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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의 기억을 찾아서

국립여성사전시관

인문쟁이 김세희

2017-06-08

 


 

벌써 두 달 전 이야기이다. 싱가포르의 ‘문화와 예술’을 담아내야 하는 여행길에서 ‘페라나칸 문화’를 마주했다. 말레이 반도로 이주해 온 중국인 남성과 말레이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싱가포르 전통은 강렬하게 나를 이끌었다. 그들이 피워낸 자수에 매혹되어 싱가포르 항공 여승무원 유니폼의 전신인 ‘사롱 케바야’를 직접 입어보았고, 싱가포르국립대학교에서 관리하는 전통 가옥 ‘바바 하우스’에 담긴 그들의 엄마 향기도 맡아보았다.


잊을 수 없었던 건, 페라나칸 상점에서 만난 여주인이다. 그녀는 나에게 페라나칸 여성을 뜻하는 ‘논야’의 삶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남성 위주의 사회 속에서 자수를 통해 꿈을 노래했던 그녀들의 기록을 마음으로 들어보라고 조언했다. 그저 아름다웠을 뿐인 것들이 갑자기 슬프게 다가왔다. 세상을 향해 표현하고 이뤄내고 싶던 것들에 대한 그녀들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낯선 곳에서 ‘여성의 삶’이란 것 하나만으로도 상점의 여주인과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물론 한국에도 있다. 한국의 역사를 여성의 시각으로 조명해보는 곳.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국립여성사전시관’이다.




이번에 열다섯 살이 된 공간이랍니다!

국립여성전시관 관장 정현주


운명이었던 걸까. 국립여성사전시관에서 정현주 관장을 만난 시점은 강남역을 노란 포스트잇으로 추모했던 1주기였다. 함께 아파했던 그날의 기억은 자연스럽게 여성사전시관이 지닌 상징성으로 옮아갔고, 가꾸고 지키다보면 반드시 진심은 통할 것이라는 희망으로 번졌다.


정현주 관장님

▲ 국립여성사전시관 관장 정현주


Q. 국립여성사전시관은 어떤 곳인가요?

A.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벌써 15년이나 된 전시관이랍니다. 국립여성사전시관은 2002년 양성평등역사문화의식 확산을 목적으로 설립되어 12년간의 서울여성플라자(대방동 소재) 시대의 막을 내리고, 2014년 경기도 고양시 정부 고양지방 합동청사에서 새롭게 출발하게 되었죠. 현재, 1층은 기획전시실로 8월 말까지 <가족과 함께한 출산과 양육의 역사>를 보여드리고 있고, 2층은 상설전시실로 ‘과거를 담아 미래를 열다’라는 슬로건 아래 고대부터 20세기까지의 여성 이야기를 디지털 기술과 기증 유물의 결합으로 친절하게 안내해드리고 있습니다.


국립여성사전시관 입구와 1층국립여성사전시관 1층

▲ 국립여성사전시관 1층


Q. 15주년을 맞이해 특별히 마련한 전시가 있으신가요?

A. 5월 22일부터 1년간 글과 옷으로 남겨주신 <어머니의 유산>을 공개합니다. 54종의 기증유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주요 감상 포인트라면 백임현 여사가 직접 육성으로 녹취한 일기를 관람객이 디지털비디오를 통해 듣고 볼 수 있게 한 공감각적인 전시가 있지요. 또한 양을진 여사의 의복 28점 중 가장 안쪽에 입었던 ‘속곳’을 선보인다는 점도 가치롭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홈페이지에도 ‘구술 사료 자료실’이 있는데, 여성사 속에서 참된 의미가 녹아든 여성의 증언을 업로드 해놓았어요. 언제 어디서든 여성사를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국립여성사전시관 2층 1국립여성사전시관 2층 2국립여성사전시관 2층 3

▲ 국립여성사전시관 2층


Q. 어떤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계신가요?

A. 연 4회 논개나 여성운동 등의 주제를 가진 인문학 콘서트를 열었고, 전시와 연계된 강연회도 마련하고 있죠. 직접 학교로 가는 ‘찾아가는 박물관’이라는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방학 특별 프로그램이나 ‘나도 큐레이터’ 등의 체험학습으로 보다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합니다. ‘팝여성사 UCC 공모전’은 매 회 뛰어난 작품성을 가진 영상들이 출품되어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는데, 수상작은 홈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답니다. SNS 이모티콘 공모전도 최근에 진행했지요.


국립여성사전시관 2층 4국립여성사전시관 2층 5

▲ 국립여성사전시관 2층


Q. 관람객을 위해 이것만은 꼭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신가요?

A. <여성신문>을 통해 전 세계에 있는 여성 박물관을 소개하는 기계형 교수가 있어요. 기사를 보면 아시겠지만,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한국의 여성사 전시관이 가진 숙제가 정말 많거든요. 연령을 떠나 ‘여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가장 중요해요. 여성독립유공자의 경우도 보면 대부분 ‘유관순 열사’만 떠올리게 되죠. 하지만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것처럼 수많은 여성독립유공자가 있답니다. 그분들에 대한 호기심이 필요하죠. 그러다보면 여성을 향한 시선은 자연스럽게 깊어지고 성숙해질 것이고, 국립여성사전시관의 모습도 더욱 발전하게 될 거예요. 저는 그렇게 믿으며 저의 소명을 다할 뿐입니다.




미래를 품다

누구에게나 첫 품은 여성에게서 출발했다. 여성을 교육하는 것은, 한 세대를 자라게 하는 큰 과업인 셈이다. 하지만 유교 문화가 짙은 한국에서 여성의 경험은 지극히 일상적인 것으로 여겨졌기에 우리는 그 첫 품의 기억을 잊고 살았는지 모른다. 국립여성사전시관에 남겨진 여성의 기록에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지혜’가 담겨있다. 어쩌면 사적인 것처럼 느껴져서 크게 마음을 두지 않았던 것들이, 알고 보니 삶을 지탱하고 있던 감동의 역사다. 세상이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으로 변모한다고 해도,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어머니의 품처럼, 여성의 철학은 따뜻했다. 온기가 가득한 미래, 국립여성사전시관의 품이었다.



사진= 김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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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안내

☎031-819-2288

운영시간 : 매일 오전 9시 ~ 오후 6시(일, 공휴일 및 설 · 추석 휴관)

이용요금 : 무료 (주차가능)


*관련링크

홈페이지 http://eherstory.mogef.go.kr/


장소 정보

  • 국립여성사진관
  • 고양시
  • 여성
  • 페라나칸문화
  • 찾아가는박물관
  • 여성신문
김세희
인문쟁이 김세희

2019 [인문쟁이 3기, 4기, 5기]


김세희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둥지를 틀고 있으며, 여행 콘텐츠 에디터로서 때로는 느슨하게, 때로는 발빠르게 노마드의 삶을 걷고 있다. 낯선 이가 우리의 인문 기억에 놀러오는 일은 생각만 해도 설레고 두근거린다. 더 많은 것을 꿈꾸고 소망하고 함께 응원하는 온기를 뼈 마디마디에 불어넣고 싶다. 어떤 바람도 어떤 파도도 잔잔해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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