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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음악이 흐르는 수요일

'아파트 옆 인문학' 경기아트플랫폼-gap

인문쟁이 이우영

2016-12-20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마다 경기문화재단 1층 경기아트플랫폼-gap에서 ‘책과 음악이 흐르는 아파트 옆 인문학’을 개최했다. 올해까지 3년 차 진행해 온 인문학 프로그램이다. 매월 문화가 있는 날 오후 6시 30분부터 30분 동안 다양한 뮤지션의 공연 후 그 날 강연자의 인문학강연이 열린다.


아파트 옆 인문학 포스터

▲ 아파트 옆 인문학 포스터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


7월에는 김종광 소설가가 ‘일상적인 독서, 창작생활에 대한 귀여운 조언’을, 8월에는 전영관 시인이 ‘인터넷 시대의 글쓰기’ 강연을 했다. 그리고 9월에는 이충렬 작가가 ‘간송 전형필과 우리 문화재 수집’이라는 주제로 10월에는 정윤수 문화평론가가 ‘도시극장-거대한 도시, 왜소한 인간’으로 인문학강연을 펼쳤다.


사회보는 한승연 대리와 참석자들

▲ 사회보는 한승연 대리와 참석자들


경기문화재단 한승연 대리는 “재개발 될 예정인 주변 아파트촌에 거주하는 인근 주민을 비롯해 인문학에 관심이 많은 시민에게 인문학 강연을 제공하고자 계획하여 운영해왔다”고 전하면서 “경기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만큼 문화에 관한 주제로 강연을 계획해왔다”고 밝혔다. 올해 마친 강연주제만 봐도 독서, 글쓰기, 문화재, 음식 등 다양한 주제로 5회의 인문학을 개최했고 내년에는 좀 더 횟수를 확대하여 매월 문화가 있는 날마다 인문학강연을 열 예정이다. ‘책과 음악이 흐르는 아파트 옆 인문학’은 사전에 모바일 웹페이지와 전화를 통해 신청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참석할 수 있고, 강연 참석자에게는 소정의 선물을 증정한다.


한민희 오보에 공연

▲ 한민희 오보에 공연


조선시대 양반들의 소고기 탐식

지난 11월 30일에는 한민희 씨가 오보에 공연을 한 후 김정호 작가가 ‘조선시대 양반들의 소고기 탐식’이라는 주제로 인문학강의를 진행했다. 김정호 작가는 2001년 첫 동화 『양수리의 봄』을 쓴 후 동화, 한국사, 음식문화에 관한 글을 쓰는 작가다. 요리하는 작가로 서원과 향교에서 전통음식과 음식문화에 대한 강연을 펼친 경력이 있고 『통영동이』, 『초등 저학년을 위한 처음 한국사 1~10』, 『조선의 왕세자교육』, 『조선의 탐식가들』 등 책을 썼다. 현재는 강화에 살면서 농사를 짓고 전통주를 빚으며 누룩과 막걸리 빚기 수업을 하고 있다.


김정호 작가

▲ 김정호 작가


오후 7시가 되자 김정호 작가의 강연이 시작됐다. 불교가 국교로 육식이 금기시되던 고려에서 유교가 국교인 조선으로 넘어가며 식생활도 바뀌었다. 예를 중시하는 유교에서는 특히 식사예절을 중시하던 시대였다. 또한, 돼지고기, 쇠고기, 양고기 등 양반사회를 중심으로 육식을 즐기는 식문화가 형성됐는데, 소가 무척 귀한 시대였다. 그러나, 돈 있는 양반가에서는 쇠고기를 먹으려 무분별한 도축이 만연했다.


인조가 소도살업으로 부정축재를 한 왕족인 능원대군, 은평대군의 비리를 알게 된 후 변두리로 내쫓은 역사적 일화도 있었다. 농업 국가였던 조선시대에는 농사짓는데 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던 시대라 무분별한 소 도축을 막기 위해 나라에서도 보호하려는 육성책을 마련했다. 소를 잡는 백정을 멀리 내쫓았으나 불법 도축이 끊이지 않았고 권력의 비호 아래 밀도살자들의 소 도축이 이어졌다.


식사오관

▲ 식사오관


쇠고기를 구하기 힘든 시대였으나 조선왕궁 제사에는 쇠고기 요리를 올리고 우심적(소심장구이)은 최고의 쇠고기 요리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김홍도의 그림을 비롯한 무명작가의 조선시대 그림에서도 양반이 들판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당시 시대상을 통해 그 당시 고기를 좋아했던 양반가의 식문화를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윤원형의 당시 사례도 소개했다. 윤원형은 누나 문정왕후의 권력을 등에 업고 조선중기 권력의 전횡을 일삼던 대표적인 인물이다. 한 달에 소 6마리를 먹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식탐이 많은지라 불법도축도 서슴치 않았다. 궁중 요리사를 자기 집에 불러 우유를 구하기 힘든 그 시절, 우유로 만든 타락죽을 만들게 해 온 가족이 나눠 먹었을 정도로 권력을 개인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이용했다. 한국 소는 젖소가 아니라 젖이 별로 나오지 않으나 타락죽에 필요한 우유를 구하기 위해 수십 마리의 소에서 젖을 짜내게 했을 정도이다.


소고기 부위별 명칭을 소개하는 김정호 작가님

▲ 소고기 부위별 명칭을 소개하는 김정호 작가님


소를 먹기 어려웠으나 일부 부패된 양반사회에서는 불법을 저지르면서도 소 도축을 하여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탐관오리의 모습은 현실에서도 오버랩 됐다. 양반이 아닌 일반 백성들은 고기 먹는 일이 더욱 힘들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조선시대를 지나 1960년대에 도축장이 생기고 1970년대 농촌에 경운기와 트랙터가 보급되면서 쇠고기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현재는 쇠고기 먹는 일이 어렵지 않은 시대에 사는 입장에서 조선시대 소에 대한 역사적 비화가 생소하고 신기했다.


강연장 내부

▲ 강연장 내부


김정호 작가는 “미식가는 음식 맛을 즐기는 사람이나 탐식가는 지나친 욕심으로 먹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조선시대 허균은 부유하게 자랐으나 서자의 아들이라는 콤플렉스와 부모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허한 마음에서 먹을 것을 탐하는 탐식가로 알려져 있다. 허균 이야기를 들으며 먹는 즐거움이 큰 필자 역시 잠시 ‘나는 미식가인가? 탐식가인가?’ 자문해 봤다.


소가 귀하던 조선시대, 불법과 권력을 남용해서라도 불법도축을 일삼아 개인욕심을 채운 양반가의 횡포는 현재 권력자들에게도 보이는 모습이라 잠시 씁쓸했다. 강연에 참석한 한 주부는 “집근처에서 음악공연을 보고 인문학 들을 수 있어 정말 좋다. 몰랐던 역사적 사실을 흥미롭게 들었고 역사책을 좀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경기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책과 음악이 흐르는 아파트 옆 인문학’은 2016년 프로그램을 모두 마쳤고, 내년 다시 재개할 예정이다. 다양한 문화키워드를 주제로 흥미로운 인문학강연을 기대해본다.

 

사진= 이우영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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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영
인문쟁이 이우영

[인문쟁이 1,2기]


이우영은 군포시에 살고 있고 18년 차 주부다. 두 아들을 키우면서 글을 쓰고 사진 찍기를 꾸준히 해왔다. 주로 작업하는 장소는 집과 수도권 여기저기다. 종종 홍대 부근 공연장에서 락 음악을 듣는다. 사람의 심리에 관심이 많고, 사람파악을 제법 한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요즘에 만나보고 싶은 역사적 인물은 사도세자다. 40대가 되고나니 가정에서의 ‘나’ 와 있는 그대로의 ‘나’ 를 균형있게 발전시키고 싶다. 인문학이 좋은 인생지침이 될 것이라 생각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인문에 더욱 가까운 나로 성장하고 싶다. drama7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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