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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공간 ‘환대’ : 목마른 사슴이 찾는 우물처럼

연구공간 '환대' 목마른 사슴이 찾는 우물처럼

인문쟁이 김세종

2016-02-17


연구공간 환대

▲연구공간 환대


'상뛰에르'로 어서오시오

 

광주 북구 용봉동의 어느 한 구석, 흔히 전남대학교 ‘상대 뒤’ 라고 부르는 이곳에 연구공간 ‘환대’ 가 자리 하고 있다. 환대는 현재 대학·대학원에 재학중인 철학도들이 주축이 되어 운영하는 이름 그대로 ‘연구 공간’이다.

2000년대 초반 그러니까 아직 대학에서 '철학'이 강세였던 시절, 대학에서 지원을 받지 않고 교외에 자리잡은 '동아리'들이 있었다. 그들은 전남대학교 상대(지금의 경영대학, 상과대학/경상대학에서 유래) 뒤편을 '상뛰에르' 라 부르며, 전남대만의 특색있는 인문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상뛰에르' 는 짧게는 몇 년, 길게는 10여년 넘게 싼 값으로 학생들을 맞이했던 '분식' 이나 '(월권)식당' 과 학교밖에 자리한 동아리실로 이루어져 있었다.


환대 간판

▲환대 간판


2006년 어느 여름날, 연구공간 환대(이하 환대)도 이 곳에서 그 씨앗을 움틔웠다. 필자는 당시 다른 상가동 3층에 세 들어 살고 있었다. 동네에 거주하는 '주민들'만 다니는 아파트와 원룸들, 월권식당 사이의 지름길로 통학하던 차에 ‘환대’가 어떤 곳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고, 몇 달을 지나기만 하다가 결국 문을 열고 들어가게 되었다. 마침 그때 ‘환대’에 나와 있던 한 사람이 낯선 방문객을 환대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2011년, 필자가 다시 광주로 돌아왔을 때 ‘환대’는 본래 그곳에서 도보로 5분 거리쯤 되는 지금의 위치로 이전해 있었다.

인상적인 점은 광주의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는 이들 가운데 이곳 ‘환대’에서 활동했던 사람들도 몇몇이 있다는 것이다. 마침 광주로 다시 돌아와 알게된 지인 역시 ‘환대’ 출신이라 그때에는 더 자세히 묻지 못했던 곳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연구'공간'환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연구공간' ‘환대’는 기본적으로 ‘연구’ 혹은 그에 준하는 활동을 하기위한 ‘공간’이다. ‘환대’에는 한 쪽 방에는 정독실 혹은 독서실을 연상하게 만드는 책상들이 줄지어 있었다. 세미나와 같은 모임을 고려하여 사용하는 공간과 큰 테이블도 배치했다고 한다.


환대 전경

▲전경


지금 ‘환대’에 자주 드나들며 공간을 활용하는 이들은 대체로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이다. 그들은 그곳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함께 모여 고전을 읽는 스터디를 진행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스터디를 함께 하고 싶어서 기획하는 이들이 계속 이어져왔고, 대학에서조차 알려주지 않는 - 이를테면 '5·18민주화운동'의 열린 강연 - 강의를 직접 진행하는 점이 그러하다. 기획자와 강연자, 그리고 참여자의 선순환이 바로 <환대>의 특징인 셈이다.


강연 전경

▲강연 전경


‘환대’는 아직까지 서로 함께 한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외에는 특별한 규칙이 존재하지 않는다. 암묵적으로 합의된 불문율 같은 것이 있을 수는 있으나 대체로는 그저 여럿의 사람이 함께 모일 때 생길 수 있는 종류의 것들이리라 짐작해본다.

‘환대’에서 이뤄지는 활동은 기본적으로 넓은 의미에서의 ‘공부’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외에도 사람들은 환대에 모여 함께 밥을 짓기도 하고, 밤을 지새우기도 하며, 때로는 어딘가로 함께 소풍을 나가기도 했단다. 각자가 필요에 따라 환대를 이용하며 환대의 정체성 혹은 의미는 따라서 모두에게 다르게 존재한다.

필자가 10년간 지켜본 공간 ‘환대’는 찾아오는 이들 모두에게 이름 그대로의 空間이자, 또 公間이었다. 복잡한 규칙을 정하지 않고, 모두를 반기는 그런 곳. 그리고 이곳은 그들에 의해 채워지고 또 시간에 따라 그 이름 아래 각양각색의 활동들로 채워졌다.



10년의 환대


환대의 일상

▲환대의 일상


공부하고 세미나를 하며 밥도 먹고 술도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공간은 꽤나 낭만적이다. 심지어 이곳은 여느 가게처럼 문을 닫거나 쉬는 날도 없다. 내가 원하면 언제나 문을 열고 들어가 커피를 마시고 책을 보거나 혹은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곳이다.

‘환대’ 또한 운영이 어려워 사라질 위기에 놓인 적이 몇 번 있다고 한다. 공간을 운영하는 주인이 명확하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십시일반하여 월세와 필요한 비품들을 충당하다보니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환대를 아끼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여럿 모여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한 번은 그 공간을 활용하던 사람들이 비슷한 시기에 모두들 환대를 찾지 않게 되기 시작하면서 공동화되어 없어질 위기가 온 적도 있었다고 한다.


환대밥상

▲환대밥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대는 여전히 공부와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이고 가능성으로 가득 찬 공간이다. '06년 여름에 만들어져 '11년에 새 단장을 했으니, ‘환대’도 벌써 올해로 10살이 다 됐다. 조만간 ‘환대’ 사람들이 다시 함께 돈을 모아 내부 벽지를 바꾸는 등의 내부 수선 작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스터디모습

▲스터디 전경


현재에도 이곳에서는 고전읽기와 독일어 강독 등의 다양한 스터디를 손수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환대에서 진행되는 스터디는 관심 있는 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와 네이버 카페를 통해 ‘연구공간 환대’의 구체적인 소식들을 접할 수 있다. 새로운 봄이 되면 필자를 비롯하여 ‘환대’의 그 뒷이야기를 들려준 지인과 같이 또 누군가 이 공간을 찾아올 것 이다.



사진=김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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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공간 '환대'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동 1241-2번지 2층

☎070-7569-8828

https://www.facebook.com/hwandae

http://cafe.naver.com/hwandae1241/15

 

장소 정보

  •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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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터디
김세종
인문쟁이 김세종

[인문쟁이 1기]


김세종은 경기, 광주, 서울, 대전을 거쳐 현재에는 다시 광주에서 거주하고 있다. 주어진 상황에서 가능한 것들을 시도하기 위해, 현재를 기록하며 관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문화기획자, 예술가들,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시민들을 응원하고 있다. 인본주의, 문화다양성을 지향하는 행동의 연장선으로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가능한 범위에서부터 하나씩 실천하고자 한다.
nightv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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