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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時)’를 쓰다_ 시인 심연수 : 오죽헌시립박물관

'시(時)'를 쓰다_ 시인 심연수 -오죽헌시립박물관

인문쟁이 박은희

2016-09-20


민족시인 심연수, 글이 되어 돌아오다.

 

2016년 4월의 어느 초봄, '제2의 윤동주'라고 불리는 심연수 시인(1918~1945)의 조카인 심상만 씨가 심연수 시인의 육필 원고 원본을 안전하게 보관해 달라며 강릉 시청에 기탁했다. 1940년부터 1943년 사이에 쓰인 이 원고는 중국 용정시에 거주하는 동생 심호수 씨가 항아리에 담은 채 무려 55년간 비밀리에 보관해 왔다고 한다. 그리하여 지금은 강릉 오죽헌시립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궁금해져 그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았다.


심연수 시인

▲ 심연수 시인 ⓒ위키트리


강릉 출신인 심연수 시인은 알려진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윤동주 시인과 함께 민족시인 또는 저항 시인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심연수 시인은 우리말과 글의 사용이 금지되던 일제 암흑기에도 꿋꿋이 글을 썼었고, 27세라는 젊은 나이에 300여 편이 넘는 시와 70여 편의 시조 등 많은 작품을 써냈다. 뿐만 아니라 그의 동생은 반란파들에게 물매를 당하면서도 항아리에 숨겨둔 형님의 원고를 단 한 번도 내놓지 않았다. 덕분에 휘청거리는 시대에 놓인 한 개인으로서, 또 문학인으로서의 생각, 감정, 상황, 의식까지 그의 글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강릉 경포 호수에 위치한 심연수 시 비석심연수 시인 생가터에 위치한 흉상

▲ 강릉 경포 호수에 위치한 심연수 시 비석 / 심연수 시인 생가터에 위치한 흉상 ⓒ박은희


우리도 시(時)를 쓴다.

 

그렇게 어려운 시기에도 사람들은 무언가를 쓴다. 그리고 시대가 많이 바뀐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쓴다. 인터넷의 발달과 소셜의 진화에 따라 '쓰기'라는 장르는 더 세분화되고 융합되어 이곳 저곳을 넘나든다. 또한 ‘쓰기’는 소셜 라이프를 즐기는 우리에게 일상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예로, 페이스북 타임라인에는 자신의 일상, 지금 감정,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전 세계적으로 생방송처럼 쓰이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페이스북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서 써보라는 듯 인터넷 세상에는 다양한 공간이 존재한다. 그래, 까짓 거. ‘시(詩)’까지는 아니라도 우리도 '시(時)'는 쓴다. 시간 안에 느끼는 모든 것을 '지금의 나'의 입장에서 술술 써내려간다. 각자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관념에 따라 나만의 표현력으로 써 내려간다. 게다가 반응도 즉각적이다. 사람들은 누군가의 짧은 이야기에 공감을 하고 참여하기도 한다. 이것은 일종의 놀이 문화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콘셉트 있고 재치 있는 짧은 반전 글들로 'SNS 시(詩)‘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사람들도 있다. 분명 과거와는 다른 스타일이고 형식이 파괴되었지만, 중요한 것은 시대에 따른 변화이며 현시대를 사는 누군가의 생각이 쓰였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들에 공감한다는 점이다.


쓴다는 건 존재한다는 것

 

“나는 문인이 부럽다. 문인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글로써 나타낼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하랴.”

심연수 시인이 일기문에 남긴 말이다. 그는 광복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일본군에게 총살을 당했다. 그 당시 그의 손에는 트렁크가 있었는데 그 안에 일기장과 시(詩)가 가득 들어 있었다고 한다. 현재 전해지는 원고는 바로 그때 심연수가 들고 있던 트렁크에서 발견된 것들이다. 그렇게 자기가 하고 싶은 말 또는 무언가 쓰인 덕분에 우리는 시간을 뛰어 넘어 그날의 심연수를 엿볼 수 있다. 시(時)를 쓴다는 것, 지금의 우리를 쓴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이다. 지금을 하나하나 써 내려 감으로서 나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다.

물론,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쓰고 누군가와 공유하기 쉬워진 시대, 그만큼 조심해야 할 일도 많아졌다. 그러나 그런 어려움을 겪더라도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싶어 한다. 그렇게 개인적인 사소한 이야기까지 탈탈 털어내어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누군가와 공유하고, 자신을 인정받는 시대다. 그렇기에 ‘쓴다’라는 건 단순히 행위가 아니라 욕망의 산물일 것이다.

나 역시 오늘도 습관처럼 소셜의 한 페이지를 열고 ‘지금’을 써본다. 깊어가는 가을, 시(時)를 쓰기 딱 좋은 계절이다. 그게 진짜 시(詩)가 되든 일기가 되던 에세이가 되던 상관없다. 중요한 건 어떤 형식으로 표현되던, 결국 ‘쓰는 것’으로 인해 누군가와 연결하는 ‘시간’이 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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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희
인문쟁이 박은희

[인문쟁이 2기]


박은희는 바다를 좋아해 강릉에 터를 잡았고 전형적인 집순이다. '바다를사랑한클레멘타인'이라는 필명으로 SNS 활동한다. 글쓰기를 기반으로 컨텐츠를 제작하여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인문쟁이는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상상들이 바깥으로 나와 기호로 변하고 다시 누군가의 생각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아 지원하게 되었다. 사람의 고리들이 연결되고 순환되길 바란다. 인스타@loveseaclement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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