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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공동체-이문회우

관계의 철학을 생각하다

인문쟁이 엄진희

2016-02-17

 


 

이문회우의 오늘

인문협동조합 이문회우‘以文會友’ 에 다녀왔습니다. 이문회우 아카데미 원장 이윤호 선생님은 이곳이 어떤 공동체인지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 의미에 대해 들려주었습니다. 참고로 ‘이문회우’ 는학문으로써 친구를 모음, 또는 학문을 연구하기 위하여 벗을 모은다는 의미로, 논어의 안연편에 나오는 말이라고 하네요.



성공회대 교양학부 외래교수, 이문회우 아카데미 원장

▲ 이윤호(성공회대 교양학부 외래교수, 이문회우 아카데미 원장)


‘이문회우'는 문화다양성의 가치와 인문적 삶의 의미를 실천하는 문화적 공동체로 2014년 5월에 시작되었습니다. ‘이문회우’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모든 것을 경제적 프레임 안에 가두고 우리를 옭아매는데 그런 삶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지, 진정한 삶의 의미는 어디에 있는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입니다. 이문회우는 자본주의적 이윤을 기대하거나 그 축척을 통해 미래를 재구축하지 않고 대신 다양한 문화적 실험과 문화적 소비를 통해 새로운 삶의 회로를 구축하려 합니다.


이문회우는 그 출발점이 특이한데요, 페이스북에서 공동체를 제안했고 이백여명이 뜻을 모아 7천만원 정도를 모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합정역 근처에 공간을 마련하고 그 공간에서는 작은 책방(두더지 책방; 인문학전문)과 카페가 운영되고 강의, 세미나(인문 아카데미) 등을 열고 있습니다.


이문회우 아카데미 공간은 직원을 두 명으로 제한하고 하루 5시간 노동, 한달에 100만원으로 살기를 목표로, 주머니는 빈곤하지만 삶이 풍요로워지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자본과 산업적 필요에 의해 ‘쓸모 있는’ 효율성의 질서만이 요구되는 현실에서 이 공동체는 될 수 있으면 ‘비효율적’으로 살아가려 합니다. 그렇게 끊임없이 읽고 쓰고 공부하고 창작하며 ‘새롭고’ ‘다른’ 생산의 흐름을 만들어 내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 자본주의와는 다른 속도, 다른 걸음걸이로 걸어갑니다.


이문회우에서 칸트를 배우다

오늘은 칸트 대중강의가 열리는 날입니다. 저도 강의 현장에 슬쩍 참여했는데요. 열기가 대단하더군요. 칸트, 하면 사실 이름만으로도 어렵고 답답합니다. 그런데 칸트를 공부하다니, 신기하기도 하더군요. 그것도 무려 <순수이성비판>(백종현 역, 아카넷, 2006)이라는, 절대 ‘사면 안 된다’는 책을 가지고요.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에 교수로 계시는 이경석 선생님과 함께 매주 모여서 조금씩 읽어 갑니다. 신기하게도 전혀 이해되지 않던 구절들도 선생님이 설명해주면 쏙쏙 들어옵니다. 선생님은 먼저 칸트의 문제의식부터 알기 쉽게 설명해주셨는데요. 칸트는 전통 철학에 대해 회의하면서 자신의 철학을 발전시켰다고 합니다.


이경석교수 이경석교수 강의중

▲ 이경석(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탈근대철학연구회 공동대표)


칸트가 비판한 전통철학은 진리란 사물(이나 사태)에 대한 맞는 이치를 중심으로 하는 학문을 말하지요. 그런데 칸트는 여기에 문제를 제기했어요. 우리가 사물 자체에 대해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거였죠. 가령 나는 저 나무를 초록색으로 보지만 강아지는 어떻게 볼까요. 나는 칠판을 평평한 면으로 인식하지만 붕어에게도 그럴까요? 그래서 칸트는 우리는 사물 자체(물자체)에 대해서는 우리가 알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칸트가 어렵다고만 생각해서 그렇지, 알고 보면 재밌는 사람인거 같아요. 칸트 이전에 철학은 사물이나 사태를 이성, 논리적 사고상의 문제로 보았어요. 이제 칸트 이후로 사물이나 사태는 순수이성 바깥에 놓이게 되는데요.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전환이 아닐 수 없네요.


그래서 칸트에게 이제 문제는 더 이상 사물과 인식의 일치가 아니라 그 둘 사이의 ‘관계’ 가 문제가 되요. 우리는 우리의 이성 바깥에 대상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하게 되지요. 칸트의 텍스트에는 어려운 용어들이 등장하는데요, 초월적 종합이니, 통각의 초월적 통일이니 듣고만 앉아 있어도 현기증이 나더라구요. 제 눈빛을 읽으셨는지 선생님은 아주 쉽게 설명 해 주셨어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이 강의는 지금 절반쯤 온 것 같고 아직 절반이 더 남았다고 하네요. 처음부터 저도 강의를 들었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강의 후반에는 학구열로 제가 불타는 줄 알았어요. 이 기세로 보면 책 안 읽는 국가라는 오명을 벗을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아요. 공동체의 열정과 온기가 전해졌는지 모르겠는데요. 많은 분들이 더 많이 참여해서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문회우 아카데미 서점 달빛에홀린두더지

▲사진_ 이문회우 아카데미 서점과 카페


뒤풀이

▲사진_ 이문회우 아카데미 뒤풀이



사진=엄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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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소개 자세히보기] 이문회우 - 달빛에 홀린 두더지

 

*이문회우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로 35(2층)

☎ 02.325.2690

http://cafe.naver.com/2moonacademy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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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진희
인문쟁이 엄진희

[인문쟁이 1기]


엄진희는 여러 인문학 단체들이 모여있는 홍대 인근에서 주로 활동한다. 대학원 박사과정에 있으며, 서평, 기사, 연극이나 영화 리뷰 쓰는 일들을 주로 한다. 아무튼 읽고 보고 듣고 나서, (기승전)‘쓰는’ 일들이다. 소설가 카프카를 만나고 싶고, 그의 음울한 유머를 가지고 싶다. 인문쟁이를 보는 순간,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심쿵’ 함이 있었다. 아무나이지만 아무나가 아닌 사람이 좋다.
kafka20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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