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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애월에 뜨는 별

'날지 못하는 비행기'에서 '떠오르는 별'로!

2019-11-06

2019 골목콘서트 세 번째 이야기, 생각을 물들이는 한 걸음. 애월에 뜨는 별, 제주. 제주 카페 동경앤책방 8.11(일) 19:30



제주 애월에서 만난 별들


지난해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8년 등록 장애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5% 를 차지한다. 하지만 아직도 비장애인들에게 장애인들은 낯선 존재일 뿐이다.

우리 동네 곳곳 다양한 삶의 모습을 찾아가는 골목콘서트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소통하는 특별한 인문의 현장이 열렸다. 8월 11일 일요일, 제주 애월에 위치한 카페 ‘동경앤책방’에서 열린 골목콘서트 <애월에 뜨는 별>이 그것이다.


카페 동경앤책방 외부


카페 동경앤책방 내부


제주 카페 ‘동경앤책방’은 두 달에 한번 꼴로 클래식 공연, 북 토크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꾸준히 열고있는 문화공간으로 동네 사람을 비롯, 먼 곳에서 발걸음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사랑받는 지역 명소이다.

공교롭게도 이 날 제주는 태풍이 상륙해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바람도 거세게 불었다. 그럼에도 비바람을 뚫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의 모습에서 카페에 대한 애정과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골목콘서트 무대 현수막


무대에 오르는 연주자들은 한국발달장애인 문화예술협회, 줄여서 아트위캔 소속의 장애인 아티스트들이었다.


발달장애는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또 다운증후군 같은 정신적 장애로 나뉘는데 스펙트럼이란 용어를 쓸 정도로 사람마다 나타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공통적으로 의사 전달과 소통이 어렵고, 사회성도 떨어지지만, 그게 음악이라면 오히려 얘기가 다르다는 김민정 국장님의 설명도 뒤따랐다.


골목콘서트 관객들 모습


“보통 발달 장애 아이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소통이 안되어 지적만 받다 보니 자존감도 떨어지고 위축되기 쉽습니다. 그런데 여기 이 아이들은 일상적인 소통은 어렵지만, 음악적인 소통은 누구보다 원활한 아이들입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공연이 끝날 무렵이면 장애인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음악인으로 바라보게 되실 거라고 자신합니다.”


이날 공연을 한 아트위캔 소속 팝밴드 ‘슈가슈가’는 얼마 전 일본, 스페인, 포르투갈에도 초청받아 공연을 하고 올 정도로 실력을 널리 인정받고 있는 국내 대표적인 장애인 아티스트 그룹이다.


김지현 님의 피아노 솔로


첫번째로 등장한 ‘김지현’ 님은 정통 클래식 피아노 연주를 선보였다. 본래 베이스를 전공한 그는 이 날은 슈만, 리스트 등 클래식 피아노 곡들을 연주하며 수준급의 피아노 실력을 선보였다. 연주 실력이나 태도만 봐서는 도무지 장애가 있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우병욱 님의 일렉기타 연주


시각장애 1급의 장애인 아티스트 ‘우병욱’ 님은 앞을 볼 수 없어서 모든 악보를 듣고서 외운다. 원래 전공은 색소폰이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일렉기타 연주에 도전했다. 눈을 감고 들으면 비장애인 연주자와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의 뛰어난 연주를 보여 공연 뒤에 숨은 숱한 노력을 가늠하게 했다.


슈가슈가의 보컬 임세훈


슈가슈가의 보컬을 맡고 있는 '임세훈' 님은 패기 넘치는 당찬 청년이다. 씩씩하고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한 후, 노래 중간중간 자연스레 호응을 이끌어내는 모습이 영락없는 록커다. 자폐가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의사소통도 원활하고 밝았던 그는 현재 스타벅스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며 틈틈이 음악활동도 계속하고 있다.


이예슬 님의 색소폰 연주


시각장애를 지닌 ‘이예슬’ 양은 뛰어난 리듬감과 폐활량으로 색소폰을 자유자재로 연주하는 아티스트다. 몇 번만 들어도 금세 곡을 다 외워 연주하는 그녀의 특기는 색소폰 애드립. 그녀가 연주하는 신나고 흥겨운 레퍼토리는 관객들로부터 큰 환호를 받았다. 


엄지연 님의 피아노 연주와 보컬


키보드 연주와 보컬을 맡고있는 ‘엄지연’ 양은 무대 위에서 시종일관 자신감을 뽐냈고, 쾌활한 미소와 맑은 목소리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피아노 연주로 그녀가 들려줬던 ‘날지 못하는 비행기’는 마치 마음껏 날개를 펼쳐 날고 싶은 본인의 이야기 같아 뭉클한 감동이 더했다.


듀엣 공연을 선보이는 엄지연, 임세훈 님


이들은 이후로도 YB의 <나는나비>,  러브홀릭스의 <버터플라이> 듀엣, 색소폰 연주가 멋있었던 <데낄라>와 <아모르파티>등 몇 번의 앵콜을 반복하며 폭발적인 박수와 환호성을 불러 일으켰다.

 

박수치는 관객들

 

 

빛나는 조연, 위대한 엄마들

영화 속 멋진 주인공 곁에는 빛나는 조연이 있다. ‘슈가슈가’ 공연단에는 젊은 장애인 아티스트들 외에도 그들의 부모님이 그림자처럼 뒤에서 함께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발달 장애 아티스트들이 보여준 ‘내가 최고’ ‘나는 스타’라는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 이면에는 무대 곁에서 오분 대기조처럼 스태프로, 매니저로 언제나 함께 하는 엄마들의 빛나는 노력이 숨어 있었다.

 

변화를 일으키는 공감과 소통!


환호하는 관객


공연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누구보다 열심히 공연을 관람하던 한 중년 부부가 눈에 띄었다. 공연이 끝나고 인터뷰를 청하니 수줍은 표정으로 사양하며, 돈 주고 봐도 아깝지 않을 만큼 감사한 공연이었다며 도리어 관람료를 쥐어 주려 하는 게 아닌가.

세상과 어울리지 못했던 장애인들이지만 음악을 통해 비장애인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하고, 오히려 변화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의 모습을 보니 한 편의 따뜻한 성장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가슴이 벅차 올랐다.


팝밴드 슈가슈가 단체 사진


부족하더라도 자기 언어를 갖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존재는 더 이상 약자가 아니다. 음악이라는 언어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이 날 만난 장애인 아티스트들의 모습이 그랬다. 아무쪼록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걸음 더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소소한 인문의 현장이 골목 골목 더 많이 열릴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해본다.

 

공감과 소통이다

 

○ 리뷰 및 인터뷰 정리 - 임귀연

○ 영상 촬영/편집 - 김상혁

○ 사진 촬영 - 박주영

○ 도움 주신 곳 - 카페 동경앤책방, 한국발달장애인문화예술협회 아트위캔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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