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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고전극장] 3회차 인문고전극장 돌아보기

2020-12-07


 

3회차 인문고전극장 돌아보기

 


인문고전극장 오프닝중인 철학교사 권희정

 

고전을 다른 인문분야의 시선으로 살펴보고 해석하는 인문고전극장의 세 번째 시간이 1127일에 열렸습니다. 이번에는 셜리 잭슨(Shirley Jackson)제비뽑기라는 작품을 주제로 하여 진행되었는데요. 실시간 라이브창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번 공연 이야기를 함께 만나보겠습니다.



<모두가 공감할수 있는 평화? - 허상호>


셜리 잭슨 '제비뽑기'는 비유하자면 한나 아렌트가 말했던 '악의 평범성'이 역사적으로 축적된 결정체인 것 같아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인간의 폭력본성은 주기적인 분출을 요하고 그 희생양을 찾게 마련입니다. 소설 속의 마을은 그 희생양을 정기적으로 제비뽑기를 통해 공평하게 결정한다는 특색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희생양이 결정될지 모를 현 사회와의 유일한 차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강연자님이 직접 공연을 진행하고 작품의 본질을 깊은 곳에서 꺼내어 현재 이면에 있는 본질과 현실을 직시한 해석을 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성민, 배우철님의 은은히 흐르는 음악 선율과 김성희님의 아코디언 연주는 무관심으로 외면당한 군상들을 어루만져주는 듯 너무 슬프고 아름다웠습니다.


이번 인문고전극장은 권희정 교사님 말씀처럼 누군가 제비뽑기의 거미줄에 걸려서 깜깜한 지하실에서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내가 또는 누군가가 허친슨 부인이 될 수도 있다는 자기성찰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낭독공연 중인 배우들과 연주자


낭독공연 중인 배우들


낭독공연 중인 배우들2



<악을 물리치려다 악이 된 사람들 박주연>


평범해서 더욱 섬뜩한 제목인 제비뽑기는 언뜻 보기에 해마다 마을 사람들이 행하는 민속놀이처럼 보인다. 이들의 행동은 너무도 순순하여 아무런 악의가 느껴지지 않는데 바로 그 지점에서 악은 발생한다. 마을의 풍년과 안전을 기원하기 위한 제비뽑기지만 반드시 한 사람의 목숨이 바쳐져야 한다는 점에 대한 무심함과 이 부조리한 상황을 분석 없이 받아들이는 무지함도 공존한다.


맹목적으로 따르던 이 관습에 대한 의문과 물음에는 호통 소리가 따른다. 모두가 악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하나의 무더기가 되려 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악의 공범들이다. 주민들은 그저 주어진 룰에 따라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그 속에는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심과 이번에도 내가 아니라 다행이다는 안도감이 숨어있다. 잘 숙성된 악은 마을 주민들에게 즐길 거리가 되어버렸다.


올해의 주인공인 테시는 자신에게 악습이 적용되는 순간 억울함을 토로한다. 그는 그 이전의 수많은 악습의 기간 동안 가해자였으며, 이를 받아들여왔다는 점에서 오히려 그녀의 죽음은 부당한 동시에 정당해 보인다.


부조리한 관습은 전통인 척 우리의 일상 속에서 똬리를 틀고 있다. 무심한 말들 속에는 남이 겪는 고통에 대한 무심함이 잠재되어 있다. “왜 그래야 해요?” 물으면 원래 그렇다는 말만 되돌아오는 구조. 그러나 이제까지 그래왔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물론 태어나자마자 사회화 과정을 겪는 인간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구조 자체가 틀렸을지 모른다는 의문을 품기란 쉽지 않다. 이 지점에서 강연자이신 권희정 선생님은 오이디푸스를 가져와 설명한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아내로 삼는 자를 찾아야 한다는 설정값에 놓이고 만 오이디푸스는 이미 구조 자체로 비극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내가 놓인 이 현실에 잘못 설정된 룰이 없는지 살피는 일일 것이다.


테시가 죽고 다시 평화를 찾은 마을. 겉으로 친근하고 다정해 보이지만, 자신도 모르게 집단폭력을 행하는 이웃들은 내년에 혹은 그다음 해에 테시의 자리에 서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 속에는 얼마나 많은 이의 피와 죽음이 스며 있을까. 그 일상의 이면에서 어떤 이가 숨죽여 울음 우는지 무심하다면 우리 또한 제비를 뽑고 안도하는 저들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주제강연을 하는 철학교사 권희정


주제강연을 하는 철학교사 권희정2


질의응답을 하는 배우들과 철학교사 권희정



<본연의 색 김인애>


제비뽑기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은 제비뽑기로 인간 제물을 뽑는다는 설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제비뽑기는 예전보다 형식적인 의식도 없어지고, 제비뽑기 상자는 원래 검은색 상자에서 본연의 색을 잃은 상자가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비뽑기도 본연의 의도가 변한 건 아닌지에 대해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는 이런 취지로 진행이 된 것이 아니라 작은 제물에서 시작을 해서 살아있는 인간 제물을 바치는 것으로 변한 건 아닐까? 젊은 사람들이 봤을 때 미신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전통이라는 단어로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다양한 의문들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이 마을의 사회적 규율과 관습에 대한 상황을 우리 사회에서 찾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고, 단순히 장르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기에는 사회적인 단면을 보여주고 그 속에서 보이는 군중심리를 묘사하는 점이 오늘날 사회랑 비교해보면서 읽어보기 좋은 책이었습니다.



음악공연 중인 아코디언 연주자


음악공연 중인 키보드, 베이스 연주자



<문학의 풍경이 되어 준 인문고전극장 두 아들의 엄마>


셜리 잭슨의 <제비 뽑기>를 읽었다. 작은 시골 마을에 무언가 이벤트가 있는 듯하다. 책은 평화로운 가운데 약간은 들떠있는 동네의 모습을 잔잔히 보여주며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의 잔혹한 반전. 이 짧은 단편을 읽는데 현실에서 보고 겪은 상황들이 오버랩되었고, 여러가지 생각들이 마음속에 떠 올랐다가 사라졌다.


인문고전극장은 이런 어질러진 느낌과 생각을 잘 정리해 주었다. 음악과 낭송극은 <제비뽑기>를 혼자 읽을 때보다 훨씬 더 입체적이고 풍부한 느낌으로 이 책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철학교사인 권희정 선생님은 이 책을 읽는 키워드로 르네 지라르를 가져왔다. 그의 욕망이론과 희생양 이론에 대한 강연으로 이 책을 깊이 읽을 수 있게 해 주셨다. 그로 인해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많은 불합리한 일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권희정 선생님은 강연 초반 세상은 왜 오늘도 평화로운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에 담긴 통찰이 너무 커서 지금까지도 마음속을 맴돌고 있다. 알게 모르게 가해자였던 나 자신을 자꾸 돌아보게 한다.



인문의 눈으로 우리 시대 숨겨진 명작 다시 발견하기 네 번째 인문고전극장 사회학자 엄기호와 함께 읽는 후안 마요르가(Juan Mayorga)의 『천국으로 가는 길』 일시 2020년 12월 17일(목) 오후 3시~4시 50분 실시간 중계 https://www.youtube.com/360inmun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인문360



이 외에도 무관중으로 진행되었던 아쉬움을 날릴 만큼 뜨거운 반응들이 있었는데요. “독자로서의 강연과,낭독극, 사전 독자의 질문 ,현장 유튜브의 질문등 작품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좋았습니다.”, “욕망이론과 희생이론을 공부하게 되었고 공감하고 화합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내 일이 아니면 무관심해지는게 현실인데, 오늘 강의를 통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용기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등의 시청 소감을 남겨주셨습니다.


다음 인문고전극장은 네 번째 시간으로1217() 오후 3, 사회학자 엄기호와 함께 읽는 후안 마요르가(Juan Mayorga)천국으로 가는 길로 찾아뵙겠습니다. 인문360° 유튜브 채널에서 실시간 중계되오니 많은 기대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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