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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가 된다는 것

경주양동마을, 하루쯤 느리게 살아보기

인문쟁이 양다은

2017-01-09


일상을 쫓다 보면 느림은 멀어지고 바쁨이 당연해진다. 그러다 보면 문득 이렇게 살아가는 이유가 자신을 위해서인지 남들 시선 때문인지 혼란스러워 온다. 학창 시절에도 ‘부진아 반’, ‘나머지 공부’라는 명목으로 뒤처진 아이들이 따가운 시선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뒤처지기 싫다는 마음은 의지의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피로의 원천이기도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왜 항상 조급하고 불안해야만 할까’ 하는 반항기 섞인 마음과 막연히 느림에 대한 갈망으로 시골집을 떠올렸고 인터넷으로 검색해본다. 풍경도, 사람도, 밥상까지도 여유를 허락해 줄 것만 같은 초가집 사진 한 장을 보고 경주 양동마을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양동마을 입구에서양동마을 전경수운

▲ 양동마을 입구에서 / 양동마을 전경 / 내려다보는 경치가 뛰어난 수운정


양동마을은 조선시대의 주거양식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전통가옥 마을이다. 500여 년 역사의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 되어있는 양동마을은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 양대 문벌이 사는 동족마을이다.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면 기와지붕이 인상적인 양동초등학교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 초등학교와 마을을 지나가는 철길은 길지인 ‘물(勿)’자 모양의 마을 지형의 기를 흐리기 위해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졌다는 아픔도 지니고 있는 마을이다.

 

양동초등학교550년 산 향나무양동마을 초입

▲ 양동초등학교 / 550년 산 향나무 / 양동마을 초입


초등학교를 지나고 마을 초입에 사진 속에서 본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고작 하루지만 저런 초가집에 살러 왔다는 사실에 설레면서도 오늘 아침 나선 아파트가 떠올라 이질감이 들었다. 항상 GPS를 켜고 길을 찾는 습관을 오늘만은 모른 체하고 매표소에서 받은 마을 지도를 펼쳐 오늘 묵을 집을 찾아갔다. 일정이 없었기에 이리저리 발걸음 닿는 데로 마을을 다니다 보니, 어디서 온 처녀들이냐고 묻는 할머니를 따라 지름길에 들어서기도 하고, 격하게 반기는 강아지에 붙잡혀 한참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저녁 무렵 집집마다 피어오르는 연기를 볕 삼아 벤치에 앉아 마을 뒤 산과 낙엽을 바라봤다.


아침밥상방안에서 내다 본 아침

▲ 아침밥상 / 방 안에서 내다 본 아침


함께 한 친구와 여행 내내 농담 삼아 ‘이게 인생이지’라고 말했다. 아침에 차려주신 시골밥상이 너무 맛있었고, 버스 시간을 놓쳐서 조용한 길을 걷게 된 시간이 좋았다. 하지만 일부러 골라 들어간 옛날 국수집이 오히려 신식 국수집보다 비싸서 서운하기도 했고, 관광지와 시골마을 사이의 모호함에 잠시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어쩌면 스스로 만들어낸 ‘시골은 이래야 해’라는 선입견에서 온 섭섭함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읽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이 떠올랐다. 괴리된 주인공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서로 대립됨을 읽으며, 최대한 모든 것을 허물고 세상을 바라봐야지 다짐했었다.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의 여행 사이에 나도 모르는 잣대가 존재했다. 스스로 허물어 가는 노력이 조급함이나 불만족에서 벗어나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낯설겠지만, 한 박자 쉬며 천천히 잣대를 거두는 연습을 한다면 서로를 이방인으로 보는 시선도 옅어지리라 믿는다.

 

사진= 최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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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링크

홈페이지 http://yangdong.invil.org/index.html

양동마을 가옥 구조 관련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529384&cid=42672&categoryId=42672

시골집 추천 사이트 ‘시골하루’  http://www.matjoy.kr/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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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3기]


꾸준히 쓰는 중입니다. 언젠간 쓰기만 하면서 밥 벌어먹길 조심스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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