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치 앞을 모른 채 살아갑니다. 그런데도 우리, 평범한 인간들은 지금 행복하면 영원히 행복할 것처럼, 지금 불행하면 영원히 불행할 것처럼 그 순간의 기쁨과 고통에 전전긍긍하며 살아가지요.
여기, 누구나 그려볼 수 있을, 평화롭고 화목한 한 가정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행복했고, 운이 좋았다’라고 생각하는 아버지, 빵집을 찾아가 아들의 생일케이크를 미리 주문하면서 빵집 주인이 무뚝뚝해서 아들 얘기를 함께 나누지 못해 불편한 정도가 불만인 어머니, 그리고 친구가 가져올 생일선물을 알아보려고 애쓰는 천진한 아이로 이루어진 가정입니다. 그 평범한 가정의 일상적인 행복은 아이의 생일날, 예상치 못한 ‘한치 앞’의 교통사고로 한순간에 무너지고 맙니다.
의사들은 아이가 괜찮다고, 곧 깨어날 거라고 말하지만 아이는 깨어나지 않습니다. 깊은 불안 속에서도 의사의 말에 매달리며 교대로 잠시 쉬러 집에 다녀온 아이의 부모는 집에서 이상한 전화를 받습니다. 그것은 케이크를 왜 찾아가지 않냐는 빵집 주인의 전화였지만 아버지는 전혀 영문을 몰랐고, 어머니는 아들의 이름을 말하는 것만 듣곤 혼비백산합니다. 그러다 아이는 의사의 장담과 달리 세상을 떠나고, 넋이 나간 채 집에 돌아간 부모는 또 전화가 오자 격분하여 새벽에 빵집으로 달려갑니다. 영문도 모른 채 그들을 맞은 빵집 주인한테 부모는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말하며 그를 비난합니다. 빵집 주인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사과하고 그들에게 의자를 내밉니다. 그리고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라며 갓 구운 빵과 커피를 대접합니다.
며칠 동안 자지도 먹지도 못했던, ‘지치고 비통한’ 그 부모는 새벽어둠 속의 아늑하고 따뜻한 빵집 안에서 갑자기 허기를 느끼며 갓 구운 그 빵과 커피를 계속 먹습니다. 어느 사이, 그들은 오히려 빵집 주인의 외로움과 보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급작스런 교통사고로 어린 아들을 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비극 앞에서도 인간은 갓 구운 빵과 커피 같은 ‘별 거 아닌 것’에 위로를 받습니다. 그것은 ‘별 거 아닌 것’이지만 한 사람의 진심어린 미안한 마음과 그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해주고 싶은 따스한 마음이 스며 있기 때문이겠지요. 이 이야기는, 어린 아들의 죽음이라는 끔찍한 비극을 뼈대로 삼고 있지만 어찌 보면 아주 하찮은 일상의 사소한 오해와 사소한 위로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서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들의 전화 통화는 답답하기 짝이 없지만 그러한 불통이 있었기에 그들이 마침내 소통하는 이야기는 그 울림이 더욱 큽니다.
우리 인간이 운명 앞에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 우리가 딛는 현실이란 것이 얼마나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것인지, 그러면서도 그 미미한 존재들이 어떻게 서로에게 손길을 내밀고, 서로의 상처를 나눌 수 있는지를 쓰라리면서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을 통해 지금 이 순간 삶의 소중함을 더욱 깨닫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이 작품을 추천합니다.
| 관람 정보
명칭 : 인문고전극장 2회차 사회학자 김찬호와 함께 읽는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의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글도 쓰고, 그림책 번역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행복한 학교》, 《새를 사랑한 새장》, 《늦잠나라 백성들은 어떻게 일찍 일어나게 되었나?》, 《말 더듬는 꼬마 마녀》, 《귀신 친구 하나 사귈래요?》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세상 끝에 있는 너에게》, 《무릎 딱지》, 《우리 선생님이 최고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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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360
[인문고전극장] 레이먼드 카버의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이경혜
2020-10-20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의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을 추천하며
우리는 한치 앞을 모른 채 살아갑니다. 그런데도 우리, 평범한 인간들은 지금 행복하면 영원히 행복할 것처럼, 지금 불행하면 영원히 불행할 것처럼 그 순간의 기쁨과 고통에 전전긍긍하며 살아가지요.
여기, 누구나 그려볼 수 있을, 평화롭고 화목한 한 가정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행복했고, 운이 좋았다’라고 생각하는 아버지, 빵집을 찾아가 아들의 생일케이크를 미리 주문하면서 빵집 주인이 무뚝뚝해서 아들 얘기를 함께 나누지 못해 불편한 정도가 불만인 어머니, 그리고 친구가 가져올 생일선물을 알아보려고 애쓰는 천진한 아이로 이루어진 가정입니다. 그 평범한 가정의 일상적인 행복은 아이의 생일날, 예상치 못한 ‘한치 앞’의 교통사고로 한순간에 무너지고 맙니다.
의사들은 아이가 괜찮다고, 곧 깨어날 거라고 말하지만 아이는 깨어나지 않습니다. 깊은 불안 속에서도 의사의 말에 매달리며 교대로 잠시 쉬러 집에 다녀온 아이의 부모는 집에서 이상한 전화를 받습니다. 그것은 케이크를 왜 찾아가지 않냐는 빵집 주인의 전화였지만 아버지는 전혀 영문을 몰랐고, 어머니는 아들의 이름을 말하는 것만 듣곤 혼비백산합니다. 그러다 아이는 의사의 장담과 달리 세상을 떠나고, 넋이 나간 채 집에 돌아간 부모는 또 전화가 오자 격분하여 새벽에 빵집으로 달려갑니다. 영문도 모른 채 그들을 맞은 빵집 주인한테 부모는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말하며 그를 비난합니다. 빵집 주인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사과하고 그들에게 의자를 내밉니다. 그리고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라며 갓 구운 빵과 커피를 대접합니다.
며칠 동안 자지도 먹지도 못했던, ‘지치고 비통한’ 그 부모는 새벽어둠 속의 아늑하고 따뜻한 빵집 안에서 갑자기 허기를 느끼며 갓 구운 그 빵과 커피를 계속 먹습니다. 어느 사이, 그들은 오히려 빵집 주인의 외로움과 보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급작스런 교통사고로 어린 아들을 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비극 앞에서도 인간은 갓 구운 빵과 커피 같은 ‘별 거 아닌 것’에 위로를 받습니다. 그것은 ‘별 거 아닌 것’이지만 한 사람의 진심어린 미안한 마음과 그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해주고 싶은 따스한 마음이 스며 있기 때문이겠지요. 이 이야기는, 어린 아들의 죽음이라는 끔찍한 비극을 뼈대로 삼고 있지만 어찌 보면 아주 하찮은 일상의 사소한 오해와 사소한 위로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서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들의 전화 통화는 답답하기 짝이 없지만 그러한 불통이 있었기에 그들이 마침내 소통하는 이야기는 그 울림이 더욱 큽니다.
우리 인간이 운명 앞에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 우리가 딛는 현실이란 것이 얼마나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것인지, 그러면서도 그 미미한 존재들이 어떻게 서로에게 손길을 내밀고, 서로의 상처를 나눌 수 있는지를 쓰라리면서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을 통해 지금 이 순간 삶의 소중함을 더욱 깨닫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이 작품을 추천합니다.
| 관람 정보
명칭 : 인문고전극장 2회차 사회학자 김찬호와 함께 읽는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의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일시 : 2020년 10월 29일(목) 오후 3시 ~ 4시 50분
주최/주관 : 문화체육관광부/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관람방법 : 현장관람(선착순 30명 제한) 및 당일 인문360 유튜브 채널 생중계(https://www.youtube.com/360inmun)
※ 당일 현장 관람 신청자에 한하여 관람신청 확인 등 상세 개별 안내 메시지 발송
현장관람 장소 :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 다리소극장(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2길 49, 홍대입구역 2번 출구)
문의 : 인문고전극장 운영사무국 02-332-3383(평일 10:00 ~ 17:00)
2회차 인문고전극장 신청하기 (공연 사전알림, 현장참가)
사전독자감상단 3회차 모집 신청하기
장소 정보
글도 쓰고, 그림책 번역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행복한 학교》, 《새를 사랑한 새장》, 《늦잠나라 백성들은 어떻게 일찍 일어나게 되었나?》, 《말 더듬는 꼬마 마녀》, 《귀신 친구 하나 사귈래요?》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세상 끝에 있는 너에게》, 《무릎 딱지》, 《우리 선생님이 최고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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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인문고전극장] 레이먼드 카버의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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