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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널 : 우주 건축의 시대

정다영

2017-02-16

과거 고대인들이 우주를 신령스러운 미지의 대상으로 여긴 것과 달리 오늘날 인류는 우주를 도식화한다.

마치 국가가 계획도시를 만드는 것처럼 우주도 도시화 과정과 유사한 절차를 밟고 있다.

그렇게 맵핑(mapping)된 우주는 개발을 위한 대상으로서, 예컨대 물자 조달을 위한 식민지나 관광의 대상지로서 기능한다.

 

 

 

신-유토피아 건설을 위한 시도들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속한 거대 구조물들은 여전히 미스테리다. 예컨대 쿠푸 왕의 피라미드는 아직도 어떻게 만들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당시 시대가 가진 기술과 자원들로 도저히 실현이 어렵다고 생각될 때, 우리는 미스테리한 그것들을 인류 감각으로 해석하는 것을 거부하게 된다. 지구상에 세워졌지만, 어쩌면 지구를 벗어난 우주적 차원으로 생각을 바꿀 때 비로소 이해될 수 있는 것들인지도 모른다.

 

고대의 거대 구축물들이 우리의 가시권을 벗어난 초월적 힘에 의해 세워졌다고 생각하면 조금 마음이 편안해진다. 고대인들은 종교적이고 제의적인 차원에서 우주와 교감하려 했을 것이다. 천체의 리듬을 곧 생활의 리듬으로 받아들인 것처럼 말이다. 하늘을 넘어 태양 그리고 달과 교감하려는 고대인들의 시도는 지금도 다른 형식으로 진화 중이다.

 

기원전과 달리 20세기 중반 이후 지속되는 우주와 관련된 프로젝트들은 산술적이다. 기록된 데이터가 곧 프로젝트의 결과로 남는다. 주지하다시피 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렸다. 1969년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착륙한 이후, 지구를 벗어난 행성에 가 닿으려는 시도는 이제 극복한 것처럼 보인다. 아련한 판타지를 넘어 인류의 생활 양식을 우주에 접목하려는 열망이 솟아오르고 있다. NASA(미국항공우주국)나 ESA(유럽우주국) 등은 이제 본격적으로 달과 화성을 중심으로 우주 기지를 계획하고 있다. 정주를 위한 우주 건축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과거 고대인들이 우주를 신령스러운 미지의 대상으로 여긴 것과 달리 오늘날 인류는 우주를 도식화한다. 마치 국가가 계획도시를 만드는 것처럼 우주도 도시화 과정과 유사한 절차를 밟고 있다. 그렇게 맵핑(mapping)된 우주는 개발을 위한 대상으로서, 예컨대 물자 조달을 위한 식민지나 관광의 대상지로서 기능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세계적인 건축가와 엔지니어들은 우주 개발을 위한 용병이 되고 있다. 최근 건축가들이 국가 기관뿐만 아니라 민간 우주 연구소와 손을 잡는 경우도 많아졌다. 아직은 불가해한 구석이 많은 미지의 장소에서 신-유토피아 건설을 위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우주 건축의 시대

이러한 건축계의 우주에 대한 관심은 건축의 미래와도 맞닿아 있다. 건축가의 개별적인 행보뿐만 아니라 건축 전문 매체에서 심심찮게 우주 관련 특집호나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는 것도 어쩌면 우주가 건축의 종착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에서다. 유서 깊은 건축·디자인 잡지 『도무스』(DOMUS)는 2007년 1월호에 우주 건축을 특집 기사로 싣는다. 편집부는 '우주 여행과 우주 건축(Space Tourism Space Architecture)'이라는 제목으로 미래 건축이 탐구할 대상인 우주 정거장을 비롯해 달과 화성의 정착 기지 등을 다뤘다. 건축의 근본적인 책무가 중력에 저항하는 것이라면 중력의 조건 자체가 상이한 우주에서의 건축은 완전히 다른 수행적 측면을 요구받는다. 이 기사에는 그러한 우주 건축과 관련된 이슈와 지구 바깥 공간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건축가 바바라 임호프(Babara Imhof) 등 여러 전문가들을 소개했다.


한편 온라인 잡지 『일레븐 매거진』(Eleven magazine)은 작년에 우주 건축과 관련된 아이디어 건축 공모전 결과를 게재하기도 했다. ‘문토피아(Moontopia)’라는 제목의 이 프로젝트는 달에 대한 관광과 연구 활동을 위한 정주 공간 설계를 공모했다. 대상(winner)으로 폴란드, 독일, 이탈리아-터키 출신이 팀을 이뤄 제안한 <루나 테스트 랩>(Lunar Test Lab)이 선정됐다. 대상작은 코쿤과 같은 형태의 점차 성장 가능한 유기적 구조물로, 그밖에 후보에 오른 안들을 포함해 본격적인 우주 건축의 시대를 환기시키는 매력적인 제안들이 많았다. 

 

 

문토피아 당선작 루나 테스트 랩

문토피아 당선작 <루나 테스트 랩> (www.eleven-magazine.com)
ⓒ Monika Lipinska, Laura Nadine Olivier, Inci Lize Ogun / Moontopia



건축가 중 우주 건축의 흐름에서 가장 앞선 행보를 보이는 이는 1935년생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다.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그는 하이테크 건축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백전노장인 노먼 포스터가 이끄는 설계 회사 ‘포스터+파트너스’는 달에 쏘아 올릴 기지의 설계를 맡아 2014년 해당 계획안 <루나 해비테이션>(Lunar Habitation)을 발표했다.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이 안은 ESA가 포스터+파트너스와 함께 한 오랜 연구 끝에 공개된 것이다. 이들은 전체 작업과정을 보여주는 가상의 동영상까지 공개했다.


여러 보도자료에 따르면 아래와 같은 순서로 건축은 진행된다. 먼저 로봇과 3D 프린터를 실은 우주선을 달에 착륙시키고, 로봇은 원격 조정을 받아 돔 구조물을 만든다. 이어 로봇은 달의 토양과 암석 등을 채취한 뒤 3D 프린터에 집어넣고 필요한 건축 자재를 만들어낸다. ESA는 로봇이 최대 4명이 체류 가능한 하나의 기지를 완공하는 데 대략 3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3D 프린팅 기술은 지구에서 건축 자재를 싣고 우주로 나가기 어려운 점을 보완해주는 중요 기술로 급부상하고 있다. 예전에는 지구에서 모듈을 미리 만들어 보내는 방식들이 실험되었는데 비용 문제로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었다. 대략 1kg의 무게를 쏘아 올리는 데 2억 원 이상의 돈이 드는 상황에서 우주에서 직접 건축 자재를 조달하는 이러한 방식은 우주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포스터+파트너스는 우주 공항 설계에서도 선두를 달리는 중이다. 그들은 우주 기지 계획안을 통해 우주 건축을 미래를 보여주고, 지상에서는 우주 관광의 상용화를 견인하는 우주 공항 설계를 맡아 우주 건축의 시대를 가시화하고 있다. 포스터+파트너스가 설계해 2011년 완공된 ‘스페이스포트 아메리카(Spaceport America)’는 세계 최초의 민간 우주 공항이다. 미국 뉴멕시코 주에 위치한 이 우주 공항은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사가 개발한 유인 우주선(Spaceship two)의 거점지로 사용되고 있다.



루나 해비테이션, 포스터+파트너스

<루나 해비테이션>, 포스터+파트너스 (www.fosterandpartners.com)
ⓒ Foster + Partners



우주를 직접 보고 사유하는 것

지금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여러 시도를 통해 우주 건축의 시대는 가까이 다가와 보인다. 앞서 설명했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민간 차원으로 우주 개발이 탄력을 받으면서 우주 건축이 가속화되고 있다. 여러 민간 기업이 우주 건축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는데, 예컨대 비글로우 에어로스페이스(Bigelow Aerospace)사는 특수 고강도 섬유와 불활성 기체를 사용해 ‘풍선처럼 부풀려서 전개되는 팽창식 우주 모듈’을 개발 중이다. 이와 같은 프로젝트의 상용화를 위해 건축가들은 과학자들과 새로운 차원의 협업을 진행 중이다. 우주에 대한 지식과 담론이 일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동시대 공학의 영역, 좁게는 건축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분명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우주와 현실계가 기술적으로 가까워지고 있는 것과 반대로 우주를 직접 보고 사유하는 시도는 드물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건축을 짓고 말할 때 무엇보다 태양과 달을 보는 위치가 중요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건축은 태양과 달을 관계적 위치에서 해석하기보다 합일시키고 있다. 현대인들은 실제 우주를 보는 것보다 뉴스나 온라인에 떠도는 기사를 통해 우주를 납작한 이미지의 형태로 접하는 기회가 더 많다.


분명 우주 건축의 시대는 열렸지만, 2013년에서야 최초로 우주 발사체를 쏘아 올린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이야기는 사실 참으로 낯설게 느껴진다. 아직은 오히려 고개를 들어 하늘 너머를 바라보는 행위가 우주와 건축 그리고 우리를 이어주는 가능한 시도일지도 모른다. 불과 몇 일전에 있었던 일로 달-금성-화성이 나란히 자리한다고 하여 떠들썩했던 것이 생각난다.


14년 만에 이 신비로운 ‘우주쇼’를 다시 볼 수 있다고 해서 이슈가 되었는데 과연 몇 명이 실제 하늘을 올려다보았을까? 우리는 이러한 우주쇼조차 TV와 컴퓨터,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아니면 하늘을 올려다 볼 여유가 없을 정도로 바쁜 것인지. 2월 1일 그때, 당신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우주의 현상을 직접 보았다면, 우주 건축에 한 걸음 다가간 시도를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피라미드를 지은 고대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대상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건축의 시작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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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정다영
정다영

(건축기획자)건축과 도시계획을 공부하고 월간 「공간」에서 건축전문기자로 일했다. 2011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로 재직하며 건축 부문 전시기획과 연구를 맡고 있다. <아트폴리 큐브릭>, <그림일기: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 <이타미 준: 바람의 조형>, <아키토피아의 실험> 등의 전시를 기획했다. 공저로 『파빌리온, 도시에 감정을 채우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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