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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거리 찾기 : 공주 제민천 거리

좋은 거리 찾기 -공주 제민천 거리

인문쟁이 안준형

2016-08-31



가끔은 골목여행도 좋잖아요

▲ 가끔은 골목여행도 좋잖아요.


가끔은 골목여행도 좋잖아요

 

“가끔은 골목여행도 좋잖아요.”라는 말을 되뇌이면서, 거리를 걷는다는 것은 썩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그런 골목, 그런 거리를 만나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 돼버렸다. 아직까지도 지역 고유의 기억이라거나 그들의 삶이라고 하는, 그 장소의 문화를 간직한 채 온전히 ‘남아있는’ 골목은 이제 얼마나 남았을까? 마냥 미련할지도 모르는 자세로 재개발이라든지, 프랜차이즈 가게들만의 거리 점령에 단순한 거부감만을 느끼고 싶진 않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게 익숙한 거리들이 사라지는 건 아쉬운 일이다.


제민천사진옛대통교다리

▲ 제민천사진 / 옛대통교다리


공주 제민천에 위치한 제민천 거리는 골목여행을 하고자하는 이들에게는 눈여겨볼 장소다. 최근의 몇 년 동안 공주시의 주도로 제민천의 복원사업과 생태조성사업이 이루어지면서 제민천의 풍경은 일전과 달라진 듯싶지만, 제민천은 복원사업을 끝으로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거나 괜히 화려해지지 않고, 여전히 일상적이고 조용조용한 인상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면서 제민천은 단순히 허물고 다시 짓는 것 이상으로 도시재생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공주시는 복원사업을 진행하면서도 제민천과 그 주변 주민들이 쌓아온 기억과 문화를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제민천 주위를 걷다보면 여전히 이곳 주민들의 발자취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어르신들이 방금 쉬시었다 간 것 같은 여름방석들이 놓여있다거나, 하천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본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극히 일상적이고 사소한 일임에도 요즘 이런 일상을 마주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우리가 흔히 대도심속에서 방석을 야외에 내놓는 배짱을 부렸다가는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도난을 걱정해야할 일이고, 아이들은 동네의 하천이 아니라 전부 pc방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제민천 거리의 일상은 여전히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이 거리는 그 여전했으면 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어르신 방석노는 아이

▲ 극히 일상적이지만 우리가 여전히 눈에 두고 싶은 풍경이기도 하다.


제민천은 이름부터 지역민들과의 관계 속에서 지어졌다고 한다. 들어보면 조금은 동화적이기까지 한 '백성을 구제한 하천'이라는 의미의 제민천은 예로부터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평범한 하천은 아니었다. 1932년에 대전으로 이전한 충남도청이 아직 공주에 있을 적에는 다름 아닌 제민천 동네에 위치하고 있었다. 제민천과 300m 안팎으로 있는 지금의 공주사대부고 있는 자리가 바로 옛 충남도청의 터이며, 지금도 그 터를 찾아볼 수 있다. 도청을 통해서 행정적으로 충청도의 중심 격을 하던 이곳이, 제민천 이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복기해보는 것으로 삶으로서의 중심은 어디였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제민천거리 지도낙서 / 제민천 거리 안부

▲ 제민천거리 지도 / 낙서 / 제민천 거리 안부


다시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면, 게임의 이스터 에그를 발견하는 것처럼, 제민천 거리를 걷다 보면 ‘발견했다’ 싶은 것들이 제법 있다. 누군가가 벽에 그려놓은 이 거리의 지도를 마주친다거나 점잖은 낙서들이 모여 있는 판을 찾게 된다거나.

이런 흔적들을 찾아보면 이곳의 사람들이 이 거리를 얼마나 아끼는 지 눈에 들어와서 훈훈한 마음이 절로 들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제민천 거리를 걷다가 마주한 저 그림지도는 길 찾기 어플을 통해 보게 되는 디지털 지도와 어떻게 다를까, 또 화려하고 스타일리쉬한 그래피티들를 보는 것과 상냥한 글귀들로 가득 찬 제민천 거리의 낙서를 보는 건 또 어떻게 다를까 생각하다 보면 이런 거리를 걷는다는 것의 의미가 조금씩 분명해진다.


루치아의 뜰 간판루치아의 뜰

▲ 루치아의 뜰 간판 / 루치아의 뜰


골목에서 눈에 뜨이는 간판하나를 따라가 보면 ‘루치아의 뜰‘이라는 차문화공간이 하나 나온다. 오래된 한옥건물을 보수해서 지었다는 루치아의 뜰은 제민천 거리에서도 특히나 발길이 잦은 장소이다. 이 건물이 처음 건축된 연도는 1964년이며, 한국전쟁이전에 건축된 ’공주 제일교회’, 김갑순씨 생가 등과 함께 꽤 오래된 건물들 축에 낀다.

이 주위 제민천 거리의 지역성을 보여주는 장소 중 하나인 것이다. 이곳이 루치아의 뜰로 문을 연 이후로는 지난 2014년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 더 좋은 장소 만들기 ’우리 사랑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미정 갤러리 / 옛풍경 드로잉옛풍경 드로잉2

▲ 이미정 갤러리 / 옛풍경 드로잉 / 옛풍경 드로잉2


제민천 거리의 문화 공간 중 한 곳인 이미정 갤러리에선 우연한 기회로 제민천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곳을 고향으로 둔 분의 기억에 따르면 어렸을 적부터 아침저녁으로 제민천을 지나며 이곳에서 멱을 감기도하고 놀거나 빨래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하천은 그런 일들로 이 곳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주민들의 발길이 잦아들면서 자연히 제민천은 주민들의 삶에서 조금 벗어난 하천이 되었다. 그러다 근래의 복구사업과 생태조성사업을 통해서 지금의 양호한 모습이 되었고 제민천은 예전처럼 빨래를 하거나 멱을 감거나 하지는 않지만 문화라는 이름으로 다시 주민들의 삶속에 들어와 있다.



사진= 안준형

 

장소 정보

  •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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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안준형

[인문쟁이 2기]


안준형은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하여 고향인 대전으로 내려와 현재 거주 중에 있는 어린 미학도이다. 학교 재학동안에 들었던 비평수업의 영향인지 artwork보다도 글을 쓰는 것에 흥미를 느껴 혼자 간간이 글을 써왔었다. 인문쟁이 모집공고를 보게 되어, 문화 활동이나 전시 등에 대한 보다 넓고 깊은 글을 쓸 수 있게 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지원하게 되었다. 평소 만나보고 싶었던 역사적 인물로는 재야운동가이신 기세춘선생님이 있었는데 집이 가까워서 조만간 뵐 수 있을 것 같다. mgom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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