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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흩어지고 발동하는 감각들

대구 예술발전소, MUSIBITION

인문쟁이 양다은

2017-07-07

 


 

고등학교 문학 시간에 공감각적 표현에 대해 배웠을 것이다. 깃발의 흔들림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 되고(유치환 ‘깃발’), 종소리는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모습으로 그려진다(김광균 ‘외인촌’). 선생님의 말에 따라 ‘청각의 시각화’ 따위를 받아 적은 기억도 나지만, 시가 던져주는 장면을 눈과 귀와 코의 경험에 빗대어 구체적으로 상상해내던 시간도 기억으로 남았다. 대구 예술발전소는 그런 기억과 꼭 닮은 곳이다. 시민들이 작품을 보고, 연주를 듣고, 직접 체험해보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번 ‘MUSIBITION’ 전시는 따로 겪어 온 경험을 한 공간에서 이뤄내, 관객들이 보면서 듣고, 동시에 느끼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대구예술발전소 외관

▲ 대구예술발전소 외관 ⓒ대구예술발전소


❝들리는 것과 보이는 것이 하나가 될 수 있을까? (…)

예술가들은 들리는 것과 보이는 것이 연결된 제 3의 감각을 다루어왔다.

작곡가 스크라이빈은 각각의 음계들이 나타내는 색을 정리하였고,

드뷔시는 일본 판화에 담긴 바다의 인상을 음악으로 재현하였다.❞


-뮤지비션 소개글 중에서


뮤지비션을 소개하는 포스터

▲ 뮤지비션을 소개하는 포스터 ⓒ대구예술발전소


제1 전시실에서는 렉처공연 ‘그림으로 보는 음악사’를 즐길 수 있다. 가령, 다름에 대한 환상으로 그려진 고대 터키 여성들의 초상화에 대한 설명을 듣다가, 재즈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모차르트 소나타 3악장 터키행진곡을 들으며 음악 영역에서의 터키가 가진 이질감을 알아가는 식이었다. 연주는 즉흥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중간 중간 다른 곡이 스며있기도 했다.


렉처공연 ‘그림으로 보는 음악사’를 즐기는 관객들

▲ 렉처공연 ‘그림으로 보는 음악사’를 즐기는 관객들 ⓒ양다은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관객들은 전시를 돌아보기도 하고, 연주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거나, 화면에 비친 그림을 감상하기도 했다. 관객들이 매운 공간 외에는 ‘청년에게 보내는 한국재즈음악, 지금은 어떤가요?’라는 주제의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한 공간에서 관객들은 역사, 미술 작품, 설명, 연주로 재즈를 접할 수 있었다.


1전시실 1950년대, 악보집의 시대

▲ 1전시실 설명 / 1950년대, 악보집의 시대 ⓒ양다은


제2전시관에서는 ‘노래하는 사물’ 전시가 진행 중이다. 작품마다 소리를 품고 있어서, 어디에 서서 어떻게 작품에 다가가야 소리가 날지 궁금해 하면서 감상할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소리에 그 쪽을 봤더니, 관객이 있었고, 그 관객이 선 위치를 따라 섰더니 그 소리를 경험할 수 있었다. 작품과 단독 관객의 소통이 주였던 전시공간은 소리에 의해 이어졌고, 관객들을 아우르는 공감각으로 채워졌다.


음향 장치와 함께 설치된 ‘노래하는 사물’제2전시관에서 진행하는 '노래하는 사물'

▲ 음향 장치와 함께 설치된 ‘노래하는 사물’ ⓒ양다은


"<노래하는 사물>은 음악과 미술이 서로를 품으면서 장르가 확대되는 방식을 보여주는 전시이다. 음악은 청각, 미술은 시각이라는 도식화된 생각에서 벗어나 음악을 보고, 미술을 들을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_<노래하는 사물> 전시 설명글  중에서


학교에서 우리는 주로 한 번에 한 가지만 해야 한다거나, 집중해야 한다는 류의 꾸중을 듣곤 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우리나라 재즈 역사가 담긴 사료를 보고, 그 뒤로 재즈 음악을 들으며, 관련된 그림을 볼 수 있다. 혹은 한 가지 전시작품을 보다가 소리에 이끌려 다른 전시작품으로 발걸음을 옮겨도 된다. 이 만큼 무언가를 다각도로, 이것저것 느낄 수 상황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과, 꾸중이 옳지만은 않다는 생각에 내심 쾌감까지 느끼게 되는 전시였다. 앞으로도 꼭 해야 하는 한 가지 일 말고도, 여러 감각을 일깨울 수 있는 일을 시도해봐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전시장을 나섰다.



사진= 양다은, 대구예술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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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링크

홈페이지 http://www.daeguartfactory.kr/kor.action

뮤지비션 관련 기사 http://www.yeongnam.com/mnews/newsview.do?mode=newsView&newskey=20170516.010240748520001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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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다은
인문쟁이 양다은

[인문쟁이 3기]


꾸준히 쓰는 중입니다. 언젠간 쓰기만 하면서 밥 벌어먹길 조심스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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