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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등속

우리네 아낙들이 반찬하는 이야기

인문쟁이 우인혜

2016-01-04


반찬에 담긴 우리의 이야기


반찬등속은 1913년 청주 상신리 진주 강씨 집안의 며느리인 밀양 손씨가 기록하고. 그 자손에 의해 책으로 만들어진 조리서다. 김치, 짠지, 떡과 과자류 등 46가지의 음식이 담긴 이 조리서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 청주의 양반가들이 무슨 음식을 해먹으며 살았는지 알 수 있어 청주음식문화의 원형을 찾는 단초가 된다. 더불어 민간인이 고(古)한글로 간행한 충북 최초의 음식 관련 서적으로 그 시절 충청도 양반의 식문화를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지역의 방언, 가문과 문중의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반찬을 하는 이야기’ 를 책으로 낼만큼 우리의 음식 문화에서 반찬은 중요한 몫을 한다. 살펴보면, 한,중,일의 문화엔 반찬이라는 식문화가 있는데, 유독 왜 우리 밥상에는 유독 반찬이 많은 것일까? 우리 선조들은 대대로 쌀농사를 지었다. 그러다보니 밥문화가 발달했고 쌀에 부족한 비타민과 단백질을 다른 곳에서 얻어야 했다. 쌀농사로 목초지가 많지 않았고, 농사에 소가 필요하다보니 고기를 많이 먹을 수 없어 발달하게 된 것이 바로 나물과 김치다.

우리나라는 산악 지역이 많다 보니 그곳에 자라는 나물과 들에 자라는 먹거리를 이용한 것이다. 나물은 한 번에 많이 뜯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를 뜯게 된다. 이 나물들을 하나하나 반찬으로 만든 것이다. 먹거리가 부족하다 보니 그런 독성이 강한 식물도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더불어 한 가지 재료를 가지고 여러 가지로 먹을 수 있고, 오래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한 것이 짠지와 김치 등의 발효음식이다.


반찬등속 반찬1


반찬등속 반찬2


반찬등속을 이어가는 사람들


현재 전통음식문화원 ‘찬선’ 에서는 반찬등속의 음식들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재현하고 있다. 반찬등속은 2008년 그 존재가 밝혀져 2012년부터 발굴 및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복원을 통해 ‘반찬등속의 이해’, ‘반찬등속 음식의 재현’, ‘반찬등속 영인본’으로 재해석해 반찬등속에 수록된 김치, 짠지, 떡과 과자류 등 46가지의 음식을 다시 선보인 것이다.

더불어 2013년부터 교육생들에게 반찬등속을 교육하고 더 나아가 지금의 음식과 어우러질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찬선은 반찬등속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교육과 더불어 매 기수의 회원들이 만든 음식으로 작품집을 만들어 기록하고 있다.


반찬등속 반찬3


반상에 담겨진 반찬의 이야기  

 

반찬등속 시연을 체험해봤다. 그 옛날 우리 어른들이 먹던 그대로 주안상-반상-다과상의 순서로 음식을 먹었다. 주안상은 식전주로 밥을 먹기 전 입맛을 돋우기 위해 먹었다. 안주로는 파짠지, 마늘짠지, 북어포다식, 송어회무침, 중박기 다섯 가지의 안주와 함께 청주지역의 전통술인 신선주가 함께 올려졌다.

신선주는 다양한 약재가 함께 어우러져 뒷맛이 시고 상큼했다. 본래는 가물치회로 기록되어 있지만 구하기 쉬운 송어를 매콤하게 무쳐 입맛을 돋우고 신맛이 감도는 식전주의 맛을 중화시켰다. 마늘짠지에 홍합이 함께 절여진 것도 특별했다. 음식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색감을 살리는 찬기와 호족반이 멋을 더했다.


파짠지, 마늘짠지, 북어포다식, 송어회무침, 중박기 다섯 가지의 안주와 함께 청주지역의 전통술인 신선주


반찬등속 시연


음식의 조화를 고려한 반상

 

뒤이어 대추곤물로 지은 밥과 배추된장국, 전복짠지, 외이김치, 배추김치, 무짠지, 참죽나물, 전골지짐, 고춧잎나물 등 5첩 반상이 나왔다. 한상씩 음식을 받으니 제대로 대접받는 기분이었다. 옛날 할아버지의 상이 이랬을까. 그 당시 할아버지의 밥상엔 유일하게 손자만이 겸상이 가능했다고 한다.

대추를 고아 내린 물로 밥을 해 달큰한 맛이 일품이었다. 오이짠지는 간장이 아닌 소금으로 만들어 사실 오이김치에 가깝다. 소로 들어간 여린 열무가 입맛을 돋운다. 더 특별한 것은 내륙지역인 청주에서 전복을 이용한 짠지를 먹었다는 것이다. 우리 지역이 내륙임에도 전복짠지를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임금님의 하사 덕분이었다. 귀한 식재료이기 때문에 오래 묵은 좋은 조선간장을 사용해 짠지를 담갔다. 짠지와 김치의 차이는 간장과 소금의 차이다. 짠지는 간장으로, 김치는 소금으로 담그는 것이다.


소화를 돕는 다과상

 

마지막으로 단 음식으로 식욕을 억제하는 다과상이 나왔다. 식혜와 더불어 화병, 산자, 박정과, 약과 등 단 과자들이 함께 올랐다. 엿기름을 많이 넣어 만든 전통식혜는 단맛이 강하지 않고 엿기름의 맛을 오롯이 즐길 수 있었다. 엿기름 맛이 듬뿍 담긴 식혜는 달지 않고 고소했다. 식혜는 소화를 돕는 효소도 들어있어 속을 편안하게 했다.

식혜와 함께 어우러져 나온 단 과자들까지 반찬등속은 음식의 시작과 끝을 담는다. 인절미 위에 달걀지단과 실고추를 두른 화병은 흰색, 노란색, 붉은색의 색 조화가 아름답게 어우러졌다.

음식의 맛을 돋운 그릇과 반상도 눈을 즐겁게 했다. 이번 반찬등속을 위해 나기성 작가와 김상인 도예가가 직접 만들었다는 이 소품들은 음식의 색을 더욱 강조했다. 밥을 먹는 것이 단순히 배를 불리는 일이 아니라 아름다운 의식을 치루는 것임을 느끼게 했다.


반찬등속 시연회 후 단체사진


음식을 즐기며

 

김향숙 전통음식문화원장은 “그 옛날 우리의 선조들은 이런 밥상을 매끼 차려냈습니다. 맛과 멋을 담고 더불어 건강까지 담아낸 우리 선조의 지혜를 엿볼 수 있죠.” 라고 말하며, 아직까지 우리의 멋을 알릴 공간이 마땅히 없어 아쉽다는 마음도 전했다.

반찬등속은 음식이 눈과 코로 즐기는 복합적인 예술임을 이야기한다. 같은 음식이지만 만든 이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고 모양새가 달라진다. 우리의 선조들의 식문화를 현대에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반찬등속은 그 해답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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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혜
인문쟁이 우인혜

[인문쟁이 1,2기]


우인혜는 충북 청주시에서 지역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현재는 대학 내의 홍보팀에서 근무하며 블로그 웹진 및 보도자료 작성을 하는 뚜벅이 기자다. 공학도로서 바라보는 인문학에 관심이 높고 손으로 만드는 모든 것에 욕심이 많다. 헤드윅이란 작품을 만든 존 카메론 미첼을 만나보고 싶다. 인문학이 살아가는 모든 분야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이번 기회로 먹거리에 관한 이야기를 더 깊게 느껴보고 싶다. pwooh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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