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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서 의미를 찾아 가는 사람들 : 북카페 '파이데이아'

고전에서 의미를 찾아 가는 사람들 -북카페 '파이데이아'

인문쟁이 양다은

2016-10-24


독서는 마치 갖춰야 하는 '덕목' 같다. 책을 읽어야 한다고 배우고,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존경받기도 한다. 하지만 지하철역이나 관광 명소 속 종종 보이는 작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사람은 보기 쉽지 않다. 책은 일상에 존재하지만 책 읽기는 생각보다 일상적이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왜 책을 읽어야 할까? 읽는 사람은 왜 책을 읽을까? 이런 물음을 안고 ‘위대한 저서 읽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북카페 ‘파이데이아’를 찾았다. 파이데이아는 ‘교육’, ‘교양’을 의미하는 그리스어다. 마침 그리스로마신화를 다룬 에우리피데스의 비극에 대한 독서토론이 진행되고 있었다.


북카페 파이데이아 외부위대한 저서 읽기 프로그램 팜플렛

▲ 북카페 파이데이아 외부 / 위대한 저서 읽기 프로그램 팜플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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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김선경 이하 K / 토론 참가자들 A, B, C, D, E, F


K : 읽어오신 헤라클레스 이야기를 해볼게요. 12고역을 끝내고 돌아온 헤라클레스는 헤라의 저주로 자신의 가족을 죽이고 맙니다. 자살하려는 헤라클레스 곁에 테세우스가 다가옵니다.


A : 테세우스가 헤라클레스를 탁 쳐주는 부분이 정말 좋았어요. 테세우스가 죽고 싶어 하는 헤라클레스를 보며, ‘그래 불행 참지 말고 죽어’라고 말해줘요. 그 감정을 공감해 주는 것이지요. 헤라클레스를 다시 일으킨 건 같은 감정을 느끼고 설득해준 친구였어요.


B : 주석에는 테세우스의 말이 세상에 고통 받는 사람은 너뿐이 아니라는 위로의 말이라고도 하네요. 해석이 여러 가지로 될 수 있죠.


K : 그렇게 작아진 헤라클레스에게 희망을 준 테세우스처럼 내가 진짜 절망에 빠졌을 때 탁하고 쳐 줄 수 있는 친구는 몇 명이 되는지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나는 친구들에게 어떤 현명함을 가진 사람일지도 고민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독서토론 중에

▲ 독서 토론 중에


K : 주목을 해야 할 것은 이 작가가 12고역을 끝낸 헤라클레스가 가족을 죽이는 비극을 맞이한다고 그린다는 점입니다. 소포클레스나 다른 작가는 12고역 가운데 헤라클레스를 이 상황에 처하도록 그리기도 합니다. 작가는 왜 이렇게 구상하였을까요?


F : 우리 삶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자기만족이나 행복을 위해서 목표를 향해 달려왔는데 막상 목표를 달성하고도 공허한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앞 본문에서 ‘인생이 고해임을 알아두게, 사는 것은 계속 투쟁일세’라고 한 것처럼, 끊임없는 투쟁으로 자기 자신의 의미와 큰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C : 저는 12고역은 외적인 고역이고, 이후는 내적인 고역이라 고역의 마지막 완성이라고 생각해요.


E : 맞아요, 저는 그 비극을 13고역이라 생각합니다. 헤라클레스가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게 헤라클레스를 죽이고 싶어하는 헤라에게 복수를 하는 거 같아요. 끝까지 살아남는 헤라클레스를 보고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강인한지 알 수 있었어요.


B : 헤라클레스 이름이 헤라의 영광이라는 뜻인게 아이러니한 것 같아요.


K : 어떻게 보면 헤라가 있었기에 헤라클레스가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살면서 누구든 결핍이나 고통을 겪게 됩니다. 그런 순간이 있기에 의지로 이겨내고 자신이 한 뼘 더 성장하기도 하지요. 우리가 헤라와 같은 고통 자체를 어떻게 볼 것인가, 어떻게 이겨낼 방법을 찾느냐에 따라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A : 김춘수 시인의 꽃이 생각났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같은 상황이라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나에 따라서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 : 오늘 정말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 주변 사람들과 부딪히는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어요. 처음 그리스로마 고전을 읽을 때는 너무 잔인하다, 좀 더 아름다운 책으로 토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깊이 들어가 보니 우리 사는 모습 같았어요. 오늘도 반성 많이 했고, 새삼 다 제 잘못 같아서 부딪혔던 사람들에게 집에 가는 길에 미안하다고 문자를 넣으려고요.


D : 저는 개인적으로 ‘용기도 배울 수 있는 것이지요’라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어요. 항상 소심하고 용기가 없다고 스스로 생각했었는데, 조금씩 배우고 용기를 길러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겼어요.


K : 시계바늘 위에 그냥 나를 올려놓고, 시간이 가니까 하루, 한 달을 살아지도록 내버려둔다면 그 힘센 헤라클레스가 아무 의지 없이 기둥에 묶여있는 모습과 같지 않을까요? 삶의 방향과 속도, 깊이를 주체적으로 설정하는 힘은 자신만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힘으로 인생을 얼마나 아름답게 풀어가는지도 우리의 몫이겠지요. 오늘 여기까지 진행하겠습니다.


카페 내부 책장파이데이아 토론 시간과 메뉴판

▲ 카페 내부 책장 / 파이데이아 토론 시간과 메뉴판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은 그곳에 모여 함께 ‘왜’를 찾고 있었다. 그 에너지가 좋았고, 나도 모르게 끄덕이게 하는 깨달음이 좋았다. 책 읽기와 같은 하고 싶은 일은 때로 멀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남들이 아무리 ‘그냥 하면 되지’라 말해줘도 내가 안 하면 그만이다. 그럴 때는 그렇게 뻗대고 있는 자신을 끌어줄 비슷한 사람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동네 책방에서 하는 작은 모임도 좋고,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다. 평상시에는 할 수 없는 상황만 늘어놨을 테지만, 함께 있으면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보일 수도 있으니까. 혹은, 나 혼자서는 찾을 수 없을 것만 같던 이유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찾아가는 자체가 이유가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사진= 양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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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3기]


꾸준히 쓰는 중입니다. 언젠간 쓰기만 하면서 밥 벌어먹길 조심스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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