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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으로 삶과 인간에 다가서기

국립현대무용단 <춤추는 인문학>

인문쟁이 엄소연

2016-05-30

“이해가 전혀 안되네.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

‘현대무용’이라는 수식을 달고 있는 공연을 보고나면 으레 듣게 되는, 혹은 하게 되는 말이다. 무용장르의 작품을 보면 처음에는(혹은 여러 번을 보더라도) 작품이 잘 이해되지 않아서 답답한 경우가 많다. 어딘가 멋진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 인상적이기는 하지만 낯선 부분이 더 많아서 어색하고 불편한 경험이 더 많기도 하다. 이 답답함과 불편함은 뭘까. 국립현대무용단에서는 이러한 어려움을 상쇄시키기 위해 다양한 인문학적 주제를 활용, 현대무용을 조금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춤추는 인문학’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무용뿐 아니라 춤 예술 전반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올해로 3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2014년 진행된 ‘인문학적 무용읽기’에서는 매월 한 편씩 주요 작품을 영상으로 감상하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현대무용과 가까워지는 기회를 제공했다. 2015년부터는 여러 장르와 시대를 아우르며 춤의 본질과 확장에 대해 탐구해보는 ‘춤추는 인문학’이 운영되고 있다.
‘춤추는 인문학’은 국립현대무용단의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으로의 일환으로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저녁마다 예술의전당 예술자료원에서 진행된다. 올해 4월부터 익년 3월까지 총 12개월 동안 4개의 주제를 다룬다. 


춤추는인문학 2015년 프로그램 

(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홈페이지)


2015년에는 미학자, 안무비평가, 연극평론가의 강의로 춤의 개념, 춤과 다른 장르의 만남, 춤에 대한 여러 시각 등 장르와 삶의 경계들을 오가며 춤의 역사적 측면과 동시대적 측면을 폭넓게 살펴보았다. 2016년 프로그램은 철학, 미학, 여성학, 커뮤니케이션과 테크놀로지 연구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올해는 ‘접속과 발화(Plug-in & Spark)’를 주제로 국악과 서예, 현대미술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지향함으로써 보다 넓은 시각으로 춤과 예술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시즌의 세부 주제로는 춤을 추동하는 동력으로서 춤과 예술충동의 근원, 진화된 융·복합으로 확장되는 춤, 영화와 공연예술 및 춤의 관계, 춤과 몸을 둘러싼 여러 맥락과 시각의 탐색 등을 다룰 예정이다.


2015 시즌을 마무리한 3월 30일에는 “춤과 삶의 경계에서–다시 한 번, 무용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미학자 전예완 박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전 과정에서 이어온 춤에 대한 사유를 바탕으로 춤을 정의하는 요소들을 정리해보고 종교의식과 스포츠, 서커스 등 여러 유형의 움직임들을 영상으로 보면서 각자 생각하는 춤의 정의, 그리고 예술로서의 춤을 규정하는 특성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용 전공자는 물론, 여러 전공의 학생들, 회사를 마치고 달려온 직장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만큼 춤과 예술에 대한 생각도 제각각이었다.
‘특정 동작의 연속이, 예술적 공연의 맥락을 지닌 인간의 행위’일 때, 이를 예술로서의 춤이라고 정리해볼 수 있는데, 이때 ‘예술적 맥락’은 공연자와 수용자간의 암묵적이고 즉각적인 문화적 합의로 이루어진다. 이 합의는 어떤 움직임이 행해지는 ‘프레임(frame)’에 대한 것으로, 어떤 움직임이 예술로 들어서는 지점은 그것이 행해지는 프레임에 따라 놓인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춤 예술’의 경계들을 탐구해보면서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춤의 양상과 이를 사유하는 방식에 대하여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춤추는인문학 2016년 프로그램

(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홈페이지)


2016 시즌을 시작했던 4월 27일에는 독문학자 최성만 교수가 “미메시스와 춤 충동”을 주제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미메시스 개념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리고 미메시스가 현재는 어떻게 작용하고 있으며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았다. 미메시스는 고대 그리스에서 유래하는 개념이나 그 이전 선사시대에서도 볼 수 있다. 헤르만 콜러(Hermann Koller)에 따르면 플라톤 이전의 미메시스는 “춤으로 표현하다”의 의미로, 단순한 모방을 넘어서는 강렬한 충동과 능력을 포함한다.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제의(祭儀)적 춤을 인간이 행한 최초의 미메시스적 행의로 추정하며, 그 역동적 측면에 주목했다. 미메시스는 수동적인 모방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창조적인 활동으로, 비생산적 복제가 아닌 실천적 의미를 가지는 생산적 과정이다. 


예술강좌 춤추는 인문학


현대무용을 보는 데 있어서도 미메시스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 낯설게만 느껴지는 춤을 ‘대상과의 능동적인 소통의 구현’으로 이해해보면 어떨까? 대상을 그대로 모방하는 움직임은 겉으로 이해하기는 쉬울 수 있겠지만 해석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단순한 복제에 그치고 말 수 있다. 
반면 외형만으로 의미를 알 수 없는(것처럼 보이는) 새로운 방식의 움직임은, 그 대상과 사유를 다양하게 풀어내어 표현함으로써, 더 많은 의미들을 이끌어내는 보다 생산적이고 역동적인 예술이 될 수 있다. 난해하게만 보이는 움직임들에서 훨씬 풍부한 해석과 감상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정해진 답에 맞게만 이해할 필요도 없다.


춤추는 인문학 예술 강연 중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낯설게 느껴지는 현대무용과 좀 더 가까워질 방법이 없을까?


국립현대무용단의 ‘춤추는 인문학’ 담당자는 조급해하지 말고 여러 번 접해볼 것을 권했다. 추상화나 설치작품 등 현대미술 작품을 보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현대무용 역시 처음 보고 한 번에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여러 차례 보다보면 차츰 느낌이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어렵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탐구하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 듣고 보니 예술에 있어서 뿐 아니라 인간과 삶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 역시 이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현대무용은 난해하다고 여겨지지만 오히려 새로운 사고와 이해의 통로가 될 수도 있다. 춤을 통해 생각과 감정, 대상을 재현하는 다양한 표현방식들을 접하다 보면, 인간과 삶을 이해하는 또 다른 흥미 있는 길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장르와 어우러지는 춤의 모습에서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사유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보다 유연하고 폭넓게 생각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다. 때때로 조금은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영역을 오가며 춤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예술은 물론 삶과 인간에 다가서는 의미있고 재미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


춤추는 인문학 강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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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년 춤추는 인문학
  • ㆍ일시 : 2016. 4.27 ~ 2017. 3.29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오후 6시30분~8시30분
  • ㆍ장소 : 예술의전당 內 예술자료원 3층 심포니 감상실
  • ㆍ대상 : 누구나 신청 가능(참가비 무료)
  • ㆍ신청 : kncdc@kncdc.kr


*직접 참여하기 어려운 경우는 국립현대무용단에서 펴낸 책들을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 무용예술관련 이슈들을 다루는 무크지 『K-컨템퍼러리(K-Contemporary)』, 사회학자 · 큐레이터 등의 인문학 강의로 현대무용에 대해 안내해주는 『컨템퍼러리 댄스 속 인문학』 등 - 춤에 접근하는 새로운 시각을 더해줄 것이다. (세부사항은 국립현대무용단 홈페이지 참조 http://kncdc.kr/ )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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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소연
인문쟁이 엄소연

[인문쟁이 1,2기]


엄소연은 경기 고양시에 살고, 책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아한다. 춤과 음악에서 힘과 용기를 얻고 있으며, 이를 무대에서 사람들과 나눌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 어디에서든, 누구에게서든 그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더 많은 가능성들을 발견하고 함께할 수 있길 기대한다. like_ball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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