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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인간 극장, 인터뷰하는 목욕탕

'목욕탕 옆 인간극장' 박명호

인문쟁이 방지민

2017-02-02


인문학은 결국 사람을 이야기한다. 사람에 대해 사람을 위하고 사람을 향한다.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이 다양한 건 어쩜 우리에게 축복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방법을 골라 나름의 방법으로 오늘도 우리는 사람을 탐구한다. 여기 그 방법으로 인터뷰를 선택한 사람이 있다. 인터뷰라는 단어는 그 자체가 ‘대상’을 포함하고 있지 않음에도 ‘할만한’ 이라는 말이 곧 유명세와 연결되어 있는 듯한, 그 단어가 어쩐지 대상을 포함하고 있는 듯한 이상한 단어다. 하지만 여기에 인터뷰를 평범한 사람에게 갖다 대는 것으로 사람을 탐구하는 이가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별게 없을 것 같은 그것을 ‘목욕탕 옆 인간극장’이라는 이름으로 차곡차곡 그리고 꾸준히 모으는 박명호 씨이다.


목욕탕 인터뷰이

▲ 스님부터 서점 손님까지. 평범해서 더 특별한 목욕탕의 인터뷰이


카페 매니저, 취업 준비생, 서점 손님, 부동산 사장, 여행자. 서촌, 제주, 스리랑카, 호치민, 대구. 인터뷰이 이름과 함께 쓰이는 단어들 그리고 그들을 인터뷰한 장소는 지극히 평범해서 더 특별하다. “요즘 어떻게 지내요?”라는 실은 대답하기 쉽지 않은 문장으로 시작하는 인터뷰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하나의 인터뷰이를 위한 질문으로 진행된다.

너무 평범해서 자신조차 신경 쓰지 않았던 물음에 답하다보면 어느새 내가 낯설게 보이기 시작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사실은 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는 나도, 우리도 모두 멋진 사람이라는 것, 너무 멀리서 대단할 걸 찾을 필요가 없다는 ‘목욕탕 옆 인간극장’이 외치는 문장에 고개를 끄덕인다. ‘낯설게 일상을 터는 개운한 만남’이라는 문장처럼 마치 목욕탕에 다녀온 날의 개운한 마음을 하게 된다.


목욕탕 옆 인간극장 운영자 박명호 씨

▲ 대구 어느 대학가, 제주 어느 길에서 하루살이 책방 ‘목욕탕 옆 책방’을 운영하던 날의 명호씨


당신은 누구신가요?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저런 일을 해왔는데 단순히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 모두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있는 일에 연결되어 있다고 봐요. 어릴 적부터 하고 싶은 게 아주 많았는데 최근에는 꿈이 없어졌어요. 꿈이 별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목표 설정이나 누군가를 닮고 싶다는 욕망이 꿈이라고 생각해요.

결과적으로 내게 꿈이 있다는 건 어떤 이 또는 어떤 모습에 닮아가겠다는 건데, 이미 내 스스로 아주 잘 지내고 있고 내 자체가 꿈이 된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지금 꿈이 뭐냐 물어본다면 현재 내 모습을 지켜가는 것이라고 하고 싶어요. 돈을 많이 버는 것, 대단해지는 것, 명성을 얻는다는 게 어느 순간 별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습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런 생각에서 보자면 제 꿈, 내 모습을 지켜간다는 건 내가 우습지 않은 사람이 되는 거예요. 그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사회에서 내가 욕심 부리고 상처 주고 이득을 얻으면서 얻은 생각들이에요. 내가 원하는 건 이름을 얻고 대단해지는 게 아니라 내 스스로의 모습을 지켜가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그게 저의 방향성이고 제가 생각하는 성공이에요.


페이스북 '목욕탕'

▲ 명호씨가 운영하는 프로젝트 ‘목욕탕‘. 보통사람의 일상을 인터뷰한다


인터뷰를 시작하게 된 계기

기업 홍보팀에서 3년 정도 일을 하다가 그만뒀어요. 홍보팀에서 일한 덕에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유명하거나 돈이 많은 사람들도 꽤 만나봤거든요- 이 결과적으로 다 거기서 거기더라고요. 평범한 사람들이 오히려 더 멋있게 더 잘 지내고, 자신을 드러내는 데 무심한 채로 잔잔하게 일상을 살아내면서요.

이런 사람들보다 실은 실속이 없음에도 그저 드러내고 포장을 잘 한다는 이유로 더 인정받는 세상이 요즘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생각과 연결되어 문득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떠올랐어요. 전 세계를 전국을 여행하면서 평범한 사람들을 대단하게 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남들에게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들어주고 정리만 해주자. 그런 생각에서 시작한 게 바로 ‘목욕탕 옆 인간극장’이에요. 별스럽지 않게 평범한 일상을 들어요. 당사자에게 부담스러운 상황이 생기는 건 바라지 않아요. 특별한 홍보도 없고, 또 개중에는 인터뷰를 다 해놓고 올리지 않은 것도, 올리고 지운 것도 많아요. 보통 길에서 낯설게 만난 분들이 대부분인데 그 일상들이 정말 예뻤어요.


인터뷰이를 찾는 포스터

▲ 인터뷰이를 찾는 포스터. 목욕탕옆 인간극장의 인터뷰이가 되고싶다면 직접 인터뷰어에게 인터뷰를 요청 할 수도 있다.


터뷰와 나

지금까지 250명 정도를 만났고, 읽을 수 있도록 정리된 게 180-190명 정도 돼요. 사람들 모두 자기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 저는 들려주는 이야기의 재미나 흥미를 떠나 듣는 것 자체가 좋아요. 인터뷰하면서 찍어둔 사진을 보면 각자 해줬던 이야기가 모두 떠올라요. 모두를 기억하죠. 인터뷰이, 인터뷰하며 들었던 이야기, 정리한 이야기가 제게 적지 않은 의미라는 거겠죠. 평범한 사람들에게 예상외로 숨겨진 이야기가 참 많아요. 모두 특별하고 남달랐던 사람들이에요.


목욕탕 전시회

▲ 목욕탕 전시회


인터뷰와 전시회

통인동에서 전시회를 했었죠. 이름이 꽤 길어요. ‘우리 모두 멋진 사람들이야. 너무 멀리서 대단한 걸 찾지 마. 없어’라는 이름의 전시였죠. 유료 전시였는데도 꽤 많이 와주셨어요, 700명 정도였죠. 사진전이었어요. 재미있는 사진전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자기 얼굴을 그려보기도 하고 이야기도 듣고 인터뷰도 하고. 전시를 열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전시회가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인터뷰와는 달라서 조금 힘들었어요. 한 달 했는데 거의 그곳에서 살았어요. 하루에 20명-30명 정도가 왔어요. 전시회라 하나하나 모두 설명을 해줬어요. 열이면 열, 스물이면 스물. 사실 별 의미는 없어요. 그저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던 거죠.


목욕탕 기획전의 다양한 프로그램

▲ 목욕탕 기획전의 다양한 프로그램


목욕탕 옆 인간극장

제가 재미를 느끼는 일, 좋아하는 일들을 모두 모아 ‘목욕탕’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어요. 묶어낼 이름을 찾던 중에 목욕탕에 다녀왔는데 기분이 좋더라고요. 제 프로젝트를 만나고 난 뒤 기분이 좋았으면 하는 의미를 담았어요. 돈벌이가 안 될지 몰라도 그저 좋아서 하는 일을 모아놓은 거죠.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어느 순간 돈벌이가 되고 그러다 보니 좋아하고 싶은 만큼 좋아할 수 없는 게 슬펐어요. 그래서 시간이 지나도 수익과 연결하지 않을 일들만 순수하게 모아놓자는 생각이 들었죠. 일과 분리해두는 거예요. 절대 일이 되지 않도록.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1년, 2년 정도 지나니까 제 일상에서 이물감 없이 자연스러운 일부분이 돼버렸어요. 책상에는 항상 때밀이 티 코스터, 때밀이 앞치마가 수북해요. 제 아이덴티티가 된 거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목욕탕 옆 인간극장, 모은 헌 책을 파는 게 목욕탕 옆 책방. 이렇게 목욕탕 옆으로 해서 뭐가 많아요.


언제까지

원래 계획이 10년이었는데 이제는 평생 하고 싶어요. 지금 3년째 하고 있죠. 이 인터뷰는 이제 제 삶을 지탱해주는 기록물이에요. 신문이나 방송이 다루는 것과는 좀 다르죠. 여기에 내가 어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기보다는 그냥 내 일상을 이루는 하나의 부분이 되었어요. 사실 되게 피곤한 일이에요. 1, 2시간을 온전히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3~4시간 정리하고 며칠 탈고하고, 한 명당 며칠의 시간이 들어가죠. 남들이 여기는 것 이상의 시간을 쏟아요. 쉽지 않은 만남이고 그래서 얻게 된 것도 굉장히 많아요. 하나하나가 참 특별해요.

 

사진= 방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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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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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2기]


방지민은 앞뒤 다 버리면 이름이 신비한 동네 수성에 사는 대구 시민. 얕고 사사로운 재미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책방 '슬기로운낙타'의 사장이자 종업원이다. 계절의 힘에 놀란 채 밤낮도 잊은 채 지갑도 잊은 채 짝 안 맞는 양말로 살기 위해 뭐든 지망생의 마음으로 경험하는 중이다. 서머싯 몸의 소설 주인공 스트릭랜드와 래리를 인생 대선배로 품고 있다. 작지만 힘을 실어줄 가치가 있는 의미들에게 확성기를 대어주고 싶은 마음에서 인문쟁이가 되었다. jimin113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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