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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고전극장] 셜리 잭슨(Shirley Jackson)의 『제비뽑기』

김미월

2020-11-18

인문의 눈으로 우리 시대 숨겨진 명작 다시 발견하기 세 번째 인문고전극장 철학교사 권희정과 함께 읽는 셜리 잭슨(Shirley Jackson)의 『제비뽑기』

 


셜리 잭슨(Shirley Jackson)의 『제비뽑기』를 추천하며 - 소설가 김미월 -



6월 27일, 어느 평화로운 시골 마을 광장에 사람들이 모입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인 이유는 제비뽑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마을에는 해마다 정해진 날에 제비뽑기를 하는 관습이 전해져 내려오거든요. 그들은 제비뽑기를 해야 그해 풍년이 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목적만 보면 우리나라의 풍년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셈이지요.


그러나 그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제비뽑기의 핵심은 희생양을 정하는 것입니다. 뽑힌 사람은 마을 사람들에게 죽을 때까지 돌팔매질을 당해야 합니다. 물론 이 황당하고 부조리하기 짝이 없는 의식에 모두가 아무 이견 없이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는 제비뽑기 종이들이 든 검은색 상자가 너무 오래되었으니 바꾸자는 의견을 내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는 이웃 마을에서는 더 이상 제비뽑기를 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그 마을 사람들은 오랜 전통과 관습에 따라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예정대로 의식을 진행합니다.


각 가정마다 대표 한 사람이 나와 상자 속의 종이쪽지를 뽑습니다. 설거지하다가 늦을 뻔했다며 마지막으로 광장에 나왔던 허친슨 부인 테시는 남편 빌이 당첨되자 공평하지 않다고, 그에게 선택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았다고 최대한 차분하게 말합니다. 그러나 규칙대로 그들 가족은 2차 제비뽑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빌과 테시, 그들의 세 아이들까지 모두 다섯 명 중에서 테시가 최종 당첨됩니다. 그녀는 다시 외칩니다. “공평하지 않아요. 이건 옳지 않아요.” 그때 인생에서 77번이나 제비뽑기를 경험했지만 지금까지 살아남았음을 자랑스러워하는 마을의 최고령자 워너 노인이 주위 사람들에게 어서 돌을 던지자고 권합니다. 이윽고 테시에게 돌들이 날아듭니다. 그녀의 어린 아들 데이브도 사람들을 따라 돌을 듭니다.


이상은 소설가 셜리 잭슨(Shirley Jackson)의 단편 소설 「제비뽑기(The lottery)」의 내용입니다. 소설 속에는 그 마을에 왜 이러한 제비뽑기 의식이 생긴 것인지, 그 의식이 실제로 풍년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이번 희생양은 테시 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 의식이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신은 절대 뽑히지 않으리라 믿는 워너 노인도, 노인의 독려에 따라 테시에게 돌팔매질을 하는 마을 사람들도, 제 엄마에게 던질 돌을 천진하게 주워드는 어린 데이브도 모두 미래의 잠재적인 희생양들입니다. 그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테시처럼 자신이 제물이 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이 의식이 공평하지 않다고 외치지 못합니다. 왜 이것을 유지해야 하느냐 묻지도 못합니다. 물을 필요가 없는 것, 예전부터 그래왔으니 앞으로도 계속해야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관습이고 전통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그 마을의 바깥에 있는 우리가 대신 질문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모두의 행복을 위해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이 옳은가. 그것이 설사 공동체의 안녕을 위한 제의라 해도 희생자가 내 이웃이요 가족이며 심지어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는데 그것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가, 하고요.


셜리 잭슨의 「제비뽑기」는 관습 혹은 전통의 미명 아래 행해지는 집단의 폭력, 그 앞에 다정한 이웃의 얼굴로 서 있는 개개인의 비겁과 무기력, 더불어 인간의 본성 아래 숨겨진 광기를 꼬집는 섬뜩한 소설입니다. 



관람 정보

 

명칭 : 인문고전극장 3회차 철학교사 권희정과 함께 읽는 셜리 잭슨(Shirley Jackson)의 『제비뽑기』

일시 : 2020년 11월 26일(목) 오후 3시 ~ 4시 50분

주최/주관 : 문화체육관광부/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관람방법 : 현장관람(선착순 30명 제한) 및 당일 인문360 유튜브 채널 생중계(https://www.youtube.com/360inmun 

※ 당일 현장 관람 신청자에 한하여 관람신청 확인 등 상세 개별 안내 메시지 발송

현장관람 장소 :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 다리소극장(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2길 49, 홍대입구역 2번 출구) 

문의 : 인문고전극장 운영사무국 02-332-3383(평일 10:00 ~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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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월
김미월

소설가
200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정원에 길을 묻다」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서울 동굴 가이드』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 장편소설 『여덟번째 방』, 산문집 『내가 사랑한 여자』, 옮긴 책으로 『바다로 간 가우디』가 있다. 신동엽문학상, 제1회, 제3회, 제4회 젊은작가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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