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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상상이 되는 곳 :

용인 '장욱진 고택'을 가다

인문쟁이 이다선

2017-01-12



일상 속에서 무언가를 떠올리고 상상하기 위해서는 일상을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매일 보는 장소, 사람, 날씨와 같은 일상의 요소는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평범하기도, 특별하기도 하다. 장욱진 화백은 그런 면에서 일상이 주는 따분함과 지루함을 180도 뒤집어 본 사람이다. 일상을 상상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런 그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머무를 일상의 공간 ‘집’이 나온다.


장욱진 화가

▲ 자유와 순수를 꿈꾼 화가 장욱진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장욱진은 우리나라 서양화 1세대 화가로, 주로 조용한 시골 지방(덕소, 수안보, 신갈 등)에서 그만의 예술 활동을 펼쳐나갔다. 그의 작품은 작은 화폭 안에서 자유와 순수로 아름다운 균형을 이루고 단순화된 스타일로 피어난다. 또한 그는 주로 집, 자동차, 동물, 그의 가족 등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을 그리며, 그 속에서 그가 추구하는 풍자, 유머, 동심 등 낭만으로 가득하다.


<나무와 새><가족과 나무>

▲그의 그림에는 일상이 담겨있다. (나무와 새,1957,캔버스에 유채,24x34cm) / 가족과 나무,1981,캔버스에 유채, 30x30cm ⓒ장욱진미술문화재단


이때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집’이라는 일상적 공간이다. 화가에게 있어서 집은 자신의 몸과 예술을 맡겼던 거처이자 일터였다. 또한 그가 꿈꾼 이상향의 구현이자 자신의 세계관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장소이기도 했다. 이번에 찾아간 곳은 그가 말년에 거주한 시기의 집이다. 이곳에서 화가가 남긴 예술의 발자취와 그의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었다.


장욱진 고택의 집운헌

▲ 고택을 들어서면 먼저 집운헌이 보인다. ⓒ이다선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곳, 장욱진 고택

장욱진 고택을 들어서면 집운헌이라는 작은 찻집이, 위로는 양옥이, 왼편으로는 한옥을 만나볼 수 있다. 현재 집운헌은 작은 찻집으로 방문한 이들에게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주고, 양옥과 한옥은 모두 2008년 9월 17일 국가등록문화재 제404호(정식 명칭: 장욱진 가옥(양옥+한옥))로 지정되었다. 장 화백이 머무르는 곳이자 창작의 곳이었던 ‘장욱진 고택’은 그가 예술로 선보인 일상 속 상상이 현실이 된 곳이다. 양옥은 상상이 현실로, 한옥은 일상을 상상으로 만들어버린 곳이기 때문이다.


양옥의 모티브가 된 작품 <자동차가 있는 풍경>과 양옥 등록문화재 표지판양옥 전경

▲ 양옥의 모티브가 된 작품 (자동차가 있는 풍경, 1953, 캔버스에 유채,30x40cm) ⓒ장욱진미술문화재단 / 등록문화재 표지판과 그래도 구현된 양옥 ⓒ이다선


양옥은 장욱진 화백이 1953년에 그린 ‘자동차가 있는 풍경’ 속 벽돌집을 그대로 설계하여 지은 집이다. 1988년 4월 짓기 시작하여, 이듬해 초에 완공되었다. 그림 밖을 걸어 나온 양옥은 작은 창문마다 나무판자로 된 덧문이 있는 영국 풍 집이다. 지어지고 나서 그려진 것이 아닌, 그려지고 나서 지어진 양옥을 통해서 집이라는 일상적 공간이 2차원에서 3차원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장 화백이 머물렀던 한옥1장 화백이 머물렀던 한옥2

▲ 장 화백이 머물렀던 한옥 / 작은 공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다선


장욱진 화백이 머물렀던 정자

▲ 장욱진 화백이 머물렀던 정자. / 곳곳에 그의 손길이 닿아있다. ⓒ이다선


양옥이 상상이 현실이 된 곳이라면, 한옥은 소소한 일상을 그림이란 상상을 통해서 풀어낸 곳이다. 1984년 지어진 한옥은 장욱진 화백의 타계 전까지 5년간 거주한 곳이다. 그의 마지막을 함께한 곳이기에 화가의 숨결이 곳곳에 깃들어져있고, 실제로도 화가의 많은 작품들이 고택에서 탄생되었다. 장 화백은 한옥을 작업실과 거주공간으로 사용했는데, 집에서 생활하고 예술을 함께하며 일상 속에서 그가 꿈꾸는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나갔다.


전시실로 재탄생한 한옥과 찻집으로 재탄생한 집운헌다양한 아트상품들

▲ 전시실로 재탄생한 공간 / ‘집운헌’에서 차 한잔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 / 그에 관한 다양한 아트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이다선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장욱진의 그림세상

고택의 공간마다 피어나는 화백의 상상력과 예술정신 때문에서일까, 장욱진 고택의 또 다른 이름은 ‘장욱진 그림마을’이다. 다양한 집들이 모인 마을처럼 고택에서는 공간마다 저마다의 역할이 있다. 100년 넘은 한옥을 보수해서 지금까지 유지해온 한옥은 전시장으로 재탄생 하였고, 그의 그림세계에 있던 작은 집은 실제 양옥이 되어 사람들을 맞이하고, 고택에 들어서면 보이는 집운헌은 방문객들에게 쉼터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때로는 전시장이거나, 찻집이거나, 혹은 그 자체로 문화재이기도 한 ‘장욱진 고택’인 셈이다.


장욱진 화백은 한평생 자연 속에서 “나는 심플하다”를 외치며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살아왔다. 채워야만 하고 비움을 모르는 오늘날 물질세계에 대해 장화백은 비움의 미학을 일깨워준다. 그의 순수하고 동화적이면서도 이상적인 그림세계가 드러나 있는 그의 작품을 통해서 비워야만 볼 수 있는 일상의 참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일상의 참모습은 아마도 그의 상상 속에 있는 것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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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안내

장욱진 고택(장욱진미술문화재단)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북로 119-8

☎ 031-283-1911 / 010-8208-0886

관람시간 : 매주 화요일~일요일 11:00~17:00

입장료 : 2,000원(집운헌에서 차 한 잔으로 대체 가능)


*관련링크

홈페이지 http://ucchinchang.org/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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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욱진가옥
  • 한옥과 양옥
이다선
인문쟁이 이다선

[인문쟁이 2기]


이다선은 경기도 용인에 살고 있고, 집안에 만들어 놓은 서실이 개인의 아지트이자 작업실이다. 현재는 대학에서 철학 공부에 전념하고 있으며 철학을 배우다 주위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서 인문쟁이에 지원하게 되었다.그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감정을 노래한 고대 그리스의 서정시인 사포를 만나보고 싶다. 이 기회를 통해서 책장 밖으로 나온 철학을 맛보고 싶다. 음, 그러니까 우리 주위의 인문정신에 대해서 말이다. ssundas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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