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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을 높이는 소비

타인을 위한 착한 소비

진종훈

2017-12-21

우리는 버리기보다 매일 무언가 소비하며 산다.

소비는 생산보다 더 익숙한 일상이 되었고 그러한 우리를 소비하는 인간 ‘호모 콘스무스(Homo Consumus)’라고 부른다.

앞으로 인공지능이니 뭐니 해서 기계가 생산과 노동을 점령해가는 시대에 소비는 인간으로서 가장 중요하고도 고유한 활동이 될 지도 모른다.

 

 

 

우리는 왜 소비할까
요즘 우리는 많은 광고와 마케팅의 편재로 인해 자연스럽게 소비가 자신을 대변하고 남들과 차별화하게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소비가 미덕이며 경제 상황을 선순환할 수 있다고 장려하는 데에만 집중하느라 어떠한 소비를 해야 하는지에 관한 정보는 부족한 현실이다. 소비는 마치 나의 성공을 보여주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여러 매체에서 나오는 중독적 소비행태를 보면 더 이상 소비가 미덕이 될 수 없으며 소비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소비를 통해 우리가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쇼핑백을 들고 있는 여자



그럼 과연 왜 우리는 소비를 하게 되는 것인가. 첫째, 나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모든 사람의 욕구는 같기 때문에 기본적인 소비는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다음엔 자신이 생각하지도 못한, 가시적으로 표현하지 못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소비한다. 소비는 삶의 편의성을 넘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그리고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자아실현을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럼 왜 자신이 실제로 사용하지도 않는 상품을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소비하는 것인가. 그것은 많은 소비학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존감의 문제와 연결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도 그에 걸맞은 합리적 소비를 하겠지만 여기에서는 자신의 능력이상으로 물질적인 것에 집착하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무의미한 소비보다는 자존감을 높일 수 있고 자신의 욕구도 해소할 수 있으며 작은 실천으로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소비가 필요하다. 자존감 있는 소비를 통해 심리적 만족감을 얻고 합리적인 소비가 될 수 있도록 이야기해본다.



사람과 소비의 관계
자존감에는 자기 효능감, 자기 조절감, 자기 안전감이라는 세 가지 축이 있다고 한다. ‘자기 효능감’은 자신이 얼마나 쓸모 있는 사람인지 느끼는 것이고, ‘자기 조절감’은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본능, ‘자기 안전감’은 자존감의 바탕이 된다. 많은 연구는 자존감이 낮으면 현실 자아와 이상 자아 간의 차이가 커지는데,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이라고 한다. 낮아진 자존감이 소비에 집중하게 되고 이 소비로 잠시나마 자존감을 회복하지만 근본적인 자존감의 상승이 없으면 다시 과소비를 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 과도한 구매로 일시적인 만족을 얻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과일가계 풍경

신용카드



우리는 버리기보다 매일 무언가 소비하며 산다. 소비는 생산보다 더 익숙한 일상이 되었고 그러한 우리를 소비하는 인간 ‘호모 콘스무스(Homo Consumus)’라고 부른다. 앞으로 인공지능이니 뭐니 해서 기계가 생산과 노동을 점령해가는 시대에 소비는 인간으로서 가장 중요하고도 고유한 활동이 될 지도 모른다. 그만큼 사람과 소비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자존감을 높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존감이 아닌 자존심을 키울 수는 없는 일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존감을 상승시킬 방법을 제대로 알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착한 소비를 통해 자존감을 상승시키며, 착한 소비를 통해 함께하는 사회에 대해 생각할 때다.



착한 소비를 통한 변화

역사적으로 볼 때 18세기 후반 영국의 ‘설탕 거부 운동’이 윤리적 소비, 착한 소비의 출발점이었다. 많은 노동력이 드는 설탕 제조업에 대부분 흑인들이 동원되었기 때문이었는데, 흑인의 차별에 맞서는 흑인들의 불매운동은 소비의 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이렇듯 소비의 역사와 캠페인들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시키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 또한 일상적인 소비행위가 국민 정체성과 애국심을 증명하는 척도로 여겨지기도 했다.


  • 셀프주유소 풍경
  • 핸드폰으로 결재하는 풍경



지역이나 국가의 정책 방향도 바꾸고 시민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는 등 여러 가지 변화가 소비 행동에서 있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세상의 변화는 기업이나 큰 조직, 국가가 변해야 변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우리가 바뀌지 않는 한 변화의 길은 더디고 느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소비의 역사를 통해 다시 알 수 있다. 흑인들의 어렵지만 합리적이며 이유 있는 소비행태로 이 세상을 변화하도록 했으며 의식 있는 사람들의 착한 소비행동이 지금만큼의 긍정적인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온 것이다.


우리 주변을 보자. 연말에만 기부나 봉사를 하는 추세에서 일상의 소비 일부분을 타인을 위해 소비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2003년 처음 등장한 셀프주유소는 인건비 상승으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셀프주유가 소비자에게는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겠지만 사회라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보면 선순환보다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 당장은 저렴한 셀프주유소를 찾는 이도 많이 있지만, 고용절벽시대에 상생이라는 가치 아래 최대한 종업원을 많이 고용하고자 하는 주유소를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찾는 착한 소비를 즐기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착한 소비는 사회를 생각하는 소비형태로써 윤리적 소비가 될 것이며, 기업으로서도 이러한 소비행태를 도울 수 있다면 지속 가능한 경영은 물론 광고비보다 적은 비용으로 착한 기업, 착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기업 이미지를 동시에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개인•기업•조직•국가 간의 합리적인 소비, 윤리적인 소비, 착한 소비를 통해 내가 아닌 우리를 중심에 둠으로써 공동체 삶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으면 한다. 이러한 행동이 개인의 자존감을 높이고, 소비의 행동에 대한 작은 고민이 우리 사회의 자존감을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소비 행동 전에 작은 고민 ‘BUY GOOD!’을 한 번씩 생각하고 자존감 있는 소비 행동을 통해 변화를 끌어올려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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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진종훈
진종훈

문화마케팅(경영학박사) 전문가이자 문화평론가. 현재 경기대학교 평생교육원 경영학부 교수이자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콘텐츠사업 부문 전문위원으로 있다. 문화로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방송 및 기고 활동을 통해 우리 시대의 문화 활용과 융합에 관해 연구한다. 저서로 『성공하는 문화마케팅을 위한 기업의 문화마케팅』 『축제와 이벤트』 『문화마케팅을 위한 패션쇼 기획과 지역문화축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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