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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에서 '커피 거리'가 되기까지 : 강릉 ‘안목 커피거리’

'안목'에서 '커피 거리' 거리가 되기 까지 -강릉, '안목 커피거리'

인문쟁이 박은희

2016-06-13

 

 푸른 바다가 눈부신 강릉 안목 해변을 찾은 사람들

▲ 푸른 바다가 눈부신 강릉 안목 해변을 찾은 사람들


안목과 커피의 상관관계

 

지난 5월, 강릉 안목해변은 꿀맛 같은 연휴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북적 거렸다. 그러나 여유와 바다 그리고 커피의 완벽한 조화 덕분인지 꿀맛은 커녕 커피맛도 못 본 채 장시간 동안 꽉 막힌 차와 인파 속에서 속을 끓여야 했다. 400개가 넘는 강릉 커피집 중 나는 왜 안목으로 커피를 마시러 온 걸까? 음, 단순히 바다라는 이유를 대기엔 뭔가 부족했다. 2001년, 나의 풋풋했던 대학시절만큼 당시 ‘안목 해수욕장’의 모습도 그러했다. 화장기 없는 첫사랑 같은 모습이랄까. 그 시절 내가 사랑한 안목은 외지 사람들보다는 강릉 사람들이 즐겨 찾던 조용한 변두리 바닷가였다. 거리에는 횟집이나 조개구이집의 숫자가 많았지만, 신기한 건 그때나 지금이나 ‘안목 = 커피가 생각나는 곳’이라는 점이다.


커피 자판기

▲ 안목 커피거리 곳곳에 지금도 커피 자판기가 설치되어 있다.


무심결에 눈을 던진 창밖으로 80년대부터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고 있는 나와 비슷한 연배의 커피 자판기들이 눈에 밟힌다. 당시 안목은 일명 '길 카페'로 통했다. 그렇게 무심코 불리던 애칭이 '안목 커피 거리'의 씨앗이 될 줄이야. 특히, 자판기마다 손맛이 달랐다면 믿겠는가? 각자 커피 믹스의 황금 비율이 달랐기에 고객 또한 나만의 취향 저격 자판기가 따로 있었다. 그런 ‘자판기 바리스타’의 각별한 정성 때문일까? 당시 자판기 매출이 직장인 월급을 넘나든다는 농이 공공연하게 돌 만큼 ‘안목 길 카페’는 강릉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렇다. 안목은 꽤 오래 전부터 '커피'가 익숙한 곳이었다. 단지 지금처럼 대중에게 그 이름을 스스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다.


 시간이 흘러 믹스 커피가 원두로 바뀌듯 자판기 주변으로 전문 매장을 갖춘 커피점이 하나 둘 늘어갔다. ‘모래 위에 쓰는 편지’, '네스 카페’, ‘커피커퍼’, ‘빈 세븐’ 등 다양한 커피점들이 기억 너머로 사라지거나 바뀌었다. 아, 열심히 모으던 커피 쿠폰이 어느 날 한낱 종이로 변했을 때의 당황스러움이란!
그렇게 안목은 생과 멸 그리고 진화를 거쳐 지금의 ‘커피 거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강릉을 ‘커피 도시’로 성장시키고 있다.


이름을 가진다는 것은 왜 중요할까.

 

 

원두커피

 

‘안목’이라는 명칭은 ‘남항진과 송정 사이의 길목’ 을 뜻하는 지리적 표현 ‘앞 목’이 변형되어진 것이다. 우리가 태어날 때 가장 먼저 ‘이름’이 붙여지듯, 그렇게 존재 자체의 구별을 위한 시작이 ‘안목’ 이라는 '이름'이 되었다. 그러나 무언가의 ‘이름’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구별해  부르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만은 아니다.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이름에는 타인의 '인정'이라는 요소가 들어간다. 예를 들어 한 회사의 대표라도 사람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직함'이 아닌 '이름'을 부른다던지 '별명' 또는 그 사람이 가진 특성을 '희화'하여 조롱의 의미로 부르기도 한다.  그러니 아무리 자신이 남과 다른 거창한 이름으로 구별하여 만들어 놓는다고 한 들, 그것이 타인에게 인정되지 않으면 불리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안목’이 사람들에게 ‘길 카페’로 불렸다는 건, ‘길목’의 위치적 의미보다 ‘길에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곳'의 의미로 인정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명칭으로만 보면 크게 ‘이름의 의미’가 달라지진 않았다. 그러나 안목이 '커피 거리'라는 이름을 가진 이후로는 '커피' 콘텐츠가 마법처럼 급성장한다.


 강릉의 다양한 커피 콘텐츠 : 안목커피거리 영화제 강릉의 다양한 커피 콘텐츠 : 강릉커피축제

▲ 강릉의 다양한 커피 콘텐츠


‘안목 커피 거리’라는 명칭은 2009년 커피 축제와 함께 등장한다. 물론 제1회 커피 축제의 썰렁함을 생각해보면 그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에게 ‘커피 거리’라는 이름은 인정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미약하더라도 시작이 있어야만 창대한 끝을 만들 수 있음으로 나는 응원의 눈으로 지켜봐왔다. 그 결과 ‘커피 박물관’, ‘커피 축제’, ‘커피 영화제’, ‘커피 음반’, ‘커피 빵’, ‘커피 명인’ 등 강릉시뿐만 아니라 강릉 시민 모두가 ‘커피’에 관한 콘텐츠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나의 이름이 그에 걸맞은 상징성과 이미지를 스스로 내보여야만 그 이름은 ‘명성’이라는 단어로 빛날 수 있다.


안목커피거리

‘안목’은 이제 ‘커피 거리’로 커가기 위해 성장통을 겪는 청소년기에 들어섰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함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내가 커피를 마시러 안목 커피거리로 자꾸만 향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커피 거리’를 빠져나오며, 무심코 부르며 지나치던 이름들을 하나, 둘 곱씹어본다. 룸미러를 보며 나는 내 이름의 의미를 잘 살리고 있는지 돌아본다. 사람들은 어떤 시선으로 서로를 인정해주고 있을까? 나부터라도 열린 마음으로 무언가의 이름을 불러보자. 우리가 좀 더 애정 있는 눈으로 바라볼 때, 그것들은 그 ‘이름’이 되기 위해 노력할 테니까. 


(사진=박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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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희
인문쟁이 박은희

[인문쟁이 2기]


박은희는 바다를 좋아해 강릉에 터를 잡았고 전형적인 집순이다. '바다를사랑한클레멘타인'이라는 필명으로 SNS 활동한다. 글쓰기를 기반으로 컨텐츠를 제작하여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인문쟁이는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상상들이 바깥으로 나와 기호로 변하고 다시 누군가의 생각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아 지원하게 되었다. 사람의 고리들이 연결되고 순환되길 바란다. 인스타@loveseaclement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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