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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책방 산책

지역의 창작자들을 응원하는 독립서점 이야기, 창원<책방 산책>

2019-12-04

2019 골목콘서트 세 번째 이야기, 생각을 물들이는 한걸음 '책방 산책', 창원 창원 책방산책 8.25(일) 16:00


지역의 창작자들을 응원하는 독립서점


창원 독립서점 책방산책 내부1


과거 90년대까지 경남 지역에서 손꼽히는 중심지로 번성했던 마산 창동 지역은 90년대 후반, 2000년대에 접어들며 시대변화의 물결로 급격히 쇠퇴한 곳 중 하나이다. 빈 점포들과 죽어 있는 상권을 살리고자 현재는 창동예술촌이라는 이름으로 거리의 빈 점포들에 예술작가들이 정착하여 쇠퇴한 거리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 창동예술촌 한복판에 위치한 ‘책방산·책’은 창원 지역의 대표적인 독립서점 중 한 곳이다. 독립출판물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면서 동시에 다큐멘터리 사진, 필름 등의 클래스를 운영하고 유튜브 콘텐츠를 촬영할 수 있는 스튜디오도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창원 책방산책 내부2


책으로 둘러싸인 책방이자 창작자들의 거실 같은 분위기를 가진 이 곳 ‘책방산책’에서 지난 8월 25일 일요일. 경남 지역의 책방을 산책하듯 둘러본다는 의미의 ‘책방 산책’이라는 제목으로 골목콘서트가 열렸다.



지역 청년 작가로 산다는 것 : 소외감과 외로움을 견디는 것


첫번째 순서로 지난해 발간된 <나의 두 사람>과 최근 10월에 발간된 그 후속작<작별 인사는 아직이에요>. 이렇게 두 권의 책을 출간한 김달님 작가의 북토크가 진행됐다.

 <나의두 사람>은 조손 가정에서 살아 온 작가 개인의 자전적 에세이다. 책 제목이기도 한 ‘나의 두 사람’은 쉰의 나이에 갓 태어난 손녀의 부모 역할을 감당해야 했던 작가의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바치는 헌정사이기도 했다. 


책방산책 북토크 김달님 작가


이번이 여섯번째 북 토크라는 김달님 작가는 이전 북토크 때 관객들과 주고 받았던 질문들을 토대로 능숙하고 차분하게 자신이 책을 출간하게 된 과정을 소개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린이날 글짓기 대회에서 권투선수가 꿈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글을 써서 교육감상을 받았어요. 그 무렵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너는 글을 참 잘 쓰는 아이구나.’ 라는 칭찬을 들었는데 그 때부터 막연하게나마 가족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녀는 오래 전부터 글을 쓰고 싶었던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예전부터 소설을 무척 좋아해서 소설가나 드라마작가가 되기를 꿈꾸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점차 그 꿈은 희미해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막 서른이 됐을 즈음이었다. 이번에도 쓰지 않으면 앞으로도 영영 쓰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글을 써보기로 했다. 한 달 동안 15개~20개의 원고를 써내야 하는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글감을 찾던 그녀의 눈에 문득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부모처럼 돌봐줬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이 들어왔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두 분들에 대한 이야기는 자신이 가장 잘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꼭 써야 할 것 같고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련한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장면들을 토대로 목차를 구성해 나가고, 그 장면을 곱씹고 묘사하며 글을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마침내 한 달간의 브런치 프로젝트를 끝냈을 때, 그녀는 금상을 수상했다. 대상이 아니라 정식 책 출간은 어려웠지만, 그 글을 눈여겨봤던 어느 출판사 대표의 제안으로 몇 달 뒤 그녀의 이름으로 된 책을 출간하게 된다.


김달님 작가의 북토크


작가가 되고 나서 달라진 것이 뭔지 묻는 질문에 그녀는 과거보다 자신의 삶을 더 좋아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글을 쓰는 동안 계속 반복해서 자신의 인생을 돌아봐야 했기 때문에 과거 어린 나이에 자신을 낳고 떠나 버렸던 엄마의 심정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됐고, 어린 시절 내내 자신을 괴롭혔던 결핍이 더 이상 약점이 아니라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다. 


한편, 지역의 청년 작가로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생각해보니 지역에서 살며 가장 크게 느꼈던 감정은 소외감이었어요.”


다른 작가들로부터 글 쓰는 것을 배워보고 싶었지만 듣고 싶었던 거의 모든 강의는 서울에서, 그것도 평일 저녁에 열려서 도저히 참여할 수가 없었다. 글을 직접 쓰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글쓰기 모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간절했다. 책을 낸 이후에도 서울에 살았다면 자신에게 더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지울 수 없었다.


무엇보다 혼자 글을 쓰는 그 외로움과 막막함을 감당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 참여해 처음 책을 낼 때에도 온라인상에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다정한 댓글에 의지하며 간신히 다음 글을 쓸 수 있었다고 했다.


“창작자들이 더는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외로움을 덜 수 있도록 제가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해요.”


책을 내고 지역에서 글쓰기 클래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의외로 서울이 아닌 지방에도 자신처럼 글을 쓰고 싶은 갈증을 느끼고, 함께 나누고자 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준비한 북토크를 마무리하며, 그녀는 지역의 청년작가로서 앞으로도 자신이 살아가는 장소와 시간과 그 느낌을 자연스레 담아내면서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더 와 닿을 수 있는 글을 쓰는 작가로, 또 지역에서 글 쓰고 책을 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접점이 되기를 바랐다. 


책에 서명을 하고 있는 김달님 작가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이어진 2부에서는 독립서점 ‘책방산·책’을 운영하고 있는 박성호 대표가 골목콘서트 기획자 글이음의 최성완 대표와 대담 형식으로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박성호 책방산책 대표와 청년기획자 최성완 대표


책방산·책은 독립출판사 <산·책'과 독립사진작가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곳으로 공동의 작업실을 개조한 공간이기도 하다.

지역에서 독립출판물만 취급하는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일이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박성호 대표는 처음부터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해 나갈 수 있었다고 고백하며 이렇게 대답했다.

“유명 작가의 책들은 대형 서점이나 다른 데서 다 팔잖아요? 저희는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것들 을 소개하고, 더 나아가 이 곳이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어요”


흔히 독립영화, 독립출판 등에 붙는 ‘독립’이라는 단어는 돈(자본)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을 때 쓰인다고 한다.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 ‘책방산·책’이 가진 나름의 철학은 책을 선별하지 않는 것!


유명 출판사나 유명 작가의 책을 일절 들여놓지도 않고, 좋은 책과 좋지 않은 책으로 구분하지도 않는다. 잘 팔리지 않는 책이라 하더라도 그 나름대로 가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00명 중 한 명에게는 그 책이 감동과 성찰의 기회를 줄 수도 있는 것이다.


독립 서점 창원 책방산책의 독립출판물들


“작아서 좋은 점도 있어요. 소규모 행사나 모임도 가능하고 재미있는 시도를 해볼 수 있거든요. 실패하더라도 리스크가 적어요. 잘 안 되도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으니까요.”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그는 이 독립서점이 두려움과 설렘을 안고 처음 책을 낸 작가들에게 자양분이 될 수 있는 응원과 격려를 해주는 공간이자 독자들에게는 자기 마음에 드는 책을 보물찾기하듯 발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남기를 바란다고 했다.


골목콘서트 끝나고 인터뷰한 관객들


골목콘서트가 끝나고 참여한 관객들을 인터뷰하며, 유독 많이 들을 수 있었던 후기는 바로 ‘마음에 와 닿았다’라는 표현이었다.

북토크를 들으며 은연 중에 내 가족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었다는 사람도 있었고,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사장님의 철학을 들으며 무심코 스쳤던 공간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때로는 방송에 나오는 유명인의 특별한 사연보다 우리 이웃에서 나와 비슷한 처지의 누군가가 들려주는 색다른 이야기가 더욱 생생한 감동과 위로가 되어주기도 한다. 또한 처음부터 좋은 작가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열어주고, 그들의 습작까지도 응원과 격려의 시선으로 바라봐줄 수 있는 공간과 사람들이 꼭 필요하다. 그런 환경 속에서 지역에서도 앞으로 좋은 작가들이 많이 태어나고 발견될 수 있지 않을까. 

 

"인문이란 삶의 어디에나 있는 것" 같다는 기획자 최성완 대표의 생각처럼 창원에서 열린 골목콘서트 <책방 산책>은 관객들에게 지역 예술가의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으며, 삶의 도처에 존재하는 인문의 가치를 재확인할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나에게 인문이란? 삶의 어디에나 있는 것


○ 리뷰 및 인터뷰 정리 - 임귀연

○ 영상 촬영/편집 - 김상혁

○ 사진 촬영 - 박주영

○ 도움 주신 곳 - 책방 산책, 글이음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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