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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맞춤형 서점과의 만남 : 세든서점

매력적인 맞춤형 서점과의 만남 -세든서점

인문쟁이 고은혜

2016-09-19


2~3년 전쯤부터 조금씩 ‘동네서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이 서점들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에서 더 나아가 전시와 공연, 문화 행사들을 진행하는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독특하고 매력적인 이 서점들은 가히 2016 문화 트렌드를 주도하는 주역들이라 불릴 만하다. 그런데 여기 동인천에, 그보다 더욱 독특한 형태의 서점이 있다. 이름하여 ‘세든서점’. 이 서점은 이름처럼 특정한 공간을 서점으로 꾸며둔 것이 아니라, 다른 공간에 세를 들어 있는 조그마한 맞춤형 서점이다. 아직까지 세든서점의 정체가 아리송하다고? 그렇다면 세든서점의 두 운영자 중 한 명인 전수민 씨를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자.


세든서점 운영자 전수민 씨

▲ 세든서점 운영자 전수민 씨 ⓒ전수민


Q.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네, 안녕하세요. 저는 전수민이라고 합니다. 그래픽 디자인 일을 본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클라이언트에게 의뢰를 받아 인쇄물이나 아이덴티티 작업을 주로 하고 있어요. 큰 기업 클라이언트도 있지만 대체로 작은 공간을 운영하는 쪽 작업이 많아요. 그래픽 디자인을 재미있게 하고 있기도 하지만 책과 책 만드는 일을 정말 좋아해요. 세든서점의 또 다른 운영자 김우영 씨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그런 취향과 목표를 공유하게 되었고, 이렇게 함께 세든서점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Q. 세든서점 소개글을 보니 편집자 W와 디자이너 M이 함께 운영한다고 되어 있던데, 그렇다면 W가 우영 씨고 M이 수민 씨군요. 구체적으로 업무 분장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A. 사실 세든서점의 아이덴티티를 제가 디자인하긴 했지만, 제 업무가 디자인은 아니에요. 업무를 딱딱 나누지는 않았거든요. 둘 다 책이 좋아서 시작한 만큼 수익이나 규모 확장이 목표는 아니에요. 그래서 서로 좋아하고 팔고 싶은 책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눈 후에 세든서점에 가져와 판매를 하고 있어요. 둘 다 바쁘기는 하지만 우영 씨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반면 저는 프리랜서라 상대적으로 시간이 더 많아요. 그래서 제가 조금 더 세든서점 일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있는 편이죠.


Q. 세든서점이라는 형태가 정말 독특한 것 같아요. 카페면 카페, 갤러리면 갤러리 등 어느 공간이나 어울리게 미니멀한 서점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것 같은데, 처음에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얻게 되셨나요? 그리고 직접 서점을 세워 운영하게 되기까지의 과정 또한 궁금해요.

A, 지금 세든서점이 세들어 있는 ‘J STUDIO KITCHEN' 바로 옆에 ‘닭면가’라는 음식점이 있는데, 두 곳을 같은 분들이 운영하고 계세요.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데, 제가 이 곳 사장님 부부와 굉장히 친해요. ‘J STUDIO KITCHEN' 오픈 전에 로고와 메뉴판을 디자인해드리기도 했죠.

여기 차이나타운이 주말이 되면 관광객들로 붐비잖아요. 그런데 이곳도 차이나타운이랑 굉장히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이 거리는 한산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어 이 카페 안까지 들어오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프리마켓을 떠올리게 됐어요. 책을 포함해서 이것저것 팔아보면 좋지 않을까 했는데, 결론적으로는 몇 주 진행해보면서 실패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 다음으로 든 생각이 여기에 가만히 있을 게 아니라 책을 담은 수레를 끌고 다니면서 차이나타운 쪽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녀야겠다, 하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다른 공간의 일부를 작게 빌려서 서점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현재의 ‘세든서점’ 형태를 완성하게 되었네요.


 J STUDIO KITCHEN 안에 입점한 세든서점

▲ J STUDIO KITCHEN 안에 입점한 세든서점 ⓒ고은혜


Q. 지금까지 세든서점은 애관극장의 극장 앞 갤러리카페, 차이나타운의 모노그램 커피, 도원역 샛골길의 인조이스토어, 그리고 지금의 J STUDIO KITCHEN까지 여러 곳을 거쳐 왔는데요. 입점하기까지의 과정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또, 여러 세든 장소들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어디인가요?

A. 사실 저희가 먼저 입점을 하겠다고 컨택을 한 적은 한 번도 없고요. 먼저 입점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많이 주셨어요. 2년 전쯤 동인천에서 개인적으로 전시를 하게 되면서 전시 준비 기간 동안 동인천의 상인이나 예술가들과 친해지게 되었는데, 이런 친분들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지금까지 거쳐 온 공간들 모두 각각의 매력이 있었는데, 가장 인상적인 곳을 꼽으라면… 지금은 아쉽게도 문을 닫은 곳이지만, 모노그램 커피가 아닐까 싶네요. 차이나타운 한복판에 위치한 만큼 정말 많은 방문객이 있었고 그만큼 책이 가장 많이 팔리기도 했어요. 덕분에 어떤 책이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는지 관찰하고 실험해볼 수도 있었고요.


Q. 그렇군요. 모노그램 커피에서의 결과가 어땠는지 궁금한데요? 그렇다면 그와 연결해서, 세든서점만의 책 선정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만한 기준점이 있나요?

A. 세든서점의 책으로써 가장 중요한 기준은 쉽게 손이 가는 책이에요. 아무래도 세든서점을 찾는 이들 대부분은 책을 보는 게 아니라 가게에 방문하는 게 목적인 사람들이잖아요. 그러다보니 시선을 끄는 게 중요한 덕목이더라고요. 콘텐츠 자체도 물론 중요하지만 거기에 더해 표지와 디자인이 예쁘고, 내용도 쉽고 흥미로운 책이 좋겠죠. 모노그램 커피에서도 그런 책들이 많이 팔렸어요, 쉽고 예쁜 책들.


세든서점 명함

▲ 세든서점 명함 ⓒ고은혜


Q. 또 세든서점의 중요한 특징은 장소에 어울리는 책을 큐레이팅해 판매하는 점 같더라고요. 지금까지 거쳐 왔던 세든 곳에는 어떤 종류의 책을 배치해 판매했는지, 그 과정이 궁금해요.

A. 극장 앞 갤러리카페의 경우, 사진 쪽 도서들이 많았어요. 그 곳이 갤러리이기도 하고, 운영하시는 분이 사진작가이기도 했거든요. 인조이스토어의 경우 인천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소품을 파는 멀티샵인데, 그쪽은 우영 씨가 거의 전담을 했어요. 독립출판물 위주로 배치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모노그램 커피 같은 경우에는 또 제가 전담을 했는데요. <어바웃 커피>처럼 커피에 관련된 도서를 배치하기도 했고, 틈틈이 제 본업을 하면서 어울릴 것 같은 책을 발견하면 주문을 해서 입점 시키기도 했어요. 마지막으로 J STUDIO KITCHEN에서는 J-CAKE라는 케이크를 전문으로 하는 세컨드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는데, 아직 아이디어가 정리된 건 아니지만 J-CAKE와 콜라보를 하는 형태로 꾸며보려고 해요. 독립출판물의 비율을 줄이고 아트북과 예쁜 요리책을 많이 배치하지 않을까 싶어요. 아직 오픈 준비 중이지만, 오픈한 후에는 많이 놀러오셨으면 좋겠어요. 케이크가 정말 맛있거든요!


Q. 지금까지 흥미로운 세든서점 분석을 함께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인문360°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A. 왠지 인문이라는 단어를 들으니… 멋진 말을 남겨야 할 것 같아 부담이 되네요.(웃음) 음, 저는 굉장히 일을 벌리는 스타일이에요. 그리고 일을 시작하고 나면 결과물이 어떻든 꼭 끝을 봐야 한다는 주의이고요. 세든서점도 사실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는데… 어쨌든 책이 너무 좋아서 시작한 일이거든요. 좋아하는 일은 꼭 해봐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니까 독자분들 모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즐겁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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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안내

주소: 인천 중구 우현로 35번길 15-2 2층


*관련링크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rentedbookshop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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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고은혜

[인문쟁이 1,2기]


고은혜는 인천, 그 중에서도 주로 동인천을 터전으로 인문공간을 탐방하고 있다. 한국근대문학관에서 근무하며 문학을 공부하고 예술을 터득하는 중이다. 인생을 즐기는 것과 가치를 찾는 것, 그 사이에서의 균형을 꿈꾸고 있다. 인문쟁이로서 쓴 글이 누군가에게 인문의 가치를 알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geh9203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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