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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꿈 공작소

춘천, 굿라이프 서점

인문쟁이 김지영

2018-02-13

 

언제부턴가 동네마다 책방이 하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대형서점과 인터넷 서점에 밀려 줄줄이 문을 닫았던 작은 서점들은 ‘동네책방’, ‘독립서점’이라는 이름을 달고 진화해 나갔다. 주인의 색이 고스란히 담긴 동네 책방의 매력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소문난 책방들은 유명 관광지가 되곤 한다. 클릭 한 번이면 간편하고 저렴하게 책을 살 수 있는 세상에도 사람들은 동네 책방으로 모여든다.


일상의 풍경과 다르지 않은 한적한 골목 어귀에 자리한 동네 책방이 있다. 오래된 슈퍼가 책방으로 변신한 공간. 바닥부터 조명까지 주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 향과 낯선 표지의 독립출판물들이 서가를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베스트셀러’도 ‘스테디셀러’도 없는 이 책방엔 책과 커피, 맥주를 즐기는 애호가들이 자신만의 소소한 시간을 탐닉하고 있었다.

 


 

책 만드는 책방지기

 

굿라이프, 도서출판 노르웨이 숲 대표 윤종혁


Q. ‘굿라이프’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운영을 시작한 지는 한 달 정도 되었는데요. 우리 사이에 숨어있는 작가들이 찾아와서 자신의 생각을 펼쳐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이곳이 하나의 ‘꿈 공작소’가 되면 좋겠어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점은 독립출판에 대한 설명을 위해 별도의 테이블을 마련해 두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독립출판물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책방 외관

책이 놓여있는 모습과 대표사진

커피를 뽑고있는 모습책방 내부이미지

 ▲ 책방 외관(첫 이미지)/독립출판물 / 대표사진/ 내부전경

 

Q. 매년 열리는 독립출판물 행사인 ‘언리미티드 에디션’도 많이 성장했고, 요즘 독립출판물은 많이 프로패셔널해 졌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오히려 관심은 예전보다는 줄어든 것 같아요.

A. 독립출판물이 처음 소개된 게 2009년 즈음이었어요. 초기의 독립출판물은 그야말로 세련미가 없고 대단히 투박했죠. 그때의 정신이 독립출판물에 더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작가들이 책을 참 잘 만드세요. 예전에는 집에서 프린터기로 자가 출판한 작업물도 많았는데, 지금은 인쇄소에서 완성도 있게 만들고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되고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이런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아날로그적인 감성들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독립출판의 즐거움’이라는 테이블을 특별히 마련해둔 이유도 독립출판 세계를 소개함으로써 혹시라도 예전에 꿈을 가지고 계시던 분이 있다면, 독립출판물을 보고 꿈을 실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서였어요.


Q. 독립출판물이나 책 문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것 같습니다. 독립출판물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책방을 지향하고 계신 건가요?

A. 책방을 처음 열게 된 계기와 연결되는 것 같아요. 전국 ‘책방여행’을 떠났던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많이 힘들던 때였는데, 어린 시절 꿈이 갑자기 생각나더라고요. 그 시기에 소설을 썼어요. 아내에게 보여줬더니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에 힘을 얻고 직접 책을 만들었죠.

지방의 작은 책방에 무작정 제 책을 입고시켰어요. 그리고 얼마 후 한 독자에게서 피드백이 왔어요. 그때의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설렘, 기쁨이었죠. 이런 기쁨을 다른 분들도 느껴보면 좋겠다, 같은 꿈을 가진 분들이 포기하지 않고 이룰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책을 만들어도 입고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어요. 독립서점이 대부분 작은 규모이다 보니 정작 독립출판물들이 소개될 공간이 없었죠. 그래서 직접 독립출판물을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책방을 열게 되었습니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독립출판물에 대해 애정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웃음)


Q.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라 깊이가 남다른 것 같습니다.

A. 오시는 분들에게 누누이 이야기해요.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독립출판물은 진입장벽이 낮아서 누구나 꿈을 실현할 수 있으니까요. 등단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더 솔직한 나만의 책을 만들 수 있어요. 실제로 작가의 꿈을 가지신 분들을 만나서 책을 만드는 일을 도와드리기도 했습니다.

포토그래퍼가 꿈인 손님이 계셨는데 사진집을 만들 수 있게 도와드렸어요. 책을 출판하고 난 뒤 삶의 반경이 넓어졌다고 하시더군요. 호응이 좋아 많은 책방에 입고할 수 있었고, 전문가의 피드백도 받을 수 있게 되었죠. 혼자의 취미로 남겨두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 책을 만들면서 일어나게 된 거죠.

작은 꿈이라도 꿈을 꾸는 분들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루시라고 말씀드립니다. 변변치 않은 꿈이란 것은 없으니까요. 꿈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고 아주 소중한 거라고 생각해요.


Q. 그런 면에서 과감한 시도를 많이 하는 독립출판물이 도전하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A. 그렇죠. 기존에 우리가 생각했던 출판물들과 완전히 다른 개념이에요. 아마추어적인 부분도 많고요. 그곳에서 새로운 문화가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시도와 도전이 새로움이니까요. 그것이 소비자에게도 새로운 자극제가 되고요. 누구나 한 번쯤 품어 왔던 꿈을 실현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독립출판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하지 않을까요. 

 

좌) 독립출판 서적들, 우) 책을 고르는 남녀

책방 내부 인테리어

 ▲ 책방 내부


Q. 도서출판 ‘노르웨이 숲’에서는 어떤 책들을 발간하고 계신가요?

A. 출판을 원하시는 분들이 가끔 찾아오세요. 주로 시나 소설이 많습니다. 『슬픔이 슬픔을 구원한다』라는 책은 대안학교 학부모님께서 출판물 제작 문의를 하러 오셨다가 어머님의 글을 보고 제가 먼저 출판 제의를 해서 만든 책입니다. 이렇게 원고를 주시는 분들이 더러 있어서 앞으로도 문학작품 위주로 출판할 것 같습니다.


Q. 추천해주시고 싶은 독립출판물이 있을까요?

A. 작가의 목소리와 색깔이 그대로 담겨있는 작품들을 좋아해요. 기존의 질서에 물들어 있지 않은 화법을 구사하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좋아하는 작가들이 많지만 임소라 작가, 진혜서 작가의 책을 추천합니다. 다른 작가들도 많이 있는데 섭섭해 하실까봐 걱정되네요.(웃음)


Q.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A. 이 공간을 활용해서 책 프리마켓을 하려고 합니다. ‘세종예술시장 소소’, ‘언리미티드 에디션’ 같은 독립출판물 장이 있긴 하지만 경쟁률도 세고 그곳에 소개되지 못한 독립출판물들도 많이 있거든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책 프리마켓을 하면서 되도록 더 많은 분에게 책을 소개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 외에도 책으로 놀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 중입니다. 


책방내부1

책방내부2책방 내부 진열된 책

책방 내부3

 ▲ 책방 내부 


Q. 마지막으로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인문이란 무엇일까요?

A. 앞으로 책방에서 누구든 자기 생각과 재능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요. 꼭 전문가가 아니어도요. 제가 생각하는 인문은 여기서 출발하는 것 같아요. 누구나 쉽게 생각하고 느끼고 바라볼 것.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잖아요. 인문학은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꼭 어렵게 접근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나 스스로가 인문이 되는 것이죠. 그 속에서 나오는 글이나 음악들이 인문의 결과물이 아닐까요?(웃음)  

 


 

책방 너머의 이야기들

 

어린 시절 드나들던 동네 문방구처럼 가까운 곳에 단골 책방이 있다는 사실은 팍팍한 일상의 위로로 다가온다. 동네 책방에서 사람들은 책을 통해 이야기와 시간을 나눈다. 그리고 숨겨뒀던 꿈을 하나씩 펼쳐 보인다. 소박한 꿈일지라도 그것을 이룰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저마다의 목소리와 표정으로 서툰 진심을 건네는 독립출판물은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지도 모른다.

 


 

 

 

 

사진=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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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김지영

2017,2018 [인문쟁이 3,4기]


김지영은 강원도 춘천 토박이다. 축제, 커뮤니티 극장, 극단 등에서 공연기획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하며 대안학교에서 예술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작지만 빛나는 가치와 오래된 것, 사라져 가는 것들을 사랑한다. 인문학을 통해 삶을 배워나가고 있다. 인문쟁이 활동을 통해 강원도를 더 사랑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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