들은 아직 모르는 면이 있지만 그래서 이 기회에 꼭 알려드리고 싶고요. 그 그림책이 ‘오늘 ‘AI 시대에 창의적으로 살 필요가 있는가?’ 라는 주제하고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게요.
         제가 책을 쓰고 만드는 사람이다 보니까 어떤 질문을 많이 받냐면요. ‘어떤 기준으로 책을 고르세요? 어떤 기준으로 책을 만드세요?’ 하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 질문에 대해서 저는 거꾸로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을 기억하시나요? 여기 너무 어리신 분들은 기억 못할 수도 있는데 그렇죠? 오래된 얘기여서 그죠? 다들 기억하시죠? 제가 한 가지 또 그 말씀도 드려야겠다. 제가 PPT를 평소에 못 만듭니다. 그래서 이게 거의 처음 만든 PPT거든요. 그래서 PPT를 만들려고 하니까 막상 무슨 걱정이 되냐면 ‘이 이미지를 써도 되나?’ 이런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출처를 밝혔어요. 출처 SBS 뉴스. 그다음 걱정이 뭐냐면 나머지 페이지에는 어떻게 이미지를 채우나 이런 걱정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아무 이미지나 넣었습니다. 그래서 본 PPT에 나오는 이미지는 본 미니 강연과 특별한 관련이 없다는 말씀을 미리 드립니다. 굉장히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죠. 그렇죠? 제 노트북에 있는 이미지가 몇 장 있었습니다. 그거를 페이지마다 넣었습니다. 알파고가 이겼을 때 너무 기뻐서 팔짝팔짝 뛰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없으실 거예요. 그렇죠? 네. 없습니다. 그럼 알파고가 졌을 때 방문 걸어 잠그고 들어가서 엉엉 울었다는 얘기는 들으셨습니까? 못 들으셨죠? 그렇죠? 제 PC에서 가장 슬픈 사진이었어요. 그래서 여기 넣었습니다. 그럼 이세돌은 어땠을까요? 이세돌은. 제가 이미지랑 강의가 아무 관련이 없다고 했어요. 이세돌은 다섯 번의 대국에서 아마 네 번을 졌을 거예요. 그렇죠? 한 번 이기고. 한 번 이겼을 때는 너무 기뻤지만, 졌을 때는 너무 화가 나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나? 바둑을 그만둬야 되나? 이런 생각도 하셨을 거예요. 그렇죠? 왜일까요? 왜냐하면 AI는, AI인 알파고에게는 없는 것이 인간인 이세돌에게는 있었던 거죠. 바로 감정입니다. 우리가 기쁘고, 슬프고, 화나고, 짜증나고, 이 감정이 바로 우리 안에 영혼이 있다는 증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가 다만 육체의 존재라면 어쩌면 AI가 우리의 삶을 모두 대신하고 우리를 실직자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너무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영혼과 육체라는 이중 구조로 돼 있죠? 그 영혼과 육체가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영혼이 있다.’라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바로 감정입니다. 알파고에게는 감정도 없고, 영혼도 없고, 또 이세돌과 우리 인간은 감정을 지닌 영혼의 존재죠. 이 이야기를 하게 된 이유가 저에게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만드는가? 고르는가?’라는 기준에 대한 대답으로 이걸 제시한 거거든요? 그래서 저의 답은요. 저는 ‘웃기거나 찡한 작품을 만듭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웃기거나 찡하다는 말은요. 다르게 표현하면은 희극이거나, 비극이라는 거죠. 전통적으로 예술을 희극과 비극으로 나눴던 것을 잘 알고 계실 거예요. 왜 예술을 희극과 비극으로 나누었을까? 결국 웃음과 눈물로 인간의 감정을 영혼을 뒤흔들어 놓을 때 비로소 어떻게 해요? 그 예술 작품은 우리 영혼의 양식이 되고 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떤 작품을 봤는데 웃기지도 슬프지도 않았다면, 어쩌면 그 작품은 저하고는 인연이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예술은 또 취향의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따라서 우리는 육체는 밥을 먹고 영혼은 예술을 통해서 감정의 배를 채우잖아요. 사진은 아이스크림을 통해서 육체의 배를 채우고 있는 이루리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사진에서 가장 행복한 사진이었어요. 그래서 21세기 AI 시대에도 우리는 예술을 통해 감정과 영혼의 양식을 먹습니다. 이게 제 미니 강연의 결론이자, 5년 이후, 어쩌면 지금도 우리 삶의 연속성, 비밀이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이 강연과 관련해서 ‘두 권의 책을 추천해 주세요.’라고 했을 때 하나는 레이먼드 브릭스의 전기였고요. 또 하나는 “내게 행복을 주는 그림책”이라는 그림책 서평집을 추천했습니다. 하나는 제가 쓴 책이니까 사인하려고 추천했고요. 레이먼드 브릭스의 전기는 왜 추천했냐면요. 레이먼드 브릭스는 저희 아버님이랑 나이가 비슷했죠. 그 얼마 전에 돌아가셨잖아요. “눈사람 아저씨”는 다 보셨죠? 안 봤다 합니다. 그러면 오늘 돌아가셔서 ‘눈사람 아저씨’, ‘스노우맨’ 한번 검색해 보세요. 왜냐면 그분의 작품은요. 대부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있어요. 그리고 테마곡을 들으면 들어본 적 있을 거예요. 위아 워킹 인디에어 we are walking in the air ~ 나나나나나나 들어본 것 같지 않아요? 아닙니까? 아니면 말고요. 그분의 전기를 제가 추천하는 건 뭐냐면요. 그분도 어릴 때 핍박받으셨어요. 레이먼드 브릭스의 아버님은 우유 배달부였고요. 어머님은 가정부였어요. 그런데 두 분이 결혼하셔서 굉장히 어렵게 낳은 아들이 레이먼드 브릭스였고, 그 레이먼드 브릭스가 또 공부를 곧잘 해서 사립학교에 갔거든요? 근데 어느 날 레이먼드 브릭스가 부모님한테 청천벽력과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저는 커서 만화가가 될 거예요.’ 당시만 해도요. 영국에서도 만화는 예술의 하급에, 하급에, 하급에, 하급에 있는 장르였어요. 그런데 지금 만화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만화가 문화 전반을 지배하고, 만화가 드라마가 되고, 영화가 되는 시대를 살고 있지 않나요?
　　　　 레이먼드 브릭스는요. 평생 만화와 그림책 작업을 통해서 영국 정부에서 협회에서 주는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이 되고요. 기사 작위는 받았는지 정확하지 않습니다. 정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레이먼드 브릭스는 만화와 그림책을 통해서 세계적인 작가가 됐고, 전 세계 많은 독자들을 위로했고, 그리고 그의 작품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사랑받을 거라는 얘기를 해드리고 싶은 거예요. 지금 여기 오신 분들이 나이와 상관없이 ‘사실은 나도 그림 그리고 싶었어.’라고 생각하신다면 지금 시작하십시오. 다 끝나갑니다. 21세기 예술의 중심에는 사진영화, 만화, 그림책, 그래픽노블 그리고 게임과 같은 시각 예술이 있습니다. 잠시 뒤에 우리 김중혁 작가님도 나오시겠지만, 소설과 동화가 이제는 다 시각 예술로 다시 재창작돼서 소비되는 시대를 살고 있거든요. 그리고 이 21세기에 AI가, AI를 통해서 많은 직업이 사라지겠지만, 새로 생겨날 많은 직업들은 바로 우리의 창의성과 관련된 직업들일 것이다. 왜? 그 창의성은 재미와 의미를 표현하는 예술의 원리가 바로 창의성이라고 저는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창의성은 재미와 행복을 추구하는 우리 인간 영혼의 몸부림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세상에 행복하게 살려고 태어났습니다. 재밌는 걸 만들고 싶고요. 재밌는 걸 소비하고 싶습니다. 다른 모든 것을 AI와 기계가 대신해 준다고 할지라도 우리 영혼의 행복은 바로 우리의 창의성으로 예술 작품을 통해 소비하고 창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장태순 : 감사합니다. 이루리 교수님께서, 이루리 작가님이라고 말씀드리는 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하고요. 제가 아까 동화 작가라고 말씀드렸는데, 그림책 글작가라고 말씀드리는 게 조금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이루리 작가님께서 ‘AI와 창의성의 문제 혹은 AI 시대의 창의성이 필요한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이런 답을 주셨습니다. ‘AI에게는 감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영혼이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감정도 있고 영혼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영혼의 양식인 소설을 혹은 예술을 필요로 한다. 좀 더 나아가자면 그림책을 필요로 하고 시각 예술을 필요로 한다.’  이런 말씀이셨는데요. 앞으로 우리가 잠시 후에 또 토론을 해보겠지만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오늘 마지막 강연자, 마지막 대담자이신 김중혁 작가님을 모시겠습니다. 김중혁 작가님을 어떻게 소개하는 게 좋을까 제가 또 혼자서 별명 붙이기를 해봤는데요. 김중혁 작가님을 소개하는 말로 흔히 팔방미인이라는 말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시지 않더라고요. 저도 그 말이 반드시 좋은 뜻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말은 피하고 대신에 ‘한국 문단의 노는 아이’라고 소개를 할 생각이었습니다. 노는 아이라는 말은 라틴어로 이야기하는 호모 루덴스라는 좀 어려운 말을 한국어로 번역을 약간 재미있게 한 건데요. 이런 별명을 제가 붙여드린 이유는 김중혁 작가님께서 소설가이시기도 하지만 그 이외에 너무나 많은 활동을 그것도 굉장히 잘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한때는 웹툰도 그리셨고요. 자기 책의 일러스트를 직접 그리시기도 하셨고, 그리고 당연히 소설가이다 보니까 에세이라든가, 혹은 르포 같은 가까운 분야의 글을 쓰는 작업도 하셨을뿐더러, 여러분도 잘 아시듯이 팟캐스트 라든가 방송에도 굉장히 많이 등장하십니다. 사실은 방송 진행을 많이 하셔서요. 제가 오늘 사회자로 올 때 제일 긴장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 ‘전문 방송인 앞에서 내가 이렇게 사회를 봐도 되는 것인가?’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본령은 소설가이시고, 최근에 여러분들께서 아마 어떤 분들은 이미 받으셨을 “딜리터”라는 제목의 소설을 내셨는데요. 판타스틱한 판타지 소설이고 이 글을 쓰시면서 굉장히 즐거움을 느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소설을 내실 때 좀 독특한 행사가 있었는데요. 작가가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고 교정지라고 하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책을 독자들에게 돌려서 읽어보게 한 다음에 ‘작가를 모르는 상태에서 한번 평을 해봐라.’ 이런 행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특히 김중혁 작가님의 팬이신 많은 분들은 ‘이게 누구 것인 것 같다.’라고 맞추시는 경우도 있었고요. 아무튼간에 굉장히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아마 오늘 받으신 분들은 즐겁게 읽어보실 수 있을 거고요. 못 받으신 분들은 꼭 사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김중혁 작가님을 모시겠습니다. 김중혁 작가님은 ‘놀이와 창의성’에 관한 말씀을 해주실 텐데요. ‘강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10분간 김중혁 작가님께서 즐겁게 우리와 함께 노시는 장면을 지켜보는 걸로 그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작가님을 박수로 환영하겠습니다.

김중혁 : 반갑습니다. 소설 쓰는 김중혁입니다. 자료 없고요. 자료가 있으면 리모컨이 안 되는 걸 봤기 때문에 자료를 쓰지 않기로 했고요. 인간은 기계를 믿지 말아야 됩니다. 여기의 주제를 보고 일단 당혹스러웠습니다. ‘5년 후 우리의 삶’ 내일도 잘 모르고요. 내일도 생각하지 않고 오늘만 사는 그런 사람입니다. 저는 약간 일종의 제 개인의 룰 같은 게 있는데 작가들은 스스로 마감을 지우기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출판사의 마감을 독촉 받으면서 자기의 존재를 느끼고 글 독촉을 받으면서 희열을 느끼는 그런 이상한 사람들인데요. 저는 계약을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언제 글을 그만 쓸지 모르기 때문에 오늘만 살기 때문에 계약을 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 강의 제목이 일단 저한테는 너무 힘든 제목이고요. 이 제목도 굉장히 힘든 제목인데요. ‘AI 시대에 창의적으로 살 필요가 있는 것인가?’ 너무 힘든 제목인 것이 그러면 ‘AI 시대에는 창의적으로 살 필요가 없나?’라는 반문을 하게 되고요. 창의적이라는 게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저는 소설을 쓴 지 이제 한 20년이 넘었고 그 전부터 글을 썼기 때문에 한 30년 정도 동안 뭔가를 만들고, 뭔가 쓰고, 그리고 이랬던 사람이기 때문에 가장 창의적으로 살려고 노력했던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이제 AI 시대가 되어서 ‘AI가 그림을 그린다. AI가 글을 쓴다. AI가 글을 더 잘 쓰면 어떡하지? AI가 더 인간보다 그림을 훌륭하게 그리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을 하죠. 근데 저는 그 고민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을 합니다. 창의적이라는 건 사실은 도구가 아닙니다. 창의적인 걸 가지고 뭔가를 만들고, 성공을 만들고, 창의적인 걸로 아이폰을 만들고, 창의적인 걸로 뭘 만드는 게 아니라, 창의적이라는 건 과정이거든요. 그러니까 AI가 똑같이 인간과 소설을 써서 더 좋은, 더 잘 쓴 이라고 표현할 때 그 잘이 뭘까? 뭐가 잘이라는 거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인간은, 이제 저의 말을 예를 들자면, 소설을 쓸 때 ‘소설을 잘 쓰기 위해서 쓰는가?’ 물론 잘 써야죠. 잘 써야 되는데, 그 잘에 대한 의미가 다른 것 같아요. 저는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행복하거든요? 매일매일 글 쓰는 과정에서 때로는 글이 너무 안 써져서 계속 고통스럽고, 때로는 정말 사소한 문장인데 ‘신이시여 이걸 내가 썼습니까?’라고 희열을 느끼면서 너무 좋아하는 그 과정 자체가 창의적인 과정인데, 그걸 뚝 떼놓고 만들어진 결과물이 창의적이냐, 더 창의적이냐 이런 비교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일단 말이 안 된다고 생각이 들고, AI 시대든, 어떤 시대이든 간에 인간들이 뭔가를, 놀거리를 개발할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뭘 만들어내는 비교 우위에 서는 게 아니라 얼마나 더 재미있게 노는가가 핵심이기 때문에 이 질문 자체는 저는 작가로서 굉장히 고민을 해 봐야 되는 문제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작가로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창의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AI와 견주었을 때, ‘나는 무엇이 더 나은가?’라는 고민을 일단 해봤고요. 한 세 가지 정도로 저와 AI의 대결, 질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일단 경쟁을 했기 때문에 어떤 점이 다를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첫째, 우선 죽음을 생각하는 게 다른 것 같습니다. 인간은 죽잖아요. 필연적으로 죽는 존재이기 때문에 생각의 사고 자체가 다른 것 같은데 제가 좋아하는 커트 보니것이라는 소설가가 있습니다. 그 소설가의 마지막 유작인 “타임 퀘이크”라는 소설이 있는데, 그 소설의 이야기가 뭐냐 하면 우주가 계속 팽창하다가 갑자기 어떤 이유로 우주가 갑자기 수축을 하기 시작합니다. 말도 안 돼요. 그냥 농담을 좋아하시는 분이어서 그래요. 그런데 갑자기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10년 전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10년 동안 자기가 했던 일을 똑같이 반복을 해야 되는 거예요. 그게 ‘타임 퀘이크라’고 하는 건데 커트 보니것은 이 이야기를 하면서 ‘타임 퀘이크’가 나타나기 전에 우리는 이미 ‘타임 퀘이크’를 경험하고 있다. 그게 무엇이냐? 바로 연극이다라고 얘기를 합니다. 생각을 해보면요. 연극을 보시면 연극 무대에서 사람들은 연기를 막 하는데 그 연기를 하는 사람들은 이미 대본을 봤기 때문에 결론을 알고 있어요. 이 연극이 어떻게 끝나는지 알고 있어요. 그런데 마치 그 결론을 모르는 것처럼 막 살잖아요? 연기하고, 울고, 웃고, 내일을 모르는 것처럼 하지만 다 알고 있죠. 그게 연기죠. 근데 이것이 바로 인간의 삶과도 똑같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 죽는 걸 알고 있잖아요. 죽지 않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죠. AI는 안 죽죠. 죽을 수 없죠. 인간은 죽는 걸 알고 있는데 현재는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죠? 죽는데? ‘타임 퀘이크’의 논리에 의하면 인간은 죽는 걸 알지만 현재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다르다는 거죠. 그래서 이 ‘타임 퀘이크’ 속에서는 인간들이 정말 기분 좋게 현재를 살 수 있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존엄이고 그게 인간을 인간답게 해 주는 그런 이유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것이야말로 인간이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죽음을 생각하는 우리의 마음 같은 것이 어쩌면 AI와 경쟁할 수 있는, AI는 그런 걸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죽음을 알고 있다라는 것 때문에 우리는 AI보다 약간의 비교 우위에 있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고요.
         또 하나는 실패하려는 마음인데요. 이건 이제 소설가들만 알 수 있는 마음이고 창작하는 사람들만 알 수 있는 마음입니다. AI는 어떤 최선의 조합을 통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서 어떤 결과물을 완성해내겠죠. 데 작가는 이상한 마음인데요. 설명하기 되게 힘든데, 실패하려는 마음 같은 게 있습니다. 글을 써나가다가도 어느 순간 ‘망했다.’라는 생각이 들 때 있거든요. 그런 생각 다 해보시잖아요. ‘망했는데 어떡하지?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거를 처음부터 써야 되나? 아니야 이번에 망했으니까 망한 채로 한번 그냥 가보자 실패하자. 어차피 다음에 또 쓰면 되지. 실패하고 그 실패를 통해서 다음에 더 잘 쓰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있는데, 가끔 그럴 때 실패하려는 마음 때문에 이상한 작품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AI가 가능할 것인가라는 생각을, 그것도 가능할 수도 있어요. AI는 모든 걸 다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고요. 작가로서 두 가지 마음이 동시에 있는데요. 하나는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세계 문학 전집에 꼽힐 만한 엄청난 누구나 다 찬사를 아낌없이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작품을 쓰고 싶은 마음이 하나 있고요. 되게 커요. 이게. 되게 크고 그래서 열심히 쓰고 있는데, 또 한편에 어떤 마음이 있냐 하면 망가지고 싶은 마음, 괴작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이게 어떤 차이가 있냐 하면 이 작품은 보편적인 작품, 누가 봐도 좋을 만한 작품을 쓰고 싶은 마음이고요. 이쪽은 몇몇 사람들만 정말 좋아할 만한 작품이에요. ‘정말 기괴해서 어떤 사람은 진가를 알아보지만 사람들에게 다 무시당할 거야. 나는 그런 걸작을 괴작을 쓰고 싶어.’라는 마음 이 두 가지가 있거든요? 그런데 이건 실패하려는 마음인 것 같아요. 실패라는 게 사실은 인간의 전체 삶 속에서 성공과 실패를 우리가 현재에서 규정하는 건 불가능하잖아요. 아주 긴 시간이 지난 다음에 ‘나는 그때 성공했고, 그때 실패했어.’라는 마음을 먹을 수는 있는데 ‘내가 지금 실패 중이야. 성공 중이야.’라고 말할 수는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 두 가지 마음이 어쩌면 다르지 않은 걸 수도 있는데, 어쨌든 모든 사람들이 사랑할 만한 작품을 쓰고 싶은 마음과 몇몇 사람들이 정말 광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을 쓰고 싶은 마음,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한다는 것 자체가 인간의 어떤 복잡한 혹은 기괴한 마음의 풍경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 번째는 놀이하는, 오늘 소개해 주신 것처럼 호모 루덴스 노는 아이인 것처럼, 노는 마음, 놀이하는 마음인데요. 제가 좋아하는 놀이터 디자이너라는 분이 계십니다. 카를 쇠렌센이라는 독일 출신의 놀이터 디자이너이신데 30년대에서 50년대, 이때 많이 활동을 하셨던 분인데 이분이 이제 어른들이 디자인해달라는 놀이터 디자인을 했어요. 그랬더니 놀이터에 미끄럼틀도 있고, 여러 가지 만들었겠죠? 근데 어른들은 너무 좋아하고 아름답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아이들은 놀지 않는다는 거예요. 너무 반듯하고 놀거리가 별로 없어서. 그래서 이분이 덴마크의 코펜하겐에는 어떤 놀이터를 지었냐 하면 폐공장, 버려진 땅 같은 곳에 놀이터를 지었습니다. 그래서 거기에는 폐타이어, 어떤 공구들이 돌아다니고, 이상한 자재들도 있고, 그런 곳에 놀이터를 만든 거예요. 부모들은 이 놀이터를 보고 ‘아니 애들 다친다. 사고라도 나면 어떡할 거냐?’라고 엄청나게 항의를 했는데, 그 놀이터에서는 그 이후에 깁스 환자 2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정확한 데이터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거의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사고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거기에서 온갖 것들을 집어 들고 놀면서 정말 창의적으로 놀았다고 하고요. 실제 연구 결과에서 규칙적인 어떤 룰을 만들어주고 거기에서 게임을 하게 한 아이들과 아무런 규칙 없이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서 놀게 한 아이들 중에서 후자가 훨씬 더 창의력이 높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아이들은, 다 놀아봐서 아시겠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노는 아이들이었잖아요. 놀아봐서 아시겠지만, 스스로 룰을 만듭니다. 그냥 옛날이라고 하면 너무 나이가 드러나죠? 오래전에, 몇 년 전에는 땅에다가 선을 그어서 놀았죠? 그러다가 선이 지워지면은 주전자로 물을 이렇게 부어서 놀거나, 선이 지워지면 그냥 대충 구역을 나누어서 놀고, 공이 없으면 우유팩으로 놀고, 온갖 걸 가지고 놀아요. 우리가 룰을 만드는 거죠. 세 명이서 차기도 하다가 한 명이 더 들어오면은 네 명이 차고, 근데 네 명이 차다가 수가 안 맞으면은 팀을 셋으로 나눠가지고, 이게 바로 어떤 효과가 있냐 하면 놀이라는 건 룰을 만들어 놓는 순간 누군가를 배제해야 됩니다. 11명, 11명이 싸우면 22명 말고 못 놀잖아요. 근데 스스로 노는 게임들은 사람이 더 들어오면, 더 들어오는 방식으로 룰을 만들고 한 명이 빠지면 빠진 걸로 룰을 또 만들어서 놀 수 있는 거예요. 왜냐하면 놀아야 되니까. 한 명 더 들어왔다고 못 놓을 수는 없잖아요. 한 명 갔다고 못 놓을 수 없으니까 놀기 위해서는 룰을 만들어야 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거기서 창의력이 생기는 거고요.
         또 한편으로 제가 좋아하는 디자이너 중에 브루노 무나리라는 아주 유명하신 디자이너분이 계시는데, 제가 존경해서 약간 작품도 따라 하고 그랬었는데, 그분이 아이들에게 이제 창의력 수업 같은 걸 했어요. 근데 어떤 좀 특별한 수업을 하셨는데 아이들이 와서 놀이터 같은 곳에 모여가지고 거기에 있는 모든 재료를 가지고 놀 수 있습니다. 종이를 자르고, 흙을 가지고 만들기도 하고, 온갖 재료를 다 제공해 주세요. 딱 하나의 룰이 있습니다. 이 룰이 뭐냐 하면 ‘만든 것들을 집에 가져가지 못한다.’ 이건 굉장히 가혹한 거잖아요. 우리가 도자기 체험하는 핵심이 뭡니까? 내 이름이 적혀 있는 컵 하나를 집에 가져가기 위해서 막 물레를 돌리는 거 아니에요. 근데 그걸 못 가져간다고 하면 ‘사기다. 내 돈 돌려네.’ 이렇게 얘기할 거 아니에요. 근데 이 브루노 무나리 선생님께서는 ‘창의력의 핵심은, 실은 뭔가를 만들어내서 결과물을 가져가는 게 아니라 만드는 그 과정 속에서 느끼는 희열 때문이다. 그게 바로 창의력이다.’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어쩌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가 뭔가를 창의력이라는 걸 가지고 뭔가를 만들고 싶어 하지만 실은 창의력이라는 건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 과정 속에서 느끼는 희열, 그게 얼마나 나를 충족시켜주고 얼마나 나에게 큰 희열을 주는가가 더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AI 시대이건, BI 시대이건, CI 시대이건, 어쨌든 간에 우리 모두에게는 창의력이 필요할 것이고 놀이가 언제나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하지 않는다.’라는 말씀을 드리면 저는 이제 대답을 할 필요 없고 집에 가면 되겠죠. 그래서 저는 이제 집에 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태순 : 작가님 수고하셨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노는 아이답게 굉장히 발랄한 말씀을 해 주셨는데요. 그러는 와중에서도 굉장히 뼈 있는 말씀을 해 주셔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창의성이라는 걸 결과 중심으로 생각하면 안 되고, 창의성은 과정 그 자체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이 즐거워서 하는 거지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말씀 해 주셨고요. 그리고 우리가 인간이 AI와 다른 점으로, 죽음을 의식하고 있다는 점, 죽음을 생각한다는 점, 또 실패하려고 한다는 점, 그리고 놀이하려고 한다는 점 이런 특징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지금 말씀을 들으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고도를 기다리며”를 썼던 사무엘 베케트가 어떤 시에서, 시라고도 할 수 있고 산문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 사람의 유작에 가까운 마지막 작품에서 ‘더 낫게 실패하라. 매번 더 낫게 실패하라.’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말씀이 생각이 나네요. 아마 작가 분들은 거의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계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해서 세 분의 말씀을 들었는데요. 이 세 분께서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점점 더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이번에 세 분을 함께 모셔서 세 분의 토크를 좀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세 분을 한 자리에 모시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세 분 강연자님 앞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박수로 환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장태순 : 지금 말씀해 주신 이루리 교수님께 먼저 그럼 마이크를 좀 드려볼 것 보고 싶은데요. 어떻게 동화 작가가 되셨는지, 어떻게 그림책 작가가 되셨는지가 되게 궁금합니다.

이루리 : 저는 보기에는 20대로 보이죠? 그렇죠? 크게 ‘예.’해주세요. 하지만 이제 연식이 있습니다. 연식이 있다 보니까 저는 어릴 때 그림책 본 적 없고요. 그림책을 서른 살에 처음 봤습니다. 처음 봤고 아까 말씀드렸지만, 사실은 ‘그림책은 아이들이 보는 책이야.’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던 사람이 바로 저였어요. 그런 편견을 가진 사람이 그림책을 봤는데, 너무 쉽고, 너무 재미있고, 너무 아름답고, 너무 깊은 거죠. 그래서 사실은 서른 살에 그림책을 보기 전에는 소설가가 꿈이었는데 그림책을 보는 순간 소설을 싹 잊어버렸어요. 그리고 그때부터 덕질을 시작했죠. 그래서 ‘이 그림책 너무 재미있어요. 보세요.’라고 서평 쓰는 일을 시작했고요.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서 오늘 준비된 “내게 행복을 주는 그림책”이 세 번째 서평집 이거든요? “아빠와 함께 그림책” 1, 2권 있고요. 그리고 봄에 이제 “웃기거나 찡하거나”라는 네 번째 서평집이 나온다는 광고를 해도 되나요? 그래서 ‘서른 살에 본 그림책 3권이 제 인생을 바꿨다.’ 이렇게 말할 수가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가 “지각대장 존”이라는 존 버닝햄의 작품이었고요. 두 번째가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 세 번째가 이제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 똥.’ 이렇게 세 권인 것 같아요. 근데 이제 앞에 두 권이 워낙 쇼킹해서, 그림책이 어린이책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던 사람한테 “지각 대장 존”은 엄청 비교육적인 책이거든요. 왜냐하면 책 마지막에 선생님이 고릴라한테 붙들려서 매달려가지고 ‘존아 나 좀 도와다오. 나는 지금 고릴라한테 붙들려 있다.’ 그러는데 존이 ‘우리 동네에 고릴라 같은 건 없거든요.’ 이렇게 하고 그냥 쌩하고 가거든요? 그게 결말이에요. 그래서 그림책이 어린이책이라고 교육적인 책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던 저한테는 너무나 비교육적이고 이상한 책인 거죠. 그래서 그림책을 찾아서 보게 됐고요. 두 번째, 이제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 같은 경우에는 일 안 하고 노는 쥐가 프레드릭인데요. 주로 하는 게 이제 햇살을 모으고, 색깔을 모으고,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 증명할 수 없는 일을 하는, 바로 그 예술가들의 모습을 담아냈거든요. 그래서 개미와 베짱이하고는 전혀 다른 버전 의, 예술가 프레드릭을 등장시켜서 예술가와 예술이 우리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를 ‘이보다 더 쉽고, 재미있고, 아름답고, 깊이 있게 보여주는 작품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됐던 거죠. 그런 그림책 몇 권들 때문에 저는 그림책의 세계, 바다에 풍덩 빠지게 됐고요. 그래서 이제 서평가, 번역가, 편집자, 작가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너무 길게 얘기하면 또 안 될 것 같아서.

김중혁 : 많은 분들이 이렇게 소설을 꿈꾸시다가 다른 장르의 매력에 빠져서 가시기 때문에 그래서 지금 소설계가 블루오션입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소설을 쓰신다면 조금의 노력만 하시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웹소설, 웹툰, 그림책 장르 넘보지 마시고 소설을 쓰시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막간의 광고를 하고 싶었습니다.

이루리 : 작가님이 큰 수혜자라는 얘기가 있어요. 농담입니다.

장태순 : 사실 그렇게 말씀하시는 작가님도 소설 이외에 다른 분야에 많이 기웃거리시지  않으셨습니까?

이루리 : 그러게요. 웹툰.

장태순 : 웹툰도 그리셨고요. 진짜.

김중혁 : 팔방미인이라는 말은 제가 좀 안 좋아한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기웃거린다는 말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이게 되나, 저게 되나, 해보다가 결국에는 소설을 제일 잘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요. 그리고 어릴 때부터 되게 멋있다고 생각했던 게 과학자들이 소설 쓰면 되게 멋있잖아요? 그리고 그림 그리시는 분들이 뭔가 음악하면 되게 멋있잖아요? 그래서 소설이라는 베이스를 가지고 뭘 해도, 약간 소위 먹어주는 게 있어서, 그런 식으로 어드벤티지를 얻고 가기 때문에 여기저기 많이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장태순 : 이거 하는 소설가, 저거 하는 소설가 이런 호칭을 되게 좋아하셨던 거 같네요. 근데 김중혁 작가님께는 제가 여쭤보고 싶은 게 꼭 있었는데 예전에 아마 스스로 붙이신 별명이신 것 같은데, ‘1매 김중혁’이라는 별명이 어딘가에 돌아다녔어요. 무슨 말인가 봤더니 ‘하루에 원고지 한 장 쓴다.’ 이런 말씀이신데. 원고지 한 장이면 200자가 좀 덜 되죠. 근데 그게 2010년, 11년, 이때부터 갑자기 달라지셔가지고요. 이제는 책이 엄청나게 많이 늘어났습니다. 여러분들이 아마 도서관이나 인터넷 서점에서 김중혁 작가님의 책을 2010년 이전과 이후를 찾아보시면 갑자기 포텐이 폭발하신 듯 한, 이런 걸 보실 수 있는데요. 어떻게 갑자기 그렇게 창의성을 발휘하실 수 있게 되는지 되게 궁금해요.

김중혁 : 전략이 바뀐 거고요. 처음에는 고뇌하는 예술가 타입의 초상을 그리기 위해서 아주 소량의 글만 에스프레스를 뽑아내듯이 쓴다는 어떤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 그렇게 했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1매로는 안 되겠다. 10매씩 써야 되겠다.’라고 이제 해서, 그렇게 했더니 그렇게도 잘 안돼서, 요즘에 10면으로 바꿔 가지고 ‘전 노트북을 열면 무엇이든 씁니다.’라고 이제 포장을 하기 시작했고요.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많이 써내게 된 원동력이랄까 그런 게 있다면, 어느 순간이 지나니까 스스로에 대한 검열이 약간 줄어들게 되는 것 같고요. 그러니까 제가 이제 요즘 많이 하고 다니는 이야기가 제일 세상에서 힘든 검열이 자기에 대한 검열인 것 같아요. ‘나는 잘 못해. 이런 걸 못해.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니야.’라고 얘기를 했었는데, 해보니까 또 되는 게 있고, 해보지 않고선 알 수 없는 게 있어서 무엇이든 시도해 본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니까 다양한 작품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장태순 : 농담처럼 말씀하셨지만 자기 검열을 느슨하게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말씀이시네요. 제가 사실 이렇게 돌아가면서 여쭤보는 게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이긴 했는데, 한혜원 교수님께서 워낙 조용히 앉아 계셔서 여쭤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메타버스라든가, 가상현실에 들어가게 되면 우리가 자기 검열을 좀 느슨하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한혜원 교수님은 현실에서 발휘하지 못하는 공격성을, 공격 본능을 그곳에서 발휘하신다고 하셨고, 그리고 한혜원 교수님의 부군 되시는 분과 아드님은 현실에서 발휘하지 못하는 여성성을 거이에서 발휘하시는 것 같은데 그런 경우가 많이 있습니까?

한혜원 : 제가 너무 조용했죠. 저는 소설가가 되기를 원했었던, 국문과에 갔었던 ,그러나 지금은 스토리텔링을 하는. 국문과를 지원할 때는 사실 다들 뭔가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가는 건 맞거든요? 아까는 저희가 사담 중에 너무 창피해서 말을 못했지만, 이렇게 신춘문예에 내고 떨어져 보고, 이미 이룬 자와 이루지 못한 자, 이렇게 막 이렇게 욕망을 가지고. 그래서 기대, 그러니까 그런데 사실 이제 메타버스라는 것도 결국은 사실은 이게 이렇게 어떤 하나의 대상이 돼서 전 정부, 각 부처가 이렇게 달려드는 거는 사실 처음 보거든요. 전 분야에서 메타버스, 인공지능 얘기를 하고 있는데 사실은 이게 이제 기술에서 너무 기술만 보고 있고, 또 법을 하시는 분들 너무 법만 보고 있는데, 사실 이제 기저에는 사실 저희가 표현의 욕구가 있는 것 같고요. 그래서 아까 말씀대로 아바타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 제가 수업 시간에 친구들한테 물어보거든요. 그러면 되게 재미있는 것이 이제 연령이나 혹은 이제 어떤 사회 문화적으로 내가 어떻게 현실을 인지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거에요. 예를 들면 저만 해도 ‘남성이냐? 여성이냐? 힘이 세냐? 작냐?’ 이런 이항 대립인데, 그게 아니라 저희 대학교 한 1학년 정도 된 친구들한테 ‘아바타를 뭘 하나요?’ 하고 물어보면 되게 흥미로운 결론이 나오는 게 뭐냐 하면 아예 비인간을 택해요. 동물이 제일 많습니다. 반 이상의 동물 혹은 반 이상의 기계 인간들을 그냥 택해요. 그러니까 저는 또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해봤었던 거거든요. 저만 해도 이제 나보다, 지금의 나보다 조금 나은 인간. 왜 그렇지 않으신가요? 가상 세계에서 캐릭터 할 때 나보다 낮게 하시는 경우 있나요? 키 작게? 눈 작게? 그렇게 하는 조금씩 그죠. 저희가 약간 늘리고, 좀 키우고 ,내가 생각했을 때 이 정도는 내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상적인 나를 만드는데, 그게 이제 제가 가진 바운더리 였는데, 요즘 친구들은 아예 비인간. 동물도 그래서 제가 강아지, 고양이인 줄 아는데 전혀 아닙니다. 알 수 없는 동물들의 이름들. 판타지 애니멀, 이런 것들을 해서 이게 어떻게 생각하면 제가 가지고 있던 바운더리의 일상과 일탈도 넘어서는 수준을, 또 그리고 중요한 건 그 캐릭터들이 이미 다 있어요. 가상 세계에서 그렇게 살고 있는 거죠. 그것도 이제 하나가 아니고 보통 이제 복수로 만들거든요? 아바타를. 저도 이제 충실하게 아이디는 아바타를 하나만 쓰는 세대인데, 계정이나 복수 계정이 가능하니까 그런 아바타를 여러 개로 나를 분산해서 넣는 것들이 저는 굉장히 ‘이게 왜 하니? 11개나 계정이 왜 있을까? 인스타에?’ 재밌기 때문이죠. ‘그게 헷갈리지 않니? 자아분열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는 아니에요. 사람은 너무너무 스마트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이 가면을 쓰고 이렇게 그냥 다꾸를 하는 다이어리 꾸미는 사람, 여기서는 그냥 고양이 집사, 여기서는 이제 사이버 캠퍼스니까 성실한 이화여대생, 아무 문제없이 이걸 헷갈려서 쓰는 경우는 없잖아요? 바로 이런 곳이 어떻게 보면 아까 호모 루덴스 얘기도 하셨지만 ‘진짜 재밌게 놀려면 정말 즐거운 곳이 될 수 있는 곳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중혁 : 그런데 우리 인간들이 기본적으로 분열적인 게 있어서 마음속에 여러 명의 자아가 살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게 가능하지 않은가 싶고요. 저도 예전에 에세이에서 김중혁 글 공장이라고, 공장을, 글을 막 생산하고 싶은 마음에 에세이 공장, 르포 공장, 이렇게 공장들 여러 개 한 다음에 그게 일사불란하게 돌아가는 시스템을 스스로 생각을 했거든요. 그게 마음속에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상황에서 어떤 관계 속에서 내가 계속 변하는데 그 변하는 모습들이 ‘내가 아니야.’라고 부정하면 분열이 오는데 그 모든 것이 나의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을 하면 인정을 하게 되는데, 지금 세대들은 그런 인정을 굉장히 잘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장태순 : 사실 그런 게 아까 말씀하셨던 자기 검열에 의해서 인정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요즘은 그냥 ‘이런 나도 있고, 이런 나도 있고, 그러니까 이런 부케 ,저런 부케가 있을 수 있는 걸 하면서 그런 자기 검열 내지는 죄의식 같은 거를 잘 피해가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이루리 : 저는 내면에 표현하고 싶은 욕구, 그러니까 지금 다양한 자아도 있지만 다양한 감정들도 있잖아요? 근데 그거를 우리가 표현을 억압당하는 교육을 받았다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대충 즐겁게 막 그리고 있었는데 ‘이게 뭐니?’ 이러면 그 순간부터 그리고 싶지 않고, 글도 마찬가지고, 노래도 마찬가지고. 그러니까 우리 사회 자체가 분명히 인간은 표현하고 싶고 행복해지고 싶은데, 잘해야 된다는 기준을 가지고 내려찍고 억누르는 제도와 문화가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거기에 전적으로 반항할 때 우리는 비로소 행복해진다. 그중에 하나가 결국 예술이다.’ 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아바타로 표현할 수도 있고, 소설 속 캐릭터로 표현할 수도 있고, 또 그림책 속 그림 캐릭터로도 표현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 저는 이제 제 워크숍에 오는 분들한테 ‘그냥 즐겁게 막 하세요.’라고 많이 주문하거든요. 왜냐하면 그냥 즐겁게 막 한 것에 아름답고 재미있는 알맹이, 그 원석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제가 다른 강연에서 많이 한 얘기지만 저희 출판사 대표님이 저희 마님이세요. 그래서 이제 ‘이루리는 와이프 빽으로 작가가 된 게 아닌가?’ 이런 오해를 굉장히 많이 받고 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제 첫 작품이 나오는데 굉장히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까만 코다” 라는 작품이 저는 주로 꿈을 꿔서 글을 쓰거든요. 새벽마다 잠이 좀 부족해요. 근데 아기 곰이 엄마 곰의 코를 가려주는 장면을 꿈에서 보고 쓴 이야기예요. 근데 써서 출판사 편집부에 냈거든요. 이렇게 얘기하면 좀 멋있는데, 사실은 편집부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출판사 초기에는 편집부를 채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지금 말하는 편집부는 뭐냐면 저녁 6시에 우리 집에 밥 먹으러 오는 친구들, 작가들, 배우들, 이런 분들이에요. 그분들한테 보여드렸는데 처음 반응이 이제 최우근 작가님이라고 계신데, 그분이 제 글을 보고 ‘이게 뭐니?’ 이렇게 물으셨어요. 그래서 ‘재미없구나.’ 이렇게 해서 다시 또 고쳐서 두 번째 냈고, 두 번째 냈을 때는 이렇게 물어보더라고요. ‘넌 이게 재밌니?’ 이렇게 그런 식으로 제가 저녁 술자리에 오는 분들한테 39번 거절 받습니다. 첫 번째 얘기가 40가지가 있거든요. 근데 어쨌든 이 과정에서 처음에 막 쓴 원석이 없었으면 나중에 40번 다듬은 보석도 없다는 거죠. 그래서 글을 막 쓰는 것이고, 그 막 써서 만든 첫 번째가 원석이고, 그걸로 작가 스스로를, 자신을 구원하고, 표현하고, 그리고 그 작품이 완성돼서 대중에게 보여줬을 때 또 독자들의 영혼을 구하는 게 예술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길게 얘기했나요?

장태순 : 마이크를 절대로 안 놓으시는 걸 알았기 때문에, 파악이 좀 됐습니다.

한혜원 : 이제 그런 것들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사실은 저도 이제 20세기에 공부를 한 사람이지만, 아주 한정된, ‘내가 이게 재능이 있을까?’ 검증이 된 사람만 책 낼 수 있고, 검증이 된 사람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는데, 사실 이 AI나 가상 세계를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만 있으면 이제 그 사용자들이 생성할 수 있는 콘텐츠 총량과 보여질 수 있는 게 너무 다양해진 거예요. 이제 ‘미드저니’나 이런 AI들을 활용해 보시면 알겠지만, 왜 창작을 하거나 하는 친구들이 가장 어려운 게 뭐냐면, 내 마음에 뭔가 있는데, 머리에 있는데, 이게 선생님 이게 글로는 이렇게 표현을 못하겠어요. 이제 그런 것들이 사실 AI에게 몇 가지 단어를 주고 ‘그걸 한번 얘기해 봐.’ 하면 찰떡같이 그림으로 지금, 이게 마음에 안 들어 그럼 이거 어때, 1초에 정말 10장 이상씩 보여주고 있거든요. 사실 그거를 결과물이라고 보면은 인간이 패배라고 볼 수도 있는데 그게 아니라 ‘그래 내가 그리려던 게 이거야.’ 그러니까 여기서부터 시작점을 잡으면 훨씬 사실은 잘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고, 또 보일 수 있는 기회가 정말 많아지는, 저는 이게 진짜 단군 이래로 이렇게 이야기가 하늘에서 폭포처럼 떨어지던 때가 없던 것 같다. 그렇지 않나요? 얘기가 없어서 못 보는 분들은 안 계시잖아요? ‘오늘은 뭐 보지?’ 했을 때 너무 많아서, 이게 저는 되게 지금의 어떤 기술로 우리가 재미있는 것들을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장태순 : 단군 이래 정도가 아니라 천지창조 이래 처음인 것 같은데요.

이루리 : 그런데 이게 되게 한국적인 상황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러니까 한국에 유난히 작가들이 많아요. 예술가들이 많아요. 진짜로 그래요. 외국에 나가서 만날 수 있는 작가들보다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작가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김중혁 : 해외여행을 좀 적게 하신 건 아닌가요?

이루리 : 그렇지 않아요. 저는 아까 저기 우스개로 제공한 이미지도 있지만요. 2011년도부터 볼로냐 국제도서전에 부스를 내서 나갔고, 프랑크푸르트 도서전도 매회 나갔고 사이사이 베이징 도서전, 도쿄 도서전 여러 나라들 1년에 한 대여섯 곳씩은 쭉 나갔거든요.

한혜원 : 그렇다 치고.

이루리 : 못 믿겠다는 뜻인 것 같은데?

김중혁 : 제가 말하는 건 그냥 은유였고요. 실제로 못 나가셨다는 말씀이 아니라 ‘더 의아하다.’라는 질문을 했었는데, 그렇게 많은 여행지를 얘기하시니까 제가 좀 민망해 지네요.

이루리 : 그랬어요?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어쨌든 한국인들이 표현하려는 욕구가 굉장히 강하다는 거죠. ‘음악 프로그램들, 노래 잘하는 사람들 왜 이렇게 많아?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아?’하는 생각을 여러분들도 하실 거예요.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한국 콘텐츠들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한국의 영화가, 드라마가, 소설이, 그림책이, 웹툰이, 게임이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결과로 지금 드러나고 있거든요. 근데 이 이면에는 사실 저는 이제 그런 자유로운 예술 활동에 대한 어떤 욕구도 있었지만, 동시에 미국에는 출판사가 다섯 개밖에 없는 거 아세요? 이거 모르셨나 보네? 미국은 대기업이 다 통합해서요. 모든 브랜드가 5개의 출판사 안에 다 들어가 있어요. 그래서 미국 출판사들하고 저희가 미팅을 하면은 그 작품이 그 작품이에요. 영국도 비슷해요. 다양성은 프랑스, 독일 같은 우리처럼 작은 나라들이에요. 그 나라들의 또 한 가지 특징이 아니라 중요한 특징이 도서정가제라는 걸 통해서 문화적 다양성을 지켜오는 거 그 한 가지와 그다음이 ‘예술이 사회적으로 갖는 의미, 예술가와 예술이 어떻게 우리의 영혼의 삶을 먹여 살리는가?’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 이런 것들이 결국 실제로 유럽의 나라들이 우리보다 결코 크지 않거든요? 근데 그동안 문화적으로 우리를 지배해 왔던 이유인데 이제 거꾸로 우리가 주역으로 나서는 시대에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장태순 : 예전에 어떤 영화에, 정확히 말하면 1990년대 어떤 ‘넘버3’ 라는 영화에서 그 영화 속의 대사입니다. 약간 속어가 들어가 있는데 ‘메뚜기 마빡 만한 나라에 시인만 3천 명’이라는 대사가 있었어요. 근데 정말 그런 모양입니다. 우리나라에 작가가 많은 모양이에요.

한혜원 : 어쨌든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소비를 하는 것 같아요. 콘텐츠나 어떤 그 분야를. 그런데 이제 저희가 보통 대중문화 조사를 해보면 이제 미국이나 유럽 쪽이 가장 이론이 많은데 보통은 한 80%는 관심이 없다고 해요.  패시브(passive) 하고. 그다음에 이제 인게이지(engage)도 한 게 한 15%? 하일리 인게이지(highly engage)도 5%가 나오는데, 이걸 이제 사용자 조사하면 되게 무서운 게 한국은 패시브는 되게 적고요. 누군가의 팬이 될 준비가 항상 돼 있어요. 이 덕질의 수준이 ‘덕질을 하니 너는?’, ‘그냥 너 이상한 애야. 오타쿠야.’ 이게 아니라 주변을 한번 보세요. 사방으로 각 분야별 덕질을 하는 사람들이 보통 둘러싸고 있는 확률이 되게 크거든요. 이 열정은 되게 특이한 문화 구조는 맞아요. 그래서 제가 항상 ‘우리나라 highly engage도 40% 나올 수 있을 것 같아.’ 이런 사용 지원서 얘기할 정도로 어떻게 보면 이렇게 소비를 적극적으로 할수록 크리틱이 자연스럽게 되고, 그러니까 예전에 사실은 이제 고등학생 중심으로 팬픽을 쓰는 친구들을 보면 제일 많이 읽고, 팬픽의 방법론을 알아서 지금은 이제 네임드 작가들이 돼 있거든요. 이러한 어떤 문화 사회적인 열정은 선생님 말씀하셨던 ‘작가가 많다. 한국에는.’ 이 딱 한 줄로 굉장히 클리어하게 설명이 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이루리 : 그 작가가 많다는 것이 결국 5년 후의 삶에서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낼 수 있고, 어떤 세계 경제의 주역이 될 수 있는 되게 잠재력이고 가능성이지 않은가 저는 그런 생각도 들거든요?

김중혁 : 한국 첫 경기가 있는 날, 굉장히 시기적절한 토론인 것 같고요. 여기서 이제 뽕을 좀 받아 가지고 이따가 응원을 해야 될 텐데, 현실적으로 이제 말씀을 해 주신 거랑 비슷하게 작가들 교류를 해보면 시인들이 많은 거 일단 놀랍니다. 시인들이 너무 많고, 전 세계에서 시집이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가 한국은 맞아요. 해외는 절대 시집을 안 사기 때문에, 한국에 이렇게 시인들이 인기를 얻기도 하고, 시집이 많이 팔리는 걸 일단 놀라긴 하는데, 한편으로는 또 그런 생각이 들어요. 소비층이 많아야지 그 사람들이 작가를 꿈꾸고, 그래서 이 시인 자체가 활성화되는 것은 맞는데, 글 쓰는 방법도 굉장히 다양하게 많이 변화됐잖아요. 웹 소설도 있고, 다양한 장르가 있기 때문에, 저는 이 다양성이 계속 유지가 되어야 되는데, 그니까 어떤 분야에서는 약간 비슷한 장르의 타 분야를 약간 배척하려는, 그런 약간 의견들도 있기 때문에, 좀 이 예술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논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에 함께 살 수 있거든요. 누가 죽어야지 내가 사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 생각들만 한다면 앞으로 10년 후 정도면 한국이 세계 최고의 문화 강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대한민국,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한혜원 : ‘코리아팀 파이팅!’ 이런 거 하고, ‘코리아 파이팅!’ 뭐 이렇게 해야 할 것 같은.

이루리 : 그러나 오늘 밤 책을 보는 사람보다 축구를 보는 사람이 많은 현실이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책 문화를, 책의 재미, 가치 이런 거를 더 넓게 전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들, 이런 것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김중혁 : 그래서 예전에 기획한 것 중에 극장에다가 관객을 받아서 영화를 틀지 않고 불을 다 켜고 책을 보게 하는 이벤트를 해보자 2시간 동안, 그렇게 생각을 했고,그게 영화관 대여가 비싸서 다른 곳에서 해봤거든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을 강제로 뺏기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이루리 : 그래요?

김중혁 : 입구에 핸드폰을 놔두고 급한 일이 있을 때만 핸드폰을 쓰게 하고, 한 3시간 정도 동안 거의 감금 상태에서 책을 읽게 하니까 굉장히 행복해하면서 했던 그런 이벤트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책을 볼 준비는 되어 있으나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많은 문화기획자나 이런 분들이 그런 계기들을 계속 만들어주기만 하면 저는 책을 볼 준비는 되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한혜원 : 여기서 제가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왜냐하면 이게 책을 잘 안 읽는다는 말을 제일 많이 듣는데 사실은 저희 학생들이 이야기로 만약에 이 책을 치환하면 정말 많은 이야기를 소비하고 있거든요. 그 어느 때보다 이야기를 이렇게 많이 소비하는 때가 없다. 사실 이제 국문과에서, 어떻게 보면 집을 떠난, 신대륙으로 가버린, 좀 이렇게 탕아가 되기는 했는데, 되게 혼종적 주체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우리가 반드시 종이에, 반드시 글자로 인쇄된, 이게 사실은 이제 이야기를 지난 한 세기에 담아낼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이자 최고의 그릇인 건 맞는 것 같아요. 그 그릇은 정말 너무 대단한 그릇인데, 이제 그 외의 것들을 잠시 들여다보면, 사실 이 가상 세계도 들어가는 이유도 하나거든요? 잘 만들어서? 보고 싶어서는 아니고요. 그 안에서 이야기를 생산하고 소비하고 싶은 결국 다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실 저도 이제 중학생을 키우고 있지만 ‘책 읽어.’ 집에 가서 또 다른 얘기를 하겠죠. ‘책이 최고야.’라고 하지만, 사실 총량으로 놓고 봤을 때 요즘 자라나는 친구들이 이야기를 소비하는 총량은 사실 저보다 훨씬 많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책의 가상 세계도 더불어 함께로 하면 어떨까요?

이루리 : 중요한 얘기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결국 이야기는 책이냐, 게임이냐, 노래냐, 애니메이션이냐가 아니라 그 모든 것들의 소울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 소울이 어떤 옷을 입느냐가 결국 소설이 되기도 하고, 그림책이 되기도 하고, 게임이 되기도 하는 거죠. 그래서 그 이야기를 소비하는, 어떤 형식으로 소비 하냐는 중요하지 않은데, 문제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우리가 지금도 교육 과정이 바뀌지 않았지만, 우리가 받아온 교육과 환경 속에서 책에 대한 상처, 고통, 미움, 증오, 원한 이런 것들이 있다는 거죠. 그런데 사실 재미있는 이야기, 재미있는 소울이 담겨 있는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다. 그걸 뮤지컬로 소비하든, 연극으로 소비하든, 소설로 소비하든, 게임으로 소비하든, 그 훌륭한 이야기들이 그 소울들이 공유되고 나눠지면 우리 사회가 굉장히 건강해지고 그럴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중혁 : 한편으로는 스토리텔링이라는 커다란 그릇 안에 다양한 것들이 담겨 있잖아요. 근데 그 각자의 또 맛은 다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영화적이라고 할 때 어떤 한 편의 영화를 보고 그 스토리 때문에 감동을 받기도 하지만, 어떤 한 장면, 그 한 장면에 음악과 미술과 모든 것들이 시각적인 것들이 어우러져서 잊히지 않는 한 순간을 만들 수도 있고요. 소설 같은 경우에는 스토리로 이야기가 구성되지만 한 문장 때문에 잊혀지지 않아지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스토리를 우리가 향유할 때 스토리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장르가 가지고 있는 독특함을 함께 향유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스토리들을 경험을 해야 되고, 그 다양한 스토리들을 경험했을 때 좀 더 균형 잡힌 그런 예술 향유자가 될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한혜원 : 그건 정말 저도 동감을 해요. 그래서 왜냐하면 학생들이 게임을 만들 때 게임만 하면 게임을 못 만들어요. 게임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신화나, 전설이나, 민담, 구비문학을 잘 알아서 원형을 획득하고, 오히려 이야기의 스토리 아크는 잘 잘 짜인 소설을 읽도록 그렇게 트레이닝을 했을 때 사실은 오히려 게임을 잘 만들 수 있거든요. 사실은 이 이야기들이 자꾸 특히 ‘디지털 스토리텔링이 붙으면 이전의 책은 안 본다는 건가요?’ 이렇게 진화론적으로 보시는데 그건 굉장히 기술적인거구요. 사실 이야기는 업그레이드가 되는 게 아니잖아요? 축적되는 거라서, 말씀하셨던 다양성과 다성성이 정말 제일 중요한, 그러나 어찌 보면 기술에서는 인정하기 어려운 ,그런 두 가지 핵심 키워드가 아닐까 싶어요. 그 이야기가 많아야 재미있고, 다양해야 좋은 것이 이야기지, 하나의 이야기만 하는 세상은 너무 무섭지 않나요? 하나만 봐야 하는, 그거는 아니어서 참 말씀하신 곳에는 또 동감하는 편입니다.

장태순 : 맞습니다. 여기서 제가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습니다. 너무 재밌게 시간 관계상 여기서 일단 토크를 잠시 중단하고 질의응답을 통해서 계속 얘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벌써 거의 8시가 다 돼 가는 것 같아요. 아까 여러분들께서 들어오시면서 해 주셨던 질문 중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걸 좀 드려보겠습니다. 먼저 한혜원 교수님께 드리는 질문인데요. 이런 질문을 하신 분이 계셨습니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직업의 형태도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앞으로 달라질 일의 모습과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잘 놀아야 된다.’라는 말씀을 하시고 싶으실 것 같은데.

한혜원 : 항상 이게 기사들을 보면 한 번 제가 이제 논문을 쓰면서 서칭했는데, AI로 딱 찾으면 나오는 말들이 대부분이 포비아더라고요. AI로 몇 개의 일자리 없어진다는 일본의 무슨 발표. 이제 의사, 변호사도 AI가 한다는데 점점점. 똑같이요 자율 주행을 찾아보면 뭐가 나오냐면요. 사고가 얼마나 났는지가 나옵니다. 사실은 인간이 해도 동일할 수 있는, 혹은 어떤 직업도 사실은 100년 동안 영속되는 거 몇 개가 없거든요. 계속 변화하고 있는데, 그게 유독 이제 이 ‘AI에게 뺏긴다.’ 이런 말들을 되게 많이 듣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거는 이제 초기 현상에서 보이는 당연한 포비아인 것 같아요. 낯선 것들이 나타났을 때 인간은 자연스럽게 그걸 밀치게 되는 건 너무 당연한 거죠. 근데 이제 중요한 건 이들이 이미 들어와 버렸어요. 그래서 얘네와 더불어 살아야 됩니다. 없애고 막는 걸로는 될 수 없는 상황이 된 거죠. 그렇다면 사실은 저는 이들을 타자화 시키는 건 되게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는, 좀 약간 너무 나간 거 아니라고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저는 기계는 기계고, 사람은 사람이다.’ 를 그냥 인정하고 둘이 같이 살면 안 될까? 왜 자꾸 제가 인간이 되려 하거나, 내가 기계가 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인간으로, 기계를 기계로 인정한다면 어떻게 보면 없던 직업이 더 생길 것이고 그것이 아마 이 환경을 인정하는 안에서 생기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제가 이렇게 얘기를 했더니 실제로 그러니까 제가 얘기하는 건 엔터테인먼트나 이런 콘텐츠에서의 직업이었는데, 실제로 이제 뭐냐 하면 공장이라든가 이런 산업형의 로봇을 만드신 분들은 근데 윤리적 고민 정말 많이 하시더라고요. 내가 이것을 만듦으로 해서 정말 누군가의 직업이 당장 오늘 없어질 수 있다면 이 문제는 또 굉장히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거시적으로는 우리가 이것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단기적으로는 어쨌든 인간이 살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뭔가 더불어 살 수 있는 그런 정책은, 정책은 너무 무거워져서 갑자기, 근데 이게 되게 당면 문제이기는 한 것 같습니다.

장태순 : 저도 비슷한 말씀을 많이 들었는데요. 한혜원 교수님께서도 굉장히 정곡을 찌르는 말씀을 해주신 것 같은데 ‘AI와 앞으로 협력을 잘하는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얘기를 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혜원 교수님 말씀도 그런 식으로 정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AI를 두려워하지 말고 어떻게 AI를 잘 이용할 것인가? 어떻게 잘 협력할 것인가? 어떻게 사이좋게 지낼 것인가? 를 생각해 봐라.’ 이런 말씀이신 것 같은데요. 제가 지금 마이크를 간신히 뺏었습니다. 다들 물이 오르셔가지고 한 마디라도 더 하시려고 준비하시고 계시는 것 같은데 지금 제일 눈을 반짝이고 계시는 이루리 교수님께.

이루리 : 아니 저는 그 질문하기 전에요. 무슨 생각이 들었냐면. 그러면 AI 없는 나라를 만들면 장사가 되겠다. 

한혜원 : 동화가 되겠네요. 장사 이전에.

이루리 : 그러니까 오래된 익숙한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로망이 있고 거기에 편안함이 있으니까, 그거를 선택하지 않은 나라도 있지 않을까? 보존해 주는?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장태순 : 그건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이신 것 같고요. 사실 나이 드신 분들일수록 새로운 기기 만드는 걸 힘들어하시잖아요? 그럴 때 오히려 요즘 옛날식 기계를 만들면 더 장사가 잘 되지 않을까, 더군다나 실버산업이 발전하는 이런 얘기들도 합니다. 동화의 좋은 소재가 될 것 같기도 한데요. 감사합니다. ‘말이 나온 김에’ 라기보다는 김중혁 작가님께도 발언권을 드려야 될 것 같아서 굉장히 재미있는 작가님이 좋아하실 것 같은 질문이 하나 들어왔어요. 그래서 질문하실 강연자 김중혁 작가님, 이렇게 딱 지정을 해주셨고요. ‘창의적이라는 말에 갇힐 때 어떻게 빠져나오는 게 좋을까요? 질문지를 주니 창의적으로 질문하고 싶은데 역시 생각의 틀에 갇히는군요.’ 이런 질문을 해 주셨습니다.

김중혁 : 아까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AI 시대에 창의적으로 살 필요가 있는가?’ 라는 질문 자체를 잊어버려야 한다고 생각이 들고요. 그런 질문을 자꾸 하게 되면 AI와, 말씀하신 것처럼 AI와 우리가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잖아요.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당연히 함께 공유하는 것이고요. 산업 말씀도 해 주셨지만, 그니까 이런 실제 인간이 몸으로 써야 하는 것들을 AI라는 기계가 대체되었을 때, AI 혹은 기계가 대체되었을 때 인간들에게 그걸 관리 감독시킬 수 있는 일을 만들어주면 되거든요. 그러니까 이건 복지의 문제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더 깊이 들어가면 또 무거워질 것 같기 때문에, 복지가 어떤 사람들을 AI 때문에 배제하는 게 아니라 AI와 함께 공생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주어야 하는 시점이 이제 곧 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장태순 : 맞는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결국은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거지 AI가 우리를 위협하는 건 아닐 수도 있다.’ 이런 말씀으로 해석이 되는 것 같네요. 지금 여러 가지 질문이 들어오고 있는데 일단 이루리 교수님께도 하나 질문을 드려야 될 것 같은데요. 이 질문이 이루리 교수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이런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요즘 정보를 차단함으로써 오히려 생각이 정리가 되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는데 반면에 인공지능은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딥러닝을 해서 구동하는 걸로 알고 있다.’ 이렇게 말씀을 해주셨는데.

이루리 : 뒷부분 못 알아들었습니다.

장태순 : ‘사람은 때로 정보를 차단해야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데 인공지능은 수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런 말씀이셨습니다. ‘정보를 차단하는 것과 계속 정보를 얻는 것,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창의적으로 사는 방법일까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이런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이루리 : 그 뭔가를 선택하려고 고민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정보를 찾아내서 좋은 것도 있고, 이때 좋은 속담 두 가지 있잖아요. ‘아는 게 병이다. 모르는 게 약이다.’ 그렇죠? 근데 그 두 가지 측면이 다 있는 거잖아요? 살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지 않는데 삶에 활력이 생길 수 없는 거고요. 살면서 정보의 홍수, 특히 요즘 같은 때 뉴스 틀어놓으면 반가운 이야기 별로 없잖아요. 근데 내가 맨날 그걸 보고 있으면 어떻게 해요. 내 삶이 지옥이 된다고요. 저는 사실 개인적으로 뉴스 꺼놓고 지내거든요. 뉴스를 보지 않아요. 제가 필요할 때 정보를 찾지, 뉴스 시간을 정해서 보지 않는다는 거죠. 오히려 제가 행복해질 수 있는 정보에 더 몰입하고요. 그쪽으로 추구하고, 그럴 때는 검색이라는 AI의 도움도 받죠. 그래서 모든 것을 내 삶을 긍정적으로 유리하게 만들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게 지혜로운 방법이 아닐까 저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장태순 : 역시 창의적이신 분들은 정보를 완전히 차단하시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헤매시는 것도 아닌 양쪽을 적절하게 잘 사용하시는 쪽이신 것 같습니다. 지금 이제 말씀드리는 동안에 온라인으로, 채팅으로 들어온 질문이 있어서 그걸 드리게 될 것 같은데요. 이건 세 분께 다 드리는 질문인 것 같습니다. ‘추후에 강연하신 세 분의 저서를 이용한 AI 공동 프로젝트 기회가 생긴다면 참여하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이런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김중혁 작가님부터 말씀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김중혁 : 우선 좀 스크롤해서 구체적인 안을 좀 봐야 될 것 같고요. 기간과, 금액과, 이런 것들을 봐야지 가능할지 안 할지 알 수 있을 것 같고요. 의향은 물론 있고요. 조건에 따라 달라질 것 같습니다. 그게 뭔가를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고 새로운 제안을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제안에 어떤 타당성 같은 게 있으면 당연히 AI든 뭐든 다 로봇과 같이 글을 쓰는 것도 가능하고요.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장태순 : 굉장히 프로다운 답변이었습니다.

이루리 : 저는 딱 한 가지 조건만 있어요. ‘저 프로젝트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저 스스로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으면 참여할 거고요. 그게 아니라 인간이 소외돼 있고 돈을 버는 목적만 있다면 ‘됐다 그래.’ 이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중혁 : 저를 말씀하신 건 아니죠? 돈을 벌 목적으로?

이루리 : 너무 콕 집었나?

한혜원 : 그러면 저는 돈을 얼마 주시면 얼마나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 이 두 가지를 다 따져서 참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루리 : 얌체일세.

한혜원 : 근데 사실은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는 저는 AI 프로젝트를 실제로 많이 진행을 하고 있기도 하는데, 할 때마다 새로운 건, 사실은 아무것도 전에 했던 것들이 없기 때문에 뭔가 도전적으로 하기에 되게 좋은 프로젝트라 사실 계신 분들하고 ‘같이 해도 되게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는 해서요. 견적서를 받고 행복하게, 행복하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장태순 : 역시 견적서가 빠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금 현장에 계신 분들, 아까 사전 질문해 주셨지만, 오늘 강연자 분들의 말씀을 들으시면서 궁금하신 점이 또 있으실 것 같아요. 그래서 여기서 플로어 질문을 좀 받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에  손 드신 분 계신데 마이크 좀 갖다 주시기 바랍니다.

질문자1 : 세 분께 여쭤보겠습니다. 세 분이 어떻게 창의력을 키우시는 방법이 어떤 계기로 노력을 하셨는지, 우리나라가 이제 교육 체계가 그렇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는 체계인데 어떻게 노력을 하셨는지, 아니면 원래 타고나셨는지 그걸 좀 말씀 좀 해주시겠습니까?

장태순 : 이건 굉장히 중요한 질문인 것 같습니다.

김중혁 : 타고난 것 같습니다. 이게 이제 타고났다는 말씀을 드리는 이유가 타고나는 게 있는 것 같고요. 예를 들면 그 사람의 가치일 텐데요. 제가 만약에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돈을 버는 데 몰두했다면, 그 사람의 가치는 돈을 버는 데 있겠죠. 근데 저는 시간을 벌고 싶었거든요? 돈보다는. 그래서 제가 하고 있는 대부분의 일들을 재미있고, 관찰하고, 창조하는 일에 몰두했기 때문에, 그런 가치가 있는 사람은 타고나는 것 같거든요. 예를 들면 아무리 이런 걸 하고 싶어도 그런 마음이 없으면 할 수 없기 때문에, 여기 오신 분들은 저는 타고났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 지금 중요한 순간에 맥주 시키고, 치킨 시켜야 되는 시간에 여기 와 계셨다는 건 궁금하고 뭐가 있는지 알고 싶은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런 오신 분들은 타고나신 분들이라고 생각이 들고 여기 오지 않으시는 분들도 있겠죠. 배제하면 안 되니까.

이루리 : 어떻게 할 거야.

김중혁 : 어쨌든 그래서 타고난다는 의미는 그게 그 사람의 능력이 아니라 그 사람의 관심으로 인해서 쌓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타고난다고 말씀드리는 것 같습니다.

장태순 : 유튜브로 보시는 분들도 배제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분들도 타고 나신 걸로 하겠습니다.

이루리 : 저는 이럴 줄 알고 미리 강연을 해놨어요. ‘우리는 모두 예술가로 태어났다.’라는 강의를 세바시에서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무도 배제하지 않았다.’라는 점을. 제가 이제 우리가 모두 예술가로 태어났다고 주장하는 거는요. 우리가 오감을 갖고 태어나잖아요. 그래서 오감으로 체험하고 느끼면 그걸 다시 오감을 통해서 표현하고 싶은 거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어릴 때 왜 태어나서 손에 뭐 묻으면 막 바닥에 그리고 그렇죠? 그리고 막 말도 못하는데 이렇게 노래하고 그렇죠? 이렇게 했잖아요. 그래서 ‘실제로 오감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오감을 통한 예술 표현을 다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태어났다. 그리고 실제로 했다.’ 여러분들이 어릴 때 칭찬 많이 받았거든요. 뭘 해도 ‘세상에 천재일세.’ 이러면서 엄청 칭찬 받았거든요. 언제까지? 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그렇죠? 학교 들어가면서 모든 게 배렸잖아요. 야단맞고 그러면서 내가 표현을 할 수 있고 하고 싶은데 못하게 됐잖아요. 그리고 나이 먹어서는 스스로 ‘난 잘 못하는데 남들 시선이 어떻지?’ 이런 생각을 하잖아요. 저는 창의성은 결국 ‘용감하게 표현하는가? 표현하지 않는가?’ 거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을 해요. 실제로 제가 만난 작가님들이요. 처음에는 우물쭈물하셨는데 그걸 날마다 즐겁게 하는, 그냥 습관, 연습을 통해서 다들 작가로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작품을 계속 출간하고 계시거든요. 그래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예술가로 태어났고, 다만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예술가가 되겠죠. 근데 가장 중요한 건 조던이 그 얘기를 했네? 저스트 두잇. 그래서 표현하고 싶은 거 표현해 보시면 창의성은 표현하고 싶은 그 욕구 안에 자연스럽게 담겨져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색한데 박수 이렇게 치면 안 될까요?

장태순 : 굉장히 멋진 말씀이셨고요. ‘그냥 해라. 그리고 매일 하는 습관이 있다면 너도 예술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굉장히 격려가 되는 말씀이셨습니다.

한혜원 : 저는 제가 사실 작가 두 분의 사실 전 연구자잖아요. 제가 왜 여기에 불려왔을까 데 이제 알 것 같아요. 제가 왜 여기 있는지. 사실은 작가분들 두 분이셔서 타고났다 하는 순간 저흰 좌절합니다. 이렇게 갈리는 거 아세요? 그러니까 저는 제가 창의성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부족하다는 거를 뭔가 이렇게 만드는 것에 대한 공모전 무슨 이런 데 내면서 번번이 떨어질 때마다 ‘나는 왜 하고 싶은데 창의적이지가 못하지? 부족하지?’ 이런 게 되게 타고나지 못 했나 안타까움이 있던 사람이었거든요. 근데 이제 제가 가진 거는 뭐였냐면 근데 호불호는 되게 정확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좋아하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근데 이제 굉장히 라는 것이 ‘남들에 비해서 조금 더 드립다 판다. 좋아하는 게 있으면 열정적으로 다가간다.’ 이런 소비의 어떤 자세가 굉장히 매사에 열정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은 이제 그것도 저는 창의성으로 가는 큰 자산이라고 생각이 되거든요. 뭔가를 꼭 창조하는 사람만이 창의적인 것이 아니라 사실은 뭔가를 소비하는 것에서도 충분히 창의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선생님 너무 희망을 주셔서 감사하지만, 모두가 그렇다고 작가라는 엔딩을 볼 수는 또 없는 것이 저희의 현실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것이 나의 삶이 창의적일 수 있는 것들이 되기 위해서는, 첫 번째 ‘단순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저는 굉장히 단순해서 이렇게 좋아하는 것에 굉장히 몰입을 하면 당연히 주변 분은 하얗게 될 수밖에 없거든요. 어떤 그런 힘. 그다음에 두 번째 좋아하는 것에 굉장히 솔직해야 됩니다. 그러니까 남들이 다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내가 이것을 왜, 얼마나, 어떻게 좋아하지?’ 약간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시간들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아직도 BTS의 아미가 된다든가 이런 것들에 정말 좋아서 하는 일들이거든요. 너무 죄송하지만 어떻게 그런 일이. 그러니까 이게 결국은 창의적으로 제 삶을 사는 방법이 아닐까, 그러나 작가들은 전 늘 만드는 분들은 되게 부럽긴 해요. 그러나 아무튼 그러네요. 이제 제가 왜 왔는지 알겠어요.

이루리 : 광고가 있어요. ‘너도 할 수 있어.’

한혜원 : 제가 그럼 아이돌을?

김중혁 : 타고났다는 말 때문에 물의를 일으킨 것 같아서 부가 설명을 해드려야 할 것 같은데, 이제 타고났다는 말을 제가 부연 설명을 했지만 말씀하신 게 저는 너무 공감이 되는 게 제가 이제 창의력 이야기를 하면서 세 단계로 나누거든요? 수집의 순간과 영감의 순간과 요약의 순간이 있는데요. 아까 정보 차단 얘기도 해 주셨지만, 수집의 순간에는 온갖 정보를 다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영감의 순간에는 오히려 차단을 하고요. 그래야 영감이 잘 오기 때문에. 그다음에 그걸 표현하는 게 ‘요약했습니다.’ 인데. 말씀하신 것처럼 창의적으로 소비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택배 하나를 주문을 할 때도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을 하죠. 그런데 그 물건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영감이 오는 순간이 있거든요. 그때 주문을 하고, 요약을 해서, 제가 물건을 받는 거잖아요? 뭔가 하나 사더라도 굉장히 창의적으로 하려는 노력 같은 게 삶에서 필요하기 때문에 뭔가 창작하는 것만이 창의적인 게 아니라 매 순간, 매 순간이 창의적이 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그런 면에서 우리는 타고났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지 창작하는 것에만 국한되는 말씀이 아니라고 굳이 변명을 길게 해 보았습니다. 

이루리 : 그래 나빴어. 저 한마디만 해도 될까요? 저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으냐면요. 여기 작가들이 있지만 독자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예요. 그러니까 실제로 내가 쓸 때 느꼈던 감동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주시는 독자 분들이 많이 계세요. 결국 작가는 예술이라는 자기 놀이를 통해서 자기 예술을 하는 동안 본인이 행복해지고 본인을 구원하지만, 이 작품을 결국 모두의 예술로 만들어주는 건 독자의 상상력과 감성과 살아온 이력과 이런 것들이거든요. 결국 이 작품의 가치를 발견해주고 의미를 확장해 주는 독자의 감상이 없으면 예술이라는 것 자체가 완성이 안 된다. 작가보다 오히려 더 높은 존재가 독자다. 그것은 소비일 수도 있고 감상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독자가 결국 다시 어떻게 해요? 덕질에 덕질을 더하다 작가가 된다. 예술계도 순환된다. 그 말씀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장태순 : 아까 사전 얘기 때 가장 조용하셨던 분이 이루리 교수님이셨거든요. 에너지를 축적하고 계셨다는 걸 이제 확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섭섭하긴 하지만 시간이 다 돼서 오늘의 마지막 질문을 한 분 더 받고요. 그 질문에 대해서 또 긴 대답을 들은 다음에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 기회입니다. 한 분 질문하실 수 있는데요. 궁금하신 점 있으신 분 말씀해 주십시오.

질문자2 : 오늘 너무 재밌게 잘 들었고요. 원래는 저는 엔지니어이기 때문에 엔지니어링 질문하려고 다가 말씀을 너무 재밌게 들어서 갑자기 떠오른 질문인데요. 여기 말씀해 주신 오늘 세 분께서는 언제가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지가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장태순 : 아주 좋은 질문이신 것 같습니다. 마이크 잡으신 김에 이루리 교수님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이루리 : 저부터요? 저는 사람들한테 3조 법칙을 이렇게 전파하고 살고 있습니다. 이루리교가 있는 건 모르셨죠? 그렇죠? 이루리교의 3조가 있는데요. 첫째 좋아하는 일을 하고, 둘째 좋아하는 책을 보고, 셋째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라 이거거든요? 그러면 어떻게 해요? 일상을 행복으로 채워갈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꿈을 차례로 다 이룰 수 있더라 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말씀을 많이 드리고 있고요. 결국 그것이 좋아하는 방향이라는 게 삶의 긍정의 방향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 흔한 얘기 있잖아요? 컵의 물이 반밖에 없느냐, 반이나 있느냐. 결국 세상을 또는 나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나의 취향을 존중하면서 살아가는 것, 그 속에 행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한혜원 : 제가 마무리하기 싫어서 먼저 말씀을 드려야 될 것 같아요. 되게 저도 그 질문 자체가 되게 감사한 것 같아요. 제가 생각을 해보게 되더라고요. 저뿐 아니라 아마 다들 생각을 한 번쯤 해보시지 않을까요? ‘내가 언제가 가장 행복해지?’ 그랬더니 갑자기 제가 가지고 있는 직함이나, 일이나, 환경이 다 사라지고 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볼 때 가장 행복해하는 것 같아요. 그게 이제 일상을 다 잃고, 일탈적으로 그 이야기 세계에 빠져들었을 때, 스토리 월드에 딱 진입했을 때 정말 무한한 행복을 느끼고요. 의외로 제가 뉴미디어로 계속 얘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제일 행복한 순간은 한 10시쯤에 아이도 학원에서 오고 이제 집안일 학교 일이 다 끝나고 조용히 혼자, 저는 항상 10시부터 12시에 꼭 책을 읽거든요, 그 시간이 저한테는 아주 소중한 보석 같은 시간이고 힐링의 시간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책인데요.

이루리 : 고마워요. 고마워요. 감사해요. 사실 전 그 시간에 드라마 보는 줄 알고. 전 드라마 봅니다.

김중혁 : 저는 행복이라는, 그 구체적으로 더 말씀드리면, 새벽 2시쯤에 좋아하는 키보드를 배송 받아 가지고 ‘자판이 감이 되게 좋네?’ 라는 걸 느끼면서, 옆에 좋아하는 간식을 두고요. 좋아하는 탄산수를 옆에 놔두고, 어제까지 썼던 글이 막혀 있었는데 그게 갑자기 풀리는 걸 느끼면서, 제가 좋아하는 음악이 들리고, 그렇게 한 글자 한 글자 써나갈 때 되게 ‘행복하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그래서 그 순간에는 행복을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말씀해 주신 것처럼 구체적으로 딱 생각을 해 보니까 그런 순간이 저한테는 가장 ‘행복하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그냥 완전한 그런 순간이 되는 것 같아요.

장태순 : 완전한 순간이라는 말씀이 굉장히 인상적이십니다. 이루리 교수님 뭔가 한 말씀 더 하실 준비를 하고 계신 것 같아요.

이루리 : 저만 너무 보편적인 얘기를 한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아까 질문하셨던 분하고 연관해서 그게 있거든요. 뭐냐 하면 저는 늘 그 생각을 잊지 않고 있어요. 제가 작가라는 생각을. 그래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한테 더 재밌는 얘기를 만들어주지?’ 이 생각을 갖고 있는 거죠. 그 덕분에 저는 새벽마다 꿈을 꾸거든요? 그래서 그 꿈을 꾸는데 재밌는 게 떠오르면은 이제 너무 일어나기 싫은데 꾹 참고 이렇게 손을 뻗어서 스마트폰에 이제 대충 막 써서 메일로 보내고 자거든요. 근데 이제 대부분 나중에 보면 무슨 얘기인지 몰라요. 근데 그중에 ‘건질 수 있는 작품들이 건져져서 책으로 나오고 있다. 근데 그 순간이 그 꿈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수받는 그 순간에 축복받는 느낌이 있다.’ 그 얘기 갑자기 생각나서 해드리고 싶었어요.

장태순 :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예전에 동화였는지, 어린이 소설이었는지 중에서 “꿈을 찍는 사진관”이라는 게 있었는데 이루리 작가님은, 이루리 교수님은 꿈을 글로 옮기시는 그런 작가이시라는 생각이 드네요. 정말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요. 벌써. 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오늘 저녁에 월드컵 한국전만 없으면 밤새도록 하고 싶을 정도로 정말 진심으로 재밌는 순간이었습니다. 여러분들도 그렇게 느끼셨나요? 감사합니다. 이것으로 오늘 인문360 인문포럼 파트 2의 두 번째 시간을 마무리하는데요.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다음 주 목요일, 다음다음 주 목요일까지 인문360 인문포럼은 계속됩니다. 다음 주 목요일인 12월 1일에는요. ‘앞으로 우주여행을 갈 수 있을 것인가?’라는 굉장히 재밌는 제목으로 대담이 진행되는데 사실은 여기 계시는 강연자님들께서 나가셔도 굉장히 재밌는 얘기 하실 것 같은 그런 주제입니다. 그리고 그다음 주인 12월 8일에는 ‘포스트 모빌리티는 사회를 어떻게 재편할까?’ 이것도 요즘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중요한 문제인데요. 이 문제를 통해서 올해의 인문360 인문포럼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마지막까지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요. 이 시간이 여러분들께 재미도 있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것으로 오늘 순서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AI 시대에 창의적으로 살 필요가 있는 것인가?
2022년 11월 24일(목) 공간 와디즈 B1 스퀘어에서 ‘AI 시대에 창의적으로 살 필요가 있는 것인가?’란 주제로 ‘5년 후, 우리의 삶’ 파트2 두 번째 강연이 열렸습니다. 이번 강연은 ‘창의성’을 주제로 진행되어서인지 개성 넘치는 연사님들의 얘기를 듣는 재미가 더해져 어느 때보다 시간이 짧게 느껴졌습니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융합콘텐츠학과에서 콘텐츠 기획 및 스토리텔링을 담당하고 계신 이화여대 한혜원 교수님께서는 AI 시대에 이루어질 긍정적인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하셨습니다. 우리에게 펼쳐진 가상 세계에서 우리는 ‘나’를 표현하고 재구성하는 창의적인 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가령, 가상 세계에서 아바타를 만들 때 나도 모르던 나 자신을 발견하고 평상시라면 소통하지 않았을 사람들과 소통하는 장이 열린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지금 가상 세계에서 펼쳐지는 기술의 향연은 인문학적 상상력에서 기인한다는 점입니다. 교수님께서는 기술은 인간이 상상한 만큼 만들어 낼 수 있고 결국 인간의 상상력이야말로 AI 시대를 가꾸어 갈 근원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루이스 캐럴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 속 미러 월드(mirror world)가 지금의 증강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예시를 설명하셨습니다. AI 시대에 우리가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은 기술의 문제보다 인문 고전이라는 근원에서 끌어올린 인간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하다는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강연하는 한혜원 교수
그림책을 만들고 추천하는 일을 하는 이루리 교수님은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을 인간 영혼의 양식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인간은 AI와 다르게 감정을 가진 존재이므로 예술을 통해 감정의 배를 채워야 한다고 강조하시면서 이런 인간의 모습은 5년 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셨습니다. 이것이 우리 삶에 연속성을 가진 비밀이라고 말씀하시며 『눈사람 아저씨』(마루벌, 1997년)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그림책 작가 레이먼드 브릭스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브릭스는 그림을 시작했을 때 반대에 부딪혔지만 이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면서 21세기 예술은 사진, 영화, 만화, 그림책, 그래픽노블, 게임 등 시각 예술이 중심이 될 것이라 내다보셨습니다. 비록 AI의 등장으로 여러 직업이 사라질 수 있지만 그에 반해 새로 생겨날 직업도 있을 텐데 그 직업은 바로 창의성과 관련된 직업일 것으로 예상하셨습니다. 많은 것을 AI가 대신한다 해도 영혼의 행복은 우리의 창의성으로 예술 작품을 창조하고 소비하는 데서 생겨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강연하는 이루리 교수
소설을 주로 쓰지만 그림도 그리고 방송에도 출연하는 김중혁 작가님은 오랜 시간 가장 창의적으로 살려고 노력했던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창의성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창의성의 핵심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하시며, AI 시대에도 인간이 AI보다 비교 우위에 있을 수 있는 세 가지 이유를 말씀하셨습니다. 그 세 가지는 인간은 죽음을 생각하는 존재라는 것, 인간은 실패하려는 마음이 있다는 것, 인간은 놀이하는 마음을 가진다는 것이었는데요.
AI가 가지지 못한 이 세 가지 특징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인간만이 가진 창의력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그 창의력은 AI 시대든 아니든지 상관없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므로 주제에서 던지는 질문에서처럼‘우리는 AI 시대에도 창의적으로 살 필요가 있는지’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명쾌하게 결론 내려주셨습니다.
강연하는 김중혁 작가 모습
강연하는 김중혁 작가
세 분의 미니 강연 후, 사회자인 장태순 덕성여대 철학과 교수님과의 대담, 관객 및 유튜브 시청자와의 질의응답까지 진행한 후 포럼을 마무리했습니다. 유튜브 시청자와 관객들의 짧지만, 핵심을 찌르는 질문과 장태순 교수님의 유려한 진행으로 끝까지 창의력 넘치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현장 모습
강연자와 청중의 모습
밝게 웃으며 질문에 대답하는 강연자들 모습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담과 질의응답을 이어가는 장태순 덕성여대 철학과 교수와 강연자들
◆ 연사 추천도서 ◆
<한혜원 교수 추천도서>
① 『메타버스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동은 지음, 이지북, 2022
새로운 세상 메타버스를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설명한 책으로, 10대가 재미있게 놀고 배우며 일할 수 있는 ‘메타버스 활용 백서’입니다.
② 『앨리스 리턴즈』, 한혜원 지음,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2016
이 책은 뉴미디어 콘텐츠에 나타난 여성 캐릭터를 집중적으로 분석하여 그 재현 양상과 서사적 기능을 고찰한 연구서입니다
<이루리 교수 추천도서>
① 『레이먼드 브릭스』, 니콜레트 존스 지음, 북극곰, 2021
『눈사람 아저씨』로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가 된 일러스트레이터 레이먼드 브릭스의 특별한 삶과 그림, 그림책 이야기가 담긴 책입니다.
② 『내게 행복을 주는 그림책』, 이루리 지음, 북극곰, 2019
그림책 마니아이며 평론가이자 편집자, 세계 10여 개국에 수출된 그림책 작가인 이루리 작가가 펴낸 세 번째 그림책 서평집입니다.
<김중혁 작가 추천도서>
① 『창의성의 즐거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북로드, 2003
30년에 걸친 창의성에 관한 연구를 집대성한 책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창조적인 업적을 남긴 91명의 인물을 인터뷰한 내용의 책입니다.
② 『진짜 이야기를 쓰다』, 마크 크레이머 외 지음, 알렙, 2019
하버드 대학 니먼재단 내러티브 팀이 기획한 책으로 아이디어 구상부터 출판까지 글쓰기의 모든 과정을 다루는 책입니다. 30여 명이 넘는 퓰리처상 수상 작가들과 베스트셀러 저자, 유수의 저작상 수상자들이 들려주는 스토리텔링에 관한 최신 경험과 조언의 정수가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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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인문포럼 <제4회 인간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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