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글을 쓸 수 있다. 단지 시작이 조금 어려울 뿐이다. 완성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뭘 쓰지 하는 막막함은 잠시 미뤄두고 일단 자리에 앉아보길 권한다. 식탁에 앉아 끄적이는 시간은 글로 쌓이고, 그 글들이 모여 계간문예지 ‘영향력’이 된다. 그렇게 누구나 키친테이블라이터(kitchentablewriter)가 될 수 있다는 영향력 편집자들이 독립출판서점 스튜디오콰르텟에서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간을 만들었다. 토요일 저녁 지정된 시간에 함께 모여 맥주 한 잔 하면서 글을 완성해 가기로 했다.
써보자, 무엇을
첫 만남에서는 어떤 글을 쓸 건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스릴러부터 일상까지 주제도 다양했지만 시, 단편, 가사와 같이 다양한 글의 형태도 거론되었다. 무엇을 쓸지를 이야기하다 왜 쓰기로 마음먹었는지도 서로 알아갈 수 있었다. 자신과 닮은 인물을 글 속에 녹여내고 싶어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생각해온 글을 시작하지 못해서 모인 사람들에게 3시간은, 5주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 같았다.
다음 만남에서는 첫 문장을 써오기로 했다. 생각보다 첫 문장의 무게는 무거웠다. 이 문장으로 글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사람들 앞에 보여주기 부끄럽지 않은 문장일까 고민하며 모임 장소에 나갔다. 새삼 비슷한 고민을 했다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니 마음이 조금 놓였다.
‘눈을 떴을 때 창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늘, 비 오는 날이면 창가의 무늬를 바라본다.’
‘그대를 명명하는 수많은 부름 앞에 선 유일한 존재’
‘하늘이 맑으면 만나고 싶었다.’
‘맛있는 상추가 될 것인가, 멋있는 상추가 될 것인가’
‘엄마와 이모는 친 자매가 아니었다.’
‘너 손톱이 그게 뭐니-’
각자의 첫 문장을 듣고 나니, 이후 이어질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함께 모여 쓴 글을 영향력 편집부에게 피드백 받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 글을 읽고 코멘트를 달기도 했다. 그렇게 이야기에 살을 붙이고 손을 보기도 하면서 글을 완성해가고 있었다. 마지막 주에 있을 낭독회가 내심 쑥스러우면서도 기대되는 이유는 함께 하는 사람들의 코멘트 덕택에 쓴 글을 남 앞에서 읽을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다른 관점으로 서로의 글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것. 함께 모여 쓰는 묘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임을 갈무리할 밤이 찾아왔다. 낭독회라는 단어가 왠지 잘 어울릴 법한 가을 날씨였다. 대구 인디밴드의 오픈 공연을 시작으로, 5주 간 결과물을 소개할 시간을 가졌다.
낭독자 지인들과 SNS에서 낭독회 관련 게시물을 보고 발걸음을 옮긴 사람들까지 해서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자리를 채웠다. 자신감을 얻었다 해도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낭독이라 떨렸다. 남들 앞에서 글을 읽는다는 게 얼마만이냐는 이야기를 나누며 차례를 기다렸다.
마무리, 그리고
낭독회가 끝나고, 스튜디오 콰르텟에서 준비한 샹그리아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모임 중에 글도 엉덩이로 쓰는 것이라고 이야기 나눴던 기억이 떠올랐다. ‘쓰고 싶다, 써야지’라는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기 위해 자세를 잡고 집중했던 순간들이 결국 글이 됨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키친테이블라이터의 밤은 ‘맥주를 마시며 글을 쓰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 그리고 한 편의 짧은 글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경험은 단편적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일상 속에서 이 때를 떠올리면서 책상에 앉고 자세를 잡으며, 또 다른 한 편을 완성할 힘을 얻은 것 같다. 키친테이블라이터의 밤은 글을 쓰고 싶고 쓸 수 있는 누구를 위해 또 열려 있을 것이다.
꾸준히 쓰는 중입니다. 언젠간 쓰기만 하면서 밥 벌어먹길 조심스레 바라봅니다.
yde83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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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360
주말 밤을 책임질 맥주 한 모금과 글 한 줄
키친테이블라이터의 밤
인문쟁이 양다은
2016-11-18
시작, 어떻게
누구든 글을 쓸 수 있다. 단지 시작이 조금 어려울 뿐이다. 완성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뭘 쓰지 하는 막막함은 잠시 미뤄두고 일단 자리에 앉아보길 권한다. 식탁에 앉아 끄적이는 시간은 글로 쌓이고, 그 글들이 모여 계간문예지 ‘영향력’이 된다. 그렇게 누구나 키친테이블라이터(kitchentablewriter)가 될 수 있다는 영향력 편집자들이 독립출판서점 스튜디오콰르텟에서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간을 만들었다. 토요일 저녁 지정된 시간에 함께 모여 맥주 한 잔 하면서 글을 완성해 가기로 했다.
써보자, 무엇을
첫 만남에서는 어떤 글을 쓸 건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스릴러부터 일상까지 주제도 다양했지만 시, 단편, 가사와 같이 다양한 글의 형태도 거론되었다. 무엇을 쓸지를 이야기하다 왜 쓰기로 마음먹었는지도 서로 알아갈 수 있었다. 자신과 닮은 인물을 글 속에 녹여내고 싶어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생각해온 글을 시작하지 못해서 모인 사람들에게 3시간은, 5주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 같았다.
다음 만남에서는 첫 문장을 써오기로 했다. 생각보다 첫 문장의 무게는 무거웠다. 이 문장으로 글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사람들 앞에 보여주기 부끄럽지 않은 문장일까 고민하며 모임 장소에 나갔다. 새삼 비슷한 고민을 했다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니 마음이 조금 놓였다.
‘눈을 떴을 때 창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늘, 비 오는 날이면 창가의 무늬를 바라본다.’
‘그대를 명명하는 수많은 부름 앞에 선 유일한 존재’
‘하늘이 맑으면 만나고 싶었다.’
‘맛있는 상추가 될 것인가, 멋있는 상추가 될 것인가’
‘엄마와 이모는 친 자매가 아니었다.’
‘너 손톱이 그게 뭐니-’
각자의 첫 문장을 듣고 나니, 이후 이어질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함께 모여 쓴 글을 영향력 편집부에게 피드백 받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 글을 읽고 코멘트를 달기도 했다. 그렇게 이야기에 살을 붙이고 손을 보기도 하면서 글을 완성해가고 있었다. 마지막 주에 있을 낭독회가 내심 쑥스러우면서도 기대되는 이유는 함께 하는 사람들의 코멘트 덕택에 쓴 글을 남 앞에서 읽을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다른 관점으로 서로의 글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것. 함께 모여 쓰는 묘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임을 갈무리할 밤이 찾아왔다. 낭독회라는 단어가 왠지 잘 어울릴 법한 가을 날씨였다. 대구 인디밴드의 오픈 공연을 시작으로, 5주 간 결과물을 소개할 시간을 가졌다.
낭독자 지인들과 SNS에서 낭독회 관련 게시물을 보고 발걸음을 옮긴 사람들까지 해서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자리를 채웠다. 자신감을 얻었다 해도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낭독이라 떨렸다. 남들 앞에서 글을 읽는다는 게 얼마만이냐는 이야기를 나누며 차례를 기다렸다.
마무리, 그리고
낭독회가 끝나고, 스튜디오 콰르텟에서 준비한 샹그리아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모임 중에 글도 엉덩이로 쓰는 것이라고 이야기 나눴던 기억이 떠올랐다. ‘쓰고 싶다, 써야지’라는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기 위해 자세를 잡고 집중했던 순간들이 결국 글이 됨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키친테이블라이터의 밤은 ‘맥주를 마시며 글을 쓰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 그리고 한 편의 짧은 글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경험은 단편적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일상 속에서 이 때를 떠올리면서 책상에 앉고 자세를 잡으며, 또 다른 한 편을 완성할 힘을 얻은 것 같다. 키친테이블라이터의 밤은 글을 쓰고 싶고 쓸 수 있는 누구를 위해 또 열려 있을 것이다.
▲ '키친테이블라이터의 밤 2기 포스터'
사진= 양다은,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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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안내
스튜디오콰르텟(독립출판서점)
대구 중구 공평로 69번지 2F
*관련링크
영향력 블로그 http://blog.naver.com/kitchentablewriting
스튜디오콰르텟 블로그 http://blog.naver.com/studio_quartet
장소 정보
[인문쟁이 3기]
꾸준히 쓰는 중입니다. 언젠간 쓰기만 하면서 밥 벌어먹길 조심스레 바라봅니다.yde83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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