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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삶을 걷는 시간

부산시립미술관 '이중섭, 백년의 신화'展

인문쟁이 임소정

2017-01-13


예술가의 작품은 예술가의 삶과 가치관을 담아낸다. 누군가의 삶은 수백 페이지의 책 한 권에 담기고, 누군가의 삶은 두 시간짜리 영화 한 편에 담기는 등 그 표현방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모든 작품들에는 예술가가 살고 있는 세계, 꿈꾸는 세계에 대한 시선이 드러나 있다. 그렇기에 한 사람의 개인 작품 전시회를 감상하는 것은 한 사람의 세계, 한 사람의 인생 전반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흥미로운 일이라 할 수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 ‘이중섭, 백년의 신화’전이 열리고 있는 부산시립미술관 ⓒ이중섭전 홈페이지


부산시립미술관에서는 이중섭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2016년 10월 20일부터 2017년 2월 26일까지 4개월간 ‘이중섭, 백년의 신화’전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지난 6월부터 4개월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개최되었던 전시를 기반으로 하면서, 이중섭이 피란 시절의 예술 활동을 이어나갔던 부산이라는 공간에서 열림으로써 또 하나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전시실을 따라 흐르는 그의 삶

‘이중섭, 백년의 신화’전은 유화, 드로잉, 은지화, 엽서화, 편지화 등 이중섭의 대표작 200여 점을 50여 개의 소장처에서 모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게 해놓았다. 그의 작품들은 크게 두 개의 전시실에 그가 거쳐 온 시간과 공간에 따라 8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다.


전시장 입구의 모습전시장 구성도

▲ 전시장 입구의 모습 ⓒ임소정 / 전시장 구성도 ⓒ이중섭전 홈페이지


제1전시실에는 유학시절과 해방 전후 원산에서의 작품들을 시작으로, 부산과 서귀포에서의 피란 시절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일제강점기 때의 암울한 현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인한 의지를 가진 민족의 모습을 그린 작품에서부터,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 주고받은 따뜻한 엽서화, 피란 시절 가족들과의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모습을 그린 작품들이 어우러져 우리 근대사의 흐름과 더불어 이중섭이라는 개인의 삶을 비추고 있다.


이중섭의 은지화(두 아이)

▲ 이중섭의 은지화(두 아이) ⓒ이중섭전 홈페이지


그의 다양한 작품들 중에서 제1전시실에서 가장 주목받도록 전시된 것은 은지화 작품들이다. 은지화는 이중섭이 창안한 새로운 기법의 작품으로 양담배를 싸는 종이에 입혀진 은박을 새기거나 긁고 그 위에 물감을 발라 완성시켰다. 은지화 기법은 평면적이면서도 층위가 있는 드로잉이 되어 반짝이는 표면과 함께 특징을 이루는 매력적인 기법이며, 고려청자의 상감기법과도 닮아 있어 전통을 존중했던 이중섭의 작가 의식을 보여준다.


제2전시실 내부의 모습'선착장을 내려다 본 풍경'

▲ 제2전시실 내부의 모습 ⓒ임소정 / 통영에서 그린 '선착장을 내려다 본 풍경' ⓒ이중섭전 홈페이지


이어지는 제2전시실은 통영에서의 생활부터 서울과 대구에서의 시기, 생을 마칠 때까지 그가 그린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통영에서의 시기에 이중섭은 아름다운 통영의 풍경을 담은 유화작품들이나 유명한 ‘소’ 연작 등 생애 최고의 작품들을 그려냈고, 개인전을 열거나 ‘4인전’에 참여하는 등 화가로서의 본격적인 경력을 쌓았다. 그러나 이후의 시기에 이중섭은 사업 실패에 이어 전시회의 실패까지 겪으면서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해내지 못한다는 좌절감에 빠지게 되고, 결국 거식증과 정신적 질환을 앓다가 만 4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편지화

▲ 편지화 ⓒ 이중섭전 홈페이지


한 예술가의 비극적인 생애는 제2전시장에 하나의 섹션으로 마련된 편지화 작품들과 맞물려 안타까움을 더한다. 한국전쟁 중 아내와 두 아들을 일본으로 보낸 후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정성스럽게 그림과 함께 보낸 편지는 이중섭이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여줄 뿐만 아니라 편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 사람을 이해하는 시간

‘이중섭, 백년의 신화’전은 미술 교과서에 나오는 ‘국민화가’ 이중섭의 대단한 그림을 만나기 위한 전시가 아니다. 그 그림 속에 담긴 이중섭을 만나고, 그와 함께 시대를 고민하고, 연인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그리워하기 위한 전시이다. 전시실을 따라 하나하나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이중섭의 마음으로 걷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참고자료 : 이중섭, 백년의 신화전 보도자료(2016.10.19. 부산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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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안내

부산시립미술관 2층 전시실 (부산 해운대구 APEC로 58)

☎ 051-731-7128

관람시간 : 오전 10시-오후6시 (매주 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전시기간 : 2016.10.20-2017.2.26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 성인 7,000원, 학생 4,000원


*관련링크

홈페이지 http://www.jungseob.com

 

장소 정보

  • 부산
  • 시립미술관
  • 이중섭
  • 은지화
  • 편지화
임소정
인문쟁이 임소정

[인문쟁이 2기]


임소정은 경성대, 해운대, 서면 등 부산시내 곳곳을 배경으로 활동한다. 얼마 전 대학을 졸업하고 모처럼 생긴 자유시간을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며 보내고 있다. 무언가를 새롭게 배운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배움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사람의 성장에 관심이 많은데, 어떤 상황과 생각을 계기로 사람이 성장하는가가 가장 궁금하다. 인문학을 전공하고도 인문학을 아직 모르는 자신을 위해, 또 인문학과 친해지고 싶지만 인문학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sojoung_@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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