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인문360인문360

인문360

인문360˚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흔적

강릉 명주예술마당

인문쟁이 박은희

2017-01-12


새해가 되면 지난 일들을 발판으로 새로운 목표와 계획을 다진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하기도 하고, 늘 해야지 하면서 못 한 일들을 다시 적어 놓기도 한다. 새로운 한 해, 새로운 도전, 새로운 것들을 대하는 마음은 늘 설렌다. 하지만 때때로 ‘새로운 것’이라 지칭되는 일들은 무(無)에서 생성되는 게 아니라 기존의 이야기 위에 올라가기도 한다. 비록 기존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흔적들이 우리 주위에 조용히 존재한다. 강릉에는 명주동이 바로 그런 곳이다.


명주동 입구

▲ 명주동 입구 


강릉의 명주(溟州)라는 이름은 신라 경덕왕 16년부터 강릉을 부르던 말이었다. 그렇기에 강릉 시민들에게 명주(溟州)라는 이름 그대로 사용하는 명주동은 ‘익숙함’으로 이어지는 곳이다. 명주동은 지난 1000여 년 전, 강릉 읍성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장소였으며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으나 여전히 많은 흔적들이 남아 있다.


명주예술마당

▲ 명주예술마당


그 중 옛 명주초등학교는 2007년 전후 폐교된 건물로 시간의 흔적을 남긴 장소 중 하나다. 지금은 초, 중, 고 학생보다 경로당, 노인 대학의 학생 수가 1만 명이 더 많다고 하는 강릉은 언제부터인가 많은 학교들이 통·폐합되고, 명주동 역시 흐르는 시간과 변화하는 시대에 많은 것을 잃어가거나 새 단장하며 천천히 변모하였다. 그렇게 고령화 사회의 한 단면 같았던 옛 명주초등학교는 오랜 시간 비워진 채로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었다. 텅 빈 폐교에서 느껴지는 쓸쓸함은 때론 불편한 감정마저 들었다. 그러나 지금 그 곳은 10년 만에 ‘명주예술마당’이라는 공간으로 리모델링하여 낡은 느낌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강릉 시민이라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명주예술마당’은 다양한 전시와 행사, 그리고 시민이 이끌어가는 문화 공연을 통해 명주동을 도심 속 문화생활 공간으로 만들어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명주 예술마당 아트마켓과 임만혁 골목

▲ 명주예술마당 아트마켓 / 임만혁 골목


뿐만 아니라 명주예술마당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은 임만혁 작가의 그림들로 예술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고, 1950년대에 지어졌던 강릉 제일교회 건물을 리모델링한 작은 공연장, 강릉 우체국이 있던 자리를 확보해 더 넓어진 강릉 대도호부 관아, 매년 단오 행사의 신주를 빚는 장소가 된 칠사당 등 명주동 일대가 장소와 장소를 이어나가 하나의 이야기가 있는 문화 마을로 탄생되었다. 강릉을 찾는다면 명주동을 천천히 산책하며 이야기를 듣는 골목 투어를 해 보는 것도 좋다.


강릉 대도호부 관아 강릉 대도호부 관아 전경

▲ 옛 강릉 우체국 자리를 허물고 넓어진 강릉 대도호부 관아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만 한다. 관심을 가지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말이다. 공간도 똑같다. 늘 보던 공간과 일상이었던 장소들도 좀 더 깊이 그 이야기를 듣고 나면 더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깊이 사랑하게 된다. 또한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모하는 장소들은 새로워짐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지난 흔적들을 꾸준히 남기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명주산책 책자

▲ 명주산책 책자


과거와 미래 사이에는 항상 그것들을 연결해주는 현재가 존재한다. 모습은 변하거나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흔적들이 언제나 거기, 현재에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종종 기억을 더듬어 자신이 살던 옛 동네에 찾아가 여전히 그러한지, 얼마나 변했는지 확인을 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위치를 설명할 때, “옛날 00 자리 알지?”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 행위들 속에서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것들은 현재에도 숨 쉬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해 낸다.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도 누군가에게는 흔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것들이 강릉 명주동에 있다. 그렇게 낡고 오래되었다고 모든 게 다 고루하고 불편한 것은 아닌 것이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은 아련한 그 흔적은 쉽게 지울 수 없다. 사라졌다고 다 잊고 사는 건 아닌 것들,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것들. 그렇게 지난 흔적들을 마음 한편에 잘 개키고 다가 올 미래를 준비하는 게 현재 우리가 사는 모습인 것 같다.


사진= 박은희

----------------------------

*공간안내

강원도 강릉시 경강로2021번길 9-1(강원도 강릉시 명주동 49-1)

☎ 033-647-6803

운영시간 : 오전 9시~오후 10시

운영기간 : 연중 (휴관일_1월1일, 설날, 추석)


*관련링크

홈페이지 https://www.mjart.kr:45177/citizen/

 

장소 정보

  • 강원
  • 강릉
  • 명주예술마당
  • 예술마당
  • 명주초등학교
  • 골목투어
  • 명주산책
  • 흔적
박은희
인문쟁이 박은희

[인문쟁이 2기]


박은희는 바다를 좋아해 강릉에 터를 잡았고 전형적인 집순이다. '바다를사랑한클레멘타인'이라는 필명으로 SNS 활동한다. 글쓰기를 기반으로 컨텐츠를 제작하여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인문쟁이는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상상들이 바깥으로 나와 기호로 변하고 다시 누군가의 생각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아 지원하게 되었다. 사람의 고리들이 연결되고 순환되길 바란다. 인스타@loveseaclementine

댓글(0)

0 / 500 Byte

공공누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흔적'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관련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