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인문360인문360

인문360

인문360˚

하늘 아래 근심이 없는 무수천하 마을

안동권씨 집성촌

인문쟁이 양재여

2018-10-18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리다가도 잠시 멈춰서 모든 근심 걱정을 내려놓게 만드는 장소가 있다. 노랗게 익어가는 벼와 개구리 소리, 졸졸 흐르는 개울 소리가 마치 고향에 온 듯한 마음의 위로를 선사하는 곳, 무수천하 마을이다.


무수천하 마을의 이모저모

▲ 무수천하 마을


무수천하 마을을 만나다


무수천하 마을의 ‘무수천하(無愁天下)’란 ‘하늘 아래 근심이 없다’는 뜻이다. 400년 전에는 100여 가구가 살던 마을이었다고 한다. 대전 도심에서 20~30분 떨어진 곳에 자리한 무수천하 마을은 안동권씨 집성촌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마을에 처음 들어온 사람이 조선 숙종때 대사간 벼슬을 지낸 안동권문의 권기였기 때문에 그의 호인 무수옹을 따라 지명도 무수리(무수동)라 불리게 되었다. 임금의 시험에도 걱정 하나 없는 모습에 임금이 ‘천하에 근심 걱정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없을 무(無), 근심 수(愁)를 써서 ‘무수’라는 호를 지어줬다는 이야기가 이 지역에 전해 내려온다.


대전 지역은 은진송씨와 안동권씨가 유명한데, 기호학파의 대표적인 학자인 우암 송시열, 동춘당 송준길 등을 배출한 지역인 만큼 기호학파의 맥과 함께 발전한 전통과 문화가 오늘날까지 살아 숨 쉬고 있다.


대전시립박물관에는 안동권씨 유회당과 관련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 대전시립박물관에는 안동권씨 유회당과 관련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유회당과 기궁재에서 옛 과거를 가늠하다


마을 내 자리한 유회당은 조선 영조 때 호조판서를 지낸 권이진이 뒷산에 있는 부모의 묘에 제사를 지내면서 독서와 교육을 하기 위해 1714년(숙종 40년)에 지은 것이다. ‘유회’는 ‘부모를 간절히 생각하는 효성스러운 마음을 늘 품고자’ 한다는 뜻이다.

유회당 전문

▲ 유회당 대문

 

유회당 대문을 들어서면 바로 연못이 있고 돌다리가 있다.

▲ 유회당 대문을 들어서면 바로 연못이 있고 돌다리가 있다. 


돌다리를 지나면 다시 계단이 시작된다.

▲ 돌다리를 지나면 다시 계단이 시작된다.


기궁재는 유회당과 시묘소인 삼근정사 등을 관리하기 위한 재실 건물이다. 묘제를 지낼 때나 종회 등에 사용되고 있다. 오늘날 말로 도산서원이 사립대학이라면 향교는 국립대학이고, 유회당은 도산서원의 여름학교 정도로 볼 수 있다.


*재실 : 묘소나 사당 옆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지은 건물

*시묘소 : 묘를 지키기 위해 세운 건물 공간


유회당의 안과 겉모습

▲ 유회당의 안과 겉모습


소나무 왼쪽이 재실이고, 오른쪽이 시묘소이다

▲ 소나무 왼쪽이 재실이고, 오른쪽이 시묘소이다


과거에는 부모가 돌아가시면 3년 상을 지냈는데 이 까닭이 젖을 먹는 기간이 3년이라 3년 봉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묘에 풀이 자라고 안쪽으로 석회가 굳는 기간이 3년이라 여우나 짐승이 그 자리를 파지 못하도록 옆을 지키며 3년 상을 지냈다고도 한다. 언젠가 효성이 지극했던 이가 세운 건물에는 더 이상 사람 온기는 남아있지 않고, 대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170~180년쯤 나이 먹은 반송만이 그 옆을 묵묵히 지키고 있다.


사진 위 : 새가 입 벌리고 있는 모양의 울타리 기와 / 아래 왼쪽 : 연못 아래 오른쪽 : 다른 건물보다 높은 추춧돌

▲ (위)새가 입 벌리고 있는 모양의 울타리 기와 / (아래)유회당 건물 앞쪽의 연못과 주춧돌


유회당 건물 앞쪽은 주춧돌이 높고, 뒤쪽은 주춧돌이 낮다. 앞쪽의 주춧돌을 높게 만든 이유는 비가 들이쳐 나무가 썩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옛날 외가에 가면 잡귀 들지 말라고 문설주 위에 가시 있는 엄나무를 걸곤 했었다. 이와 비슷한 연유로 유회당 앞에는 잡귀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탱자나무를 심었다. 멀리까지 향기가 닿을 수 있도록 백일홍도 심었다. 꽃이 피었다가 지면 서리가 온다. 아마도 당시 살던 이들이 세월의 흐름을 가늠하는 자연스러운 방법이었을 것이다.


왼쪽에 보이는 나무가 백일홍이다.

▲ 왼쪽에 보이는 나무가 백일홍이다.


그 매력에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무수천하 마을에서는 전통문화를 전승하여 오늘날까지 그 명맥을 잇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무수동 산신제이다. 음력 정월 14일 날 아침 10시에 산신제를 지내고 하산하여 동네 입구에서 장승을 세우는 행사를 치른 후, 4시부터 오곡밥과 기관예술 행사를 진행하는데 6시에 기원제를 지내고 강강술래 등을 한 후 마무리가 지어진다. 


무수천하 마을에서 산신제를 지내는 모습

▲ 무수천하 마을에서 산신제를 지내는 모습


또한 마을 자체적으로는 그동안 보존해온 역사와 유적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마을기업을 운영함으로써 공동의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공동체의 이익을 창출해내고 있다. 전통문화를 이용한 체험 활동도 이뤄지고 있어 장류 담그기, 공예품 만들기, 떡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농촌관광사업등급 '으뜸촌'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이곳에서 진행되는 전통혼례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데 사전 예약을 통해서 이뤄진다.


무수천하 마을기업

▲ 무수천하 마을기업



유회당 앞 정자

▲ 유회당 앞 정자 


무수천하 마을을 돌아보는 내내 매미 소리, 개구리와 귀뚜라미 소리 그리고 알 수 없는 새소리들이 끊임없이 이어져 마치 자연의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여정 같았다. 근심 걱정 없이 한없이 평화로운 마을을 떠나려니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더욱 길게 느껴지는 듯했다.


*무수천하 마을 숙박, 체험 예약 문의 : 042-285-5557

장소 정보

  • 무수천하마을
  • 무수천하
  • 대전
  • 안동
  • 안동권씨집성촌
  • 유회당
  • 기궁재
  • 삼근정사
  • 권이진
인문쟁이 양재여
인문쟁이 양재여

2019 [인문쟁이 4기, 5기]


대전의 골목 골목을 거닐고 대전의 잊혀져가는 곳을 기록하고 대전의 축억을 기록하는 대전을 사랑하는 아주매

댓글(0)

0 / 500 Byte

공공누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하늘 아래 근심이 없는 무수천하 마을'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관련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