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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인, 하지만 절대적인 외로움

대구문화예술회관 소셜 다이닝 '쪽방 네트워크'

인문쟁이 양다은

2017-07-05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가정에 속해 있고, 학교도 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고 또 만난다. 편리해진 교통수단 덕분에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시간은 단축되었고, SNS나 인터넷으로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 순간도 많아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혼자’라는 단어와 상황을 자주 마주하며 살아간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오롯이 혼자만의 상황이 주어진다면?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그런 상황에 대한 설치미술과 다이닝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복잡다단한 사회에서 개인의 삶은 분절되고,

쉽게 공유되거나 결합되지 못하는 현실은

혼밥, 혼술과 같은 세태로 나타난다.

또한 쪽방은 사회적 경계 끝에 서있는 사람들의 생태를 반영한다.❞


-5월 전시 ‘쪽방 네트워크’ 소개글 중-


쪽방 네트워크1쪽방 네트워크2


처음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이라는 단어가 줬던 ‘친목도모스러운’ 느낌과 다르게, 쪽방은 말 그대로 단칸방이었다. 각자 도시락을 받아 혼자 혹은 둘이서 방에 들어섰다. 쟁반 모양의 밥상이 방 중간에 놓여있었고, 나무 벽과 노란 장판이 깔린 바닥이 있었다. 사실 벽과 바닥은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이지만, 이 방에서는 그 외에 특별히 무언가 있다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다른 이웃 쪽방쪽방 내부 모습

▲ 다른 이웃 쪽방과 쪽방 내부 모습


스스로 신청하긴 했지만 방문을 열고 들어가 도시락을 먹자니 왠지 울컥했다. 스피커로 들려오는 옆 방 잡담 소리는 되려 목을 막히게 했다. 시원한 오이냉국도 도움을 주지 못했고, 알록달록한 샐러드와 돈가스도 그저 대충 이로 끊어 목구멍으로 삼키는 정도였다. 혼자 밥을 숱하게 먹었던 날이 무색하게 더 외로웠고, 맛이 있음을 느끼기에 버거웠다.


소셜다이닝에서 제공한 점심 도시락쪽방에서 식사 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 소셜다이닝에서 제공한 점심 도시락 / 쪽방에서 식사 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방을 나서서 다른 관객들과 느낀 점과 기분을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식사 때 느꼈던 감정을 풀어보고자 작가와 다시 쪽방에 마주 앉아 대화를 시작했다.




가구디자이너 정재범 작가와의 대화

- 이하 Y는 필자, J는 정재범 작가

 

쪽방네트워크의 기획자와 정재범 작가

▲ 쪽방네트워크의 기획자와 정재범 작가


Y. 소개 글에서 쪽방이 현대인의 고립을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읽었습니다. 그 와중에 다른 방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며 위안이 되길 바란다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요?

J. 제가 가창 창작스튜디오에서 잠깐 혼자 지냈던 시간이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오래된 학교 건물이었는데 제가 첫 입주자였어요. 그 큰 공간에, 교실에, 온전히 혼자 있을 때 공포감을 느꼈었거든요. 직접적인 소통이 아니더라도, 인기척이나 다른 방 소리가 느껴진다면 누군가가 있다는 안도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옆방의 소음을 증폭하는 장치를 방 안에 두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천장에 다른 방에 소리를 전해 줄 마이크가 있고, 다른 방의 소리를 전해주는 스피커가 있습니다. 아파트나 고시원과 같은 주거 공간에서는 이웃끼리 소통할 기회는 점차 사라지고, 층간 소음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 조심하는 분위기잖아요. 소음을 그와는 좀 다르게 접근하여, 이웃과 공유하고 있는 소통의 매개체라고 생각해서 방 안으로 그 소리를 끌어와 보았습니다.


Y. 팸플릿의 또 다른 글귀 중에 ‘비자발적 소외’라는 말이 흥미로웠습니다. 어쩔 수 없이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의미하겠죠. 그런데 또 가끔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벗어나 자발적으로 소외되고자 하는 욕구도 있는 것 같습니다. 혼자 여행을 가거나, 혼술과 같은.

J. 저는 그 사람들이 ‘진짜 혼자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혼자라고 해도 SNS에 사진을 올린다거나 모바일로 소통할 수 있으니까요. 소셜네트워크를 많이 사용하는데도 더 고독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진 게, 오히려 혼자 있고 싶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온라인 소통보다 직접 소통하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예전보다는 줄어들었지만, 같이 무언가를 하는 문화는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 작업을 통해서, 함께 있음의 의미를 각자 쪽방에서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Y. 혹은 처음에는 비자발적 소외인 상황이 싫었는데, 점차 적응을 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쪽방에서 식사를 하며, 두 가지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한 가지는 타지에서 혼자 고시텔 생활을 할 때입니다. 그땐 나름 밥 잘 챙겨먹고 별 서러움 없이 지냈던 것 같아요.

J. 요즘에는 친구가 있고 가족이 있고 주변에 연결된 사람이 있는데 혼자만의 공간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실제 쪽방에서 지내시는 분들은 그런 연결도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간이 작아서 몸 뉘일 이불 하나, 작은 티비, 가스버너 정도가 있어요. 그 분들을 위해서 반찬이나 필요한 것들을 지원하는 ‘쪽방상담소’라는 곳도 있습니다.


Y. 말하자면 체험이 되겠네요. 또 들었던 생각은 ‘공감도 어줍지 않게 하면 안되겠구나’였습니다. 부분만 보고 하는 말이 상처가 될 수 있잖아요. 혼자 밥 먹을 때 아무렇지 않다가 누가 옆에서 ‘왜 혼자 먹어, 불쌍하게’라고 말하면 스스로 불쌍하게 여겨지는 것처럼요. 인천의 괭이부리마을에 쪽방촌 체험 프로그램이 기획되었는데, 거주민들은 구경거리가 되는 처지가 되었다는 뉴스기사를 보았습니다.

J. 괭이부리마을 소식을 예전에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생활하시는 분들은 아무렇지 않게 잘 살아가는데 밖에서 동정 어린 시선으로 구경하는 상황이 되는 거죠. ‘쪽방 네트워크’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쪽방상담소’ 직원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쪽방에 지내는 분들이 동정 어린 시선을 바라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궁극적으로 진짜로 바라는 건 아무렇지 않게 봐주는 시선인 것 같습니다. 쪽방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우리 이웃인 거죠.


Y. 쪽방에서 느낀 감정은 ‘진짜 난 혼자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다른 방의 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넘어올 때 더 극적으로 느껴져서 외롭기도 하고, 쪽방 주민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쪽방 네트워크가 2주 차 진행 중인데 가장 기억에 남는 감상은 무엇이었나요?

J. 이런 저런 의도로 제작을 했는데, 요소마다 세대마다 느끼는 것이 달랐던 것이 신선했습니다. 젊은 친구들은 와서 식탁이 아닌 밥상에서 밥을 먹는 것이 처음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고, 모녀가 와서 작은 방에 마주 앉아 밥을 먹으니 평소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다고 소감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어르신 세대에서는 향수를 느끼기도 하시더군요.


Y. 마지막으로 하실 말은.

J. 사담으로 이스라엘의 ‘키부츠’에서 지냈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마을 주민들이 다이닝 룸에 모여 다같이 식사를 하는 문화가 있는 공동체입니다. 함께 식사하는 것의 의미, 공동체, 인간의 사회성을 보여주는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강제로 고립된 상황에서 진짜 혼자 식사를 하면서 그 끝에 찾게 되는 것이 무엇일까 의문을 던졌었습니다. 상대적인 결핍감과 외로움의 궁지에 몰렸을 때, 진짜 혼자가 되었을 때, 찾게 되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 양다은, 대구문화예술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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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링크

쪽방 네트워크 관련기사 http://www.newsmin.co.kr/news/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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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양다은

[인문쟁이 3기]


꾸준히 쓰는 중입니다. 언젠간 쓰기만 하면서 밥 벌어먹길 조심스레 바라봅니다.
yde83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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