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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지만 올림픽이 남긴 흔적, 축적될 이야기들을 다르게 바라보다

평창동계올림픽

인문쟁이 진윤지

2017-12-05

 

30년 만에 이 땅에서 다시 올림픽이 열린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개최가 불과 두 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처음으로 우리도 국제무대 일원으로 완벽히 편입되던 느낌을 주었던 1988서울올림픽도 아니고, 국제적인 국가행사라고 해서 시민들이 마냥 고취된 애국심으로 들뜨던 시대도 지나갔다. 그럼에도 평창동계올림픽은 시민들에게 나름의 의미를 선사하고 있었다. 지난 몇 달 동안 평창동계올림픽이 흔적을 남기고 지나간 곳곳을 누비며 그런 느낌을 받게 됐다.

 

평창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패럴림픽 마스코드 반다비

 ▲ 평창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패럴림픽 마스코드 반다비

 

문화, 올림픽을 품다

 

평창동계올림픽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이번 올림픽은 5가지 핵심목표를 갖고 운영된다. 딱딱하지만 한번 읊어본다. 환경올림픽, 평화올림픽, 경제올림픽, ICT올림픽, 문화올림픽이 그것이다. 이중 평창문화올림픽을 말하기 위해 5대 목표에 대해 어색하지만 꺼내놓았다. ‘문화’라는 함의가 워낙 크고 다양해서 얼핏 문화올림픽이 무엇인지 피부로 와 닿지는 않는다. 문화올림픽의 정의는 우선 이러하다


문화올림픽 슬로건 - 평창+문화를 더하다

 ▲ 문화올림픽 슬로건


“문화올림픽은 올림픽 가치를 통해 개최국 및 세계의 사람들을

참여하게 만드는 다양한 문화, 엔터테인먼트, 축제, 체험 활동으로

개최도시가 올림픽 기간 전부터 올림픽 종료 시까지

올림픽 행사로 전개하는 문화프로그램과 페스티벌을 통칭한다.”


따라서 우리만 처음으로 문화올림픽을 표방한 것은 아니다. 2012년 런던올림픽은 역대 최대의 문화예술축제를 표방했고, 2016년 리우올림픽은 브라질의 문화적 다양성을 소개하기 위해 노력했다. 눈을 조금 크게 뜨고 보면, 문화올림픽 프로그램을 생각보다 가깝게 자주 마주할 수 있었다. 혹시 <평창 + 문화를 더하다>라는 평창문화올림픽의 진분홍색 슬로건을 한 번쯤 마주친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광화문은 미디어 파사드 공연의 배경으로 변해 색색깔의 빛으로 물들었고, 가을 5대궁에선 음악 콘서트가 시민들 곁으로 다가왔으며, 여름밤엔 야외 오페라가 처음으로 시민들에게 선을 보였다. 하나하나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공연과 전시가 평창문화올림픽의 일환으로 시민들을 찾아왔다.

 

광화문 미디어파사드공연 5대궁 심쿵심쿵 궁궐콘서트

 ▲ 광화문 미디어파사드공연 / 5대궁 심쿵심쿵 궁궐콘서트


세계와 조우한 문화는 축적된다  

 

평창문화올림픽의 일환으로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우리나라로 초청되고 시민들을 문화의 향연으로 초대했다. 얼마 전 평창 감자꽃스튜디오에는 선발된 국내·외 아티스트 20여 명이 40여 일간 머물며 강원도의 자연과 우리나라 문화를 접하고 영감을 얻어 합동공연을 상연하기도 했다. 이때 평창에서 이들을 만났는데 이들의 진지한 워크숍을 참관하며 올림픽이라 해서 단순히 구색 맞추기로 외국예술가들을 초대하고 그것이 끝인 것이 아님을 눈으로, 피부로 알게 됐다. 직관적으로는 예술가들의 합동무대 공연이지만, 이 공연에는 밖으로 보이는 측정값으로만 말할 수 없는 문화의 축적이 숨어있다.

해외예술가들은 우리나라에 머물며 전통예술과 자연을 접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었다. 월정사를 다녀온 후 워크숍 공연에 절을 하는 모습과 명상 동작을 넣는 현대무용가의 모습을 보고 마치 예술의 습합을 보는 느낌이기도 했다. 국내·외 예술가들은 이 합동공연이 끝이 아니라 그 다음, 그 다음의 공연을 서로 기약하고 있었다. 그들의 문화적 역량이 함께 만나 어우러져 축적되고 새롭게 시너지 효과가 분출되고 있었다. 


국제 레지던시 <첩첩산중×평창>

 ▲ 국제 레지던시 <첩첩산중×평창>

 

글로벌 문화축제 ‘월드 컬처 콜라주(World Culture Collage)가 9월부터 11월까지 전국 곳곳에서 개최됐다. 15개국 27개 해외의 다양한 예술 팀들이 공연장, 소규모 라이브클럽, 학교, 공원, 복합문화공간, 미술관 등 여러 공공장소에서 73회 공연을 통해 자유롭게 관객들을 만났다. 재즈, 록 공연을 비롯해 설치미술 예술과 체험형 VR프로그램, 서울로를 이용한 이동형 공연인 소인국 탐험 ‘닷코메디’까지 문화공연은 실로 다채로웠다. 처음 본 장르의 신선함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재미가 컸다.

서울 복합문화공간인 플랫폼에서 열린 재즈 콘서트에서 룩셈부르크의 기타리스트가 ‘아시아 방문은 처음인데 본인에게도 뜻 깊은 공연이다’라는 인사말이 인상적이었다. 그 기타리스트에게 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유럽의 작은 나라 룩셈부르크의 아티스트를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크라잉넛의 ‘룩셈부르크’ 바로 그 노래에 나오는 그 룩셈부르크 아티스트를 올림픽이란 이름으로 우리도 처음 만나게 된 것이다. 그들에게도 우리에게도 문화의 지평이 스멀스멀 넓혀져 가는 느낌이 느껴졌다. 올림픽이 제공한 기회라는 것이 꽤 신선했다. 세계화의 세계 속에 살고 있지만 올림픽을 통해 문화 지평은 조금 더 넓어지고 그 역량은 알게 모르게 쌓이고 있었다.


월드컬처콜라주 영국 ‘닷코메디’월드 컬처 콜라주 룩셈부르크밴드 ‘그레그 라미 트리오’공연

 ▲ 월드컬처콜라주 영국 ‘닷코메디’  / 월드 컬처 콜라주 룩셈부르크밴드 ‘그레그 라미 트리오’공연


지역에 새로움과 기회를

 

마지막으로 지역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평창올림픽은 평창 뿐 아니라 정선, 강릉에서 분산 개최된다. 저 먼 두메산골처럼 느껴졌던 평창에 KTX가 개통된다. 얼마 전 평창을 방문했을 때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가로등도 없는 까만 밤이 매우 낯설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이제는 일상처럼 느껴지는 KTX 생활권이 강원도만큼은 남 일이었다는 게 새삼 놀랍기도 하다. 강릉은 올림픽 유치 이후 지역 동계스포츠 동호회를 활성화하고 있다. 강릉에선 일상 스포츠로 주민들이 컬링센터에서 컬링을 무료로 즐긴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올림픽이 기회를 제공한 새로운 일상문화의 달라진 지형인 셈이다.

서울사람들에게는 처음 겪는 일도 아닌 올림픽 개최이기에 그 신선함이 덜할뿐더러 관심도 더 떨어지는 것이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소외된 지역이란 느낌을 갖고 있던 강원도에서 올림픽이 두 번의 유치 실패를 딛고 세 번째 열리는 의미는 지역 주민들에겐 매우 컸다. 짧지만 지켜본 바에 의하면 감히 말하건대, 그들에게는 단순히 자긍심의 고취 문제가 아니었다. 도리어 그들이 고향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며 두 팔 걷어붙이는 모양새였다. 평창올림픽 홍보 CF를 춘천, 강릉에서 찍을 때, 각 지역의 주민들은 이른 가을에 한 겨울옷을 입는 것도 마다하고 줄을 섰다. 남녀노소 가릴 것도 없었다. 모두들 참 열심히도 구슬땀을 흘리며 달리고 또 달렸다. 평창동계올림픽은 그동안 소외됐던 강원도 지역에 새로움과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고 지역주민들은 기꺼이 그 변화에 앞장서고 있었다. 타 지역 사람으로서 이들의 열기에 힘을 보태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강릉 시민 컬링대회평창동계올림픽 국민CF 춘천 촬영현장

 ▲ 강릉 시민 컬링대회 / 평창동계올림픽 국민CF 춘천 촬영현장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 후 어떤 이름과 모습으로 남을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일부는 올림픽의 저주를 들어 벌써 실패할 올림픽으로 낙인찍어 버리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올림픽이 선사하는 유, 무형의 기회를 함께 나누고 있다. 그것이 사회간접자본이든, 보이지 않는 문화의 형태이든 간에. 올림픽이 개최되기 전이긴 하지만 어쩌다보니 올림픽 현장과 프로그램을 접하며 가장 크게 든 생각은 “올림픽이 재미있다”라는 점이었다. 언젠가 또 만날 수도 있겠지만 광화문에 시민들이 대형 크레인에 매달린 퍼포먼스를 펼치고, 해외 아티스트들의 생소한 공연 장르를 만나는 일이 일상다반사는 아니니까. 이 재밌고 즐거운 올림픽의 기억을 보다 여러 시민들이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공감되지 않을 거창한 경제논리와 민족적 자긍심 이런 문제는 한편으로 차치하고. 




사진= 진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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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2018년 2월 9일 (금) ~ 25일 (일) 

“평창패럴림픽” 

2018년 3월 9일 (금) ~ 18일 (일) 

개최지: 대한민국 평창, 강릉, 정선 


*관련링크

평창문화올림픽 공식 블로그 : http://blog.naver.com/2018cultureolympiad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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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진윤지

[인문쟁이 3기]


진윤지는 경기도 수원에 살고 있고, 커다란 통창 너머 햇살이 품어주는 동네 도서관을 사랑한다.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세상이 정의로워지는 것에 깊은 열의을 갖고 있다. 세상의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열정 가득한 휴머니스트를 꿈꾼다. 인문학을 벗삼아 인생에서 성찰의 거울을 게으름부리지 않고 말갛게 닦고 싶어서 인문쟁이에 지원하게 됐다. 누군가에게 세상에 대한 생각 한 조각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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