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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과 비교의 늪에서 벗어나 자존감을 회복하는 법 (feat. 버트런드 러셀&게랄트 휘터)

- MZ세대와 함께하는 철학 카페 -

이진남

2022-04-04

숙제같이 고단한 결혼을 왜 해야 하죠?

늦게 하는 결혼은 왜 꼭 잘 시작해야 하나요?

잘 시작하는 결혼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이사 갈 필요 없이 넓은 집, 편리한 아파트를 사서 출발하는 결혼이 잘 시작하는 결혼인가요?

이렇게 계속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답을 찾다 보면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들이 들춰질 수 있습니다.

 

 

 

Q. 결혼 적령기, 남자친구도 있지만 흙수저에 모아둔 돈도 없고 자존심까지...

안녕하세요? 88년생 30대 중반의 여성입니다. 제 주위에는 벌써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린 친구들이 대부분이고 저에게도 오래 만난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남자친구나 저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학자금을 대출받아 대학을 다니고, 직장을 잡고 나서는 학자금을 갚고 원룸 월세를 내다보니 모은 돈이 거의 없는 형편입니다. 집도 없이 서울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이미 집을 마련해서 자리 잡은 친구들을 보니 위축되는 게 사실입니다. 친구들보다 결혼이 늦은 만큼 더 잘 준비해서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고 해서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그래서 요즘 남자친구랑 자주 다툽니다. 일생의 숙제와도 같은 결혼을 하긴 해야겠지만 여건도 안 되는 것 같고 자신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자존감이 너무 떨어져서 너무 우울합니다.

 

 

A. 나보다 잘난 사람 때문에 괴로워하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답니다

 

 

경쟁과 비교가 지옥의 시작

현재 우리 사회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사회입니다. 이런 사회에서 경쟁은 숨 쉬는 공기처럼 당연한 것이어서 경쟁이 없으면 왠지 이상하고 무조건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기 일쑤입니다. 지금으로부터 92년 전인 1930년에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은 그의 책 『행복의 정복』에서 미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경쟁적 습관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자신들이 즐겁게 사는 것을 방해하는 것으로 ‘생존을 위한 경쟁(struggle for life)’을 꼽지만, 실제로 그 의미는 ‘성공을 위한 경쟁(struggle for success)’이라는 겁니다. 경쟁을 하면서 내일 아침을 먹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옆 사람을 뛰어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한다는 겁니다. 러셀은 100년 전 미국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을 ‘성공을 위한 경쟁’이라고 적극적으로 표현했지만, 제가 보는 21세기 우리 사회의 경쟁은 ‘도태되지 않으려는 경쟁(struggle against falling behind)’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농구 시합 경쟁 모습

농구 시합 경쟁

 

 

100년 전 미국과 달리 우리 시대의 경쟁은 소극적이고 부정적입니다. 우리는 명품을 걸치고 고급 차와 비싼 아파트에 사는 것을 자기 과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는 밀리지 않으려고 바둥거리고자 하는 욕구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 정도 옷은 입어줘야 하고 이 정도 차는 타고 다녀야 무시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염려가 숨어 있습니다. 그렇게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면 밀리고 도태되어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이 우리의 소비와 생활을 결정합니다. 때로는 그 과정에서 어찌할 수 없는 열등감과 소외감을 보상받기 위해 자기 과시를 합니다. 유튜브나 SNS를 통해서 보여주는 자신의 모습은 이렇게 보상심리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SNS '좋아요'

SNS

 

 

또한 우리 사회에는 항상 남과 비교하는 것이 습관화되어있어서 내 판단의 기준은 늘 주위 사람들일 경우가 많습니다. 나보다 능력이 있거나 잘 생겼거나 재산이 많은 사람과 비교하는 일은 늘 자신을 비참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자신보다 조건이 안 좋은 사람과 비교하면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진 우월감도 일시적 만족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저는 말합니다. 비교 자체가 독이고 지옥이라고.

 

늘 자신을 주위 사람들과 비교하는 태도는 무의미할 뿐 아니라 위험한 습관입니다. 더구나 출발선 자체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일은 부조리하기까지 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넉넉한 집안과 좋은 교육 환경, 그리고 아낌없는 경제적 지원을 부모님들로부터 보장받은 사람들은 나와 비교할 대상이 아닙니다. 가난한 부모님을 원망하는 것도 성숙한 성인의 자세가 아닐 것입니다. 어떤 부모를 만나고 어떤 집안에서 태어나는가 하는 것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운명의 영역에 속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 대신 쿨한 환영의 인사를 보내는 것도 현명한 사람의 생활 방식이 아닐까요? 이천 년 전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B.C.4 ~ A.D.65)는 이렇게 말합니다.

 

“비교하지 말고 우리가 받은 것에 기뻐합시다. 자신보다 행복한 사람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을 것입니다. 제가 바라던 것보다 덜 받았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제가 받아야 할 것보다 많이 바랬던 것입니다.”

 

태어날 때 어떤 환경을 물려받는가 하는 것, 아무리 노력해도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 이것들은 내가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내 영역 밖에 있는 것들입니다. 그러니 바랬던 것보다 덜 받았다고 불평하는 것보다는 내게 합당한 몫보다 더 많이 바랬다고 반성하는 것이 더 현명할 것입니다.

 

 

자존감 회복이 급선무

그렇다면 경쟁과 비교의 덫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어디에 있을까요? 독일의 뇌과학자 게랄트 휘터는 그의 책 『존엄하게 산다는 것』에서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주는 내면의 나침반으로 ‘존엄’을 제시합니다. 존엄은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일종의 내적 표상입니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에너지는 자연의 모든 현상에 고르게 분포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생명체는 질서를 만드는 자기 조직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인간도 마찬가지로 엔트로피, 즉 무질서도를 낮춰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려고 외부 반응에 대한 자동화된 시스템을 만들어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뇌에는 어릴 때부터 일종의 일관된 자아 상이 만들어지는데, 그것이 바로 존엄입니다. 우리는 자기를 존엄하게 생각하고 그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물론 이상적인 상황에서는요. 이런 존엄감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거나 상실된 사람은 스스로 불행하거나 타인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삶을 살아갑니다.

 

 

독일 뇌 학자 게랄트 휘터(좌)와 저서 『THE COMPASSIONATE BRAIN: How Empathy Creates Intelligence - GERALD HUTHER, Ph. D.』 의 표지(우)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구글북스)

독일 뇌 학자 게랄트 휘터(좌)와 저서 『THE COMPASSIONATE BRAIN』의 표지(우)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구글북스)

 

 

자신이 존엄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자존감을 지키는 지름길입니다. 경쟁과 비교에서 치유되기 위해서는 자존감 회복이 우선입니다. 세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자신에 대해 건강한 자신감을 찾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입니다. 거울을 보거나 일기를 쓰거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찍은 사진을 꺼내 찬찬히 살펴보세요. 지금까지 살면서 좋았던 추억, 슬펐던 일들, 아쉬운 경험 등 나의 인생 전반에 대해 회상해보세요. 그리고 내가 얼마나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인지 확인해보세요.

 

지금 제게 상담을 요청하신 분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자력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까지 얻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훌륭한 분입니다. 부모님이 주시는 장학금(?) 덕분에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고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사람들과 달리, 당신은 혼자 힘으로 환경을 극복해온 놀라운 정신력과 노력의 주인공입니다. 지금까지 고생한 자기 자신에게 애썼다고 칭찬과 위로의 말을 건네보세요. 맛있는 음식이나 좋은 술로 자신에게 포상할 수도 있습니다. 매일 매 순간 스스로를 쓰담쓰담하는 습관을 만드는 노력을 해보세요.

 

 

발상의 전환과 타성에서 벗어나기

이미 집 사고 결혼하고 자리 잡은 친구들이 부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친구들과 똑같이 살 필요는 없습니다. 아니, 똑같이 사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사실 여유 있고 넉넉하게 사는 친구들도 다 똑같이 사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보는 그 친구들의 모습은 겉모습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무리해서 집을 사느라 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금을 갚지 못해서 전전긍긍하거나, 재산 분할 문제로 형제들이나 부모님과 관계가 틀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잘못된 투자로 엄청난 손해를 보고 그 때문에 눈덩이같이 불어가는 이자를 갚아가면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부러움

부러움

 

 

결혼을 ‘일생의 숙제’라고 표현하셨습니다. 그러면서도 늦은 만큼 더 잘 준비해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연하게 생각해서 묻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세요. 숙제같이 고단한 결혼을 왜 해야 하죠? 늦게 하는 결혼은 왜 꼭 잘 시작해야 하나요? 잘 시작하는 결혼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이사 갈 필요 없이 넓은 집, 편리한 아파트를 사서 출발하는 결혼이 잘 시작하는 결혼인가요? 이렇게 계속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답을 찾다 보면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들이 들춰질 수 있습니다.

 

집도 없이 서울에서 신혼을 시작한다는 것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서울을 벗어나는 것은 어떨까요? 직장 때문에 힘들다고요? 직장을 옮기는 것은 왜 안 되나요? 아니면 좀 멀더라도 서울 외곽에서 출퇴근하는 방법은 어떤가요? 경기도뿐만 아니라 강원도나 충청도에도 서울로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이 많습니다.

 

 

반려동물과의 산책

반려동물과의 산책

 

 

서울 같은 대도시가 편리한 점도 많지만 자신도 몰랐던 불편한 것들도 많습니다. 교통체증, 대기오염, 생활비, 특히 주거비 부담이 문제입니다. 반면 제가 사는 춘천 같은 소도시는 이런 불편함에서 자유롭습니다. 주거비가 서울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쌉니다. 반면 내 시간을 소중하게 쓸 수 있습니다. 서울 살 때는 하루 두세 시간 이상을 지옥철과 버스를 갈아타면서 출퇴근을 했습니다. 지금 여기서는 20~30분 정도 한가하게 걸어서 출근합니다. 주말에는 산과 한적한 호수에서 등산과 자전거를 즐깁니다.

 

우리 인생은 남들과 비교하기에는 너무나 소중합니다. 나 자신은 연봉이나 아파트값으로 측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누구보다도 존엄한 존재입니다. 비교와 경쟁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사랑할 방법을 찾는 즐거움을 느껴보세요.

 

 


목마른 당신을 위한 인생 비타민🍊


『존엄하게 산다는 것』 표지(좌)(이미지 출처: 교보문고)와 『행복의 정복』 표지(우)(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존엄하게 산다는 것』 표지(좌)(이미지 출처: 교보문고)와 『행복의 정복』 표지(우)(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① 『존엄하게 산다는 것』, 게랄트 휘터 지음, 박여명 옮김, 인플루엔셜, 2019

생물학과 뇌과학에 기반해서 인간의 존엄이 왜 중요하고 존엄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말하고 있습니다. 자존감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차근차근 제공하는 책입니다.


②『행복의 정복』,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사회평론, 2005

현대인들이 왜 불행한지 그 원인을 분석하고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2020년대의 한국 사람이 썼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우리 상황에 잘 맞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③ 일주일 살아보기

서울과 같은 대도시,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왔던 곳을 벗어나서 새로운 환경에서 일주일만이라도 살아보세요.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행복의 비결을 훔쳐보세요.



 

 

 

MZ세대와 함께 하는 철학 카페는? 불확실한 미래, 지질한 현재, 이불킥을 하게 만드는 과거……. 나는 왜 이리 형편없을까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들로 나의 일상은 주눅 들고는 합니다. 지금처럼이 아닌, 나답게 잘 사는 방법은 없을까요? 철학의 2,500년 역사는 이 물음에 답을 주는 지혜들로 가득합니다. 개성 강하고 그만큼 고민도 남다른 MZ세대를 위해 다정한 철학 전문가들이 모였습니다. 여러분들이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는 삶의 고민과 질문을 부담 없이 들려주시길! 철학의 지혜를 담뿍 전해드리겠습니다.

 

 

 

[MZ 세대와 함께 하는 철학 카페] 경쟁과 비교의 늪에서 벗어나 자존감을 회복하는 법 (feat. 버트런드 러셀&게랄트 휘터)

- 지난 글: [MZ 세대와 함께 하는 철학 카페] “왜 너는 너 다운 너가 되지 않았지?” (feat. 찰스 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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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남
이진남

강원대 철학과 교수. 철학박사.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성 토마스 대학에서 서양중세철학, 윤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윤리와 종교의 기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왔으며, 미국과 한국에서 철학상담사로 활동했고 철학카페를 조직하여 이끌어왔다. 사고와 표현과 같은 대학교양교육에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종교철학』, 『나는 긍정심리학을 긍정할 수 없다』 등을 썼고, 『신학대전 28: 법』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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