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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취향, 당신의 사유를 서촌에서 찾다

서촌 속 독립서점

인문쟁이 장소라

2016-06-21

 

 


 

과거에서 현대를 연결하는 동네, 서촌

광화문을 돌아 궁의 돌담길 따라 인왕산을 올려다보며 걷는다. 눈앞에는 기다랗고 네모난 빌딩 숲을 이루는 도심과는 조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문명이 발달하고 자꾸만 빠르게 변한다.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알파고가 등장하고 인간은 조금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며 뒤쳐지지 않기 위해 더욱 더 열심히 일해야 했다. 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언제였는가. 이런 저런 생각이 굴러간 자리에 어느 새 ‘서촌’에 들어선다.
쭉 뻗은 도로에 단 번에 찾아갈 수 있는 지도 어플은 이곳에서 효력을 잃는다. 골목골목 사이에 자리한 아기자기한 상점들을 기웃거리다보면 쭉 뻗은 도로에 늘어선 건물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주택을 헐고 높고 큰 빌딩을 짓지 않았다. 대신 몇 십 년 동안 그 자리를 우둑하니 지켜왔을 주민들의 터전 아래 예술가들이 색을 칠했고, 각각의 생각을 둘러놓았다. 누군가에게는 마실 나올 수 있는 집 앞이면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전통과 예술이 얼기설기 어색하지 않게 어울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 서촌.


옥인상점

▲ 서촌 나들이의 시작이자 끝, 옥인상점


서촌, 그리고 독립서점

주인장의 취향이 가득 반영되어 있는 가게들을 온 몸으로 느끼며 씩씩하게 걷는다. 음식점 하나, 세탁소 하나도 자신의 색깔을 뽐내는 거리를 걷다보면 언덕배기에서 동네상점의 시작이자 끝인 ‘옥인상점’에서 서촌의 독립서점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옥인상점은 주인장이 직접 에코백을 디자인하고 수작업으로 완성시키는 작업실이자,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예술가들의 작품, 독립출판물을 함께 진열하고 판매하는 상점이다.


옥인상점 서적

▲ 그릇과 어울려 진열된 독립출판물


책 종류가 다양하지는 않지만 대형서점과는 다른 맛을 느껴보기에는 충분하다. 책 이외에 그릇이나 포스터, 엽서와 같은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많으니 연인끼리 찾아와 각자의 취향을 공유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서촌에만 있을 법한 서촌관련 잡지부터, 감성이 묻어나는 핸드북도 찾아볼 수 있다. 서촌의 많은 상점들 가운데에 책을 수집하고, 판매하는 공간은 많지 않다. 카페와 장신구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요즘, 독립출판물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옥인상점에 방점을 하나 찍어본다.


off to alone 한옥서점 off to alone

▲ 통인시장 북1문에 위치한, 한옥서점 오프 투 얼론


인쇄물가게, 오프 투 얼론

시작이 유쾌했다. 통통거리는 발걸음으로 박노수 미술관을 지나 쭉 내려오다 보면 어느새 통인시장이 보인다. 최근 엽전으로 시장 속 소소한 먹거리를 찾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장을 가로지르다보면 북1문이라고 쓰인 조그만 샛길을 찾을 수 있다. 시장 사이를 가로지르는 진짜 ‘골목길’ 한가운데에 위치한 ‘오프 투 얼론’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오픈시간과 마감시간 등을 소통하고 있다.


오프 투 얼론 내부1 오프 투 얼론 내부2

▲취향이 가득한 책방 내부와 진(zine) 형태의 서적들


Q. 서점 위치가 인상적이에요! 어떻게 시장 한 가운데에, 한옥으로 만들어진 서점을 운영하실 생각을 하시게 된 건가요?
A : 원래 꼭 이 자리에 상점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어요. 우연히 기분 좋은 위치에 자리가 나게 됐고, 작업실 겸 무언가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게 지금은 독립서점이 되었네요.


Q. 개인적으로 저도 우연으로 만난 인연을 참 아끼는데요. ‘오프 투 얼론’은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정말 어엿한 서점이 된 것 같아요. 전체적인 분위기가 오프 투 얼론만의 무언가를 지향하고 있는 것 느낌을 받는데요. 책을 들여놓으실 때 기준이 있나요?
A. 아무래도 그림, 일러스트레이션과 관련된 책을 많이 들여놓게 되어요. 전공과도 관련이 있다 보니 서적들에도 제 취향이 반영된 것 같아요. 초반에는 입고 요청이 들어온다면 대부분 받아들였지만 최근에는 서점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책들을 선별하려고 노력해요.


Q. 특별히 좋아하시거나 추천해 주실 만한 책이 있으신가요?
A. 개인적으로 진(zine) 형태로 이루어진 책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실로 엮어서 만든 책이나, 가볍게 들 수 있는 책들이 재미있더라고요.


기분 좋은 위치에, 우연히 시작하게 된 인쇄물가게라고 자신의 작은 서점을 소개한 주인장과의 대화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초록과 비슷한 느낌을 받게 했다. 많은 부분 상업화된 서촌의 묘미는 주민들의 삶이 여전히 녹아 있는 ‘골목’에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들의 일상을 부분적으로 이어나가면서 자신의 색으로 담아내는 오프 투 얼론이라는 공간이 반갑고 기쁘다.


책방 그 이상의 공간, 더 북 소사이어티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이라던 ‘대오서점’은 이제 헌책방이 아닌 카페로 변신했고, 조금씩 서촌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홍대에서 소규모 출판과 예술 출판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더 북 소사이어티’도 통의동으로 이전한지 3년이 되었다. 경복궁, 광화문을 향해 걷다보면 2층 건물에 위치한 더 북 소사이어티에 닿을 수 있다.


더북소사이어티 서점 팻말더북소사이어티 작업공간

더북소사이어티 내부1더북소사이어티 내부2 

▲ 더 북 소사이어티 내부


빼곡한 책장사이로 건축과 예술, 철학과 관련한 책들을 찾아볼 수 있다. 해외의 독립출판물부터 사유로 가득한 활자들을 가득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 생각된다. 책방 한편에서는 더 북 소사이어티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대표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다. 무언가를 새롭게 기획하고, 만들어나가는 공간으로서의 역할 또한 ‘더 북 소사이어티’가 해나가고자 하는 역할이 아니었을까.


생각할 거리를 한 아름 안겨준 세 책방 나들이. 변화무쌍한 현대인의 삶 속에서 잊고 살았던 여유와 생각을 찾기 위해, 혹은 일상을 누리기 위해 사람들은 서촌을 찾는다. 수집품들과 오락실을 즐기며 웃음 띤 추억과 더불어 서촌의 독립서점에서 당신의 개인적 취향과 사유를 나누는 미소 띤 기억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사진=장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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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안내


옥인상점

서울 종로구 옥인길 54(서울특별시 종로구 누상동 1-1)

☎ 010-2433-6402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okinshop


오프 투 얼론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5길 26-4(서울 종로구 통인동 31-23)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offtoalone


더 북 소사이어티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22 2층(서울 종로구 통의동 13 2층)

☎ 070-8621-5676

홈페이지 http://www.thebooksociety.org/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The-Book-Society-313330858714739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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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라
인문쟁이 장소라

[인문쟁이 2기]


장소라는 서울 회기동에 살고, 헌책방이나 서점에서 보물책을 찾는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건국대에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며 사람에게로 향하는 방법을 이리저리 찾아다니고 있다. 사람을 좋아하고 관계 속에서 진정한 소통을 통해 성장하는 꿈을 꾼다. 인문학이라는 또 하나의 창을 통해 밖을 보는 시선을 정립하고자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각기 다른 작은 발걸음을 모아 제법 괜찮은 사람이 되어 세상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펑’ 터뜨리고 싶다. thfk17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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