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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경계하다 : 대구 '살며 예술하며展’

경계를 경계하다 -대구 '살며 예술하며展’

인문쟁이 양다은

2016-06-13

 

예술성향 심리검사를 체험하는 시민들 테스트 후 과정인 전문가 면담


우리는 예술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다섯 개의 전시장 중 가장 먼저 발 길이 이끌린 곳은 5 전시장이다. 처음 도착했을 때, 연세 지긋하신 분들이 바닥을 보며 보드 게임의 말 같이 이 칸 저 칸 옮겨 다니고 있었다. 벽면에 적힌 ‘YSSG 프로젝트는 국내 유일의 예술성향 심리검사가 가능한 센터입니다’라는 글귀가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출발 지점에 섰다.
간단한 YES/NO 질문의 발판을 따라가다 보면, 당신은 잭슨 폴락형 혹은 쿠사마 야오이형이라고 말해준다. 그들처럼 즉흥적 예술을 행하거나 편집증적인 작품을 만들지 못할 지라도 ‘그럴 것 같기도 해’라며 괜히 우쭐한 기분이 든다. 모니터엔 전문가의 상징인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카페에서 휴지나 컵홀더를 접었다찢었다를 반복’하고 ‘이틀 이상 집에 있으면 답답한’ 당신은 즉흥적 미를 추구한다며 잠정적 예술가로 결론 내린다. 테이블에 놓인 회원증에는 ‘우리 모두가 예술가의 기질과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라는 문구로, 프로젝트를 구성한 ‘그들’과 참여한 ‘내’가 '우리‘이자 ’예술가‘의 범주에 함께 속함을 선포한다.


2016 살며 예술하며 전시 정보 


예술, 삶, 그리고 예술

 

대구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과 영남대학교 시각디자인과 학생들이 협력하여 만들어낸 ‘살며 예술하며展’은 지역과 예술가와 주민들의 삶을 오롯이 담아낸다.
예술가들은 자신이 삶을 대하는 태도와 그 작용을 전시로 풀어내기도 하고(썬데이페이퍼그룹 - 태도와 작용), 방천아트마켓이라는 통로를 통해 문화시장을 구성하기도 한다(B커뮤니케이션 그룹 - ‘문화시장’). 주민들은 전시된 무드 등에서 대구라는 장소를 떠올리고, ‘당신이 생각하는 예술이란’이라는 질문에 답변을 쓰기도 하며, 삶 속에서 예술을 대하는 태도를 갖춘다.
또한 시민들은 작가의 스케치에 색을 채우고, 3-4 전시장에서는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구매할 수도 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미술관의 격식과 예술의 접근 장벽이 조금은 허물어진 이곳에서 예술가는 대중과 소통하고, 대중은 예술을 체험할 수 있다.


대구 동성로를 담은 무드등 상품이자 작품을 전시하는 방천아트마켓 전시 


허물어진 경계

 

그렇다면 이 전시에서처럼 삶과 예술은 항상 경계가 없었을까. 예전에 피카소 전에서 원 하나에 단순히 눈과 코가 그려진 작품을 보고 친구와 대화를 나누던 관객이 앤디 워홀의 말을 인용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왜 그런 말 있잖아, 유명해지라고. 그러면 사람들이 똥을 싸도 박수친다고.” 그 관객은 피카소의 작품을 보고 자신이 생각했던 예술과의 괴리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혹은 시대를 아우른 예술가를 향한 부러움에서 나온 말일 수도 있다. 어느 상황이 되었든 간에 그 말을 들었을 때, 예술 작품과 관객 사이의 뚜렷한 경계선을 본 것만 같았다.


살며 예술하며展


이름을 남긴 예술가들은 말 그대로 유명하고, 유명은 모든 이에게 적용될 수는 없는 개념이다. 우리가 반 고흐나 버지니아 울프처럼 고뇌하고 괴로워할 수 없기에 그들을 동경하기도 하지만, 때론 자신과는 먼 삶이라 방관하기도 하는 이유이다. 그런가하면 후세에 길이 남을 예술가가 되진 못하더라도 독립출판, 공방, 예술 워크숍을 통해 예술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사람이 늘어나기도 했다. 삶 속에서 창작 활동을 실현하고 자신도 모르게 예술가의 범주에 포함되는 활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증가한 것이다. 이렇듯 예술은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것 일수도, 어느 날 자신이 하고 있는 행위일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예술이 있는 삶, 삶을 위한 예술’을 표방하는 ‘살며 예술하며展’과 같은 예술가들의 시도가 예술을 즐거움으로 받아들일 사람을 끌어 모으는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진=양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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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http://www.kyongbuk.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957757

 

장소 정보

  • 대구
  • 예술
  • 경계
  • 예술성향심리검사
양다은
인문쟁이 양다은

[인문쟁이 3기]


꾸준히 쓰는 중입니다. 언젠간 쓰기만 하면서 밥 벌어먹길 조심스레 바라봅니다.
yde83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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