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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담아 가치를 팝니다

강릉 독립출판서점 '깨북'

인문쟁이 박은희

2017-05-11

 


 

어린 시절 나의 꿈은 책방 주인이었다. 눅진한 책 냄새가득한 곳에서 책을 고르다 보면 이유 없이 마음이 편안했다. 나는 서점과 같이 책을 판매하는 곳보다는 책을 빌려 볼 수 있는 책 대여점을 갖고 싶었다. 서점에서는 책이 판매되어 사라지지만, 누군가의 선택에 따라 잠시 자리를 비웠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대여 책들은 몽땅 내 것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요즘은 서점과 책방 모습을 예전처럼 찾아보기 힘들지만, 최근 들어 자신만의 취향을 담은 독립(출판)서점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그리고 2017년 1월, 강릉에도 유일무이한 독립출판서점 ‘깨북’이 열렸다. 엄밀히 말하자면 기존에 있던 자리에 없어졌다 다시 생긴 두 번째 독립출판서점이다. 독립출판서점은 주인이 직접 입고할 책을 선택하고 진열하기 때문에 혹자는 ‘독립출판서점은 주인의 취향으로 가득한 일기장과 같다’고 한다. 강릉 독립출판서점 ‘깨북’에는 주인의 어떤 취향이 담겨져 있을까? 


독립출판서점 ‘깨북’ 외부

▲ 독립출판서점 ‘깨북’ 외부



 

깨북, 제 취향을 담은 공간

- 깨북 담당자


'깨북' 담당자


Q. 깨북, 공간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기존에 있던 독립출판서점 자리를 이어받아 ‘열려라 참깨’의 ‘깨’를 뜻하는 ‘깨북’으로 오픈하였다. 닫힌 문을 여는 주문처럼, 사람들이언제라도 찾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문을 활짝 열고 기다리고 있다.


'깨북' 내부1'깨북' 내부2


Q. 깨북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A. 디자인 회사를 운영할 때 예전 주인을 알고 있었는데 마음속으로 항상 부러운 게 있었다. 바로 서점 운영을 하면 샘플로 오픈하는 책 1권을 서점 주인이 가장 먼저 볼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오픈 된 책들은 마치 다 내가 소장한 책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여 지난 해 9월 가게 운영을 그만 둔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고심 끝에 디자인 작업실 겸 공간으로 오픈하게 되었다. 또 하나 재밌는 건 독립출판서점을 운영하면 책을 쓴 작가들이 종종 자신의 책을 보러 직접 방문한다는 것이다. 연예인 보는듯한 기분도 들고 책을 통한 인연이 이어지는 게 너무 좋다.


Q. 오픈 한 지 몇 달 밖에 안 되었네요. 혹 운영 시 어려운 점이 있었나요?

A. 아직 마케팅이나 SNS가 손에 익지 않아서 어렵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는데 잘 하는 건 아니다. 계속 온라인, 오프라인 모두 홍보를 해야 하는 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찾아 주는 분들이 계신다는 게 고맙다. “절대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으면 왠지 모르게 책임감을 느끼기도 하고, 오랫동안이곳을 잘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깨북' 내부3'깨북' 내부4


Q. 깨북, 앞으로 운영 방향은?

A. 시작한 지얼마 안 되어 잘 모르겠지만, 더 다양하고 많은 책을 모으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주변 분들이 아직 독립출판서점에 대해 생소해 한다. 가끔 엄마들이 와서 문제집을 찾기도 한다. 책에는 나이가 없기 때문에 한 쪽으로 치우치기보단 폭 넓은 사람들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다. 독립출판물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독서 모임도 만들고, 책 만드는 강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생각하고 있다.




'깨북' 입간판

취향은 관계다

소비로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시대다. 예전처럼 중식당 주인을 위해 ‘짜장 통일’을 외치던 시대는 지나간 것이다. 대량화, 획일화를 벗어난 소비자들은 1인으로 분절되어 자신만의 취향을 소비한다. 때문에 단순한 가격 비교 구매가 아닌 상품 저마다의 이야기와 경험을 사고, 그것을 비교 후 가치를 구매하는 것이다. 하여 소비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혹은 싫어하는지를 분류하고 취향을 확인하는 시간이 된다.

‘취향’은 소비뿐 아니라 더 나아가 사회적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처음 누군가를 만났을 때 “어머, 너도 그거 좋아해? 나도 그래!”라는 말이 많아질수록 호감도가 높아지는 것과 같다. 그렇다. 취향은 관계다. 어린 시절 모든 책을 소장하고 싶어 책방 사장이 되고 싶었던 나와 샘플 책을 소장하는 기쁨을 위해 서점을 시작했다는 ‘깨북’ 주인의 취향은 비슷했다. 그리고 그걸 서로 안 순간 무언가 통하는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와 함께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관계의 농도가 달라진다. 강릉 여행을 생각한다면, 소소한 취향이 듬뿍 담긴 독립출판서점 ‘깨북’에 가보시라. 추억 맺을 수 있는 가치 있는 시간이 그곳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박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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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안내

강릉시 정원로 84-6

☎070-4234-4416


*관련링크

홈페이지 ggeebook.com


장소 정보

  • 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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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향
  • 책방
  • 관계
  • 공유
박은희
인문쟁이 박은희

[인문쟁이 2기]


박은희는 바다를 좋아해 강릉에 터를 잡았고 전형적인 집순이다. '바다를사랑한클레멘타인'이라는 필명으로 SNS 활동한다. 글쓰기를 기반으로 컨텐츠를 제작하여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인문쟁이는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상상들이 바깥으로 나와 기호로 변하고 다시 누군가의 생각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아 지원하게 되었다. 사람의 고리들이 연결되고 순환되길 바란다. 인스타@loveseaclement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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