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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 광주에서 산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5.18 민주평화기념관

인문쟁이 김한경

2017-06-12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

2017년 5월의 광주는 바쁘다. 구 도청광장은 5·18기념행사를 준비하는 합창단, 교통을 통제하는 경찰, 구경하는 사람들,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80년 5월에도 많은 사람이 이곳을 지나갔다.“1980년 5월 18일 일요일, 교회 예배를 마치고 돌아가는 노부부, 결혼식에 갔다 집에 돌아가던 양복신사, 여자 친구에게 사진을 전해주러 금남로에 나온 청년” 1) 하지만 이들은 끝내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 5·18민주평화기념관에는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열흘간의 나비떼’ 展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광주민주화운동 37주년을 맞이해 한 달간 5·18민주평화기념관을 임시개방 했다. ‘열흘간의 나비떼’ 展은 나비로 상징되는 평범한 시민들이 겪은 열흘간을 당시 사진과 기록으로 전하고 있다. 총 5개로 구성되어 있는 기념관은 옛 전남지방경찰청과 민원실, 옛 전남도청 본관과 회의실, 상무관을 리모델링하여 전시장으로 구축했다.


헤드라이트 전시와 옛 전남지방경찰청 민원실

▲ 20일 화요일, 저녁의 헤드라이트 / 옛 전남지방경찰청 민원실


5월엔 만인의 얼굴이 눈부시다

제 1관의 ‘광주로 가는 길’을 지나 들어오면, 광주 시민을 비롯한 국내외 시민들의 사진이 있는 조형물이 관람객을 반긴다. 많은 희생이 있었던 공간이기에 숙연한 표정을 짓고 들어가지만, 환한 빛을 내며 웃는 얼굴들이 나를 쳐다본다. 표정 풀라는 듯이, 이제 마음껏 웃어도 된다는 듯이.


광주 시민을 비롯한 국내외 시민들의 사진이 있는 조형물

▲ 환한 빛을 내며 웃는 얼굴들이 나를 쳐다본다


광주를 지나간 시간 : 5월 18일 - 27일


여러 사람들이 서있는 조형물긴 행렬 뒤에 서본 글쓴이

▲ 총과 마주 선 사람들을 재현 / 긴 행렬 뒤에 서보았다


일주일 하고도 삼일을 더한 시간. 십일이라는 시간은 역사 속에서 ‘순간’이지만, 이 열흘은 역사적 방점을 찍게 한 ‘순간’이다. 또 어떤 사람은 순간의 기억으로 평생을 살기도 한다. 계엄군과 총구를 마주하고 선 사람들은 30만 명에 육박했다. 군부 독재의 총성 소리에 젊음, 기회, 가족, 애인과 같은 사랑하는 것들과 이별해야 했다.


5.18 희생자들의 증언

▲ 5.18 희생자들의 증언



❝죽을 각오를 하고 그때까지 남아 있었지만 막상 마지막 순간이 되니 두렵고 온갖 생각이 다 났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얼굴은 부모님 얼굴을 한 번만 보고 죽으면 원이 없을 것 같았다.❞


광주에서 산다는 것

❝그러니 평생 동안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슬픔에 대한 공부일 것이다. 타인의 슬픔에 대해 ‘이제는 지겹다’라고 말하는 것은 참혹한 짓이다.❞ - 신형철, 눈먼 자들의 국가 중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살든 5월은 온다. 금남로에 있는 스타벅스를 가기 위해 5·18민주광장을 지나고, <임의 행진곡>을 부르기 거절한 정치인 뉴스를 귀 넘어 듣고, 촛불을 들고 광화문으로 나선 친구의 인스타그램을 본다. 80년 5월의 광주는 멈춰있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되풀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난다. 이것 앞에서 어떤 사람은 괴롭고, 어떤 사람은 역사를 왜곡하고, 어떤 사람은 무관심하다. ‘광주에 산다’는 것은 어떤 특정한 지역에 사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보지 않은 공간에 내 몸을 옮겨 그곳을 더듬거려 보는 것이다. 낯선 공간이 주는 이질감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자꾸 방향을 잃어도 다시 지도를 잡으려는 태도. 타인의 슬픔에 대한 공부는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전시를 관람하는 외국인과 2017년 5월 18일을 사는 사람들2017년 5월 18일을 사는 사람들

▲ 낯선 나라의 역사에 참여하는 외국인 / 2017년 5월 18일을 사는 사람들



사진= 김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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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링크

홈페이지 www.acc.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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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념관 1관의 6번째 공간, <일요일의 아우성, 5월 18일>에 있는 전시문 중에서 발췌


장소 정보

  • 광주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 광주민주화운동
  • 5.18민주평화기념관
  • 돌아가지못한사람들
  •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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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김한경

[인문쟁이 2기]


김한경은 광주에서 나고 자랐다. 시가 좋아서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했지만 지금은 시를 쓰지 않는다. 예쁜 옷을 입고 예쁜 개인 카페에서 사진을 찍고 싶지만 겉으론 이런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하루는 기대하고, 하루는 절망하며 산다. 기독교지만 매일 오늘의 운세를 확인한다. 힘들 때 같이 울어주던 문장들을 기억하고 있다. 인문학에서 얻었던 위로를 모두와 나누고 싶다. 문학에 빚을 갚는 마음으로 인문쟁이 2기에 지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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