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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의 서재, 책방, 오후다섯시 200/20

독립서점으로 책 사러 갑니다

인문쟁이 전재민

2016-01-05

다양성을 담는 그릇

 

금요일 밤 채널을 돌리던 중, ‘능력자들’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보다 보니 이상했다. 분명 뛰어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자들’이라기엔 지나치게 소탈했다. 이 방송은 이른바 '덕후 문화', 한 부분에 집중적인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다루고 있었다. 외부의 시선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간다라는 점에서 ‘덕후’라는 단어를 보며 ‘독립’, ‘인디’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인디 음악, 독립 영화 열풍을 이끈 ‘아마추어 발언 시대’가 비로소 책에도 적용되고 있다. 독립 서점이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우리 동네, 옆 동네에 재밌는 이름을 한 독립 서점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는 독립 서점을 다룬 기사들이 범람하고 며칠 전 열린 독립출판물 행사 ‘언리미티드 에디션’에는 이틀 동안 13,000명이 몰렸다. 여전히 클릭 몇 번에 최저가로 책을 살 수 있는 세상이지만 책을 구매하기 위해 10평 남짓한 작은 책방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있다.


독립 서점은 책 판매에 관한 주류 매체에 대한 저항 중 하나다. 요즘의 대형 서점들은 경직되었다. 전국 어느 서점을 들어가도 구성이 비슷하다. 참고서, 베스트셀러, 잡지…. 대형 서점의 경제성 논리는 좋은 책일지라도 ‘잘 팔릴 것 같지 않다’면 도서 판매 목록에조차 오를 수 없게 만든다. 결국 내용이 좋은 책 보다는 일단 잘 팔리기 위한 책이 주로 쓰이게 된다.

상업성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것도 독립서점의 특징이다. 상업성에서 자유로워지자 다양성이 보장되었다. 주로 책등이 보이게 책을 꽂는 대형 서점과 달리 독립 서점의 서가는 표지를 볼 수 있게 진열되어있다. 제목이 없는 책, 제목만 보아서는 어떤 책인지 알 수 없는 책 등 다양한 책들이 많기 때문이다. 예술, 문학, 사진, 디자인, 일러스트, 만화,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장르를 다루고 내용상으로도 기존의 서점에선 볼 수 없었던 신변잡기나 실험적 포맷, 특정한 공감대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각각의 독립 서점들은 서점 주인들이 기준을 정하고 저마다 자기가 좋아하고 소개하고 싶은 책을 중심으로 책을 갖춘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적극적이고 자연스러운 큐레이션이 가능하다. 여행 관련 출판물을 팔면서 여행사 업무까지 하는 서점, 책을 읽으면서 맥주 한잔 할 수 있는 서점부터 그림책만 파는 서점까지 각자의 개성이 묻어난다. 독립 서점과 독립 출판물이 대형 서점에 대한 저항으로 생겨난 것이든, 자기 신변잡기의 공유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든, 그 이유가 무엇이든 독립 서점은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담는 그릇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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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프루스트의 서재> 박성민 대표, <책방 오후다섯시> 오영 대표, <200/20> 김진하 대표  


-질문

1. 대형 서점과 비교했을 때, 독립 서점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무엇인가요?

2. 종이 책의 위기라고 말할 수 있는 현시대에 오히려 많은 독립 서점이 생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3. 앞으로 독립 서점은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까요?

4. 추천하고 싶은 책 3개를 알려주세요. (제목/저자/펴낸 곳)

5. 시간을 돌려서 한번 만나보고픈 철학자, 사상가는 누구인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프루스트의서재 외관


프루스트의서재 내부1


프루스트의서재 내부2


프루스트의서재 내부3


<프루스트의 서재> 박성민 대표


1. 한마디로 말하면 다양성입니다. 독립 서점에 입고되는 독립 출판물은 작가가 현실적인 제약 없이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책들입니다. 따라서 더 다양하고 자유로운 내용을 담은 책들이 대형서점에 비해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2. 종이책의 불황은 대형 서점의 획일성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콘텐츠가 부족하니 종이책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은거죠. 잘 팔릴 것 같은 책만 만들고 파는 상황에 지친 사람들이 다양성에 대한 대안 공간으로서 독립 서점을 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3. 이상적으로는 책을 파는 장소라는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해야 합니다. 수익을 유지해야 서점이 운영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워크숍, 전시 등이 열리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의 독립 서점도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책이라는 본질과 너무 동떨어진 활동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또 독립서점의 안정적인 자립을 위해 지자체, 정부 등과의 상생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 원더완더링01_길의 뒷모습/정은/로스트북, 있잖아 누구씨/정미진, 김소라/엣눈북스, 자연사/자끄 드뉘망/울리포 프레스

5. 비트겐슈타인의 논리 철학 논고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너무 어려워서 좋았고 그 때문에 만나보고 싶습니다. 책 대부분은 이해하지 못하였지만, 마지막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하라.” SNS로 대변되는 현대인의 의사소통은 단순한 전달, 퍼 올리기에 편중된 것 같아요. 단편적인 하나의 글을 보고 마치 이면의 내용까지 다 아는 것처럼 글을 ‘공유’하고 댓글을 달고 있습니다. 부작용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가끔은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방오후다섯시 내부1


책방오후다섯시 내부2


책방오후다섯시 내부3


<책방 오후다섯시> 오영 대표


1. 당연하겠지만,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서점이라는 것이 가장 다른 점입니다. 대형 출판사와 다르게 저자와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특히 책을 입고 할 때,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 싶은 부분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책방을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충분한 설명으로 돌아갑니다. 또 유명 저자의 책만 주로 소개되는 대형 서점에서는 많은 책이 소외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독립서점은 다양한 책을 소개합니다. 일종의 ‘북 큐레이션’입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구매하는 경험의 차이도 있다고 봅니다. 대형서점과 같이 단순히 책을 싸게 구매하는 곳이 아니라 공간과 책 모두를 소비하는 경험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차별점이라고 생각합니다.

2. 독립 출판물이 많아졌기 때문에 이를 다룰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커지면서 현재 독립서점이라는 형태로 구체화됐다고 생각합니다. 독립 출판물은 SNS가 활발해지는 것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은 욕구, 나의 제작물에 누군가가 공감해줬으면 좋겠다는 욕구에서 생기는 것이지요. 또 독립 서점은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들을 많이 다루고 있으므로 개성을 담은 다양한 공간에 대한 부응으로 독립 서점의 증가를 이해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3. 각자의 스타일대로, 성격대로, 개성대로 나아가면 됩니다. 책방 오후다섯시는 책 판매와 더불어 몇 가지 워크숍을 열고 있지만, 책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4. 수기/안윤, 너무 조용한 밤에/김종완/월요허구, 여우책/구지선/VC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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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 김진하 대표 


1. 경험입니다. 독립 서점의 경험은 책만 사는 경험뿐만 아니라 공간을 즐기는 경험도 포함됩니다. 특히 텍스트와 관련된 행사가 있을 때, 책과 경험을 함께 얻을 수 있는 공간이 독립 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200/20을 통해 본다면 텍스트를 일반적인 수단인 책이 아닌 다른 매체를 통해 생성, 판매하는 새로운 방법은 제시하는 공간이 된다는 점에서 대형서점과 다릅니다.

2. 종이 책은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독립 서점의 증가는 독립 출판물을 원하는 수요자의 증가 측면이 아닌, 공급자의 측면에서 설명될 것 같다. 독립 출판물이 늘어나고 있어서 독립 서점이 계속 생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독립 서점은 주인 자신의 꿈과 이윤 추구의 중간 지점의 매개체로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관련 일을 하다가 독립 서점을 여신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3. 서점마다 다르지만 200/20은 ‘텍스트’에 집중하려 합니다. 텍스트를 표현하는 가장 대중화된 수단인 책을 비롯해 다른 방식, 다른 매체로의 변환을 가져오는 활동을 지향합니다.

4. Ob.scene, no. 4/서현석/Specter Press, ‘Somewhere in the World’ 스코어북/김양우/240-Hour Product, 악필

5. 사회주의를 표방한 나라들은 대부분 지구 상에서 사려졌고 현시대는 자본주의가 극에 달했습니다. 저는 마르크스를 현시대에 데려와 묻고 싶습니다. "현재를 어떻게 보십니까" 라고요.

 

경험을 파는 곳

 

인터넷 검색창에 책 이름을 입력한 후 가격을 비교하고 구매한다. 이처럼 책을 가장 편하고 싸게 사는 방법은 누구나 알고 있다. 독립 서점은 작고 불편하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독립 서점을 찾는다. 독립 서점은 판매자와 구매자의 거리가 가깝다. 직접 책을 들여온 주인이기에 책에 대해 이것저것 물을 수 있다. 이 책과 관련된 책에 관해서 들을 수 있고 전혀 관심 없던 분야의 책도 소개받는다. 이렇게 독립 서점은 단순히 책을 골라서 사가는 곳이 아닌 책을 고르며 주인과 대화하는 공간이다.

독립 서점은 작은 단위의 문화공동체가 될 수 있다. 중간 수준의 공동체가 사라져버린 지금 독립 서점은 비슷한 취향과 성향,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독립 서점에서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눌 수 있고 책과 관련된 전시를 보고 참여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활동을 함에 있어 책이라는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이제 막 시작된 독립 서점에 대한 관심이 어떤 형태로 유지될지는 알 수 없다. 금방 꺼질 수도 오래도록 우리 곁을 지킬 수도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다양성에 대한 욕구에 따라서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출판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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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소개 자세히보기] 프루스트의 서재


*프루스트의 서재

133-804 서울특별시 성동구 무수막길 56

신금호 역 3번 출구로 나와서 무수막길 오르막길로 10분

☎ 010-8988-2682

http://www.proustbook.com


*책방 오후다섯시

서울시 동대문구 회기로26길 14, 3층

회기역 1번 출구로 나와 경희대 가는 길을 따라 걷다 보이는 카페베네 뒷 건물

☎ 070-7565-5216

http://5pmbooks.com


*200/20

서울시 중구 청계천로 160 가열 311호

청계천 옆 세운청계상가를 정면에서 바라보고 옆 계단으로 올라오세요.

☎ 010-7619-2229

http://200x20.org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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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전재민

[인문쟁이 1기]


전재민은 서울 이문동에 살고, 경희대학교 도서관 원형자료실 2층이 아지트다. 현재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다. 사람들이 모였을 때 발생하는 힘에 관심이 많다. 문화재 보존에 힘썼던 간송 전형필 선생을 만나고 싶다. 인문학을 배우고자하는 발칙한 도전의 표현으로 인문쟁이에 지원했으며, 이 활동을 통해 인문의 '인(人)' 자를 배워가고 싶다.
ufop1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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