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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마주하는 봄, 멀지 않은 위로

아트팩토리 청춘

인문쟁이 양다은

2017-02-02


푸를 청(靑), 봄 춘(春)

두 글자를 세우고 한참을 고민했다. ‘청춘’을 이야기하는 수많은 노래와 프로그램 제목. 뉴스기사에서 접하는 시린 풍경과 푸른 풍경. 어떤 이는 청춘을 예찬하지만, 어떤 이는 그 속에서 아파하기도 한다. 어떤 모습이 옳고 그르다고 할 수 없다. 한 편에 서서 다른 청춘의 모습에 냉소적인 시선을 보낸다고 한들 그 사람을 비판하기는 쉽지 않다. 각기 다른 청춘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아트팩토리 청춘일상의 예술로 소통하다


여기 이름에 청춘을 내걸고 ‘일상의 예술로 소통’하는 공간이 있다. ‘아트팩토리 청춘’은 밴드, 재즈, 내한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예술을 가까이서 소개하는 소극장이자 평소에는 전시나 아카데미를 진행하는 복합 문화예술 공간이다. 다양한 공연 중에서도 결이 달라 보이는 연주회에 다녀왔다. 대구의 아쟁 연주자가 아쟁 연주와 어우러진 인디 음악 그리고 그 연주와 함께 하는 동화 구연 등 오감을 만족시키는 연주회를 기획했다.


‘저희는 누구나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욕구에서 공연을 꾸렸습니다.’

-마담 땡의 사랑방 공연 안내서 중

 

아트팩토리 청춘의 내부공간연주회 ‘마담땜의 사랑방’

▲ 아트팩토리 청춘의 내부공간 / 연주회 ‘마담땜의 사랑방’


연주 곳곳에 봄이 스며있었다. 대 아쟁과 콘트라베이스로 구성된 연주 곡 ‘청향’은 각자 봄은 때가 있다는 의미를 품었고, 전기수(이야기꾼)가 읽어준 ‘봄이 오는 그림’에는 구구소한도1)의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았다.


공연 중 ‘봄이 오는 그림’ ‘봄이 오는 그림’ 그림책 속 피어난 매화

▲ 공연 중 ‘봄이 오는 그림’ / ‘봄이 오는 그림’ 그림책 속 피어난 매화


청춘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인디밴드 ‘오늘도 무사히’의 노래 가사에서 젊은이는 ‘너무 좁은 문 앞에 지쳐버린’ 존재였고, ‘스물과 서른, 애매한 그 언저리에서, 세상이 말하는 성공과 실패 언저리에서’ 헤매고 있었다(자작곡 ‘언저리에서’ 중). 공연 중 인터뷰에서 아쟁 연주자는 언젠가 음악을 하는 것이 사치로 느껴진 적이 있었다고 전한다. 또한 봄이 춥게 느껴진 적도 있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무대와 같이 음악으로 생각을 표현할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그는 추운 날을 견디게 해주는 희망과 기다림 자체가 곧 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무대

▲ 아쟁, 베이스, 피아노, 타악기가 꾸며낸 무대


이 날 아트팩토리 청춘의 무대에는 봄과 청춘이 올랐다. 사실 무대를 접하기 전에는 ‘봄인데 봄을 즐길 수 없는’2)청춘이 보내야 하는 추위에만 골몰하고 있었다. 하지만 봄이 곧 기다림이라는 연주자의 말은, 얼마 전 다큐 3일 프로그램에서 ‘봄이 올 것을 기다리면 겨울 추위가 밉지 않다’던 할머니의 말을 다시 떠오르게 했고, 그것은 곧 겨울과 봄의 경계를 허물게 해주었다.


연주회

▲ ‘봄이 오는 그림’을 보여주고, 이야기와 음악을 들려주고, 꽃 내음을 퍼트렸던 연주회


우리가 봄을 정확히 몇 날부터 며칠까지라 정할 수 없듯, 청춘이 몇 세부터 몇 세까지라고 정의할 순 없다. 20세. 26세. 30세. 43세. 각자의 속도대로 가족을 위하고 공부를 하고 돈을 벌고 꿈을 좇는다. 그 시간 속에서는 스스로가 인생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주인공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그러니 누가 더 비련의 중심에 있는지 내세우거나 자신의 기준으로 상대를 판단하기 보다는, 서로 위로가 되기 위해 노력 해보면 좋겠다. 그리고 스스로도 위로 받을 무대나 공간을 찾아내기를. 그날은 아트팩토리 청춘이 그런 곳이었고, 무대 위의 연주자도 관객들도 따뜻하게 위로된 날이었던 것 같다.

 

【같이 읽으면 좋을 구절】

1. 이 청춘의 계절은 이따금 두려워 떠는 나의 마음을 따사로이 감싸준다네. 나무 하나하나, 산울타리 하나하나가 만발한 꽃다발과 같다네. 난 그 안에서 한 마리의 풍뎅이가 되어 향기로운 바닷속을 누비며 모든 영양분을 찾고 싶어.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중


2.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꽃을 피우며

추억에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 잠든 뿌리를 흔들어 깨운다


-T.S. 엘리엇, ‘황무지’ 중


3. 하루를 넘기고 덜컹덜컹 거리는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오다 보면

누구에게라도 나 묻고 싶죠

정말 이대로 나 괜찮은지

알아요 나도 바보 같은 질문이고

해도 해도 끝없는 고민인 걸

하지만 답답해요 나 불안해요

오늘은 그냥 듣고 싶은 말이 있죠


그대로도 괜찮아 굳이 삶을 변명하려 하지 않아도

지금 여기 너 있는 그대로

그대로


-오늘도 무사히, ‘그대로’ 가사 중


4. 하루 종일 봄을 찾아 다녔으나 보지 못했네

짚신이 닳도록 먼 산 구름 덮인 곳까지 헤맸네

지쳐 돌아오니 창 앞 매화향기 미소가 가득

봄은 이미 그 가지에 매달려 있었네


- 작자미상, 중국 고전 시

 

1)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 화북(華北)지방에서는 동짓날에 여든한 장의 꽃잎을 가진 흰 매화 한 가지를 그려 놓고 다음날부터 매일 한 잎씩 다른 빛깔로 칠해나가는데 그 꽃이 모두 칠해졌을 무렵이면 봄이 무르익는 때가 되는 것이다. 봄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는 민속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매화와 민속 (꽃으로 보는 한국문화 3, 2004. 3. 10. (주)넥서스)


2)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이 아니다. 봄 같지 않게 추운 날씨가 계속 이어진다는 뜻을 넘어, 계절은 좋은 시절이 왔지만 아직도 상황 또는 마음은 겨울이라는 의미로까지 확대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고사성어랑 일촌 맺기, (2010. 9. 15., 기획집단 MOIM)


사진= 양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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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링크

홈페이지 http://www.ccart.co.kr/

공연 기획자 블로그 http://thanks0s.blog.me/

인디 밴드 ‘오늘도 무사히’ SNS https://www.facebook.com/5MUHI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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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양다은

[인문쟁이 3기]


꾸준히 쓰는 중입니다. 언젠간 쓰기만 하면서 밥 벌어먹길 조심스레 바라봅니다.
yde83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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