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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이사이에 대한 이야기, 골목잡지로 읽는다

'더 페이퍼' 대표 최서영

인문쟁이 천한얼

2017-02-02



오픈-지역아카이브 전문책방 ‘곧바로 책, 방’

경기문화재단은 올해 생활권역에서 자생가능한 문화 활동을 지향하기 위해 문화공방 6곳을 선정하여 지역 문화를 생산하고 연결할 수 있는 창생 공간을 오픈했다. 창생 공간은 문화적 생산 기술을 공유하며 자립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독립적인 생산자 커뮤니티를 시도한다. 그리고 주민 개인이 생성한 기술은 지속가능한 문화적 방식으로 지역에 환원된다.


북스튜디오 ‘곧바로 책, 방’

▲ 수원 신풍동에 위치한 출판제작 창생공간 북스튜디오 ‘곧바로 책, 방’


더페이퍼 대표이자 편집장 최서영님

그 중 지역출판을 매개체로 문을 연 수원 신풍동 창생공간 ‘곧바로 책, 방’을 방문했다. 책방엔 최근까지 출판학교를 진행했던 흔적과 지역 출판물이 배치되어 있었다. 바로 뒷문을 통해 연결되어 있는 사무실로 이동하니, 그 동네와 잘 어울리는 한옥건물과 정감 가는 문구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서 ‘곧바로 책, 방’을 운영하는 ‘더 페이퍼’ 대표 최서영 편집장을 만났다.


Q. 반갑습니다. 단순히 책방을 운영하는 곳인 줄로 알고 왔는데, ‘더 페이퍼’ 간판이 눈에 띱니다.

A. 안녕하세요. ‘더 페이퍼’는 출판물을 중심으로 각종 문화기획, 디자인, 홍보, 전시를 하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계절마다 수원에 있는 동네 이야기를 담은 골목잡지 『사이다』를 발행하고 무료 배포하여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합니다. 또 창생 공간 ‘곧바로 책, 방’은 지역출판 활성화를 위한 일환으로 만든 공간이구요. 이 공간에서 8월부터 최근까지 출판학교를 진행했었습니다.


Q. 골목잡지 『사이다』가 13호까지 발행되었네요. 『사이다』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A. 골목잡지 『사이다』는 이름 그대로 수원에 있는 동네의 골목을 취재해서 사람, 자연, 문화에 대한 소소한 얘기들이 담긴 잡지예요. 어느 동네든 골목이 있고, 그 안에 사람들이 교류하며 사는 곳을 들여다보고 싶었어요. ‘사이다’란 이름도 사람과 사람 사이, 마을과 마을 사이, 사이사이마다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다는 뜻에서 지었어요.



한옥건물의 더페이퍼 모습

▲ 한옥건물의 더페이퍼 모습


Q. 골목을 테마로 한 취지가 궁금합니다.

A. 보통 우리가 보는 사회적 이슈는 대부분 중앙의 이야기가 많아요. 사실 우리 삶과는 직적접인 관계가 적은 이야기죠. 보통 내 옆집 소식이나, 내가 사는 동네가 어떤 동네인지, 우리가 사는 모습은 아무도 기억하거나 기록하지 않죠. 저는 그런 것들을 기록하고 싶었어요.

이번 13호를 보면 ‘있었었다’라고 1년 전 베어 사라진 메타세쿼이아 숲의 모습을 그려 담았어요. 어떤 목적이었던 간에 저항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을 누군가는 기억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어디에서 기록을 하는 것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더라고요. 『사이다』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더페이퍼의 골목잡지 ‘사이다’1더페이퍼의 골목잡지 ‘사이다’2

▲ 더페이퍼의 골목잡지 ‘사이다’


Q. 잡지 속에 주민들의 개인 사진도 많이 보여요. 소소할 줄만 알았는데 한 사람의 생애, 지역 역사, 문화 등 매우 다채롭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제작이 이뤄지나요?

A. 골목골목을 취재하면서 주민 어른께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마을 역사 이야기를 펴내고(사이다적 글쓰기라고 합니다.) 마을의 일생을 추적하듯 그 사람의 일생을 추적해 갑니다. 개인의 역사는 마을의 역사이고 또 도시와 나라의 역사로 확장되어 마을의 가치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개개인을 탐문하여 자료를 얻어냅니다. 보통 개인의 자료는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소멸되기 때문에 이런 작업을 통해 마을의 역사 자료를 공유하고 보존하는 역할도 하고, 개인의 사진이나 이야기는 같은 시대의 추억을 통해 공감을 끌어낼 수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작업입니다.

반대로 자기가 사는 지역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글을 받기도 하고, 기획으로 달이나 밥처럼 항상 곁에 있어 잊고 있지만 다시금 가치를 일깨우는 것들을 다루기도 합니다. 소소한 생활과 밀접해서 끊임없이 이야기가 넘쳐나지만 무엇보다 마을에 대해 할 이야기는 다 하는 게 원칙입니다.


Q. 앞으로 추가하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요?

A. 아직 아파트는 못 가봤어요. 아파트도 골목이 있고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그걸 잡아내긴 더 힘든 것 같아요. 좀 더 내공이 쌓이면 정말 아파트로 들어가야죠. 아파트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지금의 문화를 담을 순 없다고 생각해요.


Q. 멋진 책을 만드는 게 느껴집니다. 그 밖에도 하고 있는 활동이 있나요?

A. 이 밖에, 두 가지 일을 하고 있어요. 첫 번째는 마을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골목 박물관을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어떻게 공유하는가에 대해 책은 입체적이지 않아서 골목 박물관을 만들고 있고, 주민의 방까지 들어가 자료를 수집하면서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두 번째로, 지역의 이야기를 하는 출판운동을 하고 있어요. 서울을 제외한 중소도시 속 출판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지역출판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그 일환으로 지역의 공간으로 들어와서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다리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특히 출판은 전문적이죠. 여러 파트가 있는데… 이것을 배울 수 있는 출판학교를 내면 이 지역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와서 배우고 제작 기반을 확산시킨다고 봐요. 이런 노력으로 ‘북스튜디오 사이다’가 만들어지게 된 이유이기도 하고요. 다행히 첫 출판학교가 보람 있었다는 의견이 많아서 앞으로 이 공간을 통해서 활발한 교류와 책의 유통이 가능하도록 운영할 계획입니다.


북스튜디오 ‘곧바로 책,방’ 출판학교와 펴낸 책

▲ 북스튜디오 ‘곧바로 책,방’ 출판학교와 펴낸 책


Q. 마지막으로 이러한 출판과 여러 문화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점이 무엇인가요?

A. 누구든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살 수 있는 방법들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우리 여러 지역에서도 서울 중앙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바로 여기서 문화를 즐기고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들로 살고 싶어요. 그 방법이 책이라면, 그 책을 만들기 위해 많은 동지를 만드는 것이고, 출판학교를 통해서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일 것이라 믿어요. 저는 이곳이 커뮤니티 공간으로 쓰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진= 천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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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소개 자세히보기] 곧바로 책, 방

 

*공간안내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869

☎ 031-225-8199


장소 정보

  • 수원
  • 신풍동
  • 책방
  • 골목잡지사이다
  • 출판학교
천한얼
인문쟁이 천한얼

[인문쟁이 2기]


천한얼은 수원에서 자취한지 5년차 된 강원도의 딸이다. 보통 욕심이 없지만 웃기는 것에는 집착한다. 언제나 내 삶을 위한 행복과 즐거움을 쫓아 살다가 이제야 부모님의 힘 빠진 어깨가 눈에 들어와 금전적인 독립이 목표다. 잘 사는 법에는 답이 없기에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가꾼 세상을 배우고 싶다. 즐거움엔 큰 웃음을, 즐겁지 못한 자에겐 위로를! chhutou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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