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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 기억의 교차로

춘천 육림고개

인문쟁이 김지영

2017-07-25


시간은 잡히지 않은 채 계속 흘러가고, 기억은 거리위에 켜켜이 쌓여있다. 오늘도 거리는 자신이 유기체임을 증명하듯 계속 변화한다. 지역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은 무엇일까? 때로는 공간이 변하고, 때로는 오고가는 사람이 변하기도 한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 까지 호황기를 누리다 잠시 주춤했던 육림고개는 역동적으로 변하는 춘천의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숨 쉬는 공간이다.


저녁 무렵 모여든 사람들육림고개육림고개 조형물

▲ 저녁 무렵 모여든 사람들 / 재생되는 구도심의 중심 육림고개 / 새롭게 만들어진 육림고개 ⓒ김지영


잊혀진 시간, 기억의 조각들

10여 년 전 까지만 해도 육림고개 앞에는 상징처럼 육림극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춘천 시내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육림극장 앞에는 노래방, 옷가게, 분식집 등 상점이 밀집해 있었고 젊은 사람들이 오고갔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지역의 극장들을 잠식하기 시작할 무렵, 육림극장은 청춘의 시간들을 뒤로한 채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지금은 빛바랜 간판만이 유물처럼 그곳이 극장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춘천의 전통 5일장, 풍물장이 열리는 날이면 육림고개 앞은 다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육림고개를 넘어 중앙시장을 지나 약사골까지 죽 늘어진 장터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시끌벅적한 소리만큼 삶의 에너지가 넘쳐흐르던 고개는 약사천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장터가 자리를 옮기면서 조용히 잊혀져갔다. 스산한 거리를 뒤로한 채 시간은 흘러갔고 도시의 발전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새로운 지역이 개발의 붐을 맞이했고, 육림고개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중심지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었다.


육림극장육림극장 앞30년 전통 메밀전집폐점포의 풍경

▲ 육림극장 / 육림극장 앞 / 오랫동안 자리 한 상점 / 폐점포의 풍경 ⓒ김지영


청년상인들 고개를 들어 올리다

기억에서만 존재했던 육림고개가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작년 7월부터 춘천시는 쇠퇴한 육림고개를 재생하기 위해 ‘청년상인 창업 지원사업’을 시행했고, 육림고개는 생기를 찾기 시작했다. 수공예품, 먹거리 등이 어우러지는 프리마켓을 통해 시장의 기능을 되살리고, 폐 점포에는 청년상인들의 개성 넘치는 상점들이 입점했다.

생활한복, 유기농 먹거리, 막걸리 바, 로스팅 까페 등 다양한 상점들이 들어선 육림고개는 정기적으로 행사를 개최하며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과거의 잔해 위에 쌓아 올린 젊음은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청년상점 안내판
▲ 청년상점 안내판 ⓒ김지영


프리마켓 행사 고개넘장1프리마켓 행사 고개넘장2

▲ 프리마켓 행사 고개넘장 ⓒ춘천 육림고개 상점가 페이지 


육림고개의 쇠퇴와 번영의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상점의 바로 옆에는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상점이 자리하고 있다. 충돌처럼 보이는 풍경이지만 육림고개는 자신이 버텨온 시간의 힘을 증명하듯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어우러지며 하모니를 그리고 있다.


청년상점 풍경1청년상점 풍경2청년상점 풍경3
청년상점 사라락과 모시떡을 만드는 할아버지청년상점과 기존상점

▲ 청년상점 풍경 / 모시떡을 만드는 할아버지 / 청년상점과 기존상점 ⓒ김지영


과거와 현재, 기억의 교차로

캔들숍 옆의 떡집에서는 할아버지가 모싯잎을 삶고 계셨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묘한 풍경이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갈 무렵 사람들이 삼삼오오 육림고개를 찾기 시작했다. 제법 더워진 날씨에 포차며 주막 앞에는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새로운 감성을 찾아 육림고개를 찾아온 청년들, 익숙한 약속장소처럼 편하게 술잔을 기울이는 중•장년들.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시간을 공유하는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누군가에겐 새롭고, 누군가에겐 추억이 남아있는 거리는 오늘도 각자의 표정을 담은 기억을 쌓아가고 있다.


육림고개육림고개 저녁풍경

▲ 생활의 터전 육림고개 / 육림고개 저녁풍경 ⓒ김지영


새로움 보다 아직 폐허가 더 많이 자리한 육림고개는 다시 태어난 듯 앞으로의 시간을 새롭게 꿈꾸고 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처럼 끊이지 않는 대화가 이어지길 바라면서, 육림고개가 언제나 그러했듯 사라지지 않고 자리를 지켜주길 꿈꿔본다.



사진= 김지영, 춘천 육림고개 상점가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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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링크

육림고개 상점가 https://www.facebook.com/6rimmarket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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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김지영

[인문쟁이 3기]


김지영은 강원도 춘천 토박이다. 학부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 했으나, 연극반 생활을 계기로 축제, 커뮤니티 극장, 극단 등에서 공연기획자로 활동했다. 요즘은 문학의 재미에 매료되어있고 인문학과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있다. 글로 표현하고 만나는 일에 흥미를 느끼며 지역의 대안문화, 청년문화에 관심이 많다. 작지만 빛나는 가치와 오래된 것, 사라져 가는 것들을 사랑한다. 인문학이 삶의 버팀목이라 믿으며, 인문쟁이 활동을 통해 지역문화를 탐구할 생각에 설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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