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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우덩싹 신명나는 거리 축제

2017 제주프린지 페스티벌

인문쟁이 양혜영

2017-11-21

 

 

제주프린지페스티벌- 오픈스테이지공연

제주프린지페스티벌- 오픈스테이지공연제프놀이마당-빗속에서도 즐거운 아이들

 ▲  제주프린지페스티벌- 오픈스테이지공연 / 제주프린지페스티벌 행사장 입구 / 제프놀이마당-빗속에서도 즐거운 아이들


변두리, 가장자리라는 뜻을 지닌 프린지(Fringe) 페스티벌의 역사는 1947년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든버러에서 열리는 국제 페스티벌에 초청받지 못한 예술가들이 의기투합해 외곽의 주변 거리와 교회를 오가며 거리 공연을 벌인 것이 프린지 페스티벌의 시작이었다.

제주에서는 2012년부터 매년 10월, ‘제주프린지 페스티벌(이하 제프)’이 원도심에서 열린다. 제주의 가을을 대표하는 공연축제지만 여느 축제장과 달리 소박한 것이 특징이다. 원도심 골목 한켠에 좌판을 놓아 수공 예술품을 판매하고, 화려한 조명이나 현란한 반주, 멋진 소개 멘트 없이 가수가 자신의 음악을 소개하고 노래한다. 예술가와 관객이 얼굴을 마주하고 눈을 맞추며 직접 교감하는 축제, ‘제프’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제프오픈스테이지 (예술공간 이아) 디어아일랜드 밴드의 연주제프오픈스테이지 (삼도2동 주민센터) 정일건의 공연

 ▲ 제프오픈스테이지 (예술공간 이아) 디어아일랜드 밴드의 연주 / 제프오픈스테이지 (삼도2동 주민센터) 정일건의 공연


거리에서 전하는 노래, 제프 오픈 스테이지

 

축제 개막을 한 시간 앞둔 시각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골목 위를 장식했던 색등과 오색 깃발이 빗물에 젖어 흐릿해졌다. 마치 방금 그리기를 마친 한 폭의 수채화 같다. 하염없이 내리는 빗물 사이로 흐르는 바람을 타고 음악이 거리로 번졌다. 발걸음을 멈추고 자동인형처럼 음악이 시작되는 곳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 원도심은 무명 가수의 공연장이었다. 주말마다 버스 정류장 옆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목청껏 노래를 부르는 가수를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들의 공연은 비가 내리고 눈이 쏟아져도 멈추는 일이 없었다. 그곳에서 제주의 예술은 시작되었다.

 

제프오픈스테이지 (예술공간 이아) 빗속에서 열창하는 어쩌다 밴드 제프오픈스테이지 (삼도2동 주민센터) 강성훈 기타리스트의 연주

 ▲ 제프오픈스테이지 (예술공간 이아) 빗속에서 열창하는 어쩌다 밴드 / 제프오픈스테이지 (삼도2동 주민센터) 강성훈 기타리스트의 연주


10월 14일과 15일 양일간 예술공간 이아와 삼도2동 주민센터 마당에서 제프 오픈스테이지 릴레이공연이 펼쳐졌다. 자박자박하게 내리는 빗줄기 사이로 울리는 바이올린의 선율과 고혹적인 기타의 울림을 맘껏 만끽할 수 있었다. 의자에 앉아 듣다가 흥이 나면 비가 내리는 바깥으로 뛰어나가 어깨춤을 덩실대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공연이었다.

 

작지만 다양한 아트마켓 부스, 제프마켓

 

제프에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축제 기간 동안 열리는 아트마켓이다. 프린지 거리에 문화예술가들이 직접 만든 작품을 들고 나와 즉석에서 판매를 한다. 올해는 작은쉼표, yoko레더, 니모, 고여사, 제주수공예플로라, 여우곰, 콩앤콩공방, 안녕강정, 제주동네책방, 제주퀴어문화축제 등이 참가해 자리를 빛냈다. 상호만 봐도 짐작되듯 하나같이 제주의 특색이 물씬 담긴 예술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올해 처음 아트마켓에 참석한 ‘제주퀴어문화축제’는 며칠 후 열릴 제1회 제주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 열띤 홍보와 지지를 호소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제프아트마켓) 프린지 거리에 펼쳐진 아트마켓(제프아트마켓) 예술가의 수공품 판매

(제프아트마켓)  제주퀴어문화축제의 열띤 홍보

 ▲  (제프아트마켓) 프린지 거리에 펼쳐진 아트마켓 / (제프아트마켓) 예술가의 수공품 판매 / (제프아트마켓) 제주퀴어문화축제의 열띤 홍보


원도심 공간을 활용한 전시, 제프 갤러리와 시네마

 

제프 현장에는 먹거리를 파는 노점이 없다. 축제기간동안 인근의 가게를 이용해달라는 배려다. 만약 거리를 돌며 구경하다 차 한 잔이 생각나면 미술작품이 전시되는 갤러리를 찾아가면 된다. 그림책갤러리 제라진에서는 ‘감을찾다’란 제목으로 수강생의 작품을, 이디아트에서는 젊은 제주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했다. 발품을 팔아 미술관을 가지 않아도 젊은 작가들의 에너지 넘치는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전시와 함께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시간도 마련되었다.

친절한 안내를 들으며 그림을 감상하고,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영화에 몰입하는 시간. 거리에서 펼쳐지는 축제가 잠시 나를 잊고 즐기는 시간이라면 전시장 안에서는 내 안의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제프갤러리- 그림책갤러리 제라진) 수강생 작품전시전 ‘감을 찾다’(제프갤러리-이디아트) 제주 청년 작가 작품전

 ▲ (제프갤러리- 그림책갤러리 제라진) 수강생 작품전시전 ‘감을 찾다’ / (제프갤러리-이디아트) 제주 청년 작가 작품전


우리는 시대를 사랑했을까, 제프 북콘서트

 

빗물이 스며든 길바닥에 귀여운 화살표가 붙어 있다. 화살표가 이끄는 대로 발을 옮기니 북콘서트가 열리는 향사당 입구가 나타났다. 제프 북콘서트의 주인공 오광석 시인과 김연미 시인은 대학문학동아리 신세대 동문이다. 사회를 맡은 이도, 진행을 하는 스텝도 모두 같은 동아리 식구들이다. 신세대 동아리는 1980년에 결성되어 지금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스무 살의 청춘들이 만나 사십 여년을 함께 나이 들어가는 셈이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함께 한 추억으로 꾸미다보니 콘서트장 주변에 시간여행을 나온 것처럼 오래된 물건들이 가득했다. 격동의 80~90년대를 기록한 대학노트와 화장기 없이 더부룩한 머리를 한 낡은 사진들, 그리고 추억의 뽑기까지. 손때 묻은 물건들은 스무 살 시절의 기억을 자연스레 소환했다. 처음이란 시간은 늘 소중한 것 같다. 언제 어떻게 찾아가도 예전의 나를 만나게 되니까. 


북콘서트장 안내 화살표북콘서트 현장

북콘서트 행사장 소품(시뽑기 이벤트) 동전을 넣으면 시 한 줄이 나온다

 ▲  북콘서트장 안내 화살표 / 북콘서트 현장 / 북콘서트 행사장 소품 / (시뽑기 이벤트) 동전을 넣으면 시 한 줄이 나온다


축제 개막식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폐막식을 하는 순간에도 멈추지 않았다. 바람까지 불어 꽤 쌀쌀했는데, 축제 현장을 찾은 사람들의 표정이 한 결 같이 밝았다. 잔뜩 찌푸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조그만 손으로 조물조물 인형을 만드는 아이의 환한 웃음을 보면 따라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축제는 오늘을 기념하고 즐기는 거지만 결국 내일을 꿈꾸는 것이다. 오늘 즐거웠으니 내일은 얼마나 더 즐거울까? 상상만으로도 내년 제주프린지페스티벌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사진= 양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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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안내 

2017 제주프린지페스티벌 : 제주시 삼도2동 프린지 거리 및 예술공간 이아 


※ 관련링크

 홈페이지 : http://jejufringe.com

 페이스북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jejufringe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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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양혜영

2017,2018 [인문쟁이 3,4기]


양혜영은 제주시 용담동에 살고 거리를 기웃거리며 이야기를 수집한다. 하루라도 책을 보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희귀병을 앓고 있어 매일 책을 읽고 뭔가를 쓰고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소설에만 집중된 편독에서 벗어나 인문의 세계를 배우려고 인문쟁이에 지원했고, 여러 인문공간을 통해 많은 경험과 추억을 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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