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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너머 퍼지는 일상 속 문화예술의 향기

「ART-조천 마을공감 예술프로젝트」

인문쟁이 이경아

2018-10-25

 태풍의 위력을 대비하라는 아나운서의 당부가 예사롭지 않다. 이맘때 제주로 향하는 비바람의 위엄을 익히 알기에 해안선을 따라 포구가 발달한 조천읍의 상황이 걱정부터 된다. 그러나 이러한 어른들의 걱정이 괜한 것이라도 되는 양, 「ART-조천 마을공감 예술프로젝트」를 찾은 아이들은 서로 의견을 나누느라 분주하다. 4월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7개월째에 접어드는 일상 예술의 장에서, 낯섦을 이겨내고 한 뼘 두 뼘 자라는 아이들이 대견하기만 하다.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아이들과 장경섭 작가 ⓒ이경아

▲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아이들과 장경섭 작가 ⓒ이경아 


믿음과 협력에 대한 프로그램 진행 모습 ⓒ이경아

▲ 믿음과 협력에 대한 프로그램 진행 모습 ⓒ이경아 


 담장 너머로 흐르기 시작한 문화의 향기


「ART-조천」프로그램 총괄기획자 오순희 ⓒ이경아

▲ 「ART-조천」프로그램 총괄기획자 오순희 ⓒ이경아


“첫 발걸음을 떼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는 오순희 기획자는 프로젝트의 첫날, 첫 만남, 첫 설렘, 첫 갈등, 첫 화합이 이뤄졌던 지난 시간을 되짚었다. 4·3사건의 역사적 아픔을 풀어낸 「순이삼촌」의 배경이기도 했던 조천읍은 그동안 지역균등화라는 흐름에서 소외되고 있었다. 이에 재주 있는 제주인을 모아 주민들과 소통하며 지역의 삶을 바꿔내자는 열의가 한데 모여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고, 여기에 일상 예술이라는 방식과 역사적 경험이 더해졌다. 호기를 보이며 시작한 프로그램이었음에도 자원을 조달하고, 대상자를 모집하는 내내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 무엇보다 ‘처음’이라는 시도가 발목을 잡았다. 오 기획자는 시설 개발만을 앞세울 게 아니라 무엇보다 문화 환경과 인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지역 주민이 만들어가는 일상적 예술이 가능함을 차근차근 이야기했다. 험난한 과정이었지만, 장경섭 작가, 류홍열 연출자, 조은 배우, 오멸 감독, 루니 작가 등 여러 문화예술 전문가가 재능을 나누고자 참여를 약속했고, 점차 다양한 계층의 관심과 참여가 모였다. 그렇게 시작된 「ART-조천 마을공감 예술프로젝트」는 4·3사건의 4월 정신을 이어, 4월 7일 늦은 2시 ‘우리 마을에서 재미나게 고치 놀게!’라며 아이와 어른의 손을 일상 예술로 잡아끌었다.


‘우리 마을에서 재미나게 고치(같이) 놀게!’ 오리엔테이션 ⓒ이경아

▲ ‘우리 마을에서 재미나게 고치(같이) 놀게!’ 오리엔테이션 ⓒ이경아


일상 속 예술로 개인의 향기를 이끌어내다


 그토록 놀이에 목말랐건만, 아이들은 일상의 예술을 오히려 낯설어했다. 단막극을 위한 발성 연습에 목소리가 움츠러들고, 아직은 다소 서툰 손놀림을 부끄러워했다. 언어를 포함한 다채로운 방법을 통해 자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예술이 어렵게만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나 회차를 거듭할수록 호기심 왕성한 아이들은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예술을 조금씩 즐기기 시작했다. 숙련된 전문가들이 그 여정을 도왔고, 아이들은 저마다 지닌 개인의 장점은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단점은 극복해 나갔다. 노래꾼이 아니면 춤으로, 춤꾼이 아니면 작가로, 작가가 아니면 소품디자이너로 변화할 수 있는 놀이는 개인에게 맞는 역할을 찾는 과정이었다. 아이들은 최종 오디션을 통해 자신에게 어떤 장점과 특색이 있는지 알게 되었고, 각 재능의 씨앗을 제대로 키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코칭과 피드백도 이뤄졌다. 어제와 달라진 아이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느낀 부모들 역시 아이들의 성장을 조력하기 위해서는 어른부터가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놀이를 통한 예술은 아이들의 성장과 어른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더 나아가 마을의 혁신으로 이어질 시작점이 되었다.


직접 소품을 제작하는 아이들 ⓒ이경아

▲ 직접 소품을 제작하는 아이들 ⓒ이경아


소품을 전시하고 상황극을 연출하는 모습 ⓒ이경아

▲ 소품을 전시하고 상황극을 연출하는 모습 ⓒ이경아


향기를 널리 퍼뜨릴 예술프로젝트의 새 여정


 유독 무더웠던 어느 여름날, “제대로 놀아보자!”는 화끈한 작당에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2박 3일의 예술캠프는 마을 내 허름한 폐교에서 진행되었고, 미디어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아이들은 새로운 경험을 마주했다.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말하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에게서는 태양보다 뜨거운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어둠이 찾아들 무렵 보드라운 베개와 엄마를 잠시 떠올리긴 했지만, 당장 눈앞에 벌어진 물총 놀이의 승패와 자기보다 큰 인형을 만드는 일에 몰입하다 보니 다른 생각은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2박 3일간의 일정을 통해 아이들은 예술이 타인과 함께하는 행위임을 온몸으로 생생히 배울 수 있었다. 저마다의 울림과 향기를 품고 돌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으로부터 예술을 통한 관계 형성이 마음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예술캠프 노래하는 아이들 ⓒ오순희

▲ 예술캠프 노래하는 아이들  ⓒ오순희


루니를 따라 버려진 파이프로 악기를 제작하는 아이들 ⓒ이경아

▲ 루니를 따라 버려진 파이프로 악기를 제작하는 아이들 ⓒ이경아


 「ART-조천 마을공감 예술프로젝트」의 여정은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지속된다. 예술을 통해 성장한 아이들의 향기가 어른들과 이 마을에 어떤 울림을 줄지 상상만으로도 기대가 된다. 아이와 어른 그리고 마을이 함께 그려나가야 할 미래가 일상예술로부터 시작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일상예술로 담장을 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언젠가 담장을 허물어버릴 이들의 모습을 예감하는 일이 너무나 즐겁다.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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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아
인문쟁이 이경아

2018 [인문쟁이 4기]


‘열등감은 우월을 향한 욕구이다’라는 아들러의 인생처방전을 좋아합니다. 못나고 실패 투성이인 제 삶을 타인과 비교하며 좌절에 빠졌던 것도 열등감 때문이었고, 그런 삶을 인생이라는 궤도에 끌어올린 것도 열등감이란 섬세하고 열정적 감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열등감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니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강점이 빛나 보이고 사물에 부여된 의미가 마음 깊숙이 와 닿더군요. 어설픈 글에 내가 부러워하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담아보자는 의지로 인문쟁이의 여정을 걸어가려 합니다. 평생 그림자처럼 나를 등지고 있을 열등감의 무게와 속도를 고려해 너무 빨리 달리지는 않으렵니다. 조금 더 천천히, 주의 깊게, 자세히 들여다보고 관계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살피려 합니다. 가끔 자신이 너무 못나 보인다면 제 글을 읽어주세요. 인문학을 통해 제가 느끼는 것 이상으로 당신이 우월하고 소중한 존재임을 수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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