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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독서에 물들다

2016 가을독서문화축제

인문쟁이 임소정

2016-11-18


“때는 가을이 되어 장마도 마침내 개고 서늘한 바람은 들판에 가득하다. 이제 등불도 가까이 할 수 있으니 책을 펴 보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時秋積雨霽 新凉入郊墟 燈火稍可親 簡編可舒卷)

- 한유, ‘부독서성남’ 中


중국 당나라 때의 문장가인 한유(韓愈)는, 그의 아들에게 학문을 권하기 위해 쓴 한시 ‘부독서성남(符讀書城南)’의 한 구절에서 선선한 가을날이야말로 책을 읽기에 좋은 때라고 표현했다.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 때문일까. 단풍이 물들듯 어김없이 찾아오는 가을의 클리셰, 그에 기대어 열린 특별한 행사를 소개하고자 한다.


 2016 가을독서문화축제의 포스터

▲ 2016 가을독서문화축제의 포스터 ⓒ부산문화재단 홈페이지


축제로 즐기는 독서

10월 15-16일 부산교육대학교 일원에서는 ‘온 삶 속에 책’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2016 가을독서문화축제가 열렸다. 부산광역시와 부산광역시교육청이 주최하고 부산문화재단이 주관한 가을독서문화축제는 2010년에 시작하여 올해로 7회째를 맞은 부산 최대의 독서축제이다.1 0월 6일에서 14일까지 투어프로그램인 ‘부산의 작가와 함께 하는 낭독여행’, 포럼 ‘응답하라 독립출판’, 작가와의 만남인 ‘책 속에서 만나는 부산이야기’ 등의 사전행사로 인문학의 온기를 부산 전역에 불어 넣었고, 15, 16일 양일간의 본 행사로 축제의 분위기를 달구었다. 

본 행사에서는 청소년 인문 토론회, 작가들의 스토리 강연, 주제관 강연을 비롯하여 체험, 공연, 시민 참여 전시, 토크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었고, 이와 함께 지역 향토서점, 향토출판사를 중심으로 한 도서 전시와 책 나눔 행사도 진행되었다.


도서체험부스의 모습

▲ 도서체험부스의 모습 ⓒ임소정


행사장을 찾은 것은 축제가 열린 둘째 날이자 마지막 날인 일요일의 오후였는데, 가을비가 제법 많이 내려 행사의 규모도 다소 움츠러든 모습이었다. 지자체 도서관이 마련한 도서체험부스는 운동장에 마련되어 있었는데, 잔뜩 젖은 운동장임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또 다른 행사장인 교수학습지원관으로 향하니 입구에 빼곡한 우산들이 꽤 많은 참여자들의 수를 알려주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각국 번역서‘책 읽어주는 동시, 동화작가’ 프로그램

▲ ‘마당을 나온 암탉’의 각국 번역서 / ‘책 읽어주는 동시, 동화작가’ 프로그램 ⓒ임소정


교수학습지원관의 5층에 도착하자 한 층이 온통 책으로 가득해서 그야말로 ‘독서축제’라는 표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시민들의 참여로 이루어진 ‘우리집 서재 사진’ 전시가 복도를 따라 이어졌고, 안쪽 강의실에는 황선미 작가의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의 15년 역사를 담은 전시 ‘동화 속을 거닐다’가 진행되고 있었다. 29개국의 언어로 번역되고, 인형극,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거듭난 『마당을 나온 암탉』과 관련된 여러 자료들을 전시하여, 한 권의 책이 미치는 문화적 파급력을 보여주었다.


5층의 다른 한편에서는 ‘책 읽어주는 동시, 동화작가’ 프로그램과 출판사의 도서 전시, 부산 지역 작가 30인의 동시·동화 전시가 이루어졌다. 작가가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거나, 전시된 책을 자유롭게 읽으며 축제의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 어린이들을 볼 수 있었다.


폐막행사로 열린 토크콘서트

▲ 폐막행사로 열린 토크콘서트 ⓒ임소정


독서축제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을 꼽으라면, 그것은 작가의 목소리를 작품 밖에서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폐막행사로는 이민아 시인의 진행으로 김종해, 강은교, 손택수 세 명의 시인의 토크콘서트가 마련되었다. 부산이라는 공간에 대한 세 시인의 기억과 정서가 녹아든 각각의 작품을 시인들의 낭독으로 감상하고,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부산시민들이 공감하는 자리였다. 부산이 담긴 시의 구절들과 함께 올해의 가을독서문화축제는 막을 내렸다.


2016 가을독서문화축제는 참여자들에게 다채로운 독서체험을 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독서의 즐거움을 알린 뜻깊은 행사였지만 부족한 홍보와 좋지 못한 날씨의 영향으로 아쉬움을 남긴 듯하다. 또,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고자 한 취지와 달리 본 행사가 어린이를 위주로 하는 프로그램에 치우친 듯한 인상이 짙었다. 다음 해에는 더 많은 시민들을 아우르는 축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장소 정보

  • 가을독서문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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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서축제
  • 도서체험
  • 시민참여
  • 우리집서재사진
임소정
인문쟁이 임소정

[인문쟁이 2기]


임소정은 경성대, 해운대, 서면 등 부산시내 곳곳을 배경으로 활동한다. 얼마 전 대학을 졸업하고 모처럼 생긴 자유시간을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며 보내고 있다. 무언가를 새롭게 배운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배움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사람의 성장에 관심이 많은데, 어떤 상황과 생각을 계기로 사람이 성장하는가가 가장 궁금하다. 인문학을 전공하고도 인문학을 아직 모르는 자신을 위해, 또 인문학과 친해지고 싶지만 인문학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sojoung_@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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